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2 : Culture&Issue - 올해에는 사랑하세요, '진짜 사랑'을 하세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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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Issue
 
  올해에는 사랑하세요, ‘진짜 사랑’을 하세요!  
정 성 욱 | 영상사업팀 대리
swchung@lgad.co.kr



얼마 전 TV의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즐겁게 망해가고’ 있는 한국 음악계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가운데 인풋(In Put)이 말라 가는 실정에서 아웃풋(Out Put)도 점점 시들어왔고, 결국 지금 사망 일보직전의 총체적 난국이 도래했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에는 어떤 가수가 10%를 밑도는 자신의 연말공연 예매율을 보며 “대한민국 공연시장 붕괴”라며 개탄한 바도 있다.

대가를 지불하기 싫어하는 ‘가짜사랑’들…

돌이켜 보면 많은 공연 및 오락 형태들이 망하고 붕괴해왔다. 예전에는 원판의 양면에 각각 다른 그림을 그려놓고 빠르게 돌리거나, 원통에 날아가는 새의 연속 동작을 그려 5초간의 비행동작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눈 먼 돈’을 뺏을 수 있는 시절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활동사진’이 나오면서 망해버렸다. 그보다 더 먼 옛날에는 기독교인들을 운동장 한가운데에 풀어놓고 사자들이 잡아먹게 하는 ‘라이브쇼’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자기 월 소득의 5분의 1을 기꺼이 지불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기독교인들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자연스럽게 결혼 안 하고 홀로 사는 여인을 묶어 불에 태우는 ‘무료 라이브쇼’로 바뀌어버렸다. 물론 이 역시 여자들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렸고…. 20세기의 예는 그보다 훨씬 많다. 1960년대, 냄새를 피우는 극장영화의 형태인 ‘오도라마’라는 것이 있었지만 기술상의 문제와 관람객들의 취향 문제로 사라져버렸다. 1990년대 후반 버튼이 달린 콘솔로 영화의 내용을 결정하는 (관객들의 다수결로) 극장상영용 ‘인터랙티브 무비’라는 신 장르가 등장했었으나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20세기의 절반을 지배했던 음악매체는 LP였지만, 이제 LP로 신규 음반을 내는 음악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듯 지금 현재 우리와 친숙한 오락거리와 예술형태가 100년 후, 200년 후에도 그대로 있을 것이라는 장담을 하긴 힘들다는 이야기다. 아니 꼬리에 불붙은 개처럼 질주하는 요즘의 세계라면 10년 후의 이야기도 장담할 수 없다.
사람들에게는 점점 더 많은 오락의 형태가 주어지고 있고, 결국 그 선택권을 놓고 내용의 경쟁을 넘어서 매체나 형식의 경쟁으로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쉽게 말해 TV는 타 방송사와의 드라마 경쟁을 넘어서 온라인 게임과의 경쟁도 고려해야만 하는 시대다.
그런 오락거리들의 정글 속에서 선택받지 못하는 매체들은 도태되어가게 마련이다. 선택은 ‘사랑’이고 ‘관심’이다. ‘사랑 받지 못하는 자 존재가치 없음’이다. 비틀즈의 <Can’t Buy Me Love>라는 곡은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외치지만, 자본주의사회인의 최소단위인 소비자로서 사랑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소비’에 있다.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도태되어버린 양식과 형태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빼빼 말라 죽어버린 것들이다. 사람들이 ‘사주지 않았던 것’들이다.
온라인 문화의 팽창기인 현재를 돌아보며 후대의 역사가들은 아마도 ‘가짜사랑’의 시기였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범람하는 포르노가 상징하듯, 사람들은 제로에 가까운 대가를 지불하고 욕망과 갈증을 해소하는 방법을 손에 넣은 것이다. 듣고 싶은 음악이나 영화는 P2P로 얻으면 된다고 믿는 상황이며, 농부에게 제값을 주고 사는 것보다는 도둑에게 100분의 1의 가격을 주고 사는 것이 효율이고 합리이며 정도(正道)로 인정받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나는 음악이 좋아, 영화가 좋아”하면서 사실은 대가 없이 받기만 하는 사랑, 대가를 지불하기 귀찮아하는 ‘가짜사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가요계가 10대 위주가 되어버렸고 외모가 음악성을 앞선다고 개탄하지만, 그건 당연하다. 10대 만큼의 사랑을 베풀지도 않고 음악성이 있는 가수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도 않은 사람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 사랑 받은 만큼 크는 것은 일반상식이고 수학공식이고 필연이다.

문화를 사랑하는 ‘두 가지’ 방법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이제까지 많은 형태의 문화와 오락거리들을 소개해왔다. ‘음악과 영화를 비롯해 우리 문화 속 여러 가지 즐거움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 동안 그것들을 소개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즐거웠다’고, 먼저 말을 이렇게 꺼내는 것은 ‘좀더 심한 이야기’를 할 준비…… 그러니까 한마디로, ‘제대로 된 값을 지불할 만큼 자신도 열의도 의지도 없는 분들은 제발 신경 꺼주시기 바란다’는 이야기다. 옷 사고 차 사고 짝 짓기 하고 애 낳고 학원 보내고 집 사느라 여유도 없고 바쁘신 분들이 음악이나 영화나 공연 같은 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서 귀중한 돈 아끼시는 것일 텐데, 뭐 하러 시간까지 투자해가면서 절도행위, 구걸행위까지 저지르시냐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1000원짜리 복제영화 사시는 분들, 불법음원 다운로드하시는 분들께서 최소한 ‘문화’라는 것을 ‘외면’만 해주신다면 차라리 그런 암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텐데, 어설프게 관심 가져주시는 바람에 문제가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 일반 소비자들의 양식만을 따지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지하철역 남자화장실의 지린내를 없애기 위해 사람들에게 수십 년 간 ‘물 좀 내리라’고 소리질러도 소용없었는데 모션 감지 자동세척장치가 나오고 나서는 많이 깨끗해진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소비자는 ‘효율’을 ‘양식’이나 ‘명분’ 앞에 놓고 생각한다. 게으르고 욕심 많은 존재를 상대로 제대로 사랑받기 위한 판을 짜는 것 역시 예술이나 오락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할 숙제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따금 생각 드는 것은 절도에 대해서 절도인 줄 모르는 사람들의 뻔뻔함과 몰상식함이랄까. 올해부터는 제발 사랑하려면 진짜로 하고, 아니면 그냥 외면해줄 수 있는 명랑하고 즐거운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이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