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06 : Special Edition - Consumer Insight 뉴 패러다임 - 3.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시대의 소비자 통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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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ion3 -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시대의 소비자 통찰
  정황 마케팅·벤치마크 마케팅 ·협력 마케팅에 주목  
홍종필 |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jphong@ewha.ac.kr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더불어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의 정보통신 기기로 무장한, 이른바 ‘똑똑한 군중(Smart Mobs)’이 등장함에 따라 시장에서의 이런 소비자의 영향력이 급속히 증대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네트워크 시대의 새로운 소비자 동향을 살펴보고, 그에 상응하는 소비자 통찰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를 구현하는 디지털 융합의 시대

소위 ‘포스트-PC 시대’라 일컬어지는 현대의 정보통신 기술의 특징은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와 4C(Computer·Communication·Consumer Electronics·Contents)의 통합화라 할 수 있다. 이는 점차 하나의 소형 디지털 기기 안에 기존의 컴퓨터·통신·소비자 가전 및 컨텐츠 매체의 기능이 복합적으로 담겨짐을 의미한다. 소비자는 이러한 새로운 정보가전 기기(Information Appliance)를 휴대하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유·무선 통합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사람들끼리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통화를 하며, 사진을 찍어 데이터를 전송하기도 하고, 쇼핑을 하고 금융 업무를 보며, 또한 전자서적을 읽고 영상 컨텐츠를 시청하기도 한다.
이러한 디지털 융합화 현상 중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 유·무선 네트워크의 광대역화(Broadband)에 따른 용량과 속도 증가가 유통 컨텐츠를 대용량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네트워크에 접속되는 기기의 증가 현상인데, 사람이 소유하거나 휴대하는 컴퓨터·휴대전화·PDA·정보가전 등과 같은 기기 차원에서 점차 증가하던 네트워크 접속 제품들이 이제는 컴퓨터 칩이 내장된 센서 등의 공간적 사물 차원으로 비약적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사용자와 네트워크 간의 관계성이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인데, 과거 소수의 사용자들이 특정한 환경에서만 접속할 수 있었던 네트워크에 접속되는 사용자의 층이 점차 증가하고, 동시에 실시간으로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있는 상태 역시 상시화됨으로써 나타나게 되는 네트워크 이용 패턴의 변화이다.
이 같은 융합화·복합화가 컴퓨팅·커뮤니케이션·컨텐츠의 디지털 네트워크화와 상호 연계로부터 시작해서 수직적, 수평적 산업으로의 확장을 거쳐 궁극적으로 유비쿼터스(Ubiquitous)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유비쿼터스란 원래 라틴어 ‘Ubique’에서 유래한 말로 ‘어디에서나(Everywhere)’를 의미하는데,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하고나, 실시간으로, 어떤 장치를 통해서든지, 쌍방향으로 디지털화한 정보를 교환하고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일상 환경과 사물·제품·상점까지도 사람과 더불어 ‘언제나 접속되어있고(Always On)’, ‘언제나 쌍방향으로 상호작용하며(Always Interactive)’, ‘언제나 상황인식이 가능한(Always Aware)’ 지능적인 존재로서 작용한다.


‘똑똑한 군중(Smart Mobs)’ 의 등장


인터넷이 채 보급되기도 전인 1993년에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던 <가상공동체(The Virtual Community)>의 저자로 유명한 하워드 라인골드(Howard Rheingold)는 2002년에 출간한 또 다른 저서 <스마트 몹(Smart MOBS): The Next Social Revolution>에서 지구촌 사람들이 통신과 컴퓨터 기술의 융합현상에 적응해가는 양상 및 그러한 융합화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고찰했다.
그는 ‘스마트 몹’을, ‘그들이 휴대하는 통신과 컴퓨터의 복합기능을 가진 네트워크 기기의 사용을 통해 서로 상대방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고,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모이며, 또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일치된 협동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들’로 정의한다. 그리고 실제로 진보된 정보통신 기술은 사람들이 일을 계획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모이고, 교류하며, 의사소통하고, 일을 하고, 시간을 지각하는 방식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처럼 산업화 이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했던 ‘군중’이 바로 이런 네트워크 기기로 무장해 똑똑하고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몹은 본래 정치적 의미에서 출발했지만 이미 능동적인 소비자, 혹은 소비자 간의 네트워크라는 측면에서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도 그 의미의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들은 수동적인 기업의 마케팅 대상으로 머물기보다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존재들이다. 스마트 몹은 휴대전화·무선 랜·개인휴대단말기·인터넷·인스턴트 메신저 등과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긴밀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으며, 엘리트의 상징 조작에 놀아나기 쉬운 존재라는 의미의 ‘우매한 군중’이나 내면적 고립감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고독한 군중’과 대비되는 ‘참여하는 군중’이다. 그래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제품 아이디어를 기업에게 제시하는가 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네트워크를 이용해 혹독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불매운동도 불사하지만, 일단 이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서비스는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끼리 모여 온/오프라인의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활발히 활동하기도 한다. 또한 백과사전이 제공하는 규격화된 지식에만 만족하던 과거의 군중들과 달리 스마트 몹은 자신들의 경험이나 단편적인 지식을 모아서 지식검색이 가능한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냈다. ‘인터넷 일기’, 혹은 ‘개인 웹 게시판’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블로그(Blog)’도 스마트 몹의 위력을 대변하는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의 마케팅적 함의

스마트 몹의 등장은 결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크게 증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종전에는 소비자가 어떤 제품·서비스의 구매를 고려할 때 대중매체 광고,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의 추천, 입소문, 판매원, 또는 가격비교 사이트 등의 한정된 정보에 의존해 구매 의사결정을 해왔다면,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시대에는 실시간으로 쌍방향적이며 다각적인 소비자 간의 정보 유통을 통해 그 중에서 적절하고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택하여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디씨인사이드(dcinside.co.kr)와 같은 제품 평가 웹 사이트 등을 소비자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는데, 이러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으로 구성된 커뮤니티가 특정 관심사나 특정 브랜드에 관해 정보를 교환하는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스마트 몹의 출현은 기업의 마케팅 활동의 계획과 실행을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데, 기업들은 제품 기획 단계부터 고객들을 참여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빠른 속도로 생성·확산·소멸하는 스마트 몹의 트렌드를 읽어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새로운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환경에서 기업이 주목해야 할 마케팅 활동의 주요 특징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고객의 정황(Context) 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해 고객 만족과 충성도를 제고할 수 있는 ‘정황 마케팅(Context Marketing)’의 중요성이다. 정황 마케팅 모델이란 고객의 욕구가 발생되는 정황에서 고객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효과적인 제안을 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이러한 제안은 개인이 당면하는 정황과 고객의 특성 및 구매 이력에 근거해야 한다. 이는 네트워크 상의 감식(Sensing) 및 추적(Tracking) 능력을 활용해 소비자 개개인의 특정 상황에 맞는 제안을 최적화하여 제공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주파수 식별시스템인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1나 센서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고객의 시간 및 장소 정보뿐만 아니라, 고객의 행동을 감지하여 상황에 적합한 프로모션 및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신속하고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수집된 고객정보의 의미화가 중요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의 의미화’란 여러 감식 장치나 정보 소스로부터 수집된 고객의 다면적 정보를 일원화하여 기업이 향후 판단이나 행동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방대한 고객정보의 의미화를 가능케 하는 것이 고객관계관리의 중요한 역할이다. 단,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고객의 다면적인 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객정보 활용에 관한 소비자의 승인을 사전에 얻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누군가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고객의 허락 및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개인정보 관리를 위한 철저한 보안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벤치마크 마케팅(Benchmark Marketing)’의 중요성이다. 벤치마크 마케팅이란 소비자 커뮤니티 내에서의 제품 평가 순위나 코멘트, 혹은 Q&A나 전문가의 조언을 ‘벤치마크’로 제공, 소비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구매를 촉진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소비자는 상품에 관한 벤치마크를 참조함으로써 제품 구매에 대해 안심과 확신을 가질 수 있으며, 이것이 구매 장벽을 낮추거나 구매 후의 상품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다.
벤치마크 마케팅이 가능한 것은 커뮤니티 사이트의 내용 면에서의 체계화, 접속자 수에서의 대형화, 접속 방식의 유비쿼터스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 환경 하에서는 네트워크에 접속되는 기기가 늘어나 남녀노소, 집안이나 외부에서까지 커뮤니티에 참가하는 주체가 다양해진다. 또한 참가자가 늘어나면서 벤치마킹의 근원이 되는 정보량이 증가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제품 평가가 더욱 정확해지고 신뢰도가 높아지게 된다. 또 제품에 관한 벤치마크 내용을 PC 앞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점포에 진열된 제품 바로 앞에서 참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이 속하는 커뮤니티의 속성을 잘 파악하여 자사와 친화력이 높은 커뮤니티를 거느림으로써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며, 온라인 커뮤니티 내 사용자 간의 구전효과를 이용한 ‘바이러스 마케팅(Viral Marketing)’의 역할도 강조될 것이다.
셋째는 고객과 기업, 기업과 기업 간의 협력이 강조되는 ‘협력 마케팅(Collaborative Marketing)’의 중요성이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의 구축과 함께 영상 커뮤니케이션이 일반화되어 상품 디자인이나 브랜드 컨셉트까지도 구체적인 모습으로 소비자와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되면, 제품 개발 전 단계에서부터 소비자 참여 활동도 그만큼 구체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고객과의 협력 마케팅이 목표하는 것은 소비자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혹은 자신들이 구입할 것을 전제로 제품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함으로써, 제품·브랜드에 대한 애착심과 충성도가 커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제품 개발의 과정은 소비자의 자아 실현 욕구 만족의 과정이 되고, 더불어 한정 생산품과 같은 희소가치에 대한 프리미엄까지 제공됨으로써 소비자의 높은 관여도에 의한 부가가치가 생성될 수도 있다. 또한 기업과의 협력 마케팅을 위해서는 외부 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나 투자를 통해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 고객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마케팅회사, 감식 및 추적을 위한 스마트칩을 내장한 신용카드·멤버십카드와 위치 정보 등을 가진 무선통신 사업자, 고객별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최적의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모션 사업자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유비쿼터스 관점의 협력 마케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통합 고객 데이터베이스가 필수적 기반 요소이나, 현재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는 단순 물리적 통합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가능한 서비스들이 제대로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객 정보가 한 곳에 모일 수 있는 통합 고객관계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관련 업체의 고객 정보를 교환 및 공유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많은 법적인 한계와 실무상의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신중하게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의 똑똑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의 성패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마케팅 접근법을 얼마나 신속하게 통합하고 조절하여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그러나 선별적이면서 혜택을 제공해주고, 지속적인 쌍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것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 수준이 갈수록 크게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항상 고객들이 필요한 바를 찾아서 해결해주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러한 네트워크 기술이 소비자들의 삶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통찰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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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파수 식별(RFID: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전자태그, 전파인식)
주파수 식별태그는 일종의 칩이다. 양판점에서는 그동안 바코드를 물건에 인쇄하고 이를 일일이 바코드리더로 인식시켜야 했다. 하지만 전세계는 몇 년 전부터 주파수인식기기가 읽어들일 수 있는 자그마한 정보인식용 RFID칩, 즉 주파수 식별태그를 부착시키고 계산대만 거치면 계산이 되도록 한 편리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전세계는 이처럼 물건에 깨알만한 작은 칩을 붙여 이 칩에 물건의 유통경로, 생육과정, 가격 등 제반정보를 심고 전파를 이용해 순식간에 처리토록 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최고의 유통기업인 월마트가 이 기술을 내년까지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출처: 전자신문 2004.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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