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2 : Special Edition - Insight, 2007 Ad! ① 소비 트렌드와 커뮤니케이션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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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 ① 소비 트렌드와 커뮤니케이션
 
  요즘 소비자들의 '여섯 가지' 색깔  
양 윤 | 이화여대 심리학전공 교수
yyang@ewha.ac.kr
 
오늘의 소비자를 관찰해 보면 흥미로운 점들을 볼 수 있다. 우선, 다른 무엇보다도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자신을 노출시키는 경향이다. 이러한 자기노출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의미 있는 점들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오늘의 소비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미래의 소비자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점점 두드러지는 '인간 본성' 표출

첫째, 오늘의 소비자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근거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다. 단편적인 예로, 소비자들은 자신의 외모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는 국내 남녀 화장품 시장의 급성장과 더불어 성형·다이어트·운동, 또는 자신의 몸과 관련된 소비에 의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감정에 근거한 소비' 현상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본성'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앞으로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이는 광고에서 이성 소구보다는 감정 소구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한다.
최근에는 소비자심리학에서 감정에 관한 연구가 과거에 비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는 감정을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으로 분리해 양자간의 차이를 연구했지만, 최근에는 긍정적 감정(온정·행복·사랑 등)과 부정적 감정(공포·슬픔·분노 등)의 각 하위 감정 유형에 따른 차이를 연구하는 추세다. 이는 모든 긍정적 감정 유형이나 부정적 감정 유형이 소비자에게 동일한 정보처리, 또는 반응을 유발시키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설득 커뮤니케이션과 관련, 감정의 각 하위 유형의 특성을 파악해 이를 감정 소구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둘째, 오늘의 소비자는 과거에 비해 자신이 타인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관해 관심을 갖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의 행동이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서 적절한가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자신의 행동과 자기표현이 타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에 민감해 대인관계 및 상황 정보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타인의 수용과 평가에 신경을 많이 쓰며, 다른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수정하려고 한다.
과거의 소비자는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적절한지를 말해주는 사회적 상황 정보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과 태도에 근거해 행동을 선택, 조절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경향 변화는 복잡하면서도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과 관련되는 것으로, 어떤 사회심리학자들은 21세기에 적합한 인간 특성으로 '자신을 주변 상황에 맞추어 융통성 있게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에 관한 한 예로, 오늘의 소비자는 외부로 드러나는 자신의 이미지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첫 번째에서 언급한 예와도 부분적으로 관련되는데, 이와 관련해 필자가 경험한 한 예를 보자. 인터뷰를 위해 필자의 연구실로 찾아온 방송국 남자 기자가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상당히 강인해 보이는 인상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필자가 물어보니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너무 딱딱한 사람처럼 보는 듯해 부드럽게 보이게 하기 위해 귀걸이를 했다고 답했다. 입사 면접을 위해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남성들의 성형수술도 아마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주변 사람들을 의식해 자신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려 하는 경향은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준거집단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며, 아울러 설득 커뮤니케이션에서 '제품이나 브랜드의 효용성'보다는 '외부에 드러나는 사회성', '이미지 지향성'을 강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양한 자기 표현, 그러나 한시적

셋째, 오늘의 소비자는 성 정체성을 무시하고 자신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여성의 남성화, 남성의 여성화'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남자답다'는 것이 이제 더 이상 점잖고 강인하며 분석적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남성들도 여성들처럼 허영을 부릴 수 있고, 아기를 키우고 가정을 돌볼 수 있으며, 두려움이나 나약함을 보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여성의 사회진출이 두드러지게 늘었고 이를 통해 경제력 또한 향상되었다. 이제 소비시장에서 여성의 구매력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고, 앞으로 여성이 소비 주체로서 소비시장을 리드해나갈 것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21세기는 지식기반 사회로서, 그 사회의 중심에 여성이 있다”는 어느 미래학자의 말처럼 '여성'이란 단어가 앞으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변화에 근거해볼 때 여성적 감수성과 사고방식에 대한 접근이 광고의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다.
여성적 감수성과 사고방식이란 사고의 다양성, 변화 추구, 과정 중시, 서열 파괴, 다양한 정체성, 감정이입, 배려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경직된 사고, 변화 저항, 목표 중시, 서열 중시, 경직된 정체성, 구조 등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지만, 오늘날은 이러한 관점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여성의 속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남성에 관한 외국영화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능력이 기업활동에서도 매우 중요해질 것이며, 아울러 이러한 관점에서의 변화가 광고에서도 반영돼야 할 것이다.
넷째, 오늘의 소비자는 자신을 다양하면서도 한시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자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지만, 그 표현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다양성 추구 동기'와 '적응 수준'이 결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신을 표현하면서도 그러한 표현에 금방 싫증을 내고,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이러한 경향은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졌고, 아울러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소비환경 또한 다양해졌음을 의미한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자극에 대한 적응이 빨리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제품들의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것도 이를 부분적으로 반영하는데, 이러한 경향은 경제와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앞으로 더욱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며, 광고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광고에서, 특히 일정을 계획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설득 커뮤니케이션과 관련, 소비자가 제품 또는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는 '상징적 상호작용주의'에 근거한 메시지 전략 역시 이러한 흐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소박한 사치'는 기꺼이

다섯째, 오늘의 소비자는 자신을 조금은 사치스럽게 보이도록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신의 능력 안에서 사치를 누림으로써 자기를 보상하려는 경향을 의미하는데, 이는 곧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주는 선물과 같은 것이다. 오늘의 소비자는 일상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소한도로 또는 소규모로 사치스런 소비를 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부분적으로 충족시키고 심신이 새로워짐을 느끼며 짧은 순간이나마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하려 한다. 물론 과거에도 기분전환을 위해 소비를 하고는 했지만, 오늘날은 소비를 통해 단순한 기분전환이 아니라 짧은 순간이지만 진정으로 자신이 왕이나 여왕이 된 기분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다. 고급 와인, 고급 음식, 뮤지컬 또는 오페라의 R석이나 VIP석, 고급 필기구, 고급 목욕 및 미용용품 등과 같은 여러 고급 소비재들이 소박한 사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본주의 심리학자인 매슬로우(Maslow)의 욕구위계론에 근거해볼 때, 인간의 욕구는 상위지향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소박한 사치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소비자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광고에서도 이 점이 하나의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섯째, 오늘의 소비자는 자신만의 세계를 숨기지 않고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타인과 구분되는 '나'라는 인격체를 중시하면서, 남들로부터도 이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N세대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신세대들은 자기 분석적이며 자부심이 강하고 자기 자신을 알고 자기 자신을 분명하게 밝히려고 하며, 선택의 기회를 많이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오죽하면 신세대는 '무지개 색깔도 자기가 선택하고 싶어한다'고 할까.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광고뿐만 아니라 많은 산업들이 더욱 개인 위주로 변화하며 개인들의 특정한 필요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각 소비자의 구매행위를 모니터링하고 입력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에 근거해 개인의 중요한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광고의 경우 인터넷 상에서 개인적 관심과 개성을 반영하는 개인 맞춤형 광고가 등장할 것으로도 예상할 수 있다. 아울러 신세대를 위한 설득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나'라는 존재의 부각이 두드러져야 할 것이다. 신세대는 '화려한 기술'보다는 '다양한 기능'을 중시하는데, 이는 이들이 요구하는 선택권 때문이며, 이들이 새로운 디지털 제품을 다루는 것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알 수 있다. 즉 신세대는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며, 기술을 이용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신세대를 위한 설득 커뮤니케이션에서 기능의 다양성을 어떻게 드러내 강조할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 언급한 자기 노출에 근거한 소비경향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몇 가지 현상들을 관찰할 수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동호회와 같은 '공동체를 통한 소비' 현상이다. 공동체 현상은 가치관과 신념이 같거나 관심사가 일치하는 소비자들이 서로 어울려 안락함과 든든함을 느끼려는 경향을 반영한다. 이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지만(대학 내의 동아리, 조직체 내의 비공식 집단 등), 오늘날 인터넷의 보급으로 파급 효과가 더 커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사회적 접촉을 필요로 하며 또한 갈망한다. 인간은 함께 있음으로 해서 서로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도 하며,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함으로써 삶의 활력을 높이기도 한다. 특히 시대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또는 불안감이 커질수록 인간은 더욱 더 같이 있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공동체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간의 삶 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며, 더욱 더 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아울러 공동체 현상을 통한 공동체 소비(공동 구매, 공동 주거 등)는 소비의 또 다른 차원을 형성할 것이다. 따라서 광고에서 공동체 소비가 하나의 주제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 소비자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메시지 전략에서 중요해질 것이다.

 

'소비자·제품·상황 요인'의 상호 관련성 읽어야

또 다른 소비현상은 노스탤지어(Nostalgia), 즉 '복고풍' 또는 '향수'에 관한 것이다. 인간의 기억 속에는 과거 좋았던 또는 즐거웠던 날들과 관계 있는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이러한 향수는 인간의 사고과정과 감정에 영향을 준다. 소비자 연구가인 솔로몬(Solomon)에 의하면, 비슷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은 대략 같은 시대에서 인생의 중요한 변화를 함께 했으므로 그들에게 소구하기 위해 활용되는 가치와 상징들은 강력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노스탤지어는 시대 변화와 상관없이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영향을 줄 것이며,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변함없이 이끌어낼 것이다. 따라서 복고풍에 근거한 전략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연령대별로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가치와 상징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경향들 이외에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웰빙 및 건강 장수 경향, 스트레스와 무료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가벼운 모험을 통해 흥분과 자극을 즐기려는 경향, 그리고 고령화에 맞서 젊음의 상징을 추구하려는 젊어지기 경향 등 여러 소비 경향들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다양한 소비 경향들은 소비자, 제품 및 상황요인이 결합된 3차원 패러다임에서 그 의미가 극대화될 것이기에 이 세 가지 요인간의 상호 관련성을 정확히 파악, 이해하는 것이 소비자와 광고연구 및 실무에서 중요할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