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장 발전, 성장한 미디어를 꼽는다면 누가 뭐래도 인터넷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광고시장은 매년 3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인터넷 광고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인터넷 광고를 포함한 통합적인 미디어 플래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는 곳은 많지 않은 듯하다. 국내 대부분의 종합광고 회사에서도 인터넷에 대한 미디어 플래닝은 인터넷 전담팀에서 담당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미디어플래너들은 새로운 개념에 대한 습득이나 시스템의 미비 등으로 인해 인터넷을 통합한 미디어플래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실제로 ESOMAR 참관기를 연재하면서 단일 소스 데이터(Single Source Data)가 없어 총체적인 접근이 어렵다는 얘기를 수차례 한 바 있기도 하다. 물론 미국과 영국의 여러 학자들과 업계 종사자들이 단일 소스 데이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왔고, 그 중 일부를 소개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데이터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단점 또한 노출시켰다. 그 단점의 주요 예로는 데이터 축적에 시간이 걸려 바로 사용하기 힘들다는 점, 새로운 조사의 시행으로 인한 중복조사와 그에 따른 비용 문제, 매일 또는 주 단위로 생성되는 시청률이나 인터넷 사용현황에 대한 빠른 업데이트 불가능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단일 소스 데이터와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한 시도와 관련, 지난 ESOMAR WM3에서는 닐슨미디어리서치의 Pete Doe와 Deuno사(퍼블리시스 계열사)의 Christian Kugel이 ‘A Powerful Mix’라는 제목으로 데이터 퓨전(Data Fusion)에 대해 발표했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이 데이터 퓨전에 관해 얘기하고자 한다.
Data Fusion 프로세스와 시사점
이번 프로젝트는 TV와 인터넷으로 그 범위를 한정지었다.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이 둘은 가장 정확한 데이터(TV의 경우 시청률, 인터넷의 경우 방문자 및 페이지뷰…)가 산출되는 미디어이기 때문이라 추정된다. 또한 TV와 인터넷은 제품 보급률이나 최근의 성장률에서 가장 앞서 있기에 이들 매체를 선정한 것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TV와 인터넷의 이용행태에 대한 단
일 데이터를 만드는 것, 둘째, 소비자의 TV와 인터넷 이용행태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것, 셋째, 통합된 데이터의 적절한 활용법 모색 등이다.
이 같은 목적으로 데이터 퓨전을 시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03년에 닐슨에서 피플미터 패널 가구에 Nielsen Net Ratings 미터를 설치해 데이터를 얻어낸 적이 있는데, 이 방법을 통해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샘플이 너무 적어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방법은 ‘데이터의 퓨전’이다. 데이터 퓨전은 2개의 조사 데이터를 매치시켜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인데, TV는 닐슨의 시청률 조사자료를 활용했고, 인터넷에는 Nielsen Net Ratings의 인터넷 방문 조사자료를 활용했다.
이러한 데이터 퓨전의 프로세스의 진행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Linking 변수를 확인하고 평가
2. TV 시청률과 웹사이트 방문 데이터 간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계산
3. TV 시청률과 웹사이트 방문 데이터와 척도값을 매칭
4. Fusion 결과물 평가
5. 최종 Fusion 데이터 작성<그림>.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얻어낸 결과를 토대로 소비자를 5개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그 결과의 키포인트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TV는 적게 보고, 인터넷 사용이 많은 그룹(그룹 3)은 광고주에게 매우 매력적인 그룹이다. 이들은 소득이 높으며, 자녀를 꼭 가져야한다는 생각은 없다. 특히 가처분소득이 많아 소비력이 높은 그룹으로, TV를 적게 보기 때문에 인터넷은 유용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것이다.
둘째, TV도 많이 보고 인터넷도 많이 사용하는 그룹(그룹1)도 역시 자녀를 꼭 가져야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이들은 그룹 3과 달리 케이블 TV와 프리미엄 채널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소득 등과 같은 다른 변인에 있어서는 중간 정도를 나타냈다. 이들은 또 미디어 이용이 많기 때문에 광고의 노출량이 매우 많다는 뜻도 된다. 이 그룹의 소비자들에게는 다른 그룹과는 다른 빈도(Frequency)와 새로운(Recency)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가정에서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가구의 경우 소득 수준이 낮으며, 자녀를 가져야한다는 욕구는 강하다. 또한 가처분소득이 적어 소비력이 낮으므로 이 타깃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 아닌 경우에는 광고집행에 주의가 필요하다.
넷째, TV 시청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 인터넷 사용과 유료 TV 시청은 반비례한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 사용이 적을수록 유료 TV 시청은 늘어난다는 것이다. 55%의 인터넷 헤비유저가 유료 TV를 시청하는 반면, 인터넷 라이트유저의 62%가 유료 TV를 시청한다.
데이터의 한계
위에서 설명한 인사이트들은 전체 데이터의 양과 질로 봤을 때 아직은 하나의 단편에 불과하다고 발표자들은 밝혔다. 또한 일반적인 리서치에서의 오류 또한 이 연구에서도 발견되지만, Fusion이라는 프로세스를 거친 데이터의 한계로 다시 한 번 논의할 가치를 느낀다고 덧붙였다(아마도 2007 WM3에서 밝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외에 SMU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번 데이터의 또 다른 한계로 꼽았는데, 이는 조사방식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미디어 업계의 이슈 중 하나인 SMU 상황을 반영하기 위한 조사방식 변경 등도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성인물 사이트를 제외한 웹사이트 중 광고수입으로 운영되는 웹사이트만을 포함시킨 적도 눈여겨 볼 사안이다. 국내로 예를 들자면 다음·네이버·네이트·야후 등과 같은 포털 사이트나, 디시인사이드 등과 같은 버티컬사이트들만 조사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사실 인터넷에서 구매가 빈번히 일어나는 품목이나 자사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제공이 중요한 제품들(본 발표에서는 자동차를 예로 듦)의 경우에는 단순 인터넷광고보다 쇼핑몰이나 자사 홈페이지가 더 중요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상태로는 이러한 측면은 전혀 고려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조사에서는 가정 내 인터넷 사용 데이터만 활용되었는데, 구매력이 있는 20~30대 직장인은 가정보다는 업무환경에서의 인터넷 사용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따라서 프로젝트 팀에서는 이러한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향후 추진과제를 크게 세 가지로 설정했다. 첫째, 업무환경에서의 인터넷 이용에 대한 데이터의 Fusion 작업, 둘째, Nielsen Net Ratings의 Netview 데이터를 확장해 주간 데이터 및 낮 시간대 이용 등을 Fusion에 적용, 셋째, 광고주들과 결과에 대해 공유하고, 데이터의 활용가치를 높여 분석 시스템에 탑재하는 것 등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어낸 결과들은 인터넷 이용과 TV 시청이 매우 상관관계가 높음을 증명해 준다. 이에 발표자들은 이 프로젝트의 의의를 “데모그래픽 프로파일, TV 시청률, 그리고 인터넷 사용행태에 대한 데이터를 Fusion이라는 프로세스를 거쳐, 미디어플래너 또는 마케터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진정한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플래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데에 있다”고 자평했다.
이 글로써 지난 1년간 연재한 ESOMAR WM3 참관기를 마치게 된다. 지난해 6월 중국 상해에서 열렸던 WM3 세미나는 ‘봉사나 다름없던 필자의 눈을 뜨게’ 해 준, 그런 세미나였다. 이를 통해 Engagement, Simultaneous Media Usage 등 선진 미디어플래닝의 트렌드를 배울 수 있었고, 해외의 여러 선진사례를 통해 습득한 지식들을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적용하기도 했다. 또 미디어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과 시도들을 만남으로써 편협했던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고, 다양한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사례들을 통해 잠자고 있던 크리에이티브 에너지를 재가동시킬 동력을 얻은 느낌이다.
WM3는 2007년에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Dublin)에서 열린다. 또 ESOMAR와 공동으로 WM3의 전신인 WAM 세미나를 진행했던 ARF에서도 AMS(Audience Measurement Symposium)를 개최하는 등 미디어에 관한 선진 트렌드와 기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아지고 있다. 물론 횟수만 많아진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해가 거듭될수록 내용이 더욱 알차지고, 다양한 접근법들이 소개되고 있다는 지난 참가자들의 얘기를 들어볼 때 앞으로도 계속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 누가 참여하든 이러한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접함으로써 미디어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이렇게 지면과 자료를 통해 모두가 공유하는 기회가 계속되기를 바라며 연재를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