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광고 모음] 당신의 불안을 존중합니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현대는 불안의 시대입니다

 

AI로 직업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앞으로 코인은 어떻게 될까? 환경은 계속 나빠질까? SNS를 보면 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럴까? 몸이 안 좋은데 괜찮을까? 현대는 계속 새로운 불안을 안겨주고, 사람들은 일상 속 다양한 불안을 마주합니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니’라는 공감과 위로, 불안을 바꾸기 위한 동참이 필요합니다. 이에 브랜드는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AI를 만난 당신의 불안에게

 

AI가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고를 듣습니다. 당신의 직업은 곧 사라지게 될 거라는. 사람의 속도는 AI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많은 콘텐츠들은 AI가 만들어낸 ‘부자연스러운 사람’을 출연시키고 있죠. 촬영하지 않아도 배경이 만들어지고, 캐릭터도 뚝딱 나타납니다. 놀라운 시대입니다. 그래서인지 AI 브랜드 광고라면 더 첨단스러워야 하고, 비현실적이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9월 말 광고를 선보인 ChatGPT와 Claude. 그들은 오히려 반대의 방향을 택했습니다. 누구보다 더 인간적이 되었습니다.

 

요리를 더 잘하게 되고, 턱걸이를 더 많이 하게 되고, 여동생과의 여행이 더 즐거워지고. 이 중에 비현실적인 요소는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작은 행복을 주는 일상이죠. ChatGPT는 그런 일상을 더 매끄럽고 풍요롭게 채워준다고 얘기합니다.

 

Dish with ChatGPT / 출처: OpenAI 공식 유튜브

 

Pull-Up with ChatGPT / 출처: OpenAI 공식 유튜브

 

Road Trip with ChatGPT / 출처: OpenAI 공식 유튜브

 

‘작은 행복’ 위로 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올라가는 ChatGPT의 대답들. 그들은 이 대답을 담기 위해 기꺼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AI가 뚝딱 만들어내는 음악 대신, 뮤지션들이 만들어 놓은 라이선스 음악을 썼습니다. OOH 광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이진 않지만 ChatGPT 덕에 더 즐거워진 순간들을 담고 있죠.

 

출처: wersm.com
출처: wersm.com

 

단순한 이미지이지만 역시 그들은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 실제 사람을 마주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광고에 어떻게 하면 AI를 접목시킬까 고민하는 수많은 브랜드들과 달리 오직 ‘인간다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들은 인간다움을 유지하면서, ChatGPT가 창의성과 사람에 대한 존중을 갖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합니다. 일상이 더 좋아질 거라고 약속합니다.

 

같은 언어 모델 AI인 Claude 또한 삶의 모습들을 담았습니다. 다만 접근은 조금 다릅니다. 인간이 마주한 ‘문제(Problems)’들을 강조합니다. 지금보다 더 나쁜 순간은 없었다는 멘트로 시작하죠.

 

클로드와 함께 계속 생각해보세요 / 출처: Anthropic 유튜브

 

안 풀리는 과제들, 사고들, 해결해야 할 업무들. 마주한 사람들의 좌절도 보입니다. 하지만 Claude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하기 시작하죠. 지금보다 문제를 해결하기에 더 좋은 때는 없었다고 강조합니다. 그들의 역할이 더 부각되는 구조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생각하는 능력을 뺏지 않는다. 우리가 당신을 도울 테니 당신은 계속 생각하라(Keep Thinking)'고 전합니다.

 

언어 모델 AI는 대중과 가장 가까운 AI입니다. 검색하는 대신 손쉽게 AI와 대화를 나누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얻죠. 그러니 더 ‘인간다운’ 접근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AI브랜드이지만 AI적인 요소는 조금도 쓰지 않은 이야기. ChatGPT는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키기 위해 ChatGPT와 협업했다고는 했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로 AI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람들 곁에 더 가까이 있기 위해, 불안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 AI적인 건 모두 걷어냈습니다.

 

위트적이지만 신랄하게, 당신의 불안에게

 

“쥐가 사람보다 더 많이 누리고 있다”

 

미국의 대행사 Mother NewYork은 ‘쥐 집회’를 열었습니다. 사람들은 쥐 가면을 쓰고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죠. 그들은 쥐가 사람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쥐가 되자’고 하죠.

 

출처: NowThis Impact 공식 인스타그램(@nowthisimpact)

https://www.instagram.com/p/DPMxrhCFKez/

 

세계 피임의 날인 9월 26일 오후 4시. 톰킨스 광장에 나타난 사람들. 그들은 왜 쥐가 되어 시위를 하는 걸까요? 답은 피임약에 있습니다. 뉴욕의 쥐들은 무료로 피임약을 받는다고 합니다. 정작 세금을 내는 여성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발단은 뉴욕시가 1년 전 도입한 ‘플라코 법(Flaco's law)'입니다. 뉴욕은 쥐를 없애기 위해 쥐약을 놓기보다 쥐의 먹이에 피임약을 섞기로 결정했죠. 그러면 개체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쥐약으로 인한 피해도 막을 수 있으니까요. 무려 350만 달러가 들어간 법입니다. 하지만 연방 의회는 사람들을 위한 ‘피임권 보장법’은 저지했습니다. 이로써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피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거죠. 실제로 1,900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재정적인 상황과 지리적인 장벽 때문에 피임약을 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도시의 네 발 달린 쓰레기 더미 거주자들이 누리고 있는 권리를 여성에게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관련 법안을 만들라는 의미의 “Ratify Birth Control"을 외칩니다. 쥐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활용한 위트입니다.

 

Droga5 CAPtured / 출처: MADTV 유튜브

 

Droga5 Dublin은 새로운 모자를 선보였습니다. 런던 패션 위크에 맞춰 선보인 일명 “CAPtured". 당신이 ‘캡처되는 것’을 막아주는 캡입니다. SNS가 일상 깊이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른 이의 SNS 배경이 되어주곤 합니다. 런던 패션 위크는 곳곳에 등장하는 패션 인플루언서들로 모르는 이의 SNS에 내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그래서 Droga5는 초소형 컴퓨터인 라즈베리 파이와 AI 카메라 감지 시스템을 탑재한 모자를 고안했습니다.

 

 

Droga5: CAPtured • Ads of the World™ | Part of The Clio Network

Creative Advertising Campaign

www.adsoftheworld.com

 

누군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추면 자동으로 모자의 창이 내려오는 구조입니다. 안전하게 CCTV에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찍히기를 원하는 패션의 현장에서 오히려 ‘찍히기 싫은’ 사람의 불안을 잠재우는 모자. 다만 디자인이 너무 특이해 의도와는 다르게 눈길을 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또한 풍자의 요소입니다. 그들은 프로토타입으로 단 하나의 제품만 만들었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건강을 해치는 당신의 불안에게

 

보통의 남성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개인의 고민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에 프리미어 리그와 정신 건강 관련 단체인 Samaritans,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 축구 클럽 중 하나인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Brighton & Hove Albion Football Club)는 캠페인을 만들었습니다.

 

Brighton & Hove Albion | Together Against Suicide With Samaritans & Premier League / 출처: Official Brighton & Hove Albion FC 공식 유튜브

 

시작은 평범한 풍경입니다. 축구장으로 향하는 두 남자. 가는 동안 평범한 대화들을 나누죠. 그날의 복장과 설렘과 기대. 조금 상기된 감정으로 축구장에 들어선 그들. 축구가 시작되자 경기 내내 소리 지르고 흥분하며 응원합니다. 누가 봐도 축구를 응원하는 평범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남자가 외치는 소리는 다릅니다. “너무 힘들어, 도움이 필요해. 가끔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어. 누구도 나를 봐줄 순 없는 거야? 나는 견딜 수 없어.” 축구를 응원하는 듯하지만 외치는 말은 모두 절망과 좌절에 닿아 있습니다. 울컥하면서 경기장을 응시하는 남자. 그들은 축구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힘을 얻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친구의 마음을 알아챈 남자가 솔직한 마음속 대화를 시작한다는 거죠. 서로를 의지해 걸어가는 남성 들 뒤로 등장하는 충격적인 메시지. ‘90분마다 영국의 누군가는 스스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니 대화를 시작하세요.’

 

남성들이 숨기고 있는 정신적 불안을 남성들이 좋아하는 축구와 연결시켜 강한 울림을 줍니다.

 

여성들의 건강은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여성 건강 관련 단어들이 SNS 광고 플랫폼의 검열에 걸려 집행되지 못한다는 거죠. ‘완경’, ‘유산’, ‘질’과 같은 단어들이 모두 민감 콘텐츠나 금지어로 분류돼 차단되는 겁니다. 이에 여성 건강 관련 브랜드 Ladywell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Women's Health is Being Censored. Here's Why... / 출처: Ladywell 유튜브

 

금지어를 살짝 변형하거나 스펠링 순서를 바꿔, 필터는 못 잡아내지만 사람들은 읽을 수 있는 단어로 바꾸는 겁니다. Ladywell은 남자들과 관련된 단어는 검열되지 않는데, 유독 여성과 관련된 단어들만 수없이 필터링되는 것이 불만입니다. 꼭 필요한 정보까지 차단되는 거죠. 이 단어들은 ‘더러운 단어’가 아니니 검열을 해제하라는 메시지 또한 전하고 있습니다. 어이없는 현실에 위트 있고 스마트하게 대처했습니다.

 

불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알랭드보통은 ‘불안’이라는 책에서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난 정상적인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조금씩 불안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히말라야에 위치한 나라, 부탄은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GDP가 아니라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을 지표로 삼고 국가를 발전시키려 노력해 왔죠. GDP가 낮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가 높다는 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들의 행복은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유 중의 하나는 놀랍게도 SNS였습니다. 끊임없이 외부와 비교하고 경제적 차이를 알게 되니, 상대적 박탈감으로 청년층의 행복도 지수가 현저하게 떨어진 겁니다. 이는 알랭드보통이 책에서 말한 내용과 이어집니다. ‘다른 사람들이 더 잘 살고 있다는 생각에 노출될수록 우리의 불안은 커진다’는 거죠.

 

사람은 사람 없이 살 수 없지만 동시에 사람 때문에 불행해집니다. 하지만 누구도 ‘최고로 잘 사는 사람’이 될 수는 없습니다. 최고로 불안을 잘 대처하는 사람만이 될 수 있을 뿐입니다. 불안은 누군가를 잠식하기도 하지만, 브랜드를 사람을 변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기폭제도 되어줍니다. 우리는 불안을 잘 대처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신숙자 CD의 해외 크리에이티브 2025.10

 

Posted by HSAD공식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