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모 광고회사의 미디어 플래너 이대리. 이대리의 광고주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매월 Monthly Report를 쓰고, 1개월간의 광고집행 결과와 효과를 분석해 보고하고 있지만, 왠지 조금 부족해 보인다. 이대리는 곰곰이 생각해본다. TV와 동일한 소재로 집행되는 인터넷·라디오·옥외매체 효과를 통합적으로 광고주에게 보고할 수는 없을까?
# 사례 2
모 회사의 브랜드 매니저인 김과장. 김과장은 지난해 미디어 에이전시가 마음에 들지 않아 PT를 통해 미디어 에이전시를 교체했다. 이 에이전시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미디어 믹스를 제안했고, 그에 따라 광고를 집행했다. 이후 매출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과연 정말로 미디어 에이전시가 잘해서 매출이 늘어난 것일까?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로는 위의 질문에 시원스럽게 답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유는 지난 호 글에서도 말했듯이 멀티미디어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싱글 소스 데이터를 통한 Holistic Approach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대리와 김과장의 궁금증은 당장은 해결되기 힘들 듯하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Don E. Schultz 교수를 비롯한 세 명의 교수가 소개한 SIMM 데이터를 활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ESOMAR의 두 번째 주제인 ‘Holistic Approach는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변을 해준 영국 IPA (Institute of Practitioners in Advertising)의 ‘TouchPoints Initiative’, 그리고 미국의 P&G를 비롯한 몇몇 광고주와 ACNielsen·Arbitron이 시행했던 ‘Project Apollo’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IPA의 TouchPoints Initiative
IPA는 영국 내의 마케팅·광고·미디어 에이전시의 연합단체 겸 전문 교육기관으로, IPA 소속 단체들이 영국 광고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을 정도로 영향력을 지녔다. 그런데 2003년 초, 주요 미디어 에이전시의 CEO로 구성되어 중요한 미디어 정책을 결정하는 IPA Media Futures Group은 현재의 미디어 조사방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불만의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금과 같은 멀티미디어 시대에 모든 광고 미디어 관련 지표들이 싱글 미디어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둘째, 돈 문제다. 현재 미디어 조사비용으로 계약된 금액만 541억 원이고, 이 중 10% 정도를 대행사가 부담하고 있다. 셋째, 이런 큰 돈으로 미디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지표들을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는 것 등이다.
이에 IPA Media Future Group은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조사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모든 회원들을 통해 미래에 어떠한 조사방식 및 툴(Tool)이 개발되면 좋을지를 알아보기도 했다.
그동안 영국에서는 BARB·NRS 등의 싱글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지속되어 왔다. 이들은 멀티미디어 환경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각각의 개별 미디어에 대해서는 오디언스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IPA는 각각의 조사자료를 활용하고 또한 이들을 통합할 수 있도록 허브 조사를 실시해 얻고자 하는 데이터와 툴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이를 ‘TouchPoints Initiative’로 명명했다.
이러한 TouchPoints Initiative는 2단계의 과정, 즉 ‘허브 조사 만들기(TNS Media에서 실시)’ → ‘다른 조사 DB를 허브 조사 데이터에 연결하기(RSMB Research 실시)’를 거치게 된다.
먼저, 허브 조사에는 PDA와 설문지가 모두 사용되었다. PDA는 자료의 입력이 지연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모니터할 수 있고, 데이터 퀄리티 또한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PDA를 통해 패널들은 30분 단위로 다음과 같은 것을 기록했다.
- 커뮤니케이션 : 말하기·e-mail 보내기·글 쓰기
- 라디오 청취 : 방송국
- TV 시청 : 채널·비디오/DVD·게임·프로그램 장르
- 인쇄매체 열독 : 신문 제목·잡지 장르·책
- 인터넷 : 사이트 장르·정보 검색·e-mail·업무
다음, TouchPoints의 두 번째 단계는 이렇게 모여진 데이터를 기존의 다른 조사결과들과 통합하고, 멀티미디어 플래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전에도 이러한 데이터의 통합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허브 조사가 있음으로 인해 좀더 차별적이고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게 된다.
이 통합된 미디어 플래닝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 광고를 집행했을 경우의 Reach와 Frequency를 분석하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BARB의 데이터를 통해 TV에서의 Reach와 Frequency를 분석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미디어를 통한 같은 광고물의 노출까지 고려한 Reach와 Frequency는 파악하기가 어려웠었는데, TouchPoints가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TouchPoints Initiative는 아직 100% 완성되지는 못했다. ESOMAR WM3에서의 발표 당시, 이 시스템이 갖춰지기는 했으나 아직 테스트를 거쳐야 하고 또한 더 장기간의 데이터 축적이 이루어져야 진정 의미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자들은 밝혔다. 그런데 향후 TouchPoints Initiative가 완성된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가능해질 것이다.
- 미디어 플래닝의 처음 단계부터 모든 미디어 채널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
- 각각의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을 소비자들은 어떻게 따로 또는 같이 활용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 제공
- 여러 미디어를 활용한 광고 캠페인의 미디어 믹스에 대한 사후 평가
- 비교가 불가능했던 각각의 미디어 데이터들을 통합하는 허브의 역할
- 소비자와 광고주 간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에 대한 더 많은 이해
마지막으로 발표자들은 DB가 아무리 크고 많다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미디어 플래너의 명확한 생각이 없으면 이런 데이터도 단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충고를 던졌다.
Project Apollo
TouchPoints Initiative는 대행사 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시행된 프로젝트였으므로 광고회사, 특히 미디어 부문을 주축으로 조사가 진행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와 연결된 광고주의 ROI를 알아내기보다는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최적의 미디어 믹스를 찾는 것과 그에 대한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반해 Project Apollo는 P&G를 중심으로 한 광고주가 중심이 되어 마케터들의 관점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렇듯 마케터의 시각으로 바라보다 보니 ‘전체 ROI에서 광고가 기여하는 정도를 계량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에서 본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Project Apollo에는 P&G를 비롯해 Kraft·Pepsi·Pfizer·SC Johnson·Unilever 등의 광고주가 스폰서로 참여했다. 그리고 조사회사 중에서 미디어 조사에 경험이 많은 Arbitron과 ACNielsen이 참여했다.
소비자의 미디어 관련 조사에는 Portable People Meter(이하 PPM)가 사용되었다. PPM은 Arbitron에서 특허를 가지고 있는 휴대용 기기로, 패널들에게 전달되어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패널들이 충전기에 꼽으면 자동으로 다운로드된다.
소비자의 구매 정보는 ACNielsen의 Homescan을 통해 수집되었다. 이 작은 기기를 통해 구매 일자, 구매 장소, 사용 카드, 제품의 수와 설명(패키지 사이즈, 맛, 스타일을 포함하여 제품 코드를 통해 알 수 있는 모든 정보) 등이 입력된다. 또 패널들은 가격, 쿠폰 사용 여부, 그리고 그 날의 구매 총액에 대해 기록한다.
이 두 가지 기기를 통한 데이터 수집 외에 잡지와 신문에 대해서는 열독률 조사가 별도로 실시되었다. 하지만 인터넷·POP·옥외광고·DM 등의 매체에 대한 조사는 아직 실시되지 않았다. Project Apollo 팀은 이에 대해 추후 관련 회사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 매체들을 추가할 것이며, 이 매체들도 역시 PPM을 통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렇게 조사된 자료는 마케터에게 어떠한 가치가 있을까? Project Apollo팀은 이 결과들이 플래닝에서 페이오프(Payoff)에 이르는 7단계 전반에 걸쳐 그 가치가 입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의 플래닝 → 페이오프 사이클은 브랜드와 미디어의 정보를 기초로 세워진 것이다. 전통적으로 여러 가지 미디어와 각종 마케팅 조사들은 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왔는데, Project Apollo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러한 단계의 이해를 돕는 것 뿐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알려주게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사이클의 모든 단계에서 마케터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성별·연령 등의 기초적인 인구통계학적 자료는 물론이고, 멀티미디어의 이용행태나 이와 접촉 후의 실제 구매행동까지도 파악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Project Apollo는 인구통계학적 데이터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 타기팅을 가능하게 해준다. 실제로 Project Apollo팀이 보여준 사례에서,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기준으로 선택한 비히클(Vehicle)과 Apollo 데이터를 기준으로 선택한 비히클 간에 차이가 많았다.
Project Apollo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광고주가 중심이 되어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판매와 연관된 ROI 조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ROI의 관점에서 타깃을 새로 정의할 수도 있다. 또한 구매자들이 실제로 광고에 노출되었는지 아닌지도 알아볼 수가 있다.
ROI와 관련한 두 번째 활용 방안은 평소 우리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미디어 플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평소에 경쟁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GRPs 비중을 높이게 되면 구매전환(Brand Switch)이 더 많이 일어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영국과 미국에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멀티미디어 환경과 광고주의 다양한 니즈에 따라 여러 가지 데이터의 통합 및 새로운 조사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물론 그들도 밝혔듯이 아직 초기단계라 더 긴 시간 동안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고, 또한 아직 측정되지 않는 미디어나 소비자의 행동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것을 매년, 아니 매달 보완해 나갈 것이며, 그것을 새로운 미디어 플래닝의 패러다임에 적용할 것이다.
이러한 얘기는 더 이상 남의 얘기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DMB와 HSDPA, 그리고 Wibro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정도로 그 어느 나라보다도 뉴미디어가 발달되어 있다. 또한 광고주의 니즈가 더 다양해지고, 깊이도 더 깊어지고 있으며, 광고회사들도 세계의 여러 유수 광고회사와의 교류를 통해 선진 기법을 받아들이고 있다.
LG애드 미디어전략연구소에서도 광고주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선진 미디어 플래닝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해외의 선진 사례들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은 시기에 소비자와 미디어간의 숨은 연(緣)을 캐낼 것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