2007/11-12 : Creator's Eye - “무엇을 만들고 계십니까?”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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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Eye
  “무엇을 만들고 계십니까?”  
나은정 | CD
bable@lgad.co.kr
 

벌써 연말입니다. 새해를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24시간짜리 365일이 어찌 이리 빠르게 지나가는지요. 매달 써야하는 타임시트에는 얼마나 많은 철야근무와 휴일근무가 기록되어 있을까요? 새벽 6시면 비워지는 휴지통에는 또 얼마나 많은 시안들이 버려졌을까요? 이렇게 또 한 해가 가고 있는데, 우리는 얼마나 많이 성장했을까요?

동네사람들, 고생 많으십니다

얼마 전 CF 촬영장에 처음 나와 본다던 후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CF 한편을 만드는 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생한다는 게 놀랍다”고. 그러게요! 그러고 보니 관계자들이 많긴 참 많습니다. 어디 사람만 많은가요? 집 한 채 값의 제작비와(또는 전세값 정도의 제작비?), 빌딩 한 채는 족히 될법한 매체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니 광고가 어려운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 많은 사람과 그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광고 한 편 만드는 게 쉬워서는 안 되겠지요.
그런데 말이죠, 도대체 광고가 뭐기에 이렇게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 걸까요? 이 기회비용을 헛되이 쓰지 않으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요?
버드와이저·코카콜라·썬키스트 광고들을 한번 볼까요. 이 광고들은 AAF에서 만든 겁니다. 자세히 보시면 버드와이저라고 쓰여 있어야 할 곳에 ‘Advertising’이라고 쓰여 있을 것입니다. 코카콜라 자리에도 ‘Enjoy Adver-tising’으로 바뀌어 있고, 썬키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미국광고협회에서 ‘광고의 날’ 정도에 만들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광고의 정답은

뭐 이 정도는 ‘JQ(잔머리)’ 수준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갈 뻔한 몇 년 전 광고, 그런데 제 마음을 사로잡는 카피가 한 줄 보였습니다. 여러분은 보이시나요? 좀 커다란 버드와이저 광고 밑에 있는 카피를 자세히 보면 이렇습니다. ‘How to become the King of (Insert your product here).’
어떻게 하면 세탁기의, 화장품의, 은행의, 베이커리의, 자동차의, 스포츠의, 기타 우리가 맡고 있는 제품들의 왕이 될 수 있을까? ‘The King of Beer’ 버드와이저처럼. 이 질문의 답이 오른쪽 하단에 있었습니다. ‘Adverting: The way great brands get to be great brands.’
이 카피를 읽는 순간 제 머릿속에서는 오케스트라 서곡이 울려 퍼지더군요. ‘광고란 브랜드를 만드는 길’이라는 한마디. 어쩌면 저의 이 해석과는 달리, 그저 광고의 날이니 수많은 빅 브랜드들이 다 광고 덕분에 만들어졌다는 자랑 섞인 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웬걸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늘 코앞의 문제만 해결하기에 급급했던 저에겐 꽤 답이 되는 한마디였습니다.

정답을 보여줘도 못하는 이유

“요즘 광고의 대세는 유머야 유머…”, “무슨 소리, 요즘 광고의 대세는 엉뚱함이야! UCC 몰라?” “무슨 말씀, 요즘 TV-CF는 맛이 갔지. 새로운 매체를 생각해야 돼!”
모두 좋은 말씀들입니다. “사장님의 취향을 생각해야지”, “그건 담당자가 싫어한다니까”, “요즘 그 광고 못 봤어? 그렇게 좀 센 광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광고, 그런 거 좋아한다니까. 아니 일단 안을 팔고 봐야지!”
네네! 저도 동의합니다. 광고주가 맞습니다. 그분들은 제품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이 말도 듣고 저 말도 듣고, 쉽게쉽게 고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광고가 싱거워집니다. 동글동글해집니다. 어디선가 본 듯합니다.
‘광고는 위대한 브랜드를 만드는 길’이라고 했는데, 혹시 순간순간을 넘어가기 위해 브랜드 따위는 내팽개쳐둔 게 아니었는지요?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아마도 그 브랜드만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겠죠. 남과 다른 분명한 색깔, 갖고 싶은 매력적인 색깔. 하지만 늘 눈앞의 장애물만을 생각하면 브랜드의 색깔은 보이지 않습니다. 유행이나 주님(?)의 말씀을 너무 쫓아가면 브랜드는 희미해집니다.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용히 올해의 브랜드를 떠올려 봅니다. 광고가 만들어 준 올해의 브랜드들…. 거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이 배어 있을까요? 하지만 그 광고의 시작은 역시 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브랜드라는 관점에서 크게, 넓게, 깊게 생각한 한 사람 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누군가 한 사람은 방향을 생각했을 것이고, 누군가 한 사람은 아이디어를 냈을 것이고, 누군가 한 사람은 딴죽을 걸었을 것이고, 그래서 엎어지면 누군가 한 사람은 아이디어를 더했을 것이고, 누군가 한 사람은 찬성했을 것이고 누군가 한 사람은 아이디어를 결정했을 것이고….
그 누군가 한 사람이 바로 저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LG애드에 있는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 내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를.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