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12 : Culture Club - 게임산업의 진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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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Club - 게임산업의 진화
 
  양지로 나온 전자오락,
가정용 콘솔게임 시장의 확대
 
정 성 욱 대리 | 영상사업팀
swchung@lgad.lg.co.kr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칼럼은 가정용 비디오게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본다는 전제 하에 쓴 것입니다. 따라서 내용이 원론적이거나 기초적인 부분을 다루는 것에 대해서 양해를 구합니다.

‘전자오락’이라 흔히 불리는 컴퓨터 게임이 보편화된 것, 즉 오버그라운드화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프로게이머 리그라든지 게임전용 채널처럼 다른 나라나 문화권의 게이머들이 부러워할 만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우리나라이지만, 그런 인프라를 가능케 한 붐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컴퓨터의 발달과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이라는 촉매를 등에 업고 등장한,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다. 그러한 발전 이전에는 컴퓨터 게임은 소수의 사람들, 즉 PC(Personal Computer)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혹은 동네의 음침한 오락실을 떠도는 불쌍한 영혼들의 전유물이었다.


휴대폰에까지 들어온 다양한 게임
그런데 단순히 ‘컴퓨터 게임’이라고 말하면 컴퓨터를 이용해 즐기는 게임이 아니겠느냐 생각되겠지만, 컴퓨터의 종류나 용도가 다양한 만큼 게임도 다양한 채널로 구현이 된다. 몇 년째 비정상적이리만큼 독보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처럼 PC로 즐기는 ‘PC게임’이 있는가 하면, 오락실에 설치된 전용기계를 이용해 즐기는 ‘오락실 게임(정식용어로는 ‘아케이드 게임; Arcade Game’ 혹은 ‘코인압 게임; Coin-op Game’)’, 그리고 휴대폰을 이용해 즐기는 ‘모바일 게임’ 등이 있다.
여기에 ‘게임기’라는 별도의 기기를 통해서 가정에서 즐기는 ‘콘솔게임’ 역시 컴퓨터 게임의 한 종류다. 게임기로 즐기는 이러한 콘솔게임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반 대중이 전자오락을 접하게 된 최초의 형태였다. 1972년 전자제품 회사인 매그나복스(Magnavox)가 미국에서 발매한 ‘오디세이’가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인데, 이는 TV에 연결해 즐기는 것으로 10~12개의 게임이 내장돼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흰색 점과 선으로만 이뤄진 단순한 그래픽 때문에 일반인들의 상상을 돕기 위해 TV화면에 붙일 수 있는 배경그림이 그려진 반투명 플라스틱 판이 제품 안에 동봉되는 등, 지금 생각하면 귀여운 구석이 있는 기계였다. 하지만 당시 새롭게 등장한 이런 식의 가정용 게임 시스템의 인기는 대단했다. 이후 아타리(Atari)나 콜레코(Coleco) 등 여러 업체에서 유사한 기계들을 내놓기 시작했고, 70년대에 걸쳐 미국과 유럽에서 엄청난 붐을 불러 일으켰다. 나이 많으신 분들은 TV에 연결해서 즐기던 탁구게임이 우리나라 신문에도 광고로 실렸던 것을 기억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정식으로는 아니지만 오퍼상들에 의해 이런 기계들이 우리나라에도 조금씩은 들어왔다.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던 ‘전자오락’이 어느 순간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 시장포화에 따른 대책 미비, 가정용 컴퓨터 등장 등의 이유가 겹쳐 시장 전체가 망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이후 콘솔게임의 중심지는 우리도 익히 아는 닌텐도(Nintendo)가 있는 일본으로 옮겨지게 된다. 미국에 다시 한번 콘솔게임 시장을 부활시킨 기계도 닌텐도가 개발한 ‘패미컴’이었고(한국에는 현대에서 ‘게임보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바 있다), 그 라이벌인 세가(Sega) 역시 일본 회사였다. 가정용 비디오게임이 본격적으로 전세계적인 인지를 얻고 발전하기 시작한 것도 일본의 가전제품 ‘모걸(Mogul=거물)’인 소니 사가 1995년 플레이스테이션을 전세계적으로 출시하면서부터였으니, 이 분야에서 일본의 종주국이라는 입지는 무척이나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가족이 함께 ‘뉴미디어(?) 체험’
그런데 21세기 ‘컨버전스(Convergence)’의 시대를 맞이하며 가정용 비디오게임은 ‘게임’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게임이 휴대폰과 MP3 등의 휴대용 기기의 필수 기능이 되어 가는 가운데, 가정용 게임기는 TV와 연결되어 가정용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기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야심 찬 시도를 보이게 된다. 2001년에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2에 DVD플레이 기능이 추가되어 겸용기기(Converged Appliance)의 면모를 과시한 점이나, 갑자기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엑스박스’라는 기계로 비디오게임계에 진출한 것 역시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앞으로 계속되는 가정용 기기 통합의 향방 속에서 TV와 더불어 가정용 게임기의 중요성은 크게 증가할 것인데, 최근 디지털 방송의 셋톱박스에 게임기능이 추가되는 사실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2년에 플레이스테이션2, 2003년에 엑스박스와 게임큐브가 출시되어 최근 플레이스테이션2는 국내 판매 100만 대 돌파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는 등 그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는중이다. 주 5일 근무의 확대나 컴퓨터와 친근한 세대들이 점차 사회에 진출하고 구매력을 확보하는 것도 게임기의 보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가격의 벽이라든지 시장 취향과의 거리 같은 장벽이 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경기회복과 현지화에 의해 해결될 것으로 보여 한국에서의 가정용 비디오게임의 미래는 밝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올해 가을 미국과 유럽에서 ‘킹덤 언더 파이어:더 크루세이더’라는 엑스박스용 게임이 출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 게임의 개발사는 놀랍게도 판타그람이라는 한국회사다. 이외에도 한국 회사들은 세계에 보여줄 여러 콘솔게임을 개발중인데, 일본이 지배하고 미국이 쫓고 있는 비디오 게임시장의 정복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비디오게임 시장은 온라인게임에 이어 한국 게임업계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이 되고 있다.
‘가족에서 친구로.’ 이 말은 국내에서 판매중인 모 콘솔게임의 슬로건으로, 콘솔게임의 매력을 아주 잘 표현해준다. 콘솔게임은 여러 사람이 TV앞에 모여 즐길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는데, 사실 이러한 장점을 살리지 못한 채 게임기가 ‘소외’의 이유를 제공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의 기술 발달은 게임기의 이러한 면을 잘 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가족과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활동으로 콘솔게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건설적인 변명’이 필요하다면 ‘뉴미디어 체험’이라는 핑계도 좋을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