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다 4> 성역(聖域)은 없다, 금역(禁域)도 없다 |
지난 대선(大選) 때 각 당의 광고에서는 장래 ‘나랏님’이 될지도 모를 후보에게 ‘급진좌경분자·무지몽매·바보(물론 내포된 뜻은 다른 의미지만)’라는 표현을 쓰면서 비주얼도 큰 사고를 낼 초보운전자 등으로 묘사한 것을 볼 수 있다<광고 4 참조>. 이는 민주화 이후의 자연스런 흐름이지만 과거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일이었고, 한편 통제기능이 없는 사이버 세상에서 거스르기 힘든 대세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해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으니, ‘레드 콤플렉스’에서 다소나마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붉은 악마를 필두로 온 거리가 빨간색으로 물결쳤으며, 광고에서도 빨간색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하며 컬러 마케팅의 일례를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색(色)을 관리하는 나라이다. 길거리의 상업용 사인은 아직도 전체를 빨간색으로 표현할 수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바야흐로 트렌스 젠더가 모델로 뽐내는 시대, 기성 언론의 영향력이 퇴조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표현하지 못할 대상’과 ‘깨부수지 못할 관념’이란 없어지게 되었다. |
<뜬다 5> ‘재미’, ‘남과 다르기’ |
각종 카드 광고 등을 통해 소비심리를 살살 꼬인 결과인지는 몰라도 가계부채가 쌓이고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주 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홈쇼핑 업체와 신용카드사 및 자동차 광고가 늘고 있다. 또한 쉬는 날이 많아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이 커지고 홈씨어터 시장이 새로 생겼다. 이렇듯 벼랑 끝에 서 있는, ‘아찔한 스릴을 즐기는 국민성’이 살아 있는 한 2003년에도 카드사들은 계속 많은 사람들이 ‘떠나기’를 원할 테고. 가전업체는 ‘차이를 아는 당신’이 많아지기를 기대할 것이다. 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돌파함에 따라 ‘재미’와 ‘남과 다름’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뚜렷해질 것이다. 이는 해외여행과 테마파크 등의 광고가 늘어나는 것으로 연결되겠지만, 경기의 불확실성에 비추어 제 2, 제 3의 ‘로또’가 생기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불안할수록 대박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
<진다 1> 말릴 수 없는 전쟁도 있다 |
전운(戰雲)이 감도는 해이다. 미국과 이라크와의 전쟁은 우리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만약 전쟁이 나면 당연히 국제정세가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기름 값이 폭등하고 불안정하면 자동차가 안 팔린다. ‘생각만 해도’ 차를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항공 운임이 치솟으니 ‘열심히 일한 당신’이 떠날 수 없을 것이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당신의 능력을’ 보여 줄 기회 또한 없을 것이다. 2003년의 최대 화두는 ‘전쟁’이며, 그것이 현실화한다면 트렌드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마는, 위축된 경기 속에서도 일정한 트렌드를 찾으려면 IMF 시절의 광고 트렌드를 살필 것을 권유한다. 저가(低價)제품과 보장형 보험상품 등이 잘 팔릴 것이고, 이성에 소구하는 방식의 광고가 어필할 것이다. 반면에 기업PR 광고는 많이 줄겠지만,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한 설득형 소재들의 등장도 예상할 수 있다. |
<진다 2> 그 동안 즐거웠다 |
유머광고의 문제가 아니다. 유머광고는 크리에이티브를 구성하는 커다란 전술이자 세계적 트렌드이다.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엽기와 키치 등으로 표현하는 일탈적 광고유형이다. ‘세상을 다 가져라’, ‘공짜가 좋아’ 등의 KTF 캠페인과, 촌티 나고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한 채 ‘청춘을 적신다’며 웃음을 선사했던 해태음료의 ‘갈아 만든 배’ 등의 광고, 신바람 이박사의 테크노 뽕짝과 같은 유형의 광고들이 사라져 갔다. 이들의 공통점은 ‘복고’의 부활에 있었으나, 엽기·키치와 더불어 ‘복고의 시대’도 확실히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복고광고가 아주 없어질 수도, 없어진 것도 아니다. 부라보콘과 아카시아 껌(해태제과) 등은 과거의 CM 송을 리메이크하며 장르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퇴조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예외로 두어야 할 장르가 있으니, 이른바 ‘TTL식’의 광고이다. 비논리적이고 생각하기를 싫어하며 그들만의 복잡한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는 N세대를 위한 크리에이티브의 툴(tool)은 계속 ‘뜰’ 확률이 높을 것이다. |
<진다 3> 언제 우리가 열광했던가 |
2003년에는 내셔널리즘이 퇴보할 것이다. 작년에는 민족주의가 강하게 대두될 수밖에 없던 일련의 일들이 있었다. 우리 모두가 통분해 마지않았던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이 있었고, 그것이 월드컵으로, 서해교전으로, 아시안게임으로, 촛불시위로, 대통령선거로 숨가쁘게 이어졌다. 1년 내내 우리 모두가 공유할만한 국가적, 민족적 이슈가 있었고, 또 그것이 광고 크리에이티브 소재로 반영되었으나 올해는 아쉽게도 손쉬운(?) 크리에이티브 소재를 찾기 어렵게 되었다. 바라건대 국민 전체가 움직이는 망외(望外)의 커다란 퍼포먼스를 기대해 본다.
국내 광고시장 규모가 6조원대로 커졌고 질적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고는 하나, 혹자는 2003년에도 10%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는 반면, 혹자는 마이너스 4~5%의 시장 위축도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불확실한 한 해가 되리라는 뜻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쩌랴. 자본주의가 망하지 않는 한 광고는 계속될 것이고, 광고가 있는 한 크리에이티브도 영원한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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