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효능: 근육 편!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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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하루아침에 커비가 될 수 있다

 

커비가 된 나 / 출처: 본인 제작 이미지 by 미드저니 v7

 

으아악! 큰일이다. 이번 주 운동을 안 했다. 으아아악! 어제 피자 한 판을 다 먹었다. 으아아아악! 첵스초코도 두 그릇 털어먹었다. 으악! 눈 떠보니 커비가 되어있었다. 볼 빵빵. 배 빵빵. 궁디 빵빵. 오늘은 체중계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자. , 오해는 마시길. 그렇다고 운동기구에 얼씬거릴 위인도 아니니까. 그 시간에 게임을 한다. 두둑해진 현실을 도피하는 데에 이만한 테크놀로지가 없으니까.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를 한다. 커비는 뭐든지 흡입해 버리는 녀석이다. 흐아아압, 입만 벌리면 뭐든 한입거리가 된다. 적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다. 한껏 빨아들이면 몬스터의 능력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하다하다 길가에 있던 차를 흡입하고 멀쩡히 서 있던 건물을 흡입한다. 급발진으로 적을 날려버리고 알박기로 싹 다 깔아뭉갠다. "어이어이. 이 녀석,하잖아? 현실 커비도 질 수 없지!" 손 앞에 있던 <다이어트 1일 견과류>를 뜯고 흡입한다. 4연속으로다가.

 

이게 다 게임 탓이다! 커비를 하니까 자꾸 뭘 흡입하게 되고, 그러다 리얼 커비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래선 안된다. 당장 컨트롤러를 내려놓자! 몸을 일으키자! 자릴 박차고 나서자! 그리고 다른 게임을 사러 가자! (...) 근육 빵빵 게임을 하면, 우리도 근육 빵빵이 될 것이다! 커비를 해서 커비가 된 내 몸이 곧 증거다!

 

오늘의 대흉근 선생님: 라파엘 키르스텐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을 한다. 본작은 선생이 되어 학생들을 양성하고 어둠의 무리를 소탕하는 게임이다. 그룹 과외 정도가 아니라, 종합 재수학원 규모의 학생들이 나만 바라보고 지도편달을 기다리고 있다. 그 안에서 단연 돋보이는 덩어리가 있는데 바로 금발의 근육 덩어리 '라파엘 키르스텐'이라는 인물이다.

 

출처: Nintendo of America 공식 채널 Fire Emblem: Three Houses - Welcome to the Golden Deer House - Nintendo Switch 중에서

 

<머슬&휘트니스> 잡지를 10권 이상 탐독하며 근육에 대한 감식안을 키워온 나로서는 이 친구를 그냥 흘려보낼 수 없었다. ", .. ! 저 대흉근은 재능이다!" 바로 교무실로 소환해 진로 상담을 진행한다. 프로틴 쉐이크 두 잔 예쁘게 차려 놓고.

 

가슴근육은 미는 힘을 결정하는 주동근, 다시 말해 밀려오는 적의 공격을 되받아치는 힘을 뜻한다. 최전방에서 방패를 들고 나서는 '탱커'의 자질이 충분하다. 예상은 보기 좋게 적중했고 라파엘은 엔딩 끝까지 활약했다. 적의 무시무시한 일격을 다관절 등척성 운동으로 버텨내는 그를 보며, 나의 대흉근까지 찌릿찌릿해지는 전율을 느꼈다.

 

그랬다. 확실히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을 플레이할 때만큼은... 나의 티셔츠 옷태가 커비스럽진 않았다.

 

오늘의 상완근 선생님: 자리야

 

<오버워치2>를 한다. 분명 총싸움 게임인데 ''능력자와 ''능력자가 난무하는 게임이다. 총알 한 두 발쯤은 간지러운 초인 집합이다 보니, 그들의 무기도 정상 범주는 아득히 넘어섰다. "그럼 내 용접기는 어떤데?" 공업용 용접기를 취미용 뜨개바늘처럼 다루는 자리야 선생님을 소개한다.

 

출처: 블리자드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그녀는 내가 1RM으로 들 수 있는 바벨의 무게를 샤넬 투투백처럼 가볍게 들고, 적들을 한땀한땀 정성스레 용접시켜 준다. 고도로 발달한 상완이두근과 상완삼두근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마도 정석적인 3분할 운동보다는 슈퍼세트 데이를 따로 잡고, 이두와 삼두를 동시에 조지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헬스 매니아들은 '조진다'라는 표현을 참 좋아한다. 물론 표준어니까 교양 있는 표현이다.)

 

플레이하는 것만으로 내 팔이 덜덜덜 털려버리는 효과가 있다. 땀 흥건한 초경량 마우스를 놓고서, 나는 왜 자리야처럼 강한 팔로 태어나지 못했는가 한탄해 본다. 애초에 타고나기를 키보드 자판 두드릴 근육만 갖고 태어난 것 같다. 그렇지만 자리야를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내 팔이 저 팔 되는 날이 분명 올 것이다! (마우스를 힘겹게 1픽셀 이동시키며)

 

오늘의 복직근 선생님: 샤카

 

<문명6>를 한다. 친절이 좀 과한 요즘 게임은, 내가 플레이한 시간도 알려준다. 5,000시간이란다. <문명5>까지 더하면? 12,000시간이란다. "으이그~ 그 시간을 더 전문성 있는 일에 쏟아부었으면!" 이렇게 잔소리하려 했는가! "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뭘 해도 됐을 텐데!" 하면서 또 나한테 한 소리하려 했는가! . 맞다. 당신 말이 맞다. 나도 아까워 죽겠다.

 

'타임머신'으로 유명한 <문명 시리즈>. 시간을 순살치킨마냥 순삭 시켜버려서 생긴 악명이다. '시간 정지의 마법'이라 불리는 운동, 플랭크와 비교하면 어떨까? 단언컨대 플랭크 1분보다 문명 1시간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게 말이 되냐고? .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다. 12,000시간 태웠으니까 날 좀 믿어다오.

 

출처: Sid Meier's Civilization 공식 채널 Civilization VI: Rise and Fall – First Look: Zulu 중에서

 

아무튼 '줄루족'의 리더, '샤카'님의 용체를 알현해보자. 하루 웬종일 AB슬라이더만 굴리셨나 싶다. 단단한 코어통과 복근의 선명도가 탁월하다. 저 뱃심으로 뭔들 큰일 못하겠나 싶다. 게임하다 고갤 숙이면 기분이 좋질 않다. 저 복근이 내 복근이었어야 했는데. 뭐 됐다. 있어서 어따 쓰겠나. 37세 아저씨가 까뒤집고 뱃거죽 보여줄 일은 도무지 고양이 앞에서밖에 없다. 꾹꾹이 당할 땐 지방층 두터운 게 유리하다. 오히려.

 

오늘의 대둔근 선생님: 마리오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를 한다. 키 작다고 무시해선 안 되는 아저씨가 세상에 딱 두 명 있는데, 리바이 병장과 슈퍼 마리오 아저씨다. 이 아저씨. 오직 점프만으로 유리천장 다 부수고, 점프만으로 세상풍파 다 밟아버린다. 벼룩으로 태어났어도 유리병뚜껑 꿰뚫고 튀어 오를 인간이다.

 

본인 키의 대략 5배 높이까지 뛸 수 있는 원동력은 대둔근에서 찾을 수 있다. 거의 코끼리급 대둔근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번 신작에선 코끼리 그 자체가 되셨다. 전작에선 너구리 꼬리 정도 코스튬 하던 아저씨가, 웬 갑자기 짐승남이 되어버려서... 이 행보에 살짝 혐오하는 여론도 상당수 있다. (옆자리 아트디렉터님이 특히 혀를 차신다.)

 

출처: 한국닌텐도 공식 채널 『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 』 소개영상 중에서

 

'근육은 평생의 파트너!'라는 말이 있다. 그중에서도 엉덩이 근육은 첫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평생 동반자다. 그러니 단련하자. 계속 갈고닦자. 마리오 아저씨가 점프를 할 때마다 나도 소파에서 1mm씩만 엉덩이를 들썩거려 보자. 척추가 정렬되는 동시에 정신머리까지 똑바로 정렬되는 경험... 육체멘탈 복합훈련 차력쇼!가 될 것이다.

 

근육과 가장 가까운 취미

 

자 다음 하체 선생님은? 없다. 준비된 선생님이 안 계신다. 대신에 이런 격언이 있다. "Never skip leg day." 하체는 건너뛰라는 말이다. (? Never는 어따 팔아먹고.) ... 농담이다. 게임과 근육 갖다 붙여보겠다고 코끼리 마리오까지 대동한 마당에... 소릴 늘어놓아도 임팩트가 떨어질 것 같아서. 여기까지다. 2, 3, 뇌절, 솔찬히 뽑았으니 이쯤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서로에게 좋겠다.

 

'머슬-마인드 커넥션'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진짜로 있는 말이다. 운동 시에 근육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정신을 최대한 집중할 경우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게임이야말로 말 그대로 '머슬-마인드 커넥션'이다. 단순한 손가락 '-'이 아니다. 캐릭터 움직임 하나가 거기에 연결된 내 근육에까지 자극을 준다. 격투게임을 하다 보면 스틱을 쥐고 있는 주먹에 힘이 들어가듯 말이다.

 

실제로 겜돌이 중에선 헬청(헬스청년, 방금 내가 지어낸 말이다.)이 많고, 헬청 중엔 겜돌이들이 많다. 취미로서 공통점들이 많고, 병행할 때 궁합도 좋다. 게임이 정신의 산책이라면, 웨이트는 육체의 전력질주다. 삶이란 대체로 산책과 전력질주의 왔다갔다니까. 병원행 하기 전에 운동과 게임의 병행으로 건강한 삶 영위하자.

 

피자 시켜 먹어야겠다.

 

파동권의 계승자가 된 나 / 출처: 본인 제작 이미지 by 미드저니 v7

 

신동혁의 게임 몇 글자 2025.05

 

Posted by 레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