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06 : Special Edition - Consumer Insight 뉴 패러다임 - 4. Case Study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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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ion4 - Case Study
 
  마음을 움직이는 힘, ‘나를 일깨워줌’의 감동  
김 재 휘 |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kinjei@cau.ac.kr
 

사례1: 통찰의 시작은 소비자에 대한 관심과 관찰

소비자 통찰을 얻기 위해서 흔히들 ‘소비자를 이해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소비자의 마음(Needs)을 알아낼 것인가’하는가는 광고나 마케팅에서 가장 고민을 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과학적인 접근의 일환으로 소비자 조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는 편이다. 조사의 방식은 대개 소비자에게 그 답을 요구하고 있으며, 마케터는 소비자로부터 얻은 답변을 통해서 그들을 이해하고자 한다. 예컨대, ‘여러분이 OO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여러분이 OO제품을 사용할 때 불만족스럽다고 생각한 것은 어떤 것입니까?’ 등과 같은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응답을 분석하여 소비자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소비자 조사를 통해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일까? 나아가 어떤 인사이트(Insight)를 얻을 수 있을까? 물론 소비자 조사를 통해서 우리는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으며,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소비자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을까?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는 소비자 스스로 알고 있으며, 그것을 표현(답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혹은 자신의 생각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있어서 쉽게 밖으로 인출(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한 사례로서 ‘트롬(Tromm) 세탁기’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눈에 띤다. 기능적으로 우수한, 삶아 빠는 방식의 트롬 세탁기를 시장에 출시하기에 앞서 시행된 소비자 조사의 결과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했다. 즉 트롬 세탁기가 갖는 장점인 건조기능, 삶는 기능, 우수한 세탁력 등에 대해서, 실제로 소비자들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예컨대, 소비자들은 ‘건조는 실외에서 자연스럽게 말리는 것이 더 낫다’, ‘건조하는 데 전기비용이 추가로 들 것이다’ 등과 같이 건조 기능에 대한 저항감과 고비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또한 삶는 기능에 대해서조차도 ‘옷을 한꺼번에 삶는 것보다 조금씩 따로 삶는 것이 더 깨끗하다’, ‘우리 집에서는 삶는 빨래가 별로 없는데’ 등과 같이 기대처럼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나아가 ‘뛰어난 세탁력’이라는 장점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은 ‘지금의 세탁기도 깨끗하게 세탁이 되는 편인데’하는 것처럼 기존 세탁기의 세탁력에 대한 불만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사결과는 트롬 세탁기와 같이 삶아 빠는 방식의 세탁기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비자들은 삶아 빠는 세탁기는 ‘전기료가 많이 들고, 용량이 작을 것 같으며, 세탁시간이 길고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롬 세탁기’는 무엇을 어떻게 소구해야 할 것인가? 자신의 기능적인 장점을 더 크게 강조를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약점으로 여겨지는 기능들을 보완해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인가?

<그림 1>의 예를 보자. ‘그이가 승진했을 때 사 준 셔츠, 그이는 항상 이 옷만 찾아요!’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비자들은 세탁을 하고자 할 때나, 혹은 세탁기에 옷을 넣을 때 주저없이 단숨에 세탁기에 옷을 던져 넣는 경우와, 세탁기에 넣을까 말까 망설이는(손으로 세탁할까, 아니면 세탁소에 맡길까. 옷이 상하지 않을까 등) 경우가 있다. 그런데 위의 소구방식은 소비자들은 대개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거나 아끼고 싶은 옷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들은 세탁기에 넣을 때 항상 주저하게 된다는 사실에 착안을 한 것이다. 다시 말해 비싼 옷, 아끼는 옷, 의미 있는 옷, 소중히 여기는 옷에 초점을 맞추어 ‘오래 오래 입고 싶은 옷은 트롬 세탁기’를 이용하라는 의미이다. ‘오래 오래 입고 싶어서 트롬 세탁기’라는 커뮤니케이션이 돋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비자 통찰은 어떻게 얻게 된 것일까? 이것은 일반적인 소비자 조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세탁 시의 소비자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해서 얻을 수 있다. 소비자를 알고자 한다면 평소에도 끊임없이 소비자의 행동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은 행동까지도 포착하고, 이러한 행동이 왜 나타날까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것을 밝히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에게 질문을 던지기 전에 무엇에 대해 물어야 할지를 먼저 탐색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에 대한 관심과 시선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관찰을 통해서 통찰의 실마리를 얻는 경우는 흔히 있다. 사람들은 제품의 효과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인과(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추론한다고 보이지만, 의외로 직관적이며, 휴리스틱(Heuristic 발견적 학습방식)을 통해서 효과의 유무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세제의 세척력에 대한 효과지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상정해보자. 소비자 조사를 통해서 얻게 되는 답변들에서는 ‘얼룩이 잘 지워지는가, 혹은 세탁 세제의 양(조금만 넣어도 때가 잘 빠져요)’ 등을 언급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을 면밀히 관찰하면 세탁 후에 세탁물을 코에다 대고 냄새를 맡고 있다는 사실이나, 세탁물을 정리할 때 흰색의 옷에 대해서는 반복적으로 체크를 하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세제에 향수를 첨가한다거나 표백제를 첨가할 경우 소비자들은 세척력이 더 강한 것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커피의 경우를 보자. 어떤 커피가 맛있는가를 판단할 때 소비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원산지, 재료의 질, 커피 가공시의 볶는 기술 등 실제로 생산자적인 관점에서 많은 기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판단 근거는 제한적이며 의외로 단순하다. 이를 염두에 두고 커피의 신제품 개발이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 소비자 조사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가?’, ‘왜 좋아하는가?’에 대한 소비자의 응답은 ‘OO커피를 좋아하고 그것이 가장 맛이 있다’고 하는 정도일 뿐 더 이상의 얘기를 얻기가 어렵다. 그럼 실제로 ‘맛이 있다’고 하는데, 무엇을 맛으로 판단하는 것일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행동을 잘 보면 그들은 커피를 찻잔에 담아 처음 마시는 순간에 잠시 멈추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후각을 통해서 들어오는 첫 번째의 자극(냄새)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는 커피향이 맛의 판단 기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적절한 커피향이 중요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소비자가 커피를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마시는가에 대한 세심한 관찰도 좋은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례2: 나를 일깨워 줄 때의 감동


소비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세심한 관찰은 통찰을 얻는 출발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이며, 무엇을 얻고자 해야 하는가? 즉 통찰을 통해 얻게 되는 결과적인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공감(共感)과 동감(同感)을 얻는 것이다. ‘공감’이라는 것은 ‘음, 그래 그럴 수도 있어!’ 하듯이 나와 다른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잘 표현했다는 것에 대한 ‘인정’이며, ‘동감’은 ‘아니! 저거는 내 얘기를 하는 것 아니야?’ 하는 것처럼 자신의 내면이나 생각을 잘 알아차렸다는 놀라움과 감동을 포함한다.
<그림 2>의 예는 수 년 전 것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광고이다. ‘선영아 사랑해!’라는 광고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광고방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대중매체도 아니며, 프린트된 인쇄매체도 아니고, 손으로 기록한 듯하며, 광고의 대상도 보이지 않는다. 지정된 광고 스페이스를 할당받는 전형적인 옥외광고와도 다르고, 부착장소 또한 벽이나 기둥이다. 그런데 이 광고가 소비자의 주목을 끈 이유는 다른 데에 있는 듯하다. 즉 지금까지의 광고 메시지는 ‘나와 다른 소비자를 포함한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소구’였지만, 이것은 비록 ‘나는 아니지만 그 누군가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로 보였다. 또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선영이를 사랑하는 사람)의 심정도 절실하게 와 닿았으며, 메시지의 내용(사랑하는 마음)도 깊이 있게 전달되었다. 그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선영이라는 여자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저렇게 했을까?’,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혹은 여성의 입장이라면 ‘나도 저런 사랑을 받았으면, 저 남자와 저 여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등 우리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향수와 공감대를 자극한 듯하다.
다음의 예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이다. 이 메시지는 사회에서 열심히 일한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당신’이라는 말은 바로 나 자신을 지칭하는 듯하면서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출세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온 30대, 혹은 4, 50대인 나의 심정을 잘 대변해 주는 듯했다. 바로 소비자의 공감과 동감을 얻은 것이다.
이와 같은 동감을 갖게 해주는 통찰은 소비자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조사결과로부터 얻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소비자의 잠재적인 생각을 읽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소비자 조사와 같은 자기 보고식의 답변보다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심층 면접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며,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다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개인(바로 나, 혹은 당신)을 대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여러분들, 혹은 소비자들’이라고 불리는 것을 원치 않으며, 자기만을 따로 불러주거나 개별적으로 (혹은 특별히) 취급해주기를 원한다. 구체적인 자기 이름을 불러주게 되면 마음이 흔들리는 법이다.
‘선영아 사랑해!’, ‘김대리님! 부자되세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등의 예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나의 여자는 선영이가 아니며, 나는 김대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메시지는 듣는 소비자(나)의 마음 깊이 다가온다.

례3: 경험과 기억의 세계에 들어가기

통찰을 통한 소비자의 이해의 방식은 소비자의 내면세계에 좀더 깊이 다가가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를 아는 것은 곧 소비자들이 어떤 과거 경험을 갖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공통된 경험을 이해하는 것은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필요하며, 공감과 동감을 이끌어내는 데 필수적이다.

소비자들의 과거의 경험은 기억체계를 이루어 소비자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의 많은 경험이 어떻게 저장되어 있는가는 그것을 어떻게 자극하고 어떻게 인출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기억의 활성화 모델에 따르면 사람들이 보거나 듣거나 경험하게 되는 정보들은 일련의 관계성(Set of Relationship)에 따라 조직화되고, 많은 관련 정보들을 포함하는 연상망(Associative Network)에 저장된다고 본다. 즉 소비자는 상표 및 상점 등과 관련된 개념의 조직화된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출의 관점도 기억의 어떤 측면을 활성화시키면 관련되는 다른 정보(기억조각)를 자극시키게 되고, 이에 따라 서로 연결된 정보처리 과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연관된 사건에 의해 기억의 요소가 저장되는 것을 ‘사건기억(Episodic Memories)’이라고 하는데, 이런 기억은 유지하려는 동기가 매우 강하다. 예컨대, 맨 처음의 데이트·신혼여행·졸업식 등과 같은 사건이 함께 기억의 세계에 저장되는 것이다. 이런 기억은 특별한 연상을 통해서 한꺼번에, 그리고 생생하게 인출해낼 수 있는데, 이를 ‘섬광기억(Flashbulb)’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행지의 사진 한 장은 여행 중에 있었던 많은 기억을 불러온다. 특히 학생시절의 수학여행이나 신혼여행 때의 사진은 과거의 경험세계를 일깨우고, 추억에 잠기게 하며, 나(소비자)의 내면세계에 들어오는 문의 빗장을 쉽게 열어준다. 이처럼 경험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사건 기억들을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그림 3>에서처럼 교복을 입고 버스를 타고 가는 남녀 고교생들이 이성 학생들 앞에서 서로 몸에 힘을 주고(빼고) 남자(여자)답게 보이려고 하는 모습은 그 시절을 보냈던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갖게 해준다. 단순히 제품의 기능을 보여주는 것보다 소비자의 마음에 훨씬 더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사례4: 통찰, 단축된 인지과정의 표현

소비자로 하여금 동감을 갖게 하거나 감동을 주는 또 다른 경우는 소비자의 ‘사고(생각)’의 지름길을 발견했을 때이다. 흔히들 위트가 넘치는 광고를 접할 때는 ‘아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마련이다.
통찰이라는 것은 일상적인 인지과정보다 훨씬 단축된 인지과정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학습할 때 사고의 지름길을 발견하고 그것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동감과 함께 기쁜 탄성을 지른다. 이는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발견했다기보다, 알고는 있었지만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되면서 얻게 되는 감동인 것이다.
진한 감동을 동반한 유머광고나 많은 메시지를 압축해서 우리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예컨대, 추운 겨울에 중년의 여성이 남편에게 하는 말,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라고 하는 광고에도 많은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 흔히들 말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염화시중(拈華示衆)’이라는 표현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말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바로 통찰에 이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창하고 장황하게 표현하지 않고도 자신의 제품이나 광고 메시지가 소비자의 의식 깊은 곳에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통찰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4>는 외국광고의 사례인데, 전구의 수명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 남자가 조명이 꺼질 때마다 서랍에서 전구를 꺼내 교환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2번째 전구를 갈아 끼울 때의 남자의 얼굴은 젊은이에서 70대 할아버지로 바뀌어 있다. 불과 몇 초의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할 말을 모두 전함과 동시에 소비자들로 하여금 ‘아하!’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고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