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0 : It's Good! - Kenneth Col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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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Good!_Kenneth Cole
 
  ‘한마디로 할 말 다하기’  
김원규 | communications Of Course 대표
wkkim@ofcourse.co.kr

케네스콜(Kenneth Cole)의 창업 과정은 지금도 하나의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패션을 전공한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케네스콜은 희망이자, 롤 모델(Role Model)이기도 하다.
창업자 케네스콜은 신발 제조회사를 하고 있는 아버지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패션 디자이너를 꿈꿔왔던 그는 처음엔 단지 ‘창업할 자금이 없어서’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 일을 했다. 그의 꿈은 신발회사를 창업하는 것이었는데, 다른 창업자들이 처음엔 성공하는 듯하다가 무너지는 과정들을 보면서 그 원인이 자금의 악순환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그 대책을 연구했다.
그는 미국 은행들이 신용이 없는 햇병아리 디자이너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라 결론짓고 다른 방안을 모색한 끝에 유럽의 유명 공장들과 긴밀한 사업적 유대관계를 쌓아나가 마침내 그곳에서 그가 원하는 신발들을 생산하여 미국시장에 팔 수 있었다.

‘길거리 패션’이 미국의 자존심으로

그가 눈여겨본 것은 뉴요커들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웬만한 뉴요커들은 비싼 주차비 때문에 시내에는 차를 가지고 다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면서 많이 걷는 편이다. 그런데 뉴욕의 보도 블록들은 울퉁불퉁해서 구두 밑바닥이 견뎌내질 못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뉴요커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기존 제품과의 접점에서 찾아낸 컨슈머 인사이트, 그것은 바로 ‘밑창이 튼튼한 구두.’ 그는 윗 부분은 어떤 구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패션 감각을 살리되, 밑창은 스포츠화처럼 튼튼한 소재의 구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일사천리. 그러나 판로가 문제였다. 자금의 절대적 부족과 기존 디자이너들의 냉대 속에서 유통망을 확보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이에 그의 선택은 길거리에 직접 나가 팔아 보자는 과감한 결단. 그는 트럭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대형 트레일러를 빌려 구두와 벨트를 싣고 맨해튼의 중심인 힐튼호텔 옆 도로에 좌판을 펼쳤다.
하지만 또 문제가 있었다. 뉴욕은 도로가 좁기 때문에 트레일러를 장시간 주차하려면 시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데, 장사를 목적으로 한 장시간 주차는 허가가 나지 않았다. 다만 영화나 광고촬영, 그리고 AT&T와 같은 시설 회사만 가능하다는 시청 담당자의 말에 그는 뭔가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그가 낸 아이디어는 실로 기발하거나 영리한(?) 것이었다. 그는 회사 이름을 ‘Kenneth Cole Inc’에서 ‘Kenneth Cole Productions’으로 바꾸고, 시청에는 ‘신발 회사의 탄생’이라는 홍보물을 상영하겠다고 속이고(?) 허가서를 신청했다. 마침내 그의 기대대로 허가서가 나왔고, 그는 트레일러 양면에 ‘Kenneth Cole Productions’이라고 페인트 칠을 한 채 장사를 시작했는데, 판매고는 이틀만에 무려 4만여 켤레! 뉴요커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제품이 나왔다고 흥분했으며, 입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케네스콜은 단숨에 하나의 패션 코드로 떠올랐다.
하지만 자기 이름의 패션회사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지닌 그가 여기에 만족했을까? 그는 여세를 몰아 매년 봄 뉴욕에서 일주일 동안 열리는 ‘패션계의 엑스포’라고 할 수 있는 ‘Fashion Week’에 전시하고자 사무국을 노크했다. 그러나 반응은 냉담했다. ‘길거리 장사꾼의 제품을 전시할 수 없다’고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만 것이다.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전시가 열리는 곳 맞은 편에 트레일러를 끌고 가 전시 및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많은 바이어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는데, 이 해프닝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한 젊은 디자이너를 성공가도로 이끄는 쾌속정 역할을 해주었다.
이렇듯 철저한 준비, 과감한 결단과 실천을 밑거름 삼아 출발한 케네스콜은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그 아이템도 신발에서 핸드백·시계는 물론 남녀 패션으로 확대해 주가를 올리고 있다.
마케팅 학자들은 그 성장배경을 ‘열린 경영 방식’과 ‘수평적 관계’에서 찾고 있다. 케네스콜은 사무실 크기도 같고, 직원들끼리 서로 이름을 부르며, 의사결정도 그 어느 회사보다 빠르게 이루어진다. 팀 단위로 의사결정을 하면 그것이 곧 회사 전체의 의사가 되며, 한 번 결정된 사항은 강력하게 추진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타깃을 세분화해 공략하는 것이 특징. 35세 이상 고객을 겨냥한 ‘Kenneth Cole NEW YORK’, 25~35세를 위한 ‘Kenneth Cole Reaction’, 그리고 15~25세 젊은층은 ‘Kenneth Cole Unlisted’ 등 타깃 세분화 전략으로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좌뇌와 우뇌의 경계를 넘나든 크리에이티브

케네스콜의 광고를 보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일종의 ‘의견광고’ 스타일임을 알 수 있다. 그때그때 사회적 이슈가 되는 소재들을 선택해 케네스콜의 이름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독특한 광고를 전개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철저하게 제품의 이미지 제고나 제품 판매를 유도하는, 고도의 전술적 차원의 카피가 던져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 광고들을 보고 함께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흥분하면서 자연스럽게 케네스콜의 편이 되어 가는 것이다.



<광고 1~2>는 재치 있는 카피가 강압적이지 않지만 제품을 은근히 돋보이게 하고 있다.
구두를 팔기 위해서 뉴욕의 러시아워 장면을 보여주고, 가방을 알리기 위해서 은행과 비교하고 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맞지 않는 듯하지만, 어찌 광고를 머리로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냥 한번 봐서 느낌으로 오는 그런 광고가 요즘처럼 복잡한 시대에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꽉 막혀 있는 자동차보다 걸을 수 있는 교통수단(?), 즉 구두가 더 낫다고 하면서, 이어지는 광고에서는 현금을 보관하는 안전한 방법이 자기네 가방이라고 은근히 자랑하고 있다.



<광고 3>은 부러 어법에 맞지 않게 카피를 구사하지만 뜻은 통하게 하는 절묘함으로 다가온다. ‘우리들이 지구를 살리지는 못할지라도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액세서리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여기에서 ‘heel’은 사실 ‘heal’로 바꿔야 맞지만 제품의 특성을 살려 단어를 살짝 바꿔치기한 것이다. 읽으면서 처음엔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뜻은 통하면서 왜 바꿔 놓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기에 바로 제품을 연상하게 하는 힘이 있어 보인다.



<광고 4>는 자사 제품의 일부를 보여주면서 전체를 묶을 수 있는 방법을 카피에서 찾고 있다.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현재보다 더 많은 액세서리다.’
우리는 광고주로부터 “예산도 없으니 모든 제품을 묶어서 하나의 광고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을 때가 있다. 이때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인상부터 쓰게 되는데, 이 광고에서는 재치 있는 카피라이터 덕분에 무미건조했을 법한 광고가 재미있게 살아나고 있다.



<광고 5>는 마치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포스터처럼 보인다. ‘우리는 예술과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나 벌거벗은 발에 대해서는 결코 인정할 수가 없다.’
카피를 읽어보면 이 광고의 노림수와 목표가 훤히 드러나고 있다.



<광고 6>은 포춘쿠키(Fortune Cookie)의 메시지 형태를 이용해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고 있다. ‘현재 우리의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부자에 비해 집 없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사회 소외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할 때라고 말하는 듯한데, 시계를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광고 7>을 보면 ‘CLOTHES MINDED’라는 카피가 나오는데, 이는 ‘Closed-minded’의 의도된 실수로 보인다. 자사의 옷을 알리기 위해 비슷하게 발음되는 단어를 교묘하게 이용, 광고의 재미성과 함께 주목도를 높인 것이다. ‘우리는 현재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를 논쟁 삼아 광고로 만들고자 했으나 옹졸한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



<광고 8>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제작된 것으로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꼬집고 있다. ‘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할 말은 다하는’ 그런 스타일의 광고다. ‘우리는 사람들이 침실보다 채팅 방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자 했으나 옹졸한 자세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광고 9~11>은 같은 카피 플랫폼으로 전개하고 있는데, 주장하는 메시지는 사회 문제에서 세계 평화 문제까지 거창하지만 하나 같이 절제된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 투표 참여를 권유하고 여성의 존재에 대한 존귀함을 이야기하거나, 가을을 위한 액세서리로서 안전을 논하고 중동평화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와 이야깃거리를 다루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메시지의 중심에 제품이 존재하게 하는 고도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광고12~14>는 상당히 단호한 어조의 카피로 구성되어 있는 시리즈인데, 마치 제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착용하라는 명령처럼 느껴지게 한다. ‘갖기 싫은 게 아니라면 그것을 입어라!’ ‘나를 닳도록 입어라!’ ‘무엇인가 보이지 않을 때 당신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특히 중의적인 카피 구조로 되어 있어 타깃들에게 묘한 뉘앙스를 갖게 하고 있다.



<광고 15>는 멀티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광고도 카피가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당신은 우리 옷을 입고 있는가?’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당신은 우리를 속이고 있는가?’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이중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둘 다 제품에 대한 칭찬으로 들리는 것은 의도된 계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광고는 <광고 16~17>로 연결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신이 이 광고를 읽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에이즈에 감염되었을 것이다. 당신은 우리 옷을 입고 있는가?’ ‘미국 내 자녀를 키우는 집의 40%가 권총을 몰래 소지하고 있으며, 87%의 어린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한다. 당신은 우리 옷을 입고 있는가?’ ‘우리는 꾸준히 지적인 생명체를 발굴하기 위해 매번 시도한다. 그것을 우리는 선거라고 한다. 당신은 우리 옷을 입고 있는가?’
진지한 사회 문제들을 들고 나와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티 나지 않게 제품을 팔고 있다.

의견광고 형식의 감성마케팅 주효

케네스콜 광고를 보면서 같은 듯 다른 브랜드 하나가 떠오른다. 바로 베네통이다.
베네통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소재들을 발굴해 브랜드를 단숨에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성공했다. 충격적인 소재들로 세계의 젊은이들을 포로로 삼는 데 성공하며 엄청난 결과를 나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공과는 정반대로 상당한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실제 사형수를 모델로 한 광고나 보스니아전쟁에서 희생된 병사의 광고 등은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아무 대안도 없이 무책임하다는 비판과 함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런 여파로 미국의 시어스(Sears)백화점이 베네통 전 매장을 철수하게 하는 등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똑같이 사회적 주제를 활용한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케네스콜은 그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거두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케네스콜은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소재들을 광고로 활용하지만, 베네통처럼 극단의 방법이나 선정성을 피하는 대신 소비자들의 가슴을 두드리는 감성마케팅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카피에서 주장하는 것이나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의도성은 분명하되, 베네통의 그것과는 달리 순화되고 정제된 표현 방식을 택했다. 또 비주얼에 있어서도 자극적이거나 임팩트 있는 기법 대신에 편하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 광고의 신뢰도를 높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케네스콜 광고를 성공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건 그러한 사회적 논란의 소재나 계도성 메시지를 철저하게 제품과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광고와 제품이 따로따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련성을 가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함과 동시에 공감대를 이룰 수 있게 함으로써 성공하게 된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