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4 : Special Edition - Storytelling Marketing - ③ Case Study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Special Edition- ③ Case Study
 
  ‘Faction’에서 ‘영화’까지
스토리의 힘이 넘친다
 
김병희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kimthomas@hanmail.net
 

이용한 마케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기업이 소비자를 설득하고 유혹하는 데 감성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비교적 최근에 눈에 띈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현재와 새로운 가능성을 짚어보자.

팩션을 만든다 : 영화 <드림걸즈>
최근 우리나라에서 <드림걸즈>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세 명으로 구성된 흑인 여성보컬 그룹이 좋은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한 음반사의 후원에 힘입어 유명해지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 그룹의 음악을 듣는 타깃 고객이 흑인사회에서 백인사회로 바뀌고, 선호하는 음악도 메시지 중심의 노래에서 부드러운 노래로 바뀌게 된다. 또한 고객이 라디오 청취자에서 TV 시청자로 바뀜에 따라 리드싱어가 바뀌고 그룹 내 갈등도 심해진다. 하지만 변신에 성공한 이들 그룹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며 대성공을 거둔다. 물론 영화 곳곳에 나오는 사랑과 갈등 이야기는 이 영화를 한층 재미있게 만든다.
그런데 이 영화 이야기는 미국에서 1960년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그룹 슈프림스(The Supremes)와 톱 가수 다이아나 로스(Diana Ross), 그리고 디트로이트에 본사가 있는 음반사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s) 간의 실제 사실(Fact)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다. 이처럼 사실에 픽션(Fiction)을 집어넣어 만든 이야기를 ‘팩션(Faction)’이라 부른다.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다큐멘터리, 허구를 동원해 만든 것이 픽션이라면 그 중간쯤에 팩션이 위치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스토리는 모두 이 셋 중의 하나인데, 아마도 이 중에 팩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클 것이다.

아예 영화를 만든다 : Nokia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지는 않았지만 2004년에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중에 <셀룰러(Cellular)>라는 영화가 있다. ‘셀룰러’라는 단어는 휴대폰을 의미한다. 영화 제목부터 그러하니 휴대폰을 중심으로 영화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스토리를 한번 보자.
여배우 킴 베이싱어가 고등학교 생물학 여교사인 제시카 마틴으로 나온다.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감금을 당하는데, 그녀가 외부와 통화를 하지 못하도록 괴한들은 감금된 방에 있던 유선전화를 부순다. 하지만 그녀는 부서진 전화의 전화선을 무작위로 접선해 연결되는 전화번호 소지자에게 도움을 받으려 한 끝에 마침내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라이언이라는 젊은 남자 대학생과 통화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라이언은 경찰과 함께 우여곡절을 거쳐 그녀를 구출하는 데 성공하는데, 그녀가 어디에 감금되어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라이언이 그녀를 구하러 가는 과정에서 휴대폰으로 전화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가 모두 끝난 다음에 감독·제작자·배우를 소개하는 화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 자막이 노키아 휴대폰의 액정 화면 안에 담겨 나오는 것이 아닌가. <Cellular>라는 영화를 전 세계 휴대폰 1위 업체인 노키아가 후원했던 것이다. 영화 스토리상 휴대폰을 사용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노키아는 하려고만 했다면 자사 브랜드를 얼마든지 노출시킬 수 있었지만, 이 회사는 지나친 간접광고(PPL)가 관람객의 영화관람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PPL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노키아의 이러한 사려 깊은 배려는 소비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우선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광고주 노키아’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노키아가 광고주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감동의 정도는 훨씬 강하다. 노키아의 절제된 디마케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실존 인물을 활용한다 : 제이에스티나
우리나라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사례를 보자. 시계로 유명한 로만손은 브리지 주얼리 브랜드인 제이에스티나(J.ESTINA)를 2003년에 런칭했는데, 출시 첫 해 매출이 50억 원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고, 그 후에도 매출은 매년 급증해 2006년 310억 원을 달성, 2006년을 기준으로 하여 우리나라 전체 주얼리 시장의 20~30%를 차지하게 되었다. 매장도 총 55개에 달하는데, 그 중 백화점 매장이 43개에 이른다. 그런데 제이에스티나가 이렇게 큰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브랜드 네임에 얽힌 스토리가 큰 역할을 했다.
제이에스티나라는 브랜드 네임은 이탈리아 공주인 Jovanna(조반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조반나 공주는 이탈리아 사보이 왕가의 셋째 공주로 태어나 훗날 불가리아 보리스 왕의 아내가 된 실존 인물(1907년에 태어나 2000년에 사망). 이렇듯 이탈리아의 공주이자 불가리아의 왕비인 조반나는 제이에스티나의 ‘Neo-Royalty’라는 브랜드 컨셉트와 일치된다. 그리고 사진만으로도 알 수 있는 그녀의 아름다움 역시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브랜드의 뮤즈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만든다.
사실 조반나는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공주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신비로운 이미지까지 만들 수 있었다. 만일 이미 잘 알려진 유럽 황실의 공주를 뮤즈로 했다면 오히려 그 신비로움과 매력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제이에스티나의 모든 제품들은 조반나 공주와 연계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제이에스티나를 대표하며, 가장 기본이 되는 제품인 티아라 컬렉션은 조반나 공주가 쓰는 작은 왕관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2006년에 런칭된 Princess J.ESTINA는 그녀가 실존했던 공주였음을 알리는 제품 라인으로, 그녀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처럼 제이에스티나의 모든 제품들은 조반나 공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었고, 이러한 브랜드 스토리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기존 소설을 활용한다 : 키플링
우리나라 백팩의 인기는 브랜드별로 부침을 거듭했다. 초기에 심플하고 중성적인 이미지의 이스트팩(EastPak)과 잔스포츠(JanSports) 가방이 전성기를 누렸다. 그 후 트래디셔널 체크의 루카스(Lucas) 전성시대가 왔고, 그 다음에는 감성적인 컬러의 키플링 시대가 왔다. 벨기에 브랜드인 키플링(Kipling)은 어떻게 2002년부터 가방 시장을 평정하게 되었을까.
우선, 패션 트렌드가 변했다. 다소 중성적인 이미지의 트래디셔널 트렌드가 감성 캐주얼의 세련된 컬러감, 그리고 디테일의 여성성이 강한 트렌드로 바뀌었던 것이다. 이에 부드러운 컬러감과 소재감을 지닌 키플링의 가방 라인이 감성 캐주얼 소비를 막 시작한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키플링이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이 작용했다.
브랜드 이름 덕분에 스토리텔링 전략이 가능했던 것이다. 유명한 소설 <정글북(Jungle Book)>을 쓴 사람은 바로 러드야드 키플링(Ludyard Kipling). 키플링이라는 가방 브랜드 네임은 이 작가 이름에서 나왔고, 인도의 정글을 배경으로 한 소설 <정글북>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빌려왔다. 이러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키플링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소설에 나오는 원숭이 마스코트를 활용하기도 했다. 키플링의 브랜드 유래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는 원숭이 인형은 모든 가방에 다양한 모습으로 달려 나와 많은 이들에게 재미를 더해 주었다.

아예 소설을 만든다 : 불가리
명품 보석, 시계로 유명한 불가리(BVLGARI)는 유명한 소설가를 섭외해 불가리를 소재로 한 소설을 만들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페이 웰던(Fay Weldon)에게 <불가리 커넥션(The Bulgari Connection)>이라는 소설을 쓰도록 한 것이다. 이 책 표지에는 불가리 목걸이 사진이 나와 있고, 스토리 전개상 불가리 목걸이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이나 기업가의 에피소드를 묶은 전기 형태의 책에 그치지 않고 아예 창작 수준의 스토리 북을 만드는 단계에까지 돌입한 것이다.

와인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 : 샤또 딸보, 샤또 마고
와인 세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여기에 재미있는 스토리를 집어넣은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웰빙 열풍에 힘입어 와인, 특히 레드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매장에서 박스 채 사서 와인을 마치 보약 마시듯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신의 물방울>에 나오는 유명한 와인을 마셔보려고 하는 사람들도 줄을 잇고 있다는 후문.
와인 중에 특히 샤또 딸보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인기는 2002년 월드컵 신화를 일구어낸 히딩크 감독 덕이기도 하다. 2002년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저녁 히딩크 감독은 인터뷰에서 “오늘밤에는 와인 한 잔 마시고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그날 히딩크 감독이 마신 와인이 바로 1998년산 샤또 딸보. 히딩크 감독은 평소에도 샤또 딸보를 즐겨 마신다고 알려져 축구 마니아들에게 샤또 딸보를 홍보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일본 사람들도 와인을 매우 즐기는데 이 중에 프랑스 보르도 마고 지역에서 나오는 샤또 마고를 매우 좋아한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역시 스토리가 기여를 했다. 1997년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영화 <실락원>에 샤또 마고 와인이 등장했던 것이다. 중년의 두 연인이 불륜관계를 맺다가 마침내 호텔에서 동반자살을 하는데 그때 샤또 마고 와인에 독약을 풀어 마시고 자살한 것이다. 이러한 애수에 젖은 스토리가 일본 사람들의 감성을 휘저었고, 이는 다시 샤또 마고 와인에 대한 수요로 연결되었다.
샤또 마고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얽힌 스토리도 있다. 헤밍웨이는 이 와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태어난 손녀에게 마고 헤밍웨이로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마고 헤밍웨이는 나이 40세 경에 자살했다. 이처럼 샤또 마고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그로 인해 그 인기가 더욱 치솟고 있다.

짧은 춤에 스토리를 넣는다 :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우리나라 비보이는 세계적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비보이의 활약은 결코 종전처럼 축제나 행사의 초청공연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고 더욱 다양한 장르로 나아가고 있다. 발레와 비보잉을 스토리로 엮어 만든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비언어극(Non-Verbal Performance)이 그 대표적인 예. 발레밖에 모르던 소녀가 스트리트 댄서들에게 영감을 받아 서로 앙상블을 이룬다는 내용으로, 2005년에 열렸던 프리즈(Freeze) 비보이 공연에 비해 한층 스토리적인 요소가 강화되었다. 이렇듯 기존의 춤에 스토리적인 요소를 집어넣어 전용극장에서 공연을 하니 국내 관람객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크게 몰려들었다. 이처럼 스토리의 파워는 강력하다.

미 프로야구팀 보스턴 레드삭스는 팀 간판선수인 베이브 루스의 혁혁한 공과에 힘입어 1918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그런데 보스턴 레드삭스는 팀 간판이었던 그를 뉴욕 양키스에 헐값에 매각한 뒤 86년 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는데 이를 ‘밤비노의 저주’라 부른다. 밤비노란 이탈리아어로 베이브 루스를 말한다. 그런데 2004년 레드삭스가 드디어 우승하면서 이 저주가 풀렸다고들 말한다. 이 이야기는 그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거론되고, 사람들 입에도 자주 오르내린다. ‘이번 해에는 이 저주가 과연 풀릴까’ 하면서 말이다. 이처럼 스토리는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브랜드에 대한 토크 밸류(Talk Value)를 높여준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의 놀라운 파워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