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제품을 연결시키는 것이 광고라고 한다면, 광고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소비자와 제품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또 그래야만 양쪽의 어떤 점들을 찾아 연결시킬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에 특정 브랜드의 광고전략 기획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평소에 그 브랜드 제품에 대해 파악하거나 혹은 그 제품의 소비자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고 있다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 때 광고기획을 좀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소비자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파악을 위해 ‘키워드’ 형태로 우리나라 소비자 욕구의 흐름을 정리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더욱 효율적인 광고기획에 일조하는 역할을 해보고자 한다.
트렌드 & 키워드
소비자 욕구의 흐름을 파악한다는 것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떤 소비자 욕구가 새로 나타나고, 기존의 어떤 소비자 욕구가 서서히 약화되는가 하는 것에 대한 파악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소비자 욕구를 하나의 흐름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면 특정 제품의 소비자 욕구에 대한 파악도 보다 용이해질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흐름’이 바로 ‘트렌드’인데, 소비자 욕구 트렌드를 키워드 형태로 파악하는 것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리서치를 통해 트렌드를 파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여기서는 ‘2033’ 소비자에 국한하기로 한다. 2033 소비자는 전 세계에서도 욕구 변화가 심하다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소비자 중에서도 그 중심에 있는 소비자이다.
2033 소비자 특성
2033 소비자는 청소년기와 중년기의 중간에 속하는 삶의 단계로, 대학생(혹은 직장 시작), 대학 졸업, 취직, 그리고 결혼 직전에 해당하는 성인 초반기이다. 이 시기는 욕구 변화가 가장 급격히 일어나는 시기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직장 선택과 결혼을 경험한다.
세대사적으로 보면 이들은 위로는 소위 386세대 다음 세대로서, 70년대생, 즉 X세대로 명명된 세대부터 시작한다. 탈권위주의적이고 자유분방하며 개성이 뚜렷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1992년 등장한 오렌지족도 바로 이들 세대에 속한다. 아래로는 80년대 고도 성장기에 태어나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 가구당 2명 정도로 귀하게 자란 세대라는 점에서 개인중심적 성향이 강하다.
대중문화적으로 보면 서태지 세대, 즉 한국 대중문화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이후의 세대라는 특징을 갖는다. 음악·패션은 물론 새로운 영상문화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운 정신과 감각적인 영상의 시대에 대학시절이나 초/중학생 시절을 보낸 세대까지를 포괄한다.
또한 위로는 그들의 대학시절인 1993년에 한국에 첫 인터넷 사이트가 만들어졌고, 삐삐와 휴대폰도 그들의 대학시절에 일상화되면서 디지털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없는 세대이며, 아래로는 초/중학교 시절부터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하면서 자란, 그야말로 본격적인 디지털 세대이다.
글로벌 측면에서 보면, 위로는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시작된 해외 배낭여행과 어학연수 등의 붐이 이들의 국제적인 시야에 영향을 미쳤으며, 아래로는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는 물론 고등학생 시절 유학 등으로 인해 이러한 경향이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생활문화 트렌드
2033 소비자의 욕구 트렌드를 크게 3가지 부문, 즉 생활문화, 기술 및 커뮤니케이션, 소비문화로 나누어 보았다. 우선 여기서는 그 첫 번째인 생활문화 관련 트렌드에 대해 살펴보자.
이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특징은 ‘개인주의의 확대’, ‘개인 자유의 확대’이다.
과거에 비해 집단주의적 혹은 집단순응적으로 사회 규범에 순응하는 생활의식과 태도가 점차 줄어들면서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을 중시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일정 정도 사회적 제도에 순응하게 되는 ‘혼인’의 연령이 높아지고, 또한 혼인을 하더라도 과거와 같이 적응해서 살아가기보다는 이혼하는 비율이 늘어나게 되었다. 싱글족이 증가하는 것도 개인 자유의 확대라는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제도나 관습 혹은 집단에 순응하기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소비자 욕구가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개인 자유의 확대와 더불어 나타난 것이 위계적 사고의 붕괴이다. 과거에 비해 상하질서에 순응하는 경향이 줄어들고, 생활과 사고 자체도 보다 평등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 자유의 확대와 동일선상에 있다.
생활 부문에서 또 하나 특기할 만한 것으로 ‘Young Mind’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과거와 비교해볼 때 중년층·노년층이 훨씬 젊어졌다. 외모나 건강 상태는 물론, 생활습관과 자세 면에서 젊은층 못지않은 것이다. 신세대 노인 혹은 ‘친구 같이 지내는 엄마와 딸’이 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소수 약자층의 사회적 부각을 들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여성·노인, 그리고 혼혈인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다. 그런데 이는 사회적 관심의 폭이 보다 넓어지고 평등의식이 확산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청년실업의 증가와 취업경쟁의 격화를 들 수 있다. 계속되는 경제적 불황의 결과 나타난 사회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소비자 욕구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소비자 생활 부문에서의 트렌드 변화의 방향은 ‘개인 자유의 적극적 추구’ 및 ‘사회 경쟁의 심화’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을 ‘행복한 싱글’, ‘데이트 친구’, ‘반(反)트렌드 라이프스타일’, ‘적극적 자기계발’이라는 4개의 키워드로 요약했다.
행복한 싱글(Happy Miss Old)
‘행복한 싱글’은 경제력을 갖춘 20대 후반~30대 초반 미혼여성이 ‘자기 삶의 질’을 추구하며 사는 모습을 말한다. 이들은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향유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최근에는 쇼핑을 통해 어떤 특정 제품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스포츠나 여행 같은 체험을 중시한다. 또한 이들은 재충전을 위해 피부관리나 마사지와 같은 육체적인 것에서 요가·문화공연 감상과 같은 정신적인 것까지 두루 관심을 갖는다.
얼마 전에 방영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남자에게 무조건적으로 의지하고 사랑 받는 여성의 역할을 거부하고, 보다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상을 제시했다. 주인공의 통통한 몸매와 세련되지 못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이 부각되었는데, 이에 많은 여성이 대리만족을 느꼈고 공감하였다. 뿐만 아니라 케이블 TV에서 방영된 <섹스 앤 더 씨티(Sex and the City)>에 출연한 4명의 서로 다른 캐릭터가 겪는 에피소드는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많은 여성들에게 회자되기도 했다.
행복한 싱글 라이프의 정수는 역시 ‘일’을 통한 자기계발이다. “전공이 연극영화지만, 한편으로는 네일아트나 글쓰는 것을 많이 해요. 솔직히 여자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서 장사나 마케팅 쪽에 관심이 많아요.”
이렇듯 많은 20대 초반 여성이 자신이 배운 전공에 상관없이 미래에 자신이 할 사업이나 부업을 고려해 다양한 관심을 개발하고 있다.
여성이 사회적 활동을 통해 경제력을 지니면, 스스로 현재를 더욱 윤택하게 향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들의 가치관을 보면 자신의 일만을 열심히 하는 외골수적인 사람보다는 패션·뷰티·레저활동·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는 균형 잡힌 사람을 더 멋지게 생각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자신을 더욱 매력적으로 꾸미려 하고, 주말이면 교외로 나가 즐긴다.
또한 최근의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파티문화’다. 파티문화는 단순히 사람을 사귀는 채널로서가 아닌, 각종 공연을 감상하는 문화공간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이름난 일류 호텔의 스위트룸을 빌려서 생일파티를 하는 풍경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든 문화였다. 타인에 대한 개방적 태도와 사교성을 요구하는 파티문화는 우리나라에 잘 맞게끔 변형되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소규모로 얘기가 통할만한 사람들끼리 격의 없이 즐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흐름은 사회적인 성 역할도 바꾸어 놓고 있다. 과거의 예쁘고 여성스러우며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성상(예: 줄리아 로버츠)보다는, 남자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여성상(예: 안젤리나 졸리)이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반대로 남성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마초적인 남성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상대적으로 섬세한 감각으로 패션이나 쇼핑에 대한 얘기를 부담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여성적 성향을 가진 남성에 대해서 이전보다 관대해졌다. 요즘 일부 여성이 게이 바에 가서 즐기는 경향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렇게 일을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확립하고 여가시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녀들은 분명히 이전보다 더 행복해진 것 같다.
데이트메이트(Datemate)
‘데이트메이트(Datemate)’란 친구보다는 가깝지만 서로 부담을 주는 애인은 아닌 남녀관계를 지칭하는 말이다. 최근 애인 대신 데이트메이트를 사귀는 게 유행인데, 원래 이 단어는 이성과의 연애를 뜻하는 Date와 친구를 뜻하는 Mate의 합성어이다. 이러한 관계는 계약연애의 일종으로, 실제 사귀지는 않으나 연인들의 사랑 표현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팔짱을 끼고, 함께 영화를 보고, 얼굴을 쓰다듬고, 때때로 키스를 한다. 그들은 가짜 연인, 즉 개인의 욕구 충족을 위해 만난 ‘필요충분’ 관계이다.
‘데이트메이트’는 요즘 대학생들의 현실주의 연애방식을 반영한다. 대학생 K씨(24)는 “지금 데이트메이트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영화를 보거나 술을 마신다”며 “키스 등의 스킨십도 가능하지만, 섹스는 자제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박모(21)씨는 “데이트메이트는 서로를 애인으로 생각지는 않아서, 각자 애인이 생겨 헤어지더라도 슬프거나 비참할 정도는 아닌 관계”라고 말했다.
감정의 교류 없이 만난다는 점에서는 미국의 ‘Fuck Buddy’와 유사하지만,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다른 친구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학교 앞에서는 손을 잡지 않고, 함께 찍은 사진은 미니홈피에 올리지 않는 등의 규칙을 세우며 만나는 것이다. 과거에는 결혼할 사람과 연애할 사람을 구별하는 풍토가 있었다면, 요즘에는 연애할 사람과 데이트메이트를 구별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데이트메이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데이트메이트를 서로 구하는 카페도 생겼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영화를 보고 산책도 하는 등 데이트메이트들의 데이트 방식은 언뜻 보면 여느 연인들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서로를 대하는 심리는 전통적인 연인 사이와는 완연히 다르다. 15명의 데이트메이트를 만나온 김모(23) 씨는 구속 받는 것이 싫어 데이트메이트와의 만남만을 고집한다. “사귀면 음주·흡연·대인관계·헤어스타일 등 사사건건 간섭하잖아요.” 김씨는 “합의하에 재미 보는 건데 나쁠 게 뭐 있냐”며, “한 번에 여러 명의 데이트메이트를 동시에 만나기도 했고, 상대 여성도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여, 25) 씨는 결혼 상대인 애인과 데이트메이트를 따로 뒀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애인과 평일에 데이트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데이트메이트와도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죄책감은 없어요. 그쪽도 여자친구가 있고 가볍게 만나는 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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