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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 미국 자동차산업은 생산 및 판매 규모에서 부동의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듯이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미국 자동차업계 ‘빅3’의 악전고투는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빅3의 몰락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예상되고 있는 이들 3사의 부진은 많은 미국인들과 경제학자들을 긴장시키는 가운데, 그들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빅3를 중심으로 한 최근 미국 자동차 업계의 마케팅 및 광고전략을 크리에이티브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빅3’의 위기 4,4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미국 자동차 시장은 2004년 말 기준 전 세계 판매량의 1/3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판매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명실상부한 세계 제일이다. 미국 노동통계청(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자동차업계는 직, 간접적으로 약 1억 3,000만 명의 고용을 창출, 미국 전체 노동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듯 중요한 기간산업이 수입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점점 도태되어 최근에는 파산신청, 연금지급 중단, 공장폐쇄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를 보며 몇몇 전문가들은 이제 미국 자동차 시장을 이야기할 때 ‘빅3’가 아니라 일본 브랜드를 포함한 ‘빅6’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실제 지난 7월 발표된 각 자동차 메이커의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미국 빅3의 위상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그 반면에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3사의 판매는 얼마나 증대되었는지 알 수 있다. 도요타에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GM의 경우 지난 6월 미국 내 판매량이 승용차 판매 부진의 영향으로 41만 332대에 그쳐 전년 동기에 비해 19.5% 감소했다. 또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전체적으로 37%의 판매감소세가 나타났다고 밝혔으며, 포드도 판매량이 34% 감소했다고 공개했다. 반면 일본을 중심으로 한 수입 브랜드의 판매량은 증가세를 나타내 대조를 이룬다. 도요타는 승용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동기 대비 16.2% 늘어난 24만 1,826대의 차를 팔아 월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혼다도 6%의 판매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닛산은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16% 감소한 8만 6,408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6.2%와 1.4%의 판매증가를 발표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의 판매감소는 결국 수입 브랜드에게 미국 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자동차 등록 통계자료를 서비스하는 R.L.폴크는 올해 미국 내수판매 부문에서 수입 브랜드가 전통적인 미국 브랜드의 판매실적을 추월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의 신차 등록대수 중 52.9%가 수입 브랜드로, 전년 동기의 49%보다 3%포인트 증가, 미국 빅3의 실적을 추월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006년은 수입차가 미국 브랜드를 이긴 첫 해가 될 것으로 폴크는 전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빅3의 위기 원인을 다섯 가지 정도로 꼽고 있다. 첫째, 일본 및 한국 업체의 우수한 품질을 갖춘 저가차량 공세와 유럽 업체의 최고급차 시장 공략으로 빅3의 내수점유율이 급락한 것이다. 둘째, 소비자 요구가 다변화된 가운데 고유가시대를 맞아 고연비 차량이 인기를 얻고 있는 데에도 빅3는 SUV와 픽업 트럭 등 대형차에 집중함으로써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셋째, 일본 및 한국 업체들이 품질 확보에 역량을 기울인 데 반해 빅3는 품질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지게 되었고, 주력 모델 판매부진과 모델 노후화 등 제품 라인업에 있어서도 실패했다. 넷째, 판매 확대를 위해 과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연금 및 의료비용 과다 지출로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 다섯째, 자사 브랜드 중 다수가 비슷한 차량을 중복 생산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상실했으며 단기실적 증대를 위한 제품 개발에 치중하는 우를 범했다. 한편 이와 같은 위기상황 탈출을 위해 빅3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과 신차 출시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소비자만족도 조사에서도 뷰익과 캐딜락 같은 미국 브랜드가 약진을 보임에 따라 최근의 전략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로부터 돌파구를 찾다 결국 빅3가 위기탈출용으로 꺼내든 카드는 ‘복고.’ 복고 열풍이 미국의 자동차 시장에서 확실한 지지세를 얻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마케팅 컨설턴트 존 그레이스는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반미 정서가 복고 열풍의 또 다른 배경”이라고 지적했는데, 그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9·11 이후 미국인은 극도의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하며, “외부로부터 위협을 느끼면서 과거 미국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주던 복고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끌리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복고라는 컨셉트는 일본 차와 독일 차 사이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던 빅3에게 어쩌면 필연적인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50~60년대 미국의 풍요와 넉넉함은 일본과 유럽의 차들이 가질 수 없었던 미국 차만의 경쟁력의 바탕이었다. 이에 빅3는 ‘좋았던 그 시절’을 풍미했던 왕년의 명차들을 되살려 일본과 유럽 차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미국 차만의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서 시장의 돌파구를 찾아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복고를 주제로 출시했거나 개발중인 모델은 10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Chevy 브랜드로 ‘SSR’과 ‘카마로’를 내놓았고, 포드는 이미 출시한 ‘머스탱’과 ‘썬더버드’ 외에 ‘포티나인’이라는 복고풍 컨셉트 모델을 선보였으며,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커다란 전면 그릴에 복고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중형 세단 ‘300C’를 출시했다. 이런 신차들은 외형은 복고를 지향하지만 엔진 등 기계적 성능이나 편의장치, 전자장비만큼은 현대의 첨단기술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복고 열풍이 젊은 시절에 이들 차량을 운전해 보았던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층에서도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CNW마케팅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복고풍 자동차에 대한 호감도는 50대 이상에서 76%를 보였는데, 35세 이하 그룹에서는 이보다 오히려 더 높아 무려 83%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복고풍 차들은 뚜렷한 외형적 특징을 가진 데다 근육질 이미지와 강력한 엔진 등이 남성적 매력을 물씬 풍긴다는 것이 젊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반응이다. 이러한 복고 열기가 빅3의 회생에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인지는 아직 의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유가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복고 차들은 한결같이 수천CC의 배기량을 자랑하는 강력한 엔진을 달고 있는데,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호감도는 높지만 경제적이지 않은 이런 차들을 소비자들이 구입할 것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요컨대, 환경보호 열기에 편승해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고연비의 하이브리드 차로 승승장구하는 반면, 빅3는 복고 ‘머슬카’로 생존을 모색하는 상반된 모습이 공존하는 것이 지금 미국 자동차 시장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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