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팬-메이드 자작 광고전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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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입니다. 소재 고갈입니다. 전 그냥 게임 좋아하는 카피라이터일 뿐인데. 2년 넘게 게임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어요.

 

누가 협박했냐고요? 아뇨, 칼 들고 제가 자원했습니다. 한두 번은 신나서 했죠. 페이지가 쌓일수록 일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본업이 워낙 뇌 쓰는 일이라, 두개골 환기 좀 해보려 한 건데. 머리가 더 뜨거워진 것 같아요, 선생님...

 

어쩔 수 없습니다! 곳간이 싹 바닥났으니, 밑바닥 밑천으로 때울 수밖에! 이제부터 보여드릴 건 '썸네일'입니다. '썸네일'이란 광고 아이디어를 시각화한 낙서 정도로 보시면 되는데요.

 

지면광고 하나 만든다 셈 치고 '썸네일'을 만들어 볼게요. 제가 플레이 한 게임들을 소재로.

 

근데 광고면 광고지 왜 굳이 '썸네일'이냐?

1. 실제 광고가 아닌 팬-메이드 이미지기 때문에

2. 진짜 썸네일 그리듯 5분 만에 쓱쓱 했기 때문에

3. 본업 실력 '뽀록'나는 거 보험용

, 설명은 여기까지. 이제 순서대로 쭉 보시죠.

 

A안. 테트리스 99

 

<TETRiS 99> 팬메이드 썸네일. 비주얼은 나노 바나나. 폰트는 미원체(무료사용가능).

 

첫 썸네일은 테트리스 시리즈 최신작, <테트리스 99>입니다. 99년도에 나온 작품 아니냐? 아닙니다. 99 아니고요. 99명이서 배틀로얄을 펼치는 겁니다. 어떻게? 테트리스 게임으로.

 

내 블록을 붕괴(positive)시키면, 나머지 98명에게 충치세균 블록이 누적(negative)되는 식으로 공격합니다. 1초라도 빨리, 1줄이라도 많이, 붕괴시키는 게 중요하겠죠. 그럴 때 절실한 것이 바로 요 1자형 롱-블록. 전문용어로 '짝대기'라고 하죠. 이 친구의 중요성은 5천만 테트리스 유저라면 모두 다 아실 터.

 

그 공감대에서 시작했어요. '이 기분, 마치 아파트 한 채(한 동?) 당첨된 기분 같아💕' 느낌으로다 비주얼 작업했습니다. 카피는 긴 말 필요 없을 것 같고요. "당첨" 이게 딱 베스트라 생각해 넣어드렸습니다.

 

얼터 카피로는 "입지 좋습니다, 이쪽에 알 박으세요." 또는 "테트리스 테트리스 아하아하!(로제의 <아파트> 톤으로)" 등이 있었는데... 왜 안 됐는지 아시겠죠? 넘어갑니다.

 

블록 색감 잡는 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사실감 있게 생성한 아파트 단지 이미지에 쨍한 컬러의 오브젝트를 심으니까, AI 가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요. 발토샵으로 직접 조정했습니다.

 

B안.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B안 썸네일은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입니다. 세계적인 IP지만 본 게임을 모른다면 조금 설명이 필요해, 순서를 B로 뺐어요.

 

저는 늘 생각합니다. 모든 인간은 죽을 때까지 모자 걱정을 안고 산다고. 안 어울리는 사람은 안 어울려 걱정이고, 어울리는 사람은 더 잘 어울리는 게 없나 걱정이고.

 

모자의 굴레 안에 갇힌 우리 인간들에게, 마리오는 참 부러운 존재 아니겠습니까. 날 때부터 모자를 달고 태어나, 퍼스널 컬러나 얼굴형 변화에도 한 모자만을 고집할 수 있는 존재. 더군다나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에선 그 둘도 없는 친구, 모자와 여행을 떠나기까지 합니다.

 

하여 이번엔 카피부터 시작했습니다. "넌 평생 모자 걱정 안 해서 좋겠다."

 

그런데 이 문장, 뭔가 좀 아쉽지 않습니까. , 맞습니다. 입으로 읽어보면 '넌 평생 모자..' 하는 순간 다음 얘길 듣기도 싫어집니다. 왤까요? 말의 텐션감이 떨어질뿐더러, 글의 맥락(context)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섯 글자를 추가해 줍니다. "친구야 친구야, 넌 평생 모자 걱정 안 해서 좋겠다." 어때요? 길어졌는데도 텐션이 살고 맥락이 생겨 보이죠. (맞습니다. 존경해 마지않는 인플루엔서 '명예영국인' 유행어를 따왔습니다.)

 

이제 마리오 '대갈컷' 위에 대충 카피만 띡 얹으면 되겠네요? 아뇨. 안됩니다. 그럼 '내 안의 직업 윤리관'이 저를 가만 두지 않습니다. 아주 세게 뚜까 맞습니다. 그럼 어떡하죠. , 저기 올리버 넬슨의 CD 앨범이 보이네요. 좋은 레퍼런스를 찾은 것 같습니다!

 

1. 좋은 레퍼런스 발견하기 2. 저가형 애플팬슬로 썸네일 그리기 3. 첨부하여 AI 이미지 생성하기

 

C안. 롤러코스터 타이쿤 2

 

 

C안 썸네일은 <롤러코스터 타이쿤 2>입니다. 6 신동혁에겐 '악의 평범성' 개념을 일깨워준 도덕적 문제작입니다.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이 선의 가득한 갓겜에 얘기냐 물으시겠죠.

 

처음엔 실수였어요. 72km/h의 속도로 발진하는 로켓 코스터를 살짝 개조했습니다. 4km/h만 살짝 올려봤어요. 탑승자의 행복도 4% 오르더라고요. 자기 효능감에 취한 저는 한 번에 40%, 아니 400% 올려보자는 용기를 갖게 됐어요. 그렇게 472km/h의 속도로 발진한 로켓 코스터는 아주 영영 떠나버렸습니다.

 

놀라 울어버렸어요. 그런데 그때였죠. 제 안에 짜릿한 배덕감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뭘까요. 대한민국 초딩들이 어른이 되기 위해 거치는 필수 과정이라는 것을, 유저 모임 카페에서 알게 됐습니다. (어떻게 더 큰 사고를 낼 수 있는지 질문하는 잼민이들 엄청 많음)

 

저뿐만이 아닌 것입니다. 이 시리즈 유저 사이엔 특유의 '정서'가 있습니다. 묘하게 뒤틀린 '선의'와 천진난만한 '악의'가 공존하는, 이상한 나라의 테마파크 운영자랄까요. 그 감성을 터치해보고 싶습니다. 와장창 하고 콰광쾅 해서는 안됩니다. 묘하게 뒤틀리고 천진난만해야 하니까요. 풍선, 풍선을 떠올렸습니다. 방문객이 들고 다니는 풍선. 어느덧 주인의 손을 잃은 풍선. 클릭하면 팡 터지는 풍선. 부푼 우리들의 배덕감까지. 한 번에, .

 

1. 저가형 애플팬슬로 썸네일 그리기 2. 같은 구도로 뽑아달라 조르기 3. 결국 인간이 마무리하기

 

D안. 오버워치

 

 

D안 썸네일은 <오버워치>입니다. 인간실격 주인공처럼 비실대던 제가, 마우스만 잡으면 호전광으로 돌변하던 게임. 두 어 시간 쭉 하면 다시 온순한 양이 되던 게임. 최근에 또 살짝 살짝 하게 되는 게임. 끊을 수가 없는 게임. 너란 게임. 이 지독한 중독성을 일컫는 격언이 또 있죠.

 

'끊는 게 아니라, 잠시 쉬는 것이다.'

 

특히나 궁극기 쓰는 순간, 그 손맛은 절대 잊을 수 없거든요. 모름지기 오버워치 유저라면  궁극기 게이지가 보름달처럼 가득 차기 직전 가슴이 막 선득선득해지고 눈이 휙 돌아버리게 되는 경험을 꼭 해보셨을 겁니다. 그 경험을 Recall 시켜 줍시다. 다 필요 없고 딱 그것만 성공해도 성공이에요.

 

다만 게임 캐릭터의 궁극기보다는, 우리들의 '현생 궁극기'가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100점 맞기' 궁극기는 어떨까요? 시험 전날까지 띵가띵가 놀다가 1교시 시작 전에 쓰면 더 극적이겠네요. 그걸 자극하면 잠깐 잊고 살아도 궁극기 손맛(Q버튼)은 잊을 수 없는, 수많은 오버워치 대원들을 재소집시킬 수 있겠습니다!

 

학교 이름이랑 명찰 이름, 이런 건 직접 고민해서 넣어줘야 해요. 이런 개그, 이런 감성, 아직 AI는 몰라요.

 

E안. 다키스트 던전

 

 

E안 썸네일은 <다키스트 던전>입니다. 테마파크 만들고 울던 초6은 이제 없습니다. 어둠의 던전에서 악귀들을 혼내주는 시꺼머티티 아저씨만 있을 뿐.

 

이 게임에선 '캠핑'이 정말 중요합니다. 제때제때 모닥불에 앉아 쉬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무작정 진격하다간 일행들이 스트레스에 돌아버려 아주 큰 문제가 생깁니다. 모닥불 앞에서 소회도 풀고 딱딱한 돌빵도 나눠먹고 그러면서 스트레스 관리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이 게임. 되게 엄숙하고 어두운 척 하지만, 상당히 '에겐'스러운 게임 아닐까? 사실 던전 모험을 가장한 '파자마 파티 게임' 아닐까?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마침 게임에서 '일행'을 뜻하는 용어도 '파티'겠다, '파자마 파티'로 컨셉을 확정합니다.

 

"초대할게, 이 파티에."라는 카피를 도출해 냅니다. "이 파티에 초대할게"가 아닙니다. "초대할게, 이 파티에"입니다. 도치법을 활용해 최대한 상큼발랄함을 살리는 것이 킥입니다. 파자마 파티를 넘어 '브라이덜 샤워' 느낌까지 나면 더더욱 베스트겠다... 이런 생각까지 해요. 저는 그래요.

 

창작자 TorinoGT의 펜-메이드 배경화면. 배경을 파자마 파티로 바꿔달라 합니다. 바이브를 해치지 않는, 러블리한 카피를 조심스레 얹어줍니다.

 

F안. 오버쿡드

 

 

마지막 안 썸네일은 <오버쿡드>. 일단은 요리/서빙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뭐랄까요. Over-cooked 이름처럼 다 태워먹는 게 일상이라. 소화전 뿌리면서 스테이크 굽는, 이른바 대소동극 게임입니다.

 

묘미는 역시 4인 플레이. 친구 넷이서 컨트롤러 쥐면 주방 전체가 거대한 34각 경주가 되죠. 양파 썰어줬는데 감자 샐러드 만들고. 빅맥 주문받았는베토디 서빙하고. 철철 끓던 냄비는 아무도 신경 안 써 용암이 되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즐겁죠. 아니 오히려 더 즐겁습니다. 대환장 파티가 될수록 분위기는 더 화기애애해집니다.

 

이때 안 즐거운 사람 딱 하나 있는데. 같이 할 친구 없는 저 같은 '아싸'.

 

맞습니다. 이 게임은 잔혹한 인싸 게임입니다. 혼자서 하면 아무 재미가 없어요. 그러니 썸네일도 인싸들 타깃으로 해야 합니다. 비주얼도 최대한 힙하게, 유쾌하게, 인싸 스테레오 타입으로 대충 갈깁니다. 때마침 적당한 템플릿이 있네요. 태워먹은 음식을 추가해 대충 이미지를 완성합니다.

 

카피는 어쩔까요. '오버쿡드'에 맞게 '익힌다'를 컨셉으로 잡아보죠. '수학책을 난로 위에 올리면 수학익힘책이 된다'는 옛(썩은) 개그를 떠올려 봅니다. 그대로 갖다 쓰자는 유혹을 참아냅니다. 조금만 더 비틀어보죠. "익힐수록 고개를 숙인다(negative)" . 이건 너무 틀었나? "배우고 익히자." 이건 또 너무 무난한가? 아니, 그림에 얹어 놓으니 궁합이 좋습니다. 함의도 풍부해지는 것 같고요. 이걸로 갑시다. 어차피 내가 할 게임 아닙니다.

 

탬플릿을 통해 비슷한 그림을 수 십 장 뽑고, 카피를 얹어본 뒤, 가장 궁합 좋은 것을 고른다. 3개의 최종 후보 중 너무 진지해 보이는 2개를 제외했다.

 

"카피 한 번 써보세요"는 싫지만

 

개그맨에게 "한 번 웃겨보세요."가 대단한 실례듯이, 카피라이터에게 "카피 한 번 써보세요."는 주먹 써도 정당방위 인정이 됩니다. 그날 제 꿈에선 말이죠. 일이 아닌 일에 본업적 역량을 쓰는 것, 어떻게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싫어요. 30년 된 업계 선배가 사모님께 편지 한 장 써본 적 없다는 인터뷰에, 저는 무릎을 탁 치며 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합니다.

 

축구선수가 급하면 발부터 나가듯이, 소재 고갈로 급해진 전 카피부터 나갑니다. 여차하면 광고 아이디어부터 나갑니다. 어쨌든 한 회 분은 때웠습니다. 이렇게 제 본업에 감사할 날이 오네요. 이제 마무리하며 글을 갈무리하려 하는데... , . 제 안의. 못된. 아주 못된 직업병이 도져버렷. (희번득!) ... 한 문장만 더 쓰겠습니다.

 

6개의 썸네일 중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피드백 주세요💕.

(에디터는 마리오요! 금방이라도 장르가 스릴러로 바뀔 것 같은 카피와 이미지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신동혁의 게임 몇 글자 2026.03

 

Posted by HSAD공식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