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0 : Ad Review - KOOKAI "여자는 항상 분홍색을 좋아하나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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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항상 분홍색을 좋아하나요?”  
이 숙 희 | 기획7팀 부장
cosmos@lgad.co.kr
 

TV 채널만 돌리면 하루에도 수십 편씩 접하게 되는 광고는 세 살 어린아이부터 어린이·청소년·미혼·기혼·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시청층만큼이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 광고 중 가장 확연히 구별되는 것은 바로 광고 속에 등장하는 남녀의 모습이다.
“여성은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진다”는 시몬느 드 보봐르(Beauvoir Simone de)의 표현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광고 속에 등장하는 남녀의 모습은 ‘남과 여’로 구별되는 ‘1차적 성(Sex)’이 아닌 ‘사회화된 성(Gender)’역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시대에 따라 남녀의 모습이 바뀌고, 광고인들 또한 이러한 흐름을 놓칠세라 이준기의 섹슈얼리티, 가정을 돌보는 남자, 화장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남자 등을 통해 사회적 이슈나 트렌드를 쫓아가긴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광고 속 남녀의 역할은 우리 고정관념 속의 이분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에게 의존적이며 신체적으로는 획일화된 아름다움에 목숨 걸고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 묘사된다. 여전히 냉장고 앞에서 ‘여자라서 행복하다’고 외치고, 가족을 위해 주방에서 어진 아내요 현모양처의 역할을 해내며, 생리대 광고에서는 부끄러운 듯 ‘그 날도 깨끗해요’라고 속삭인다. 일부 전문직 여성이나 일하는 여성이 나오더라도 그들의 내면세계에 공감하는 모습보다는 남성이 보는 시각에서 일하는 여성을 과장되게 또는 왜곡된 모습으로 표현한다.
여성들이 이처럼 아름다운 옷이나 보석·화장품으로 치장하고 유기농으로 식단을 꾸미는 아내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반면, 남성들은 때로는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에 눌리고 아내가 시키면 가끔 설거지도 하고 때로는 터프한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대를 앞서며 성공을 위해 달리는 멋진 남성의 모습으로 표현되고는 한다.

광고라는 것이 우리 삶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했을 때 ‘우리의 현실’이라는 이 상자에서 무엇을 끄집어내 펼쳐보일 것인가 하는 데에는 바로 광고인들 스스로가 지닌 ‘관점과 가치관’의 잣대가 작용한다. 남녀 평등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은, 급변하는 현실에서 언제까지 광고 속 남녀의 모습은 구태의연한 과거만을 답습할 것인가? 나, 그리고 우리 광고인들 스스로 남녀의 역할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에 너무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장동건이 등장하는 모 남성 브랜드 광고처럼 여성의 정신세계를 멋지게 다뤄낸 광고를 만나고 싶다.

‘진실한 사람들의 성공이야기
프랑스 여성의류 쿠카이’
(남녀평등이 또 다른 역차별을 말하는 건 절대 아닌데……)
여자 옷은 항상 핑크? 관점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