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12 : Marketing Guide - 인터넷이 만든 시장, MP3.디지털 카메라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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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Guide- 인터넷이 만든 시장, MP3·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 시장, 성장 동력을 직시하라
 
성 상 현 부장 | CS4팀
shsung@lgad.lg.co.kr
 

1. 들어가는 말

한때 가장 받고 싶은 졸업선물 1위 품목이 ‘워크맨’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 소풍날 한 반에서 서너 명 정도가 가져온 카메라 앞에 모여 “조금 뒤로, 눈감지 마”하고 외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던 때도 있었다. 무슨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실은 불과 4~5년 전 이야기이다. 당시 중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어학공부와 음악 감상을 위한 필수품은 워크맨이었고, 그처럼 얇고 디자인이 뛰어난 일본 제품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었다.
그런데 90년대 후반 CD 플레이어가, 2001년경부터는 MP3 플레이어가 급속히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워크맨은 물론 CD 플레이어마저 마치 구시대의 유물처럼 시장의 한 구석을 지키는 시대가 되었다<그림 1>. 또 2002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디지털 카메라는 이제 젊은층의 졸업·입학 선물 랭킹 1위에 올랐고, 실로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디지털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카메라를 거꾸로 들고 자기 얼굴을 찍는 것이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면 단지 현상과 인화가 필요 없이 찍은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매력이 디지털 카메라를 젊은이들의 필수품으로 만든 것일까? 그저 작고 휴대하기 편하다는 것 때문에 MP3 플레이어가 워크맨을 박물관으로 보낸 것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MP3플레이어와 디지털 카메라로 대표되는 디지털 멀티미디어의 폭발적 성장 배경에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 공간, 바로 ‘인터넷’이 있었다.
이에 이 글에서는 인터넷이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의 시장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그를 바탕으로 새로이 선보이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의 시장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2. 디지털 멀티미디어 현황

국산 제품이 선전하고 있는 MP3 플레이어 시장
크기가 작고 음악 편성 기능이 뛰어나며, 점차 어학기능까지 보강되어 학업에도 중요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는 MP3 플레이어는 최근 한 조사에서 대학생의 53.1%가 구입한 적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젊은층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03년 기준으로 16~18세 연령대의 MP3 보급률이 24.0%, 19~22세 17.5%이라는 점과 비교해 볼 때 시장이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보급률이 향후 1~2년 내에 7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표>.
이렇듯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MP3 플레이어 시장은 예전의 워크맨 시장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워크맨 시장을 석권했던 일제 브랜드와, 시장의 한 자리를 차지했던 LG·삼성과 같은 대기업 브랜드의 비중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는 레인콤의 ‘아이리버(64.5%)’로 소비자의 인식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삼성전자의 ‘옙(9.6%)’, 거원시스템의 ‘아이오디오(8.5%)’, 그리고 일본 소니의 ‘네트워크 워크맨(6.3%)’이 차지하고 있다. 이를 보면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는 일제 브랜드나 워크맨 시장에서 선전하던 국내 대기업들의 비중이 미미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중소기업 제품은 음질을 비롯한 품질 면에서는 인식 상 우위를 보이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는 외국 제품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또한 소니 네트워크 워크맨의 경우, 상당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어 시장의 수성을 위해서는 디자인과 프리미엄 이미지 측면의 보완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디카 시장, 일본 브랜드 강세 속 DSLR 경쟁 치열
2001년 11만 대 시장에서 2004년 125만 대 시장으로 급성장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그림 2>에서 보듯이 시장 성장 측면에서는 MP3 플레이어 시장과 유사하나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는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일부 전문가급 카메라와 1회용 카메라 시장을 제외한 컴팩트 시장은 디지털 카메라가 기존의 필름카메라 시장을 완전히 대체했다. 2002년, 디지털 카메라의 가격하락에 맞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으로써 ‘2006년경에 필름카메라 점유율을 추월할 것’이라던 일본 노무라경제연구소의 예측을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실제로 2003년 여름 최대 광학기기 메이커 중 하나인 니콘은 전문가용 SLR 카메라를 제외한 필름카메라 개발의 중단을 선언했고, 2004년 하반기에는 1회용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한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는 올림푸스·소니·캐논·니콘 등 일제 브랜드가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가운데 삼성이 국내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선전하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시장 초기 디지털 카메라의 개념을 처음 정립했고 필름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CCD(Charge Coupled Device)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디지털 전문 브랜드 소니가 독주하다시피 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광학기기 전문회사인 니콘·캐논·올림푸스의 점유율 추격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니콘과 캐논의 경우 전문가용 DSLR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반면, 올림푸스는 컴팩트 시장에 주력하여 공격적 마케팅으로 소니를 제치고 한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에 소니는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동영상 등의 부가기능으로 디지털 카메라 입문자 시장을 공략함과 동시에 하이엔드 컴팩트와 DSLR의 중간급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새로운 시장을 선도, 올림푸스와 시장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편 니콘과 캐논은 필름카메라 시장에서의 노하우와 명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도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삼성 캐녹스의 경우 국산 브랜드의 친근함, A/S 상의 우위를 무기로 시장 초기 점유율 1위를 넘보기도 했으나 지금은 광학 전문브랜드 이미지 부족으로 인해 시장에서 조금씩 뒤처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최근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특징으로 단순한 화소 경쟁에서 벗어나 예전에는 전문가용으로 인식되던 DSLR 시장의 확대가 두드러진다. DSLR이란 ‘Digital Single-lens Reflex’의 약자인데, 피사체의 모습이 렌즈를 통해 뷰파인더에 전달되어 시차현상이 전혀 없는 카메라로서, 일반적으로 렌즈를 교환하는 방식의 카메라를 말한다<그림 3>. 또한 사진촬영이 기존의 ‘순간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넘어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 카메라는 다양한 표현을 위한 전문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초기 1,000만 원을 호가하던 DSLR은 지속적인 중가 모델의 출시, 그리고 2004년 봄 100만 원대 초반의 저가 모델 등장으로 인해 동호인들 사이에 급격히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올 연말에는 필름카메라의 명문 브랜드 중 하나였으나 디지털 시장에서는 부진했던 펜탁스가 최초로 100만 원 이하의 저가 모델을 출시, 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시장의 파이 또한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니콘과 캐논이 시장을 양분한 가운데 후지필름·코닥 등이 일부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었던 DSLR 시장에 올림푸스·미놀타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이다

3. 디지털 멀티미디어와 인터넷

‘못할 게 없는’ 인터넷 환경
이러한 MP3 플레이어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급성장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인터넷’이 있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국내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이루어졌다. 1995년에만 하더라도 전체 인구 중 1%만이 인터넷을 이용했으나, 2004년 현재 전체 가구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73%에 이른다(출처: 경향신문 2004년 8월 24일자).
이와 같은 초고속 인터넷의 보편화가 의미하는 것은 우선 인터넷 속도로 인한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장애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즉 원하는 음악이 있으면 ‘소리바다’에 접속해 그 곡을 MP3로 다운받는 것만으로 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앨범’을 만들 준비가 완료되는 것이다. 한국음반소매상협회에 따르면 10년 전 1만 2,000곳에 달했던 레코드숍이 현재 700곳 밖에 남지 않았고, 그 자리에 MP3 플레이어를 파는 전자제품 소매상이 들어서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반대로 디지털 음악시장의 규모는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P2P 사이트의 원조 격인 소리바다의 회원 수는 무려 2,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결국 MP3 플레이어의 급성장 배경에는 이와 같은 인터넷 환경의 보편화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으로 표출하는 자기 표현 욕구
디지털 카메라 시장도 MP3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시장의 급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인터넷이 말 그대로 ‘정보의 바다’로 작용한 MP3 플레이어의 경우와는 달리 인터넷의 사회적, 문화적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 경우이다. ‘싸이월드’로 대표되는 개인 홈페이지(혹은 블로그)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그를 대변한다. 디지털 카메라의 최대 고객층인 20대들은 모르는 사람과도 어울리기를 좋아할 만큼 사교지향적인 성향을 지녔고, 이러한 성향이 온라인상으로 이어져 인터넷에서 커뮤니티를 추구하는 성향이 타 연령층에 비해 높은 집단이다<그림 4>. 또한 다른 이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고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 쓰는 성향은 남들로부터의 인정이나 부러움을 사고 싶은 자기과시의 욕망으로 표출되기에 이르렀다<그림 5, 6>.
싸이월드의 미니홈페이지는 기존의 홈페이지와 달리 비용 없이 누구나 쉽게 꾸밀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1촌 맺기’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네티즌간의 관계를 구축, 고정적인 홈페이지 방문자들이 형성됨으로써 지속적인 홈페이지 관리의 동기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그림 7>. 그런데 그 미니홈페이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컨텐츠가 바로 ‘사진’이다. 이에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은 젊은층의 관계지향성과 과시욕망에 힘입어 싸이월드의 폭발적 확대를 불렀고, 역으로 소외되기 싫어하는 젊은 세대의 심리는 일명 ‘싸이질’에 동참하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는 선순환을 촉발해 두 시장 모두의 폭발적인 성장의 촉매 역할을 하였다.
또한 미니홈페이지 외에 디지털 카메라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이다. 싸이월드 내 사진 관련 클럽의 수는 2004년 10월 26일 현재 4,112개로 단일 소주제로는 다섯 손가락 내에 포함될 정도로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에도 5~6개의 새로운 사진 클럽이 개설되고 있다. 이러한 동호회 활동을 통해 사진과 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자기와 타인의 사진을 비교 평가함으로써 이제 디지털 카메라는 추억을 담는 도구에서 창작의 도구로 그 위상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전문가용으로 인식되던 DSLR의 급속한 보급에도 인터넷 사진동호회의 역할이 컸다. 자신과 타인의 사진을 비교하고,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접하게 되면 보다 나은 표현물을 창작하고 싶은 욕구를 지속적으로 느끼게 된다. 실제로 필자가 처음 클럽에 가입했을 때 대부분 컴팩트 또는 일부 하이엔드 컴팩트 기종을 가지고 있던 회원들의 상당수가 채 1년이 지나기 전에 DSLR로 교체했고, 기기 변경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비단 사진동호회뿐만 아니라 여행·스포츠 동호회원들도 대부분 디지털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는데, 그 중 상당수가 DSLR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디지털 카메라가 창작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시장의 대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일어나 시장 성장의 또 다른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에 비추어 볼 때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경쟁의 축도 기존의 화소 경쟁에서 고성능, 전문화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4.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다기능 휴대폰이 뜬다
MP3와 디지털 카메라 이후 한 템포 쉬어갈 것으로 예상되었던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 시장이 2004년 가을에 또 한번 술렁이고 있다. 급속한 IT기술의 혁신으로 가전·정보통신·컴퓨터와 같은 전통적 영역 분할이 붕괴되고 그 기능이 중첩되면서 더욱 컴팩트해지는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가전과 정보통신에 있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 속도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디지털 컨버전스의 전면에는 휴대폰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휴대폰들은 메가 픽셀급 촬영기능, 음악 및 영화감상 기능, 전자상거래 기능이 탑재되어 휴대용 디지털기기의 컨버전스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시장에는 500만 화소급의 휴대폰 카메라가 출시되고, 광학 줌을 비롯한 카메라의 기능을 고스란히 보유한 휴대폰도 등장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고화소 경쟁은 단기적인 현상 정도에서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고화소의 폰 카메라보다는 디지털 카메라를, MP3 플레이어 복합 단말기보다는 MP3 플레이어를 따로 구입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그러한 전망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보면 단지 ‘화면을 담는다’는 의미 이외에, 보다 나은 사진을 찍고 촬영의 다양한 기능을 즐기고 싶은 욕구, 복합 단말기의 편리성보다는 고품질의 음악을 듣고 싶은 욕구가 아직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휴대폰은 디지털 컨버전스의 선두주자로 지속적인 발전과 변신을 거듭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시장 주목
2004년 10월 서울무역센터에서 개최된 한국전자전에서는 국내외 여러 기업에서 경쟁적으로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 기기를 선보였다. PMP란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를 말하는데, 손바닥만한 몸집에 컬러 LCD 화면과 대용량 저장장치를 갖추고 있어 인터넷에서 받은 동영상과 음악파일을 아무 곳에나 걸어 다니면서도 볼 수 있는 제품이다. 즉 PC방이나 거실에서 PC에 연결해서 보던 동영상을 이제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하는 다기능 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것이다. 이외에도 TV 수신 및 녹화·전자사전·이동형 대용량 저장장치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보유, MP3 산업의 뒤를 이을 차세대 휴대용 플레이어로 주목 받고 있다<그림 8>. 이에 국내 최대 MP3 플레이어 메이커인 레인콤은 동영상과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제품 ‘PMP-100’을 지난 9월 출시했으며, 그 외에도 이레전자·디지털큐브·이화산업 등 MP3 메이커들이 같은 컨셉트의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LG전자·삼성전자·거원시스템 등은 연내에 PMP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과 관련해 인터넷 수능 강의를 위한 학습용으로, 또 보고 싶은 영화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언제 어디에서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시장성을 높이 평가하는 의견도 있지만, 한쪽에서는 반복해서 듣는 음악과는 달리 동영상에도 그만한 욕구가 있겠는가 하는 회의론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벌써 다음·네이버 등의 인터넷 카페에 가입자 수가 수 천 명에 이르고, 초기 예약판매가 단 며칠 사이에 완료되는 등 PMP는 단연 2004년 하반기 디지털 컨버전스 시장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아직 시장에서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기존의 테이프 대신에 플래시 메모리나 HDD를 이용해 동영상을 저장하는 캠코더의 등장이다. PMP가 MP3 플레이어를 동영상의 영역으로 진화시킨 제품이라면, 이는 정지화상을 기록하는 디지털 카메라를 동영상 촬영의 영역으로 진화시킨 캠코더의 디지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초 DVD를 저장매체로 하는 캠코더가 시장에 선을 보였는데, 그것은 기존의 캠코더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를 통해 TV로 시청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개념의 캠코더는 동영상을 파일 형태로 저장함으로써 PC로의 전송이나 편집이 매우 편리하고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또 컴팩트한 사이즈에 MP3 플레이어, 대용량 저장장치, 디지털 카메라 기능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측할 수 있다. 이미 일본의 파나소닉·JVC가 시장에 제품을 선보였으며, 삼성전자가 10월중에 ‘미니켓’이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하는 데 이어, 캠코더 시장의 1위 소니도 연내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자기과시의 욕구에 기반한 인터넷 미니 홈페이지가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에 기여하였던 것처럼 이 제품의 확산에도 기여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5. 맺음말

우리나라가 첨단기기의 ‘테스트 마켓’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외국 기업들, 특히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 디지털 기기를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우리나라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아시아 및 세계 시장으로 향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 수정한다고 한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대표적인데, 실제로 올 들어 주요 업체들이 자사의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한국 시장에 투입하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올림푸스 ‘뮤-미니’의 경우 본사가 있는 일본보다 한국 시장에 한 달 가량 먼저 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을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호기심이 많아 몇 년간 계속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첨단 디지털 기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고, 시장 반응도 빠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면에 세계적으로 잘 발달한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형성된 인터넷 문화가 제품 시장의 형성으로 직접 연결되고 있음을 직시해야만 한다. 인터넷·통신·정보 환경은 빠르게 변한다. 불과 3~4년 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어느새 일상적인 일이 되었듯이, 1~2년 사이에 어떤 새로운 문화가 시장을 형성하고 소멸시킬 것인지 유의하면서 그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기술과 환경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