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년 차가 되었다. 필자의 근무연차가 아니라, 통합주방가전 브랜드로서 거듭난 디오스(DIOS)의 캠페인 연차가 벌써 그리되었다.
‘내일을 사는 여자’ 라는 브랜드 슬로건이 개발되고, 냉장고·김치냉장고·광파오븐·식기세척기·빌트인(Built-in) 등 적지 않은 품목들을 아우르는 첫 광고 캠페인을 제작했던 것이 1년 차의 일이었다. 뒤이어 2년 차에서 ‘여자 말을 잘 듣겠습니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먼저 캐치하고, 앞선 생활을 약속하는 브랜드 철학과 의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최근의 경쟁사 대비 각종 브랜드 지표의 월등한 상승세에서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광고에도 성(性)이 있다, 여성성(性)을 부여하다
독일어에는 모든 물건에 성(性)이 주어져 있다. 예를 들어 창문은 여성, 어린이는 중성, 의자는 남성. 그런 시각으로 광고에서도 역시 비슷한 구별을 해낼 수가 있다(화장품이나 면도기처럼 성에 따라 나뉘는 제품들은 차치하더라도).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특성 상 80% 이상이 중성으로 분류되겠지만, 고급차 광고들은 분명 남성성을 띄고 있다. 거꾸로, 초콜릿 광고들은 여성성을 띄고 있다. 이에 비해 가장 여성성을 띌 것 같은 냉장고를 비롯한 주방가전제품 광고들은 지극히 중성적이었다. 물론 여성모델이 주로 등장하고 부드러운 톤을 유지해왔었지만, 그건 이른바 ‘설정’ 이었을 뿐 ‘성’을 띈 것은 아니었다. 이는 USP상의 경쟁우위 제고가 강조되는 국내 시장 특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디오스 캠페인에서 우선시했던 것은 제품 기능이 아닌 소비자 니즈였다. ‘올해 신제품은 이런, 저런 기능이 있어서 좋아요’가 아니라, ‘구체화되지 못했을 뿐 분명 존재하고 있던 소비자들의 니즈’를 먼저 캐치하고, 그것과 제품 USP와의 합일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특히 올해는 캠페인 3년 차인만큼 메인 타깃인 2539여자들만을 위한 메시지로 한정해 크리에이티브의 날을 한층 세우기로 했다. 이 시대를 사는 여자들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그래서 그들과 함께 1년 내내 공감할 수 있는 여자 캠페인을 만들겠다는 당찬 계획이 그렇게 세워졌다.
이후 모든 일이 술술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디오스 브랜드 내 수많은 품목들을 하나의 캠페인으로 어떻게 엮어낼 수 있을까 한숨지은 적도 있었지만 그에 대한 해답 역시 소비자 니즈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맞춤보관’, ‘손쉬운 오븐요리’, ‘생활에 맞춘 빌트인’ 등 제품마다 각기 다른 속성들을 단지 기능으로만 보지 않았을 때, 즉 ‘여자들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그 답이 있었던 것이다.
2007년의 여자상(像)을 그려내다
‘여자니까 양보해라, 여자라면 다소곳한 맛이 있어야지, 여자는 자고로 얌전해야지, 여자가 그렇게 까다로워서 되겠어?’
대한민국 여자라면 한번쯤 들어봄직한 말들, 소위 ‘여자가 말이야~’로 시작되는 유교적 관습구들이, 이번 캠페인에 3주 앞서 온에어된 런칭광고에서 마치 선언문을 읽듯 거꾸로 빗대어졌다. ‘여자들이여 까다롭게 굴어라 / 큰소리쳐라 / 더 욕심 부려라 / 게을러져라 / 딴생각해라 / 우습게 보라 /기다리지 마라 / 거들떠보지 마라….’
냉장고를 비롯한 여러 주방가전제품들이 더 이상 여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하지만 메인 타깃에게 던져진, 이렇듯 더 자신 있고 당당해지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속 시원한 반응을 이끌어 내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힘차고 경쾌한 느낌의 배경음악 <Hungarian Dance No.5>와 함께 디오스 ‘여자만세’ 프로젝트가 그 화려한 오프닝을 알렸다.
하늘도 아시나? 이 땅의 ‘여자만세’ 프로젝트
3월 7일 삼청동, 디오스 냉장고의 길거리 촬영이 있었다. 춘삼월 햇살 가득한 거리의 모습을 기대했던 우리 앞에 펼쳐진 풍경은, 좌절이었다. 전날 일기예보만 해도 ‘오전 잠깐 흐림’ 이었거늘, 눈물 콧물 나게 매서운 바람이 불더니만 곧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차라리 꽃가루였으면’ 하는 부질없는 소망이 들 정도로 꽤 많은 양이었다.
‘촬영 연기!!!’ 머릿속에 그 불길한 네 글자가 떠오르고, 복잡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저 많은 스태프들, 두 대의 카메라, 태양을 대신하는 거대한 조명들, 장소 및 소품 대여…. 다 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돈도 돈이지만, 정작 우리를 슬프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모델의 스케줄이었다. <주몽> 후속 드라마 <히트>의 첫 방영을 불과 2주 남긴 우리의 디오스 모델 고현정의 스케줄은 분 단위, 초 단위로 쪼개 쓸 정도로 타이트했다. 서울과 홍콩·부산을 오가며, 헬기가 동원되고 크루즈 추격 신까지 등장하는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이고 보니 디오스 촬영을 위해 하루 스케줄을 다시 뺀다는 것은 무려 보름이 지나야 가능했다. ‘보름? 이건 안 돼~~’
그렇게 모두들 추위와 걱정에 발을 동동거리고 있을 때, 정말 거짓말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대설주의보라도 내려질듯 퍼붓던 눈발이 조금씩 잦아들고, 구름 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살았다! 하늘이 돕는다!’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스태프들은 모두 바쁘게 움직였고, 잠시 후 감독의 큐사인이 떨어졌다. ‘아~하느님 감사합니다! 기왕이면 바람도 멈춰주소서!’
세찬 바람에 스프레이로 고정시킨 고현정의 머리가 계속 날려 수십 차례나 NG가 나긴 했지만, ‘의지의 디오스 스태프’들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짧은 시간 안에 기적적으로 촬영을 끝냈다. 그렇게 야외촬영이 끝난 오후 4시경, 다음 촬영을 위해 실내세트장으로 이동하던 중 우리는 또 다시 하느님께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경기권을 포함해 전국에 엄청난 눈발이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봄(春)’이 되어라 하시니 그대로 되었다
촬영의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는 또 다시 초긴장 모드에 돌입해야 했다. 야외촬영분의 화면에는 하늘의 도움으로 눈발도 보이지 않았고 햇살의 자연광도 얻었지만, 그래도 화면 가득 느껴지는 쌀쌀한 겨울 느낌. 게다가 고현정의 머리는 바람에 이리저리 날려 얼굴을 가리고, 코는 빨개져 있고, 코트자락까지 펄럭펄럭…. 모든 건 후반 CG작업에 달려있었다.
이에 우선 전체적인 화면 톤을 최대한 봄의 느낌으로 만들기로 했다. 밝고 따뜻하게, 그리고 아주 화사하게~ 그리하면, CG로 최소화시킨 머리카락 날림도 봄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듯 보이리라.
‘황당하게 들리나요? 디오스 광고에서 확인해보시라, 열심히 보시면 눈발을 찾을 수도 있으리라~.’
프리미엄 주방가전 브랜드로서 디오스 전제품을 아우르는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여자만세’ 프로젝트 캠페인에는 ‘여자의 편에 서서’, ‘여자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여자의 니즈를 먼저 캐치하고 현실화하겠다’는 브랜드 철학과 소비자와의 약속이 담겨져 있다. 그 서막 격인 런칭 편과 프로젝트 제1탄 ‘까다롭게 굴어라’ 편, 2탄 ‘큰소리쳐라’ 편이 이미 전파를 탔고, 이어 3탄 ‘차별하라’ 편도 현재 소비자들과 만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올 한해 디오스의 광고를 보시면 마음속으로 외치시라~ ‘여자만세! 여자만세! 여자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