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1-02 : 뉴미디어, 다매체·다채널 환경 - 미래의 미디어와 광고산업의 향방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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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미디어와 광고산업의 향방  
 
 뉴미디어, 다매체·다채널 환경 - 3
 
장 택 원 |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twjang@cuth.cataegu.ac.kr
 
들어가는 말
미래의 미디어를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래’는 어느 정도의 미래인가를 정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향후 10년 내에 또는 50년 내에’ 등으로 어느 정도 구체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의 미디어 발전 속도는 향후 10년 후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빠르게, 그리고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끝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신호의 디지털화로 인해 데이터의 질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변하고 있고, 이것을 담는 터미널이나 셋톱박스도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매체의 영역도 붕괴하는 가운데 단일 방향성을 지닌 기존 매체와 달리 상호작용성을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매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또한 미래의 미디어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두이다. 한때는 인터넷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취급되면서 신경제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생각처럼 경제를 부흥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지닌 막강한 잠재력은 마케팅과 광고에서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임을 확신하게 해 주는 것만은 틀림없다.

  한편 향후 전반적인 미디어 인프라는 디지털화와 네트워킹을 통해 모든 미디어가 통합될 것이라는 유추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많은 학자들이 매체 간 융합,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말하고 있는데, 그 누구도 매체간의 융합이 가져올 미래의 경제적인 효과나 매체의 방향에 대해 쉽게 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00년에 미국광고업협회(4A)가 ‘향후 100년의 미디어’라는 주제로 개최
한 미디어 컨퍼런스에 대해 “제목은 거창했지만 결국은 현존 미디어 세계에 대한 유익하고 흥미로운 정보제공과 토론에 그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미래 미디어에 대해서 논의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반증하는 사례인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미래 미디어의 트렌드 및 패러다임 변화의 틀을 예측해보고, 이에 따라서 광고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는 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
 
 
미래 미디어의 변화 방향과 의미
 
1. 개별화된 미디어, 소비자 중심의 미디어 발달

미디어 변화의 핵심 중의 하나는 바로 디지털화와 상호작용성이다. 디지털화로 인해 TV와 같은 영상미디어는 PVR(Personal Video Recorder)과 같은 ‘개인 중심’의 미디어로 변화될 것이다. PVR은 ‘필요할 때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하는’ 특징을 지니는데, 이와 같은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개별 소비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컨텐츠만 골라서 소비하는 매우 효율적인 미디어 소비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광고에 대한 기피현상’이다. 소비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컨텐츠만 골라 보기 때문에 굳이 광고까지 보기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TiVo와 같은 PVR사업자들의 등장으로 촉발된 전통적 광고의 정체성 문제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PVR로 인해 전통적으로 문제시되었던 재핑(zapping)과 지핑(zipping)의 수준을 넘어 아예 광고 자체를 안 볼 수도 있다. PVR에서는 VCR에서처럼 테이프를 빨리 돌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단지 버튼 하나로 광고 자체를 건너뛰면(skip) 되니까 소비자들이 가급적 광고를 보지 않게 되리라는 추론이 광고주와 광고산업 종사자들에게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PVR과 관련해 두 번째로 겪게 되는 변화는 광고 포맷의 전반적인 변화다. 그 조짐은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PVR사업자들이 제공하기 시작하는 개인별 비디오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광고 공간은 기존의 30초짜리 광고보다 훨씬 더 긴(10분 이상도 가능) 광고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광고 제작자들은 그들의 사업 영역이 단일 컨셉트 중심의 짧은 광고 위주에서 소비자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컨텐츠 제작 쪽으로 바뀌어갈지도 모른다는 전망 속에, 할리우드의 컨텐츠 제작자들에게 자신들의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2002년 상반기에 Sony Pictures Entertainment와 RealNetworks는 40만이 넘는 가입자들에게 ‘쇼케이스’라 불리는 독특한 컨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쇼케이스는 10분 정도의 디지털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광고업계에서는 이것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좀더 긴 광고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40만 정도의 소비자가 접하게 될 미디어의 변화가 무슨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유의해야 할 건 이러한 변화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결국 가까운 미래에 TiVo와 같은 사업자들은 속속 등장하게 될 것이며 이로 말미암아 소비자들은 철저하게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소비자 중심의 미디어로 변화할 것은 명약관화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기존의 소비자와 광고의 관계에도 근본적인 역할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한편 소비자 중심 미디어의 또 다른 특징은 ‘미디어 포털’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존의 TV가 제공자 중심이었던 것과는 반대로, TV포털은 소비자 개인이 중심이 되어 포털을 통해 개개인의 취향에 따른 채널을 구성하게 될 것인데, 이러한 변화는 비록 영상 미디어 뿐만 아니라 라디오·인쇄매체·인터넷 등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호작용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미래의 미디어는 송신자 중심이 아닌 수신자 중심, 수신자 맞춤형 미디어로 변화되어 소비자가 TV시청을 스케줄링하는 시대가 될 것은 분명하다.
결국 이는 야후와 같은 TV포털이 방송 사업자들로부터 힘을 빼앗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즉 TV포털이 시청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광고 수입을 통제하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은 방송 사업자들에게도 역시 위험스러운 전망이 아닐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수익모델의 전반적인 검토라는 또 하나의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 포레스터 리서치 사는 다수의 i-TV플랫폼이 광고주들에게 매우 복잡한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오히려 i-TV광고의 성장을 더디게 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2. 웹 기반 미디어와 모바일 미디어의 확대

웹과 관련해 가장 흥미로웠던 현상은 배너광고에 대한 기대, CTR (Click Through Rate)에 대한 기대였다. 그러나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는데, 다만 배너가 아직 시작 단계일 뿐이고 웹이 갖는 가능성이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실망은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제 웹은 무선 서비스까지 가능해지고 있으므로 이동성과 장소·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우리들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을 것인데, 다양한 내용과 발전성으로 매체 융합의 중심에 설 가능성도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의 변화는 과거 전통 미디어의 변화 속도나 내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급진적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미 많은 미디어의 컨텐츠와 포맷이 인터넷에서 구현되고 있는 점만 봐도 인터넷이 펼칠 미디어 세계는 정말 예측 불허라 하겠다.
그런데 인터넷이 제공하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원투원(one-to-one) 미디어 기능의 실현이라는 점인데, 원투원의 개념은 이미 마케팅에서 큰 트렌드가 되고 있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가장 대표적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인터넷은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는 미디어간 시너지 효과를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미디어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인터넷이 지니고 있는 네트워크, 다양한 포맷의 기술 실현 가능성, 개별 마케팅의 가능성 등으로 인해 철저하게 개별화된 마케팅 활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웹 기반 미디어는 ‘브랜드 활동’과 ‘상호작용’이라는 두 축의 마케팅 활동에 매우 효과적인 미디어로서 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모바일폰을 비롯한 무선 미디어 또한 ‘제3세대 정보통신’이라 불리며 차세대 개인 미디어로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한 개인과 가장 오랜 시간동안 같이 있게 되는 미디어로서 통신과 방송 서비스를 동시에 가능하게 할 것이며, 또한 개별 마케팅의 툴(tool)로서 많은 광고주의 타깃이 될 것은 자명하다. 다만 광고를 꺼리는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데, 이와 관련해 스웨덴의 모바일폰 제조업체인 에릭슨(Ericsson)이 2000년 11월에 5,000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에릭슨은 소비자들의 프로파일에 기초한 10만여 건의 메시지를 보낸 결과 60%가 그들 프로파일과 관련된 광고 수신을 선호하였고, 20%는 광고를 본 후 관련 정보를 더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곧 모바일 마케팅은 새로운 광고 포맷으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광고산업에의 파장과 변화 양태
 
지금까지 미디어와 관련해 어느 정도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중요한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이를 요약해 보면, 미래 미디어의 환경은 광고 자체에 대해 어떤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다 못해 위험하기까지 하고, 또 어떤 측면에서는 희망을 갖게도 한다. 그러면 과연 미래의 미디어 환경은 광고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역시 매우 어려운 질문이 아닐 수 없으므로 광고산업 측면에서 이러한 미디어의 변화가 갖는 의미가 무엇이며, 광고산업에 종사하는 광고인으로서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가를 잠깐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미래의 미디어를 언급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상호작용성’과 ‘융합’이라는 현상은 우선 ‘광고가 설 땅을 좁힌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렇지만 광고의 역할을 보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전통적 미디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던 ‘인지도 제고를 위한 광고의 역할’이 미디어가 발달한다고 해서 과연 없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점에서 그런 것이다. 아무리 소비자 중심의 매체가 발달하고, 아무리 소비자가 광고를 회피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소비를 위한 정보 추구 행위는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미디어의 역할이 좀더 세분화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전통적 미디어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인지도 제고를, 디지털 영상 미디어는 재미있는 컨텐츠를, 웹이나 모바일 미디어는 앰부시 마케팅·다이렉트 마케팅 등을 통해 고객관계 강화를 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광고산업에서의 새로운 컨텐츠 개발 필요성도 대두한다. 지금까지와 같은 짧은 지면, 짧은 시간에서 벗어나 창조적이고 감동적이면서 어느 정도 긴 시간을 채워줄 수 있는 컨텐츠의 개발이 필요하게 되어 결국 컨텐츠를 기획하고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또한 미디어 통합을 관리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도 광고업계에 요구된다. 따라서 아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마찬가지로 ‘미디어 디렉터’의 필요성이 제기될지도 모를 일이다. 나아가 광고회사에게는 전체 미디어를 아우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통합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사, 시너지를 높이게 하는 노력도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광고산업의 환경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광고인들은 각종 뉴미디어에 대한 이해 제고 및 트렌드 분석 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다양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단, 미디어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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