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2 : Ad Scope - 광고에 대한 오해 혹은 진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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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에 대한 오해 혹은 진실
김 성 호 | <광고계동향> 기자
shkim@ad.co.kr
 

11월. 유난히도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아직 눈발 한번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 2006년이 이제 두어 달도 안 남았건만, 한 해를 갈무리해야 할 때라는 사실이 마치 남 얘기 같다. 마음만은, 지면으로나마 잘근잘근 한 해의 기억들을 곱씹어 보고자 하였으나, 되새김질만 한참 하다 올해 기억나는 장면들을 엮어 보기로 했다.

“학생이 광고를 알면 배은망덕해진다”

광고에 대한 정의는 수도 없이 많고,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늘 광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내가 듣고 알고 있는 광고에 대한 설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는, ‘광고는 남기기의 미학’이라는 어느 프로덕션 대표의 말, 그리고 ‘Truth Well Told(잘 말해진 진실)’라는 어느 다국적 광고회사의 모토다.
“어떤 사람하고 선을 보는 그 짧은 순간에 내가 그 사람에게 무언가 남겨야 하잖아요. 만약 내가 부자라고 해도 잘난 척하며 돈 많다는 걸 과시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싫어하죠. 겸손한 척하면서 슬쩍 시계를 내비친다든지 지갑을 떨어뜨린다든지 여러 방법으로 눈치채게 할 수 있겠죠. 제품 광고도 마찬가지예요. 무언가를 남겨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가장 드라마틱하고 효과적으로 남길 것인지가 관건이죠. 그게 광고예요. 남기기의 미학.”
남기기의 미학이 광고라면, ‘Truth Well Told’라는 모토는 광고가 남겨야 할 것은 ‘Truth’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Truth Well Told’라는 말에서 방점을 찍어야 할 부분은 ‘잘 말해진’이다.
올 4월 개최된 한국광고학회 춘계 광고학술심포지엄에서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이미지 정립을 위한 광고의 역할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김동현 한국광고단체연합회 부회장은 “광고가 국가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역할에 비해 초중고 교과서의 경우 광고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만을 고착시키고 있다”며, “광고업계 및 학계가 산학 연계프로그램으로서 AIE(Advertising In Education)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일반인에 대한 이미지 개선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미나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발표 중에 교과서에 들어있는 광고에 대한 부정적 설명 사례를 읽을 때였다.
‘광고로부터 삶의 방법을 배운 학생은 배은망덕하기 십상이다’라는 우리 교과서의 한 구절을 읽어주었을 때 세미나에 참석한 좌중은 뒤로 넘어질 듯했고, 짧은 경련마저 일으켰다. ‘외국인을 모델로 한 광고가 외제를 선호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는 예문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는 약 십여 년 전, 광고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일련의 반박(?) 광고를 통해 ‘광고가 저질상품의 판매를 돕는 것이 아니며 그 상품이 저질상품임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아마도 광고가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대·과장·현혹’이라는 자극적인 말들이 광고를 소비자로부터 멀리하게 하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진실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잘 말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광고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광고는 꽃이요 힘이다”

올 상반기에는 광고수수료 지급방식 변경이 이슈가 되었다면, 하반기에는 ‘광고진흥을 위한 법률안’이 광고계 이슈로 떠올랐다. 광고산업진흥을 위한 법 제정 논의의 출발점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광고업계는 ‘광고산업의 진흥을 꾀한다면 법을 제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바른 길’이라며 반대했는데, 이는 법 제정이 제도권에 의해 추진된다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올해 9월에는 공청회도 개최되었다. 광고산업진흥을 위한 법률 마련이 늦은 감이 있다는 입장도 있었고, 규제의 과도함과 조문 상의 모순점들로 입법 취지의 타당성과 입법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입장도 있었다.
두 개의 상반된 장면이 머리를 스친다. 본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 공청회에서 보여준 열의에 찬 모습, 그리고 또 하나의 장면은 몇 년 전 동일한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의 어느 노교수의 모습이다. 그 노교수는 주제발표자의 발표를 끊고 벌떡 일어나 격앙된 목소리로 업계 발전을 위한 길인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광고는 현업 광고인들의 손을 떠나면 비즈니스가 된다. 난해한 비즈니스. 갑자기 언론 관련 노조의 장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 기관의 해체를 막기 위해 FTA 협상내용을 밝히라고 피켓 시위하는 장면도 떠오른다.
아시아 태평양 광고제 기간에 함께 개최되는 영 로터스 워크숍에 올해 한국을 대표해 참가한 두 사람이 PT를 통해 ‘Young Lotus of The Year’를 수상했다. 영 로터스 워크숍은 아시아 지역 30세 이하 젊은 광고인들이 피 튀기게 아이디어를 경쟁하며, 피처럼 뜨거운 우정을 나누는 행사. ‘KOREA’라고 호명되는 소리가 들리고, 우리 젊은 광고인들이 상을 치켜드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들을 귀국 후 다시 만나 인터뷰하게 되었다.
“돌아오니까 책상 위에 우리 회사에서 뽑을 수 있는 가장 큰 사이즈로 플래카드를 붙여놓았더라고요(그러면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거기서도 1등 했다고 전화했었는데, 팀장님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가기 전에 어머니께 광고제에 간다고 말씀드리긴 했는데, 그 후 상을 탔다는 말씀은 드리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께 전화가 왔어요. 놀라셨나봐요. 운동 하시다가 신문에 난 걸 보셨대요. 일간지에 아들 사진이 큼직하게 나왔으니 뭔지 잘 모르시다가 아들이 굉장한 일을 한 건가 생각하신 거죠.”

광고인이 ‘광고인이라서’ 자랑스러운 일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한 광고회사 대표는 “광고인은 사회적으로 칭찬 받고 격려 받아야 하며, 광고산업은 사회적으로 오해나 오인을 받아서는 안 되고 오히려 활성화시켜야 할 산업”이라고 했다. 또 어느 학자는 말한다. “광고는 꽃인가, 광고를 자본주의의 꽃이라 칭한다. 광고는 촉매제인가, 광고는 국가경제 활성화의 촉매제라 일컬어진다. 광고는 정보인가, 광고는 소비자에게 의도적으로 주어지는, 그러나 정확하게 제공되어야 할 정보라고 불린다. 광고는 힘인가, 그렇다, 광고는 힘이다.”
광고는 꽃이고 촉매제이며, 힘이 되는 2007년을 기대한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