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06 : It's Good! - ABSOLUT ②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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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Good!_ABSOLUT ②
 
  앱솔루트,
그 살아 있는 시대정신
 
김 원 규 | communications Of Course 대표
wkkim@ofcourse.co.kr

‘Absolut 000’ 형태의 광고는 오늘도 세계 주요 매체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를 언뜻 보면 시리즈 광고의 성공에 힘입어 쉽게 가는 듯이 여겨지지만, 사실 늘 새로운 캠페인을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몇 배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고개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똑 같은 그림이나 카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마련이니까. 달리 말하면 캠페인 광고와 시리즈 광고의 어려운 점은 일관성과 함께 늘 새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캠페인 광고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두 가지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바로 일관성(Consistent)와 차별성(Different)이다. 컨셉트나 전략이 변하지 않고 지속적인 일관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또한 소비자들의 마음과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른 어프로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캠페인 광고라고 할 수가 없으며, 설령 흉내 낸다고 해도 그 효과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캠페인 광고를 기획할 때는 무엇보다 이 두 가지 원칙을 지키면서 전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요구된다. 이런 관점에서 캠페인의 확장성에 대해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써보고, 과연 이 캠페인이 1년, 아니 3년, 5년, 10년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것이 필수다.
우리나라에 유독 캠페인 광고와 시리즈 광고가 적은 것을 두고 ‘광고주의 변덕’쯤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광고인들이 우선 먼저 그런 캠페인을 만들고 지속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볼 시점이다.
50년을 넘긴 말보로(Marlboro) 캠페인이 위대하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런 원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며, ‘Absolut 000’으로 지속하고 있는 이 캠페인을 보고 경이적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캠페인 광고의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에 대한 찬사일 것이다.

‘우연’도 노력의 산물입니다



<광고 1~5>는 1988년부터 집행된 ‘Fashion Ads’인데, 여성잡지 <Mademoiselle>의 광고담당인 에이미 해리스(Amy Harris)가 광고회사 TBWA에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정열적이고 실험적이며 천재적 재능을 지닌 패션 디자이너 데이비드 캐머론(David Cameron)을 소개했는데, 캐머론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앱솔루트 로고가 새겨진 실버 느낌의 심플한 미니 드레스를 첫 광고로 선보였다.
그런데 이 광고가 나가자마자 여기저기서 호감과 비호감의 상반된 반응이 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앱솔루트가 섹스어필을 이용해 술을 팔기 시작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거센 반면에, 여자들로부터 광고에 나온 옷을 살 수 없느냐는 전화가 무려 5,000여 통이나 걸려오는 호응도 있었던 것이다. 이에 앱솔루트는 아예 패션이라는 컨셉트를 설정, 패션 디자이너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광고에 접목시켜 또 한번 광고계를 놀라게 했다. 우연한 기회에 광고의 모티브를 찾았지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훌륭한 아이디어로 승화시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트를 만나다




<광고 6~8>은 ‘Themed Art Ads’인데, 주제별 작가들의 작품과 제품을 연결시켜 독특한 캠페인으로 승화시킨 데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앱솔루트는 1989년에 전미 잡지출판협회(Magazine Publishers of America)로부터 켈리상(Kelly Awards)을 수상해 광고 담당자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가 축제 분위기를 즐기며 한껏 자신감에 차 있었다. 알코올음료 부문에 있어서 미국 최초의 수상이라는 기념비적인 위업을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이 시리즈는 이런 축제 분위기에 탄생되었는데, 주제를 함께 하는 작가들 8명·12명·16명·24명으로 구성된 광고를 내보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마치 전시회에 초대된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그 결과 이 광고는 소비자를 향한 기업의 문화적 기반 조성에 기여하며 업계에는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마치 요즘의 기업 메세나의 한 방향성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Absolut AMERICANA’는 작가 8명의 작품을 시리즈로 구성했으며, ‘Absolut SOUTHEST’는 미국 남서부 민속작가 16명의 작품을 접목시켰고, ‘Absolut DESIGN’은 8인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함께 했다.


새로운 향에 취해보세요



<광고 9~12>는 ‘Flavors Ads’인데, 오리지널 제품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에 출시한 세 가지 향의 보드카 런칭에 따른 캠페인이다. 톡 쏘는 페퍼 향이 들어 있는 ‘Absolut Peppar’, 레몬·라임·만다린오렌지 맛의 ‘Absolut Citron’, 와인의 향을 닮은 포도 향의 ‘Absolut Kurant’의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집행된 광고들이다. 이 세 가지 향의 제품들은 미국 시장만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본고장인 스웨덴에서 오랜 동안 즐겨 마셔왔던 것들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런칭했는데, 그 예상이 적중해 앱솔루트 고유 모델과 함께 소비자들의 폭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판매량을 늘리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도시, 아니 ‘문화’를 말하다



<광고 13~16>은 유럽 도시의 특성을 유니크하게 연출한 ‘Eurocities Ads’로, 앱솔루트가 미국에 출시한 지 13년째 되는 1992년에 집행된 시리즈다.
이미 미국에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한 앱솔루트는 유럽 전역에서도 미국에서와 같은 성공을 기대하고 런칭을 계획했다. 아마도 러시아산 보드카를 완전히 잠재운 그들이기에 같은 유럽 지역의 공략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듯, 그들은 어떻게 하면 미국에서 성공한 마케팅 성과를 유럽에 전파시킬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었다. 문화가 워낙 다르고 자존심이 강한 유럽의 국가들을 하나로 묶어 광고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자살행위와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의 독특한 취향과 자존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 그 무엇이 절실했는데, 해답은 바로 내부에 있었다. 연방국가인 미국에서 각 도시별 특징을 살린 광고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전술, 바로 ‘미국 도시 캠페인’이 그것이었다. 심지어 어느 주에서는 자기 주부터 우선 광고에 활용해달라는 ‘은근한 압박’까지 있었던 그 성공사례에 착안, 유럽 주요 국가의 도시들을 순례하듯이 광고를 만들어 집행했다. 그 결과 미국 도시 캠페인처럼 이 캠페인도 많은 사랑을 받았음은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아름답게, ‘술 권하는 사회’를




<광고 17~20>은 영화와 문학작품에서 힌트를 얻어 앱솔루트 병으로 이미지를 형상화, 소비자들에게 또 하나의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 캠페인이다.
‘Film & Literature’시리즈는 소비자들이 광고를 통해서 영화나 문학의 향취에 취하게 했고, 그렇게 ‘술 권하는 사회’를 만든 것이다.
생각해 보라.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봤던 영화나, 청춘 시절에 읽었던 문학작품을 다시 만났을 때의 감격과 감동을…. 아마도 많은 소비자들은 이 광고를 보고 자기와 함께 영화를 감상했던 사람을 기억하고 그 사람과의 추억을 더듬거나 축하하며 한잔을 나눴을 것이고, 문학작품에서 비롯된 광고들을 보면서 예전에 읽고 감명 받았던 그 때의 감정으로 몰입해 자연스럽게 앱솔루트를 마시게 되었을 것이다. 술 마시고픈 핑계를 주는 것도 이쯤 되면 아름답지 않을까!

그대 가슴에 파고들어




<광고 21~24>는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 등의 특별한 시즌이나 사회적인 이슈가 있을 때 집행된 ‘Topicality Ads’다.
화제의 뉴스라든지 뭔가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주제를 찾아 앱솔루트 병과 연결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의 관심 속에 지속적으로 존재하게 하는 전략일 것이다. 우리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Y2K에서부터 월드컵 대진표는 물론, 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스파나 요가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과 앱솔루트의 릴레이션십 강화를 위한 집념과 노력이 엿보인다.
브랜드는 소비자와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기에, 소비자들이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을 함께 공유하거나 그런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광고를 사회적 존재로 인식하게 함은 물론, 브랜드가 존재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하게 한다.
앱솔루트는 미국은 물론 유럽을 거쳐 아시아까지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작은 나라의 술이요, 너무 독해서 세계인의 입맛에 맞을지도 의문이었던 보드카가 이제 당당히 전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 술로 각광 받게 된 것은 아마도 광고의 힘이 거의 절대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고가 없었더라면 ‘앱솔루트의 세계화’는 요원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앱솔루트의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어떻게 큰 변화 없이 15년 이상을 끌고 가는 지 경이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그것은 아마도 크리에이터들의 ‘살아있는 시대정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시대이건 그 사회를 이끌어 가는 메가 트렌드(Mega Trend)가 있게 마련인데, 앱솔루트 광고를 제작하는 멤버들은 그 시대정신을 찾아내고 또는 만들어내 소비자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는 듯싶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사회현상에 대해 무심히 넘어가지 않고 ‘왜 그런지’를 파고 들어가 아이디어의 소재로 삼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