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마티즈는 출시와 함께 자동차시장에 굵은 한 획을 그었다. 당시 경차는 IMF 체제라는 특수 상황과 맞물려 27%라는 시장점유율을 기록, 불과 한 해 전인 97년의 5.7%에 비해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그런데 27%의 경차시장에서 마티즈는 75%의 점유율로 전체 시장의 20.1%를 차지, 그 해의 베스트셀러카가 되었다. 그러나 IMF 체제를 극복하면서 경차시장의 비율은 계속 줄어 2005년에는 5%로 떨어졌고, 마티즈의 시장점유율 역시 2000년 6.5%, 2005년에는 4.1%로 하락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마티즈의 판매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체된 경차시장의 볼륨을 확산시킬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경차시장이 성장한다면 ‘경차의 지존’인 마티즈의 판매도 당연히 증가할 테니까 말이다.
그 유사한 사례는 나이키가 잘 보여준 바 있다. 영국 런던에서의 캠페인이었던 ‘Run London Campaign’은 런던 시민을 달리게 만들었고, 정체되었던 영국 러닝화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그리고 이는 러닝화 시장의 선두주자인 나이키의 세일즈 확산의 기폭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마티즈의 커뮤니케이션 목표 역시 경차시장의 파이를 키워 마티즈의 세일즈 확산을 달성하는 데 있었다.
마티즈를 흠모하다
‘시즌을 앞서가는 패션보다 자동차의 디자인은 한발 더 앞서 나간다.’ 광고제작에 앞서 2007년형 마티즈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투톤 컬러와 크롬 사양이었는데, 디자인적으로 더욱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세계를 대표한다는 경차인 뉴비틀이나 미니처럼 대중적인 선호를 받을 수 있는 디자인이었는데,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은 젊은 감각에 맞는 경쾌함이 돋보여 그 세련미를 더욱 빛내주었다.
이를 보고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 생긴 건 당연했다. 하지만 경차시장의 확산을 위해서는 경차 중심의 메시지만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경차 중심의 메시지, 즉 세금 혜택, 적은 유지비, 합리적인 가격 등의 뛰어난 경제성은 이미 소비자의 인식 속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차시장이 점점 축소되는 것은 이제 소비자의 니즈가 단지 이성적인 이득(Benefit)의 소유에 머물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캠페인의 목적을 소비자와 마티즈의 감성적인 유대관계 맺기, 즉 ‘러브마크 만들기’로 설정했다.
소비자의 실제적인 구매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단지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Trustmark)’를 넘어 소비자가 스스로 열광하며, 또 ‘남몰래 흠모하는 브랜드(Lovemark)’가 되어야 한다. 할리데이비슨과 아이맥(iMac), 그리고 우리나라의 아이리버가 그런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들은 일반적으로 Intimacy(많이 알려지고 친근한 느낌), Commitment(특성과 Reason to Buy), Passion(맹목적이며 감정적인 매력) 등의 세 가지 필수요소를 통해 ‘러브마크’로 재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마티즈의 경우 이미 Intimacy(인지도 99%)나 Commitment(뛰어난 경제성) 부분은 뛰어나다고 볼 때,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Passion, 즉 ‘마티즈만의 감성적인 매력’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마티즈의 매력’은? 우리는 그것을 ‘마티즈를 타는 사람들’에서부터 찾았다. 브랜드, 그리고 배기량에 따라 일정한 타깃군이 정해져 있는 다른 차종들과는 달리 마티즈는 정의할 수 없는(?) 다채로운 타깃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20살의 여대생부터 40대의 사장님, 60대의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까지…. 또한 그 사용목적 또한 다양하다. 데이트용, 등하교용, 출퇴근용, 고급 외제차를 보완하는 나들이용, 업무용 등.
결국 마티즈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타는 차’라는 것이다. 이에 그 ‘다양한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컬러(Color)’를 선택했다. 무엇보다 다른 차는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마티즈만의 다양한 컬러들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고, 또 각각의 컬러에 맞춰 우리 타깃들의 스타일을 정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레드는 ‘레드카펫: 시선을 즐긴다’, 블랙은 ‘블랙커피: 거품은 필요 없다’, 블루는 ‘블루오션: 나만의 길을 찾는다’ 등 모두 아홉 가지 컬러에 해당 타깃들의 특성을 각각 정의했다. 아울러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 이 아홉 가지 스토리를 ‘색깔 있게 산다’와 ‘Colorful Driving’이라는 슬로건 아래 하나로 묶었다.
“아~ 이래서 Color Driving 마티즈구나~”
촬영은 우선 블랙과 레드 등 두 가지 주제로 2월말에 진행했다. 촬영지는 마티즈 고유의 컬러를 표현하는 데 최적의 날씨와 환경조건을 갖춘 말레이시아. 또한 최고의 제품에 맞는 최고의 광고를 만들겠다는 목표에 걸맞게 제작진도 막강했다. 젊은 감각을 탁월하게 담아내기로 유명한 최인봉 총감독과 자동차 광고 촬영의 국내 최고로 꼽히는 최문용 촬영감독을 필두로, 아시아 광고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른 태국의 촬영팀을 말레이시아로 직접 불러들인 것이다.
촬영장의 열띤 분위기 또한 여느 촬영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젯거리. 촬영장에 세워진 관용차를 옮기기 위해 전 스태프가 팔을 걷어붙였던 일, 도심 한복판에서의 촬영을 도와주러 나선 현지 경찰과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 말레이시아 대법원 앞에서 촬영된 ‘레드카펫’ 편에 동원된 엑스트라 200여 명의 열연까지….
한편 국내에 돌아와서는 영상미를 더하기 위한 컴퓨터 그래픽과 세밀한 편집으로 영상미를 한껏 높이는 데 땀을 쏟는 가운데,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기 위해 수백 곡 이상을 들어보는 등 최고의 광고를 만들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과 열정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기 전 GM대우 식구들과의 내부 시사 결과, 모두가 기대와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마침내 3월 17일, ‘블랙커피’ 편이 처음으로 온에어되었다. 흥분과 설렘, 그리고 약간의 초조함….
역시,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www. tvcf.co.kr 사이트에서의 실시간 1위 기록과 함께, ‘마티즈가 마티즈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과 ‘가장 마티즈다운 광고’라는 두 가지 평이 나왔는데, 사실 두 가지 반응 모두 듣기 좋았다. 특히 리무진에서 마티즈 불빛과 함께 출발하는 장면은 마티즈 컨셉트를 아주 적합하게 표현했다는 찬사 속에 또 다른 이슈가 되기도.
이어 ‘레드카펫’이 온에어되자 “아~ 이래서 Color Driving 마티즈구나!”하는 소비자 반응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성급한(?) 이들은 벌써 “다음 편은 무슨 컬러, 무슨 컨셉트냐”고 묻기도.
아쉽게도 TV광고는 ‘레드카펫’과 ‘블랙커피’ 두 편 밖에 제작되지 않았지만, 온라인과 카탈로그 등을 통해 컬러풀한 마티즈의 스토리가 큰 호응을 불러왔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라는 제품은 마케팅이나 광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딱딱하면서도 어려운 분야로 여겨진다. 조심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것에 일일이 주의하다 보면 결국에는 다른 것과 차별되지 않는 ‘One of them’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제약을 넘어선 브랜드만이 소비자의 마음속에 진정한 ‘러브마크’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가 ‘컬러’를 말한다는 것, 경차가 블랙컬러 모델을 메인으로 활용한다는 것. 그것은 기존 관념에서 보면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시도였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자동차도 할 수 없는, 마티즈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좋은 반응도 얻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 자동차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온 우리의 ‘Colorful Lovemark’, 마티즈!
또 어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열광케 할지, 다음 광고를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도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