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0 : Global View - 영국 - Highstreet 의류 브랜드들의 성장과 마케팅 전략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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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 2_영국 - Highstreet 의류 브랜드들의 성장과 마케팅 전략
  Fast Fashion,
시대를 읽고 소비자를 이끌다!
 
이철의 | University of Arts London
Marketing Management 석사과정
fefamily@hotmail.com
 

런던의 중심부 옥스퍼드 스트리트(Oxford Street)에서 본드 스트리트(Bond Street), 그리고 리젠트 스트리트(Regent Street)까지 이어지는 쇼핑가는 그야말로 전 세계 내로라하는 의류 브랜드들의 격전지로서 그들의 전략 및 시장상황을 한눈에 파악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영국의 토종 브랜드와 글로벌 브랜드간의 경쟁, 백화점과 의류 전문매장들의 힘 겨루기, 그리고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브랜드들의 강세 지속과 더불어 밸류 리테일러(Value Retailer)의 파격적인 저가공세 등 영국 내 의류시장의 치열함을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의류업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던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행보는 전 의류업계 종사자들이 가장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영국 의류시장 현황을 짚어보고, 현재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인 Topshop·H&M·Zara의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패션시장의 양극화? 중간에 우리가 있잖아!”

민텔(Mintel)리포트에 따르면 영국 의류시장은 총 370억 파운드 규모로 2003년보다 약 4.2% 높아졌다고 한다. 특히 영국 소비자들은 의류비 지출을 아끼지 않아 전체 리테일 업계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2000년보다 무려 19%나 증가했다고 한다. 몇몇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의류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유독 영국에서는 가장 강력한 행보를 띄는 분야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목할 부분은 바로 패스트 패션의 확장에 따른 지속적인 가격 디플레이션이다. 기존의 중간 가격대 의류업체들의 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거대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지속적인 영역 확장과 더불어 밸류 리테일러들과 슈퍼마켓 브랜드들의 파격적인 가격정책은 급기야 의류시장의 양극화를 야기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소싱(Sourcing) 대부분이 중국을 포함한 동남 아시아, 혹은 EU 국가 중 단가를 최대한 낮출 수 있는 동유럽 국가들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이렇듯 저렴한 공급원가를 바탕으로 가장 트렌디하며 패셔너블한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Zara의 성공은 업계의 대표적인 벤치마킹 사례로 꼽히며, 여러 유수 브랜드들이 패스트 패션 제품들을 쏟아내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Zara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기존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최신 트렌드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Primark와 Matalan 등으로 대표되는 밸류 리테일러들과 Tesco와 Asda 등 슈퍼마켓 브랜드들이 그동안 인기를 끌었던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인기 품목을 카피해서 그것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카피 전쟁과 더 이상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한 가격인하 정책은 Zara나 H&M 같은 기존 패스트 패션 선구자들의 전략마저 수정하게끔 만들어 놓았다. 그 결과 지금은 패셔너블하며 트렌디한 제품, 저렴한 가격이라는 무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되어버렸고, 서비스 경쟁부터 마케팅, 더 나아가 브랜딩 경쟁으로 치닫게 되었다.
밑에서는 저가 리테일러들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으며, 위로는 다양한 전략을 내세운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견제를 받는 이들의 활약상을 살펴보도록 하자.



쇼핑의 엔터테인먼트화 - Topshop

Topshop은 아카디아(Arcadia) 그룹의 하이 스트리트(Highstreet) 브랜드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영국 토종 브랜드의 자존심을 세우는 동시에 젊은이들에게 트렌드 선도 브랜드라는 칭호를 얻고 있다. ‘스타일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패션잡지 <The Face>는 Topshop을 ‘자신만의 패션영역을 창조해내는 꿈의 공장’이라고 격찬하고 있으며, 또 다른 패션 유명 잡지인 <i-D>는 ‘Topshop은 절대로 샛길로 빠지지 않는가?’라는 반어적인 질문을 내놓을 정도다.
Topshop의 타깃 고객은 원래 15~24세의, 트렌드를 지향하는 젊은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패션을 좋아하는 30대뿐만 아니라 40세 이상의 고객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현재 엄청난 이익과 더불어 다른 외국계 거대 리테일러와는 차별된 마케팅 전략으로 자신만의 기반을 확실히 다져가고 있다.
Topshop의 성공 요건 중 우선적으로 손꼽히는 것은 바로 ‘쇼핑의 엔터테인먼트화’를 이루었다는 것. Topshop의 옥스퍼드 서커스(Oxford Circus)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는 그 생생한 예다. 90,000피트의 거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다양한 디스플레이 도구들이 활용된 내부에 여러 편의시설을 구비해놓고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의 다양한 이벤트 중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스타일 조언(Style Advisor) 서비스. 비용은 물론 무료인데, 고객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만 하면 스타일 전문가들과 함께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획기적인 고객만족 서비스로, 그동안 백화점이나 고급 브랜드에서 볼 수 있었던 퍼스널 쇼핑 서비스를 하이 스트리트에서 시작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고객들의 폭발적 반응에 따라 Topshop은 스타일 조언자들의 숫자를 대폭 늘리고 서비스를 전 매장으로 확대 시행했을 뿐만 아니라, 변형된 새로운 서비스들도 차츰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Topshop to Go’라고 명명된 새로운 서비스는 집·사무실·호텔 룸 등 그 어디든지 고객들이 원하면 스타일리스트들이 출장을 가서 고객에게 맞는 옷과 액세서리를 제안해주는 것으로서, 매장에 방문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아주 급하게 특정 패션 아이템이나 스타일이 필요할 때 스타일 조언자에게 연락을 취하면 물건을 당일 배송 받을 수 있는 ‘Topshop Express’라는 서비스도 큰 인기와 화제를 한꺼번에 누리고 있다.
한편 Topshop은 스폰서십 활동을 가장 중요한 브랜드 프로모션 전략 툴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영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학생 이벤트인‘Graduate Fashion Week’를 후원함으로써 젊은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동시에, ‘젊은 재능과 브랜드와의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또한 세계 4대 컬렉션 중 하나인 ‘런던 패션위크(London Fashion Week)’, 그리고 알렉산더 매퀸, 매튜 윌리암스 같은 세계적 디자이너들도 수상한 경력이 있는 ‘New Generation Award’의 공식 후원사이기도 하다.
이렇듯 적극적인 스폰서십 활동을 통해 자기 브랜드의 가치를 오디언스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Topshop은 후원뿐 아니라 수상자들과 함께 스페셜 프로젝트도 진행함으로써 젊은 디자이너들과 새로운 캡슐 컬렉션(Capsule Collection)을 런칭하기도 한다. TS Design 라벨은 그 대표적인 것으로, 신진 디자이너의 재능을 키워줌과 동시에 브랜드에도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로 삼아 항상 혁신적이고 참신하며 고유한 개성을 유지해 가고 있다. 또한 모델과 유명인들이 다수 참석하는 ‘Fashion Rocks’ 같은 대규모 패션&뮤직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Topshop이라는 이름을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있다.
또 유니크(Unique)라는 프리미엄 컬렉션을 런칭,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2005년부터 직접 런던 패션위크에서 캣워크 쇼(Catwalk show)를 진행해오고 있다. 다른 디자이너 컬렉션을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독창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그 결과 Topshop은 ‘창조적이며 패션을 리드한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른다.
그리고 2006년 4월, Topshop은 또 하나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영국의 유명 텍스타일 디자이너 Celia Birtwell와 함께 한 Limited Edition을 런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판매되는 기록을 세운 것. 이에 따라 ‘Product Flash’효과를 이용한 판매 컨셉트는 향후 Topshop의 중요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이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다음에 설명할 브랜드 H&M이 매년 11월에 시행하는 디자이너와의 협업과 비슷한 맥락으로서, 현재 거대 리테일러들의 기본적 전략으로서 애용되는 경향이기도 하다.




Collaboration의 마술 - H&M

H&M(Hennes & Mauritz)은 스웨덴 의류 리테일러로서, M&S와 C&A 다음으로 유럽 내 3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브랜드. 현재 남성, 여성 그리고 아동복 분야에 진출, 전 세계 1,12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10~15% 정도의 점포 수 확장과 더불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현재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까지 그 활동 영역을 점차적으로 넓혀 가는 중이다. 주 타깃층은 15~34세, 중상층의 소비자로서 스타일리시하고 패셔너블한 아이템을 즐겨 구매하는 사람들. ‘Fashion and Quality at the best price(패션과 품질 모두 가장 좋은 가격에)’라는 모토를 가진 이 브랜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트렌디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영국 내 15~24세 군에서는 Topshop과 치열하게 경쟁중이고, 25~34세 군에서는 ‘숙명의 라이벌’ ZARA와 격전을 벌이고 있다. 영국 및 아일랜드에서 1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리젠트 스트리트(Regent Street)에 또 하나의 거대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곳은 브랜드의 라인 확장(Line Extension)전략의 일환으로, 가격대가 기존 제품라인보다 높고 퀄리티도 상향 조정될 새로운 신규 브랜드를 위한 매장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H&M은 의류 브랜드 중 가장 활발한 마케팅 활동으로도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H&M의 연중행사가 되어버린 유명 디자이너, 유명 인사와의 협업(Collaboration)이다. 그동안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던 이 프로젝트는 수많은 신규 고객 창출 및 매출증가에 기여하고, 젊은 여성들의 머릿속에 H&M을 Must-Visit 쇼핑장소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H&M은 늘 행사기간 한 달 전부터 5대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한 대대적인 광고를 전개하면서, 이를 통해 행사기간 전 H&M의 브랜드 노출률을 극대화시켜왔다.
이 프로젝트의 효시는 2004년 샤넬(Chanel)의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t)와 함께 했던 것이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가 H&M 소비자들을 위해 옷을 디자인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자와 매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는데, 그 결과 ‘Karl Lagerfelt for H&M’이라고 명명된 제품들은 판매 시작 후 불과 25분만에 2주간 판매분이 완판되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며 ‘브랜드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2005년 11월,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의 딸로도 유명한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와 함께 한 두 번째 협업 또한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심지어 인터넷 상거래 웹사이트 E-Bay에서는 미처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웃돈을 주고 거래할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H&M은 2년 동안 매 4/4분기 매출이 20% 이상 상승하는 성과를 올렸는데, 매출도 매출이지만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한 ‘WOW factor’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H&M만의 창조적 신념과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브랜드 성격을 보여준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동종 혹은 타 업종의 비슷한 레벨의 브랜드끼리 협업하는 사례는 기존에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H&M의 사례처럼 최고급 브랜드와 중저가 브랜드와의 동거는 아무래도 한쪽이 너무 손해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세간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퍼블리시티를 일으켰으며, 스텔라 매카트니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어 2006년 11월, 세 번째 타자로 나올 빅터 앤 롤프(Viktor & Rolf) 역시 대중에게는 그다지 많이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로서 H&M에게는 신선하고 창조적인 영감을, 그 자신에게는 브랜드 인지도의 비약적인 상승과 더불어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 연예인과 함께 하는 H&M의 마케팅 전략 또한 빛을 발하고 있다. 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는 H&M과 광고계약을 체결하면서, 지면 화보 및 그녀의 ‘confessions’의 월드 투어 기간 동안 H&M off stage 복장을 착용하기로 했다. 쉰의 나이를 바라보면서 20대 초반의 다른 연예인보다 더 활기찬 이미지를 선보여왔던 마돈나와 H&M은 벌써부터 좋은 시너지 효과를 보이고 있는데, 그녀의 긍정적인 측면이 H&M 브랜드와 함께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H&M의 홈페이지 또한 전략상 요충지로 주목받고 있다. H&M은 온라인 매장을 효과적인 판매촉진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인데, 특히 다양한 ‘흥미(Fun)’요소들은 효과적인 마케팅 툴로써 젊은 고객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하고 있다. 한 예로, H&M의 홈페이지에서는 버추얼 더미(Virtual Dummy)를 이용한 가상의 Dressing Room을 운영하고 있는데, 소비자는 이곳에서 자신의 피부 색깔, 키, 몸의 라인, 그리고 헤어스타일 등이 비슷한 가상의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자신과 가장 비슷한 가상의 모델에게 H&M 신제품 옷을 입혀봄으로써 자신에게 맞는 컬러나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으며, 만약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듯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에게 맞춤형 쇼핑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H&M Magazine 같은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함으로써 온라인 매장에서도 고객들이 H&M의 아이덴티티를 흠뻑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놓았다.



Inditex Group의 확장 정책

영국에서 34개의 매장을 운영중인 스페인 계열의 인디텍스(Inditex) 그룹은 대표적인 브랜드인 Zara·Massimo Dutti·Bershka, 그리고 Zara Home 등을 활기차게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패스트 패션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Zara의 전략은 너무나도 유명해져 동종 업계 다른 브랜드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지 오래다(본지 2003년 11/12월 ‘ZARA의 마케팅 전략’ 참조).
요컨대, 그들은 고객의 니즈와 최신 패션 트렌드를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 혁신적인 공급업체 관리를 통해 최단 시간 내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것이다.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2000년 초만 해도 의류시장에 일대 엄청난 변혁을 일으켰는데, 현재 비슷한 컨셉트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영국에서 Zara가 예전만큼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은 앞서 말한 두 브랜드의 공격적 행보도 그 이유 중 하나.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 영국 토종 브랜드들의 정교한 시장세분화 전략이 Zara의 확장을 막고 있음을 알 수 있다.
Zara의 타깃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으로서, 최신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향을 저렴한 가격에 소개하는 브랜드로서 인기가 높았다. 물론 Zara Basic과 같은 라인 확장을 통해 40대 이상의 고객들도 무리 없이 흡수했었지만, 경쟁자들의 세밀한 전략에 맞서 광범위한 고객군을 보유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랐다. 이에 최근 Zara의 모 기업인 인디텍스그룹은 그들이 원래 보유하고 있던 브랜드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인디텍스의 브랜드 확장 정책의 일환으로 탄생한 Bershka·Massimo Dutti·ZARA Home 등과 같은 브랜드들이 런던의 하이 스트리트에 속속 상륙, 토종 브랜드들과 한판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인디텍스 소속의 모든 브랜드들은 Zara와 마찬가지로 리딩 브랜드의 최신 트렌드를 자신들이 흡수, 재해석함으로써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전략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또한 각각의 브랜드들은 서로의 포지셔닝 전략이 구분되어 있어, 그 결과 인디텍스 그룹은 영국 시장에서 아래로는 15세부터 위로는 44세 이상까지 커버할 수 있는 제품군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브랜드 확장 정책을 통해 전 소비자 연령대 및 스타일 부분에서 그룹의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하나의 브랜드인 Bershka는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을 타깃으로 진(Jean)제품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의 패션경향에 맞는 브랜드 성격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또한 Massimo Dutti는 30대 초반부터 55세까지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모던하고 클래식한 분위기의 제품군을 선보이면서, 최신 유행을 좇기보다 조금은 베이직한 트렌드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췄다.
한편 Zara Home은 의류 제품군은 아니지만 그룹 차원의 확장전략의 일환으로 인테리어 마켓을 노리며 런칭한 것. 주로 Zara 매장 내부에 조금씩 선보여왔던 제품들을 단독 매장으로 오픈하면서 인테리어 마켓에서의 Zara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려 하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Zara가 스웨덴의 H&M과 자주 비견된다면, Zara Home은 스웨덴의 IKEA와 비교되고 있는 실정. 가격은 IKEA와 비슷하지만 제품 디자인 면에서는 좀더 스타일리시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물론 매장 규모나 제품 수 및 인지도에서 IKEA에 대적할 수는 없으나, 영국 인테리어 마켓에서는 Habitat이라는 중고가 브랜드와, 중저가인 IKEA 간의 틈새시장을 잘 뚫고 들어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런던의 패션가에서는 90년 초 항상 논란을 일으켰던 광고 메시지로 유명한 베네통이나 그 후에 주도권을 잡은 GAP 등을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형세가 예전만큼 웅장해 보이지는 않는다. 90년대 맹위를 떨치던 이 두 브랜드들은 트렌드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다 지금은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그 다음 배턴은 2000년 초에 혜성같이 등장한 Zara와 H&M 등으로 대변되는 패스트 패션 리테일러들이 넘겨받은 것으로 보인다.
비슷하면서도 서로의 색깔이 분명한 이 브랜드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혁신적이면서 창조적인 작업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절대로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고 지속적인 브랜드 개발활동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의 실행을 통해 브랜드만의 독특한 성격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고객과의 끊임없는 교감을 통해 일련의 마케팅 활동과 제품개발에 적극 반영한다는 점 등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