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생각, 다른 표현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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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파리. 춤추는 사람들. 화려한 옷, 화려한 치장, 신사들.

 

르누아르와 드가의 그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입니다. 하지만 그림에 담긴 의미는 다릅니다. 르누와르의 그림 속 사람들은 유쾌합니다. 빛나는 햇살 속에서 환하게 웃습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어 보입니다. 파리의 찬란한 오후입니다. 반면, 드가의 그림 속 무용수들은 고단합니다. 삶을 즐기는 춤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기 위한 춤을 춥니다. 같은 시대 같은 사람들이지만, 화가가 발견해 낸 순간은 달랐습니다.

 

춤추는 이들을 그리겠다는 생각은 같았지만, 르누아르는 축제의 순간을, 드가는 삶의 실상을 담았습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에 대하여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First Day / 출처: EE 공식 유튜브

 

영국의 이동통신 브랜드, EE는 청소년들에 미치는 스마트폰의 부정적인 영향에 집중합니다. 부모는 긴장된 표정으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죠. 하지만 그로 인해 때로는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사이버 폭력에 노출되기도 하며, 친구와 더 가까워지기보다 오히려 고립 속에 갇히기도 합니다. 성인들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들, 아이에겐 더 큰 충격으로 와닿죠. EE는 그런 아이들을 위해 Safer Sims로 지켜주겠다고 합니다.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고 데이터 사용량을 조절해, 스마트폰 중독을 방지해 주는 거죠. EE는 아이들에게는 자유를, 부모에게는 안심을 주겠다고 합니다.

 

“당신이 나에게 스마트폰을 준다면, 나는 학교에 무엇을 입고 갈지 집착하게 될 거예요. 세상을 아주 작은 창문을 통해 보게 될 거예요.”

 

If You Give Me A Smartphone—PSA / 출처: Phone-Free Schools Movement 유튜브

 

미국의 비영리 단체, “Phone-Free Schools Movement"는 아예 스마트폰을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bell-to-bell' 시간 동안 즉, 1교시 시작종에서부터 마지막 수업 종이 울릴 때까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찾아주자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인 척 살아가게 될 거고, 괴롭힘을 당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될 것이며, 수영복을 입은 모습이 예쁜지 친구들한테 끊임없이 물어보게 될 거라고 합니다.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에 집착하게 되는 거죠.

 

두 브랜드 모두 스마트폰이 청소년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사는 안전하게 쓰게 해주겠다고 하고, 부모들로부터 시작된 비영리 단체는 아예 스마트폰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고 합니다. 뉴욕주는 실제로 25년과 26년에 걸쳐 초중고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스마트폰의 편리함을 얻는 대신 아이들을 스마트폰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책임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듯 다른 두 브랜드의 메시지는 아이들의 스마트폰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합니다.

 

이동하는 것에 대하여

 

누구든 장소를 이동할 때 ‘탈 것’을 이용해야 합니다. 지하철부터 버스, 택시 등 다양한 이동수단이 있죠. 어떤 순간은 그야말로 단순한 이동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도 합니다. 우버는 이 의미를 발견했습니다.

 

On Our Way | Uber / 출처: Uber 공식 유튜브

 

“나 못 갈 것 같아”라는 말을 뒤집죠. 아이들이 간절히 기다리는 엄마, 갓 출산한 와이프가 먹고 싶은 음식, 가까운 이의 졸업식, 가족의 중요한 경기, 거동이 어려운 할아버지 앞으로 배달된 음식까지. ‘당신이 함께해야 할 때, 같이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우버를 또는 우버잇츠를 사용한다는 건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겠다는 의미가 되죠.

 

마스터카드는 지하철 이동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주로 출퇴근을 위해 이동하는 지하철의 지루한 시간. 마스터카드는 이 시간을 단순한 이동이 아닌 감성적인 경험의 시간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일명, “Transit Tales". 8월부터 9월까지 호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입니다.

 

Mastercard | Transit Tales / 출처: Hero Agency 유튜브

 

마스터카드를 교통카드로 쓰면 AI가 승객들의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그 시간에 맞는 길이의 이야기를 제공하는 거죠. 이야기는 ‘위대한 개츠비’일 수도 있고 ‘정글북’ 혹은 ‘오즈의 마법사’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야기를 이동 시간에 맞게 길이를 맞추고 미스터리 스릴러, 디스토피아 어드밴처, SF 판타지 등 다른 장르로 만드는 거죠. 승객들은 오디오북이나 전자책 형태로 책을 접하게 되며, 흥미로우면 원작 서적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까지 제공받습니다.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게 되고, 독서율도 올릴 수 있는 경험입니다. 늘 'Priceless'라는 가치를 약속하는 마스터카드답게, 이동을 즐거운 여정으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우버와 마스터카드는 단순한 ‘이동’에 자신들만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당신을 잘 안다는 건

 

미국의 배달앱 브랜드, DoorDash. 이들은 배달 기사를 Dasher라고 부릅니다. 단순 배달 기사가 아닌, 파트너십을 강조하죠. 지난 8월에 선보인 Dasher 모집 광고도 독특했습니다. 먼저, 피자 배달을 거부하는 Dasher를 보여줍니다. 미국이라면 피자 배달은 기본일 텐데 피자를 배달하지 않겠다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얘기하죠.

 

일곱 살 생일 파티, 피자 레스토랑에서 마주친 기괴한 동물들. 그들은 노래하며 축하하지만 소녀에겐 공포가 생겼습니다.

 

Doordash - Music Video - V014 / 출처: Roastbrief 유튜브

 

눈을 깜빡이거나 입을 벌리는 등 부자연스럽게 움직이지만, 사람 만한 동물 기계를 만난 거죠. 미국의 팔구십 년대 피자 가게에서는 이런 기계 동물 캐릭터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DoorDash는 이런 이들에게 ‘당신이 배달할 품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피자가 아니어도 식료품, 주류 등 배달품목을 선택해서 배달하는 거죠. 재미있는 접근입니다.

 

DoorDash DX Pizza - Flashback 30 DashNow / 출처: Roastbrief 유튜브

 

단순히 ‘좋은 조건’을 내세우는 게 아닌 ‘당신을 이해한다’는 이야기. 잠재 지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원하지 않는 건 안 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존중을 담아’ 유머러스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Dashers are the backbone of our platform' 즉, Dashers가 브랜드의 근간이라고 생각하는 DoorDash다운 접근입니다.

 

Ikea는 영국 해변 도시 브라이튼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브라이튼 주민들과 동질감을 느끼고자 했습니다. 브라이튼의 상징적이면서 악명 높은 갈매기를 소재로 삼았으니까요. 하지만 이케아 광고 어디에도 갈매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이케아 테이블과 의자에 선명하게, 갈매기가 떨어뜨리고 간 배설물만 보일 뿐입니다. 브라이튼에 사는 사람이라면 경험했을 법한 자국입니다. 이보다 ‘이케아가 브라이튼에 왔음’을 보여주는 강렬한 메시지는 없을 듯합니다.

 

출처: famous campaigns

 

나아가 이벤트도 개최했습니다. 갈매기에게 갈취당한 감자칩을 보상해 주는 키오스크를 설치한 거죠. ‘감자칩 도둑’ 대신 무료 칩을 제공해 억울함을 풀어줍니다. 단순히 브라이튼에 매장을 열었다고 알리는 게 아니라, 브라이튼의 일상적 경험으로 깊숙이 들어간 이케아.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잘 안다는 건 결국, 이케아처럼 동질감을 느끼게 하거나 DoorDash처럼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거겠죠.

 

그때는 맞고 지금도 맞는 이야기

 

늘 '휴식’의 중요성을 전하는 Kitkat. 언젠가부터 AI를 접목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죠. AI도 휴식을 주면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한 캐나다의 Kitkat. 이번엔 같은 AI이지만 다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AI에겐 친절함조차 에너지 낭비가 될 수 있으니, ‘예의도 쉬어가자’는 겁니다. 즉, AI에 입력하는 단어가 많으면 많을수록 서버 처리량은 늘어나고, 전기와 냉각수 사용량도 증가한다는 거죠.

 

KitKat urges polite Canadians to drop the manners with AI / 출처: Roastbrief 유튜브

 

전 세계 프롬프트에서 그만큼의 언어가 늘어나면 수십억 단어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 친환경을 위해서 ‘공손하지 말자’는 겁니다. 이는 캐나다인 특유의 공손함을 살짝 비튼 화법입니다. AI에게 ‘휴식을 가지라’고 말하면 성과가 좋아지는 것도 맞고, 한 단어라도 짧게 프롬프트를 넣어서 전기를 절약하자는 것도 맞는 이야기입니다. KitKat은 그때그때 AI와 ‘휴식’을 연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바꿉니다.

 

하나의 현상, 하나의 주제, 하나의 장면에서도 우리는 무수히 다른 표현과 해석, 응용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세상은 다채로운 것들로 가득합니다. 생각이 같아도 달라지는 표현들. 우리는 그 표현들로 인해 팬이 되기도 하고, 안티가 되기도 합니다.

 

신숙자 CD의 해외 크리에이티브 2025.09

 

Posted by HSAD공식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