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광고 모음]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류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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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나랜스(Homo Nannrans).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1999년 미국의 영문학자 존 닐(John Neils)이 저서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로, 서사를 만들고 스토리텔링을 하려는 본능을 반영한 것입니다. 정보를 사실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경험과 해석을 담아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한다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이야기의 장이 무궁무진합니다. SNS를 통해 저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사람들은 좋아요를 남깁니다. 사건의 나열은 크게 관심두지 않지만 이야기가 되면 비로소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 호모 나랜스는 오늘도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공감과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죽음에 더하는 Fun한 이야기

 

피츠버그에 위치한 앤디 워홀 뮤지엄. 1994년에 개관한 뮤지엄은 올해 10월부터 [Vanitas]라는 특별한 전시를 열었습니다. 유한한 삶, 죽음에 대해 되돌아보는 전시입니다. 죽음은 앤디 워홀의 핵심 주제 중 하나였죠. 그는 죽음을 슬픔으로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죽음조차 미디어와 브랜드의 상품화로 포장되는 것을 비판하고 다양한 예술의 주제로 삼았죠.

 

출처: roast brief us 홈페이지

 

뮤지엄 또한 앤디 워홀스럽게금기시되고 두려움의 대상인 죽음이 즐거운 이야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세상에 없던 키트를 만들었습니다. 죽음을 즐겁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키트, ‘The Warhol Death Kit'입니다. 유연하고 유머러스하게 죽음을 디자인’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키트는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죽음 가이드’는 나를 위한 추도사를 써보게 합니다. ‘남들이 보는 나’가 아니라 직접 멋진 단어를 써서 나만의 추도사를 정리해 보라고 권하죠. 추도사에 쓰면 멋질 형용사 추천 리스트도 있습니다. 당신의 서사를 멋지게 만들 만한 장점들도 예시를 들어주고요. 가이드북은 사후 세계에서 입을 룩도 제안합니다. 마지막으로 남길 메시지를 짧게 녹음해 버튼을 누르면 메시지가 나오는 녹음기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내가 죽어서 천국에 갈지, 지옥에 갈지 투표해 보게 하는 푯말도 있죠. 관에 누웠을 때 어떤 포즈를 취할지 안내하는 포즈 포스터는 유머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까꿍하는 포즈부터 소파에 누운 듯 편안한 포즈까지 생각지도 못한 포즈가 다양합니다. 비석 색칠 시트도 있어, 직접 비석을 꾸며보게 하는 것도 기발합니다. 뮤지엄은 이 모든 것들을 즐기기 위해 ‘죽기 전에 뮤지엄을 방문하라고 권합니다.

 

The Warhol Death Kit / 출처: The Andy Warhol Museum 유튜브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금기시하고 슬픈 것으로 치부합니다. 검은색으로 대표되는 죽음은 무섭고 어둡고 두렵죠. 하지만 이 캠페인은 죽음조차 당신만의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내 죽음인데 내가 생각을 안 하면 남의 방식대로 떠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앤디 워홀 뮤지엄은 죽음을 근엄하게 마주하기보다는 유머와 위트로 즐겁게 마주하길 바랍니다.

 

Death Kit는 앤디 워홀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채널이 되었습니다.

 

원자력 에너지에 더하는 웃픈 이야기

 

AI의 등장으로 전 세계는 지금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고 하죠.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의 압박도 있고요. 이에 원자력 에너지 옹호 단체는 Droga5와 함께 ‘Come Clean'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인의 대부분은 원자력이 공기를 오염시킨다고 알고 있습니다. 위험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오히려 사람이 뀌는 방귀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다고 합니다. 이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그들은 재미있는 날을 만들었습니다. 일명, “방귀 참는 날”. 1024국제 기후 행동의 날에 맞춰 모두가 방귀를 참아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입니다.

 

 

TikTok · Come Clean 님

Come Clean 님의 동영상을 확인하세요.

www.tiktok.com

출처: Come Clean 틱톡(@comeclean.energy)

 

방법은 방귀를 참는 자신의 영상을 SNS에 올리는 거죠. 원자력 에너지는 오히려 탄소 배출이 전혀 되지 않는 전력인데 반해 사람의 방귀가 훨씬 유해하다는 걸 강조하는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원자력 에너지는 웃픈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오해를 풀고자 합니다.

 

제품명이 이어가는 그들의 다음 이야기

 

이야기를 전하려면 많은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승전결에 이은 탄탄한 구조, 등장인물, 클라이맥스... 하지만 이케아는 오직 제품명이 적힌 가격표만으로 다음 이어질 스토리를 상상하게 합니다.

 

ikea – wherever life goes – the kiss / 출처: W&V 유튜브

 

키스하는 커플. 그리고 얼굴 위로 뜨는 자막, 더블베드 상품명과 가격. 20초 짧은 영상 동안 남녀의 얼굴 클로즈업 외엔 그 어떤 제품도 나오지 않지만 이들에겐 곧 함께할 침대가 필요한 사이란 걸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IKEA – Wherever life goes – Violin 15s / 출처: Åkestam Holst NoA Vimeo

 

이제 막 바이올린을 시작한 듯한 아이의 연주. 다소 매끄럽지 않은 연주 위로 뜨는 자막, 방음 스크린과 가격. 이 아이는 앞으로도 바이올린을 계속 연주하게 될 것이니 필요한 건 방음장치뿐이란 걸 전하고 있죠.

 

ikea – wherever life goes – the tear / 출처: W&V 유튜브

먼 곳을 응시하며 눈물을 흘리는 여자의 얼굴 클로즈업, 왜 우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여자의 얼굴 위로 뜨는 자막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사용 박스와 가격. 이삿짐을 싸서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이별의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IKEA – Wherever life goes – Double Trouble 15s / 출처: Åkestam Holst NoA Vimeo

 

IKEA – Wherever life goes – First Steps 15s / 출처: Åkestam Holst NoA Vimeo

 

임신한 이의 초음파 사진엔 쌍둥이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각각 아기용 침대와 가격이 뜨죠. 아장아장 걷는 아기의 다리 위론 넘어져서 다치는 걸 방지해 줄 코너 범퍼 상품명과 가격이 뜹니다. 그리고 짧은 카피 한 줄, “삶이 머무는 곳 어디든(Wherever Life Goes)'.

 

누구나 다 아는 이케아기에 굳이 제품을 보여주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클로즈업만으로 보여주는 구성은 과감합니다. 오직 삶의 순간만을 클로즈업했을 뿐이지만 무궁무진하게 연상되는 이야기. 이케아는 늘 어떻게 풀어가야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잘 아는 브랜드입니다.

 

저렴한 가격에서 시작한 공감 이야기

 

El Chollazo de KFC. Calderilla para mis oídos / 출처: KFC España 유튜브

 

영상은 KFC 매장으로 소파를 밀고 들어오는 남자들로 시작합니다. 메뉴를 주문하자 매장 직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3.99유로라고 말하죠. 그러자 남자들은 소파를 뒤지기 시작합니다. 소파 사이 숨어있는 동전들을 찾기 위해서. 다음은 매장으로 세탁기를 밀고 오는 남자가 보입니다. 메뉴 가격을 듣자 세탁기 속에서 빨래를 뒤지기 시작합니다. 바지 속 주머니에 넣어뒀던 동전이 떨어집니다. 중년의 남자는 분수대를 끌고 옵니다. 메뉴 가격을 듣자 분수대에 던져진 동전을 찾기 시작하죠.

 

드라이브 쓰루 매장에선 수많은 카트를 밀고 오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메뉴 가격을 듣자 카트 사용료로 넣어 놓고 찾아가지 않은 동전을 모으기 시작하죠. 모든 이야기가 3.99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는 동전 몇 개로 사 먹을 수 있는 저렴한 메뉴. 누구나 살면서 오랜만에 입은 옷 주머니에서 혹은 소파 구석에서 동전을 찾은 적이 있을 겁니다. KFC는 이 점에 착안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가격만으로도 이야기는 풍성해집니다.

 

‘이야기하는 인간’을 향해 ‘이야기할 줄 아는 브랜드’로

 

Homo Narrans는 우리가 모두 아는 호모 사피엔스와 반대되는 의미로 등장했습니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존재인 것 같지만 이야기에 더 쉽게 설득된다는 이론. ‘사실은 우리가 외우며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존재이지만, 이야기는 발 없는 말이 되어 쉽게 기억되고 스스로 널리 퍼져갑니다. 덕분에 인류는 각자 소유한 오래되고 고유한 이야기들을 갖게 되었죠.

 

수학여행 때 본 천마총에 있는 금관은 그저 화려한 유물에 불과했습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사실에 기반한존재였으니까요.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선물 받고 좋아한 금관은 수많은 이야기가 붙어 밈이 되고 회자가 됩니다. 갓을 쓰고 검은 한복을 입은 남자의 모습은 드라마에서 보는 흔한 저승사자 이미지였지만, 케데헌에 등장한 사자 보이스가 쓴 갓은 새로운 힙한 이야기를 낳았습니다. 이렇게 이야기의 확산 효과는 남다릅니다. 그러니 스토리를 좋아하는 인류를 향해,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스토리를 쌓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하는 인간의 수만큼 이야기들이 범람하니, 그 속에서 빛나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또 우리는, 브랜드는, 사람을 향한 깊은 관심과 관찰을 놓을 수 없습니다.


신숙자 CD의 해외 크리에이티브 2025.11

 

Posted by HSAD공식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