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정말 거기에 있었습니다 – 메타버스 속 캐릭터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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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코로나 시기 즈음하여 마케팅 키워드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을 때, 오타쿠들은 ‘이미 우리는 20년 전부터 리얼월드(현실세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왜 새삼스럽게 난리지?’라는 반응이었습니다. META(facebook)가 수 조원을 들여 개발하고 있다는 VR/AR 기술이 없이도, 이미 이들은 메타버스 속에 완전히 빠져들어 살고 있었습니다. 2000년대 일본 오타쿠 사이에서 유행한 리얼충이라는 용어만 봐도 이 부분을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급식충 출근충’ ‘맘충등 특정 집단을 벌레로 비하하는 방식으로 잘못 파생되기는 했습니다만, 리얼충’의 표기는 ‘Real으로 리얼월드에 충실한 녀석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응용사례> 3D 여자친구가 갖고 싶냐? 이 리얼충 녀석

 

<소드 아트 온라인> - 메타버스의 가능성과 문제점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또 하나의 세계’라는 의미에서 메타버스오타쿠의 용어로 ‘이세계’라는 말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소드 아트 온라인> 흔히 말하는 ‘이세계물’의 시초 같은 작품이지만, 이후 양산되는 아류작들과는 그 수준을 달리 합니다. <소드 아트 온라인 1: 아인크라드>편은 너브 기어라는 신기술을 통해, 뇌에 직접 접속하는 형식의 VR게임에 뛰어든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해당 기술을 만든 매드 사이언티스트(카야바 아키히코)는 메타버스 세계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 게임 내 본인의 아바타가 죽으면 실제 인물의 뇌도 태워버리는 잔혹한 형식의 게임을 구상합니다. 게임에 접속한 1만 명의 사람들은 최종 미션을 클리어할 때까지 수년간 게임 속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리고 1년도 지나지 않아, 4천여 명천여명 정도가 게임 속에서/현실에서 사망합니다.

 

사람은 저기서 죽든, 여기서 죽든 결국 죽는다. 죽음은 평등하다”

 

출처: 애니메이션<소드 아트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

 

구세대를 포함한 리얼충들은 메타버스가 가짜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메타버스가 현실세계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가능성을 실현시켜 주지만,실제 삶과 죽음이 있는 현실세계에는 어떠한 변화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의 죽음이 현실에서의 죽음과 동일해진다면 어떨까요? 이 설정만으로 메타버스의 모든 요소는 현실의 것과 동일한 무게를 가지게 됩니다. 만약 메타버스 내에서의 사회적 죽음이 리얼월드에서의 사회적 죽음과 동일해진다면, 메타버스에서의 관계를 위한 투자(, 능력 등)는 전혀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님들, 아이들이 메타버스에 돈 쓰는 것을 좀 이해해 주시길..!

키리토와 아스나, <소드 아트 온라인>의 두 주인공들은 메타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메타버스가 리월월드에 기여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까지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그 중 한 가지 사례로, <소드 아트 온라인 : 마더스 로사리오> 편을 골라 보았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리얼월드에 활용할 수 있는 의료수단으로써 메타버스를 다룹니다. 여기에서 수많은 오타쿠의 눈물을 뽑아낸 캐릭터 유우키가 등장합니다.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누구도 대적하지 못할 최강의 검사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최강의 검사 유우키는 항상 같은 나무 아래에서 자신에게 도전해 오는 수많은 검사들을 기다리며, 그들을 차례로 굴복시킵니다. <소드 아트 온라인>의 히어로 키리토는 1편에서 리얼월드로의 생환을 건 최종 미션을 클리어할 정도로 뛰어난 검사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마저도 최강의 검사 유우키에게 간단히 패배해버리고 맙니다. 유우키의 빠른 반응속도와 움직임은 ‘마치 메타버스에서 태어난 것과 같은’ 위화감을 줄 정도입니다. 유우키는 어떻게 1~2년 내내 생명을 건 게임을 했던 키리토나 아스나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애초부터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왜 지금껏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사람들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일까요?

 

너(유우키)는 완전히 이세계의 사람이구나”

 

출처: 애니메이션<소드 아트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

 

유우키는 메타버스 속에서 누구보다도 강하고, 쾌활하며 당찬 모습입니다. 하지만 리얼월드에서 유우키의 실제 모습은 그와는 정반대입니다. 아스나가 가까스로 찾아낸 리얼월드의 유우키는 무균실 내에서 24시간 VR 게임 장비를 착용한 채 비쩍 마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유우키는 부모로부터 HIV 바이러스를 물려받은 채 태어나, 유년기에 발병(AIDS)한 뒤로 쭉 무균실 내에서만 지내온 소녀였습니다. 가만히 죽을 날만 기다리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연명치료자에게 메타버스는 또 다른 삶을 살게 해 줄 수 있는 의료수단으로 사용됩니다. 그녀는 인생의 대부분을 메타버스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보일 수 있었습니다.

그럼, 왜 여태껏 아무도 그녀의 존재를 몰랐던 것일까요? 그녀는 자신과 같은 상황인 불치병 유저들과 함께 큰 업적을 세워, 메타버스 내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멤버 수가 적어 쉽지 않았던 데다,모임의 특성상 자꾸 멤버가 줄어들기 때문에.. 점점 더 업적을 달성하기가 어려워져만 갔습니다. 실력 있는 조력자를 충원하기 위해 최강을 자처하는 검사들과 대결을 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유우키는 메타버스 내에서 가장 유명한 검사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결에서 만난 히로인 아스나와 함께 자신과 동료들의 이름을 메타버스 내에 영원히 남기게 됩니다.

짧은 생에서의 목표를 달성한 이후, 유우키가 예정된 죽음을 맞이할 순간이 찾아옵니다. 유우키는 비참하기만 했던 자신의 리얼월드가 아닌,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었던 메타버스 안에서의 죽음을 선택합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대결에서 승리했던 나무 아래에서 유우키가 죽음을 맞이할 때, 메타버스 내의 모든 참여자들이 모여 역대 최강 검사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죽음의 순간에 자신이 선택할 세상이라면, 메타버스를 리얼월드보다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유우키의 죽음 - 죽음의 순간, 당신이 선택할 세상은? / 출처: 제스처 유튜브

 

<전뇌코일> - AR이 보편화된 세상을 완벽하게 그려내다

 

VR 메타버스를 그려낸 영화/드라마는 매우 많습니다. VR을 통해 멋들어진 세상만 완벽하게 구현해 내면,그 세상 속에서 어떠한 이야기라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R(증강현실)을 지금 소개해드릴 <전뇌코일>보다 완벽하게 구현해 낸 작품은 아직도 보지 했습니다. AR은 가상세계가 리얼월드에 이질감 없이 덧씌워져서, 두 세계가 공존하는 상황에서의 이야기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이 발표된 것이 2007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놀랍습니다.

아래 대표 이미지에서 보실 수 있듯이, <전뇌코일>은 AR글래스가 보편화된 세상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최신 기술은 항상 아이들이 먼저 받아들입니다. 어른들이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AR 아이템을 모으고, AR로 창조된 공간에서 놀고, AR 펫을 키웁니다. 제가 <전뇌코일>에서 소개해드릴 캐릭터는 바로, AR덴스케입니다.

 

<전뇌코일> 포스터 좌하단의 있는 강아지 덴스케 - 소녀가 안고 있는 펫이 AR글래스 밖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뇌코일>AR을 통해 리얼월드와 가상세계가 혼재되어 버린 세상에서, 가상이 현실에 잘못 덧씌워지는 에러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들을 다룹니다. 우리가 AR글래스를 쓰고 생활한다면, AR 기술은 실제 존재하는 골목을 가상 이미지의 벽으로 막아서 현실의 공간을 은폐할 수 있습니다. 역으로 가상에서 존재하는 공간이 현실에 의해 가려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리얼월드와 가상세계 사이의 틈에서 새로운 가상 개체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기도 하고, 현실의 개체가 갇혀버리기도 합니다. 그 틈에 갇혀있는 사람을 찾아내려는 소녀와 그 틈의 오류를 증명하여 현재 구축되어 있는 가상세계를 무너뜨리려는 음모가 존재합니다.

이 모든 세상의 기초가 된 AR 기술을 개발한 할아버지가 주인공 자매에게 물려준 AR펫이 바로덴스케입니다. 예쁘지도 않고, 에러도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펫 못지않게 두 자매에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덴스케는 두 자매가 틈에 갇혔을 때, 그들을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해주는 길잡이가 됩니다. 그 행동이 할아버지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것이라고 해도, 그 행동 자체의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현실세계의 생물도 유전자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개체일 뿐이니까요.

아래 영상은, 처음 본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전뇌코일>의 엔딩 장면입니다. 큰 소동이 끝난 후에 두 자매는 AR글래스를 벗고 있지만, 함께 덴스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느낄 수 있다면 덴스케가 가상인지 리얼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덴스케는 확실히 거기에 있었습니다.

 

<전뇌코일>의 엔딩 장면 – 만질 수 없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것들 / 출처: 시이타케 애니리뷰 공식 유튜브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