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속 그 음악 #29 펑크와 블루스를 품은 록 사운드, 데 로크(Des Rocs)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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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은 죽었다(Rock is dead)’. 이미 1970년대부터 나돌던 말입니다. 어쩌면 록 음악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팝의 뿌리였던 록과 블루스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HS애드 블로그에서 오늘 소개할 아티스트 ‘데 로크(Des Rocs)’가 바로 그 증인입니다.


록 음악의 몰락 사이에 피어난 새싹 

▲ 2019년 암스테르담 투어 중인 Des Rocs (출처 : 데 로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는 그야말로 록 음악과 밴드의 전성기였습니다. 새로운 록 음악의 대안을 뜻하는 ‘얼터너티브/그런지’를 대표하는 ‘너바나’, ‘펄잼’부터 강렬한 스래시메탈 사운드의 ‘메탈리카’와 ‘메가데스’ 등 수많은 록밴드가 빌보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차트는 그들 대신 ‘빌리 아일리시’나 ‘포스트말론’ 등 EDM/힙합을 기반으로 한 뮤지션과 BTS를 비롯한 K-팝 아이돌이 대세입니다. 심지어 실시간 차트에 록 음악은 한 곡도 없습니다. 하지만 팝 음악을 비롯한 서양 대중음악의 뿌리가 되는 록과 블루스는 사라지지 않고 대중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데 로크 역시 펑크,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록 뮤지션입니다.


멋진 록커를 꿈꾸던 소년, 기타리스트로 데뷔하다

데 로크는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대니 로코’의 솔로 프로젝트로, 그의 지휘하에 밴드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뉴욕으로 이주한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 대니 로코는 13세 때 아버지와 함께 갔던 롱 아일랜드의 라이브 바에서 처음으로 록을 만나게 됩니다. 바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 오른 밴드의 폭발적인 연주와, 그에 열광하는 100명 남짓한 관객에 완전히 매료된 꼬마 대니는 그때부터 ‘록밴드를 해야겠다’는 꿈을 꾸며 훌륭한 기타리스트로 성장했습니다.


▲ 대니 로코가 데뷔한 밴드 시크릿웨폰의 처음이자 마지막 싱글, ‘Something New’ (출처 : 데 로크 공식 유튜브 채널)

그는 2016년 ‘시크릿웨폰’이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로 데뷔했는데요. 그들이 발매한 첫 싱글 ‘Something New’는 메인 보컬리스트 ‘게리 랭’의 샤프한 목소리와 그를 감싸는 대니의 풍성한 코러스가 레트로한 신디사이저와 만나 인상적인 팝 사운드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싱글로 시크릿웨폰은 미국 공중파의 인기 쇼에서 라이브 무대를 갖는 등 인기몰이를 했지만, 그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보컬리스트 게리 랭이 라임병으로 활동이 어려워져 팀을 탈퇴하면서 시크릿웨폰은 활동을 멈추고 맙니다.


록이라는 정체성을 되찾자 롤링스톤즈가 그를 불렀다 

이러한 시련에 대니는 좌절하지 않고, 아예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음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데 로크의 출발입니다. 2018년 11월 발매한 데 로크의 첫 EP를 접한 그의 팬들은 시각적/청각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 싱글 ‘Let Me Live / Let Me Die’는 기존에 그가 ‘시크릿웨폰’에서 보여준 사운드와는 아예 정 반대 방향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글지글 퍼즈 드라이브 가득한 기타와 투박한 베이스와 드럼, 스프링 리버브가 과하게 걸린 보컬은 1980년대 브루클린의 라이브 바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사운드를 재현했어요.


▲ 데 로크의 첫 EP 수록곡 ‘Let Me Live / Let Me Die’의 라이브 버전 (출처 : Ones To Watch 공식 유튜브 채널)

기존 시크릿웨폰의 팬들은 물론, 록 음악에 목말랐던 많은 록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데 로크의 인기는 점점 올라가게 됩니다. 이런 인기를 증명하듯, 그의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옵니다.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그에게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록밴드 ‘롤링스톤즈’가 오프닝 제안을 해온 것이었습니다! 

제안은 현실이 되었고 2019년 7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롤링스톤즈의 오프닝 무대를 통해 데 로크의 이름은 널리 퍼져나가게 됩니다. 이후 그의 열정적인 연주와 스테이지 매너는 업계에 소문이 났고, 2019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사태로 공연이 멈추기까지 록밴드 ‘뮤즈’의 유럽 투어에 오프닝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전 세대를 사로잡은 네오-블루스 

그런데 팝 밴드 기타리스트에서 록커로 변신한 데 로크가 현재와 같은 ‘록 가뭄기’에 어떻게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데 로크의 음악이 사실 ‘하이브리드’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기타와 베이스, 드럼 3인조가 주도하는 전형적인 록 밴드 사운드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연주의 양상은 조금 다릅니다. 데 로크의 연주와 보컬은 전형적인 블루스와 록의 그것입니다. 하지만 각 악기의 구성과 편곡, 사운드는 현대 EDM과 팝 음악의 문법을 연구해 밴드 사운드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테라’ 맥주 광고에도 쓰인 ‘Used to the Darkness’를 광고 영상과 함께 보실까요?


▲ 청정라거-테라 TERRA CF : 청정폭풍 편(30”) (출처 : 하이트진로 공식 유튜브 채널)

이 노래는 비트가 강하고 둔탁한 록 넘버인데요. 광고 영상과 함께 보았을 때는 EDM을 기반으로 한 팝처럼 들리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리더 대니 로코의 이전 밴드 시크릿웨폰이 팝 밴드였다는 사실을 생각했을 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 흔히 ‘네오 블루스’라고 부르는 현대 블루스 록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데 로크의 음악은 록 음악 팬에게는 ‘예전의 그 사운드’를, EDM 기반 현대 팝에 익숙한 팬에게는 마치 새로운 EDM 밴드 사운드처럼 느껴집니다.

 

다양한 사운드의 샐러드볼 같은 록 음악 

두 번째는 그가 보고 듣고 자란 뮤지션들의 영향 때문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로이 오비슨’ 같은 로큰롤 뮤지션과 록 기타의 신 ‘지미 헨드릭스’는 물론, 뉴웨이브의 시초가 된 ‘토킹헤즈’ 등 현대 팝 전반을 아우르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고 자란 그의 음악에 다양한 컬러가 묻어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 Des Rocs - Wayne (Official Video Experience) (출처 : 데 로크 공식 유튜브 채널)

이 노래는 데 로크가 2020년 5월 발매한 싱글 ‘Wayne’인데요. 필름이 열에 녹은 듯한 1970년대의 사이키델릭 뮤직비디오와 몽환적인 사운드에서 갑자기 질주하는 듯한 드럼 사운드가 인상적입니다. ‘Wayne’에는 1980년대 뉴욕 브루클린을 중심으로 일어난 뉴웨이브 개러지/포스트 펑크 사운드가 적극 반영되어 있습니다. 


▲ 무대 위에서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데 로크(출처 : 데 로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어찌 보면 데 로크를 이끄는 대니 로코도 무척이나 운이 없는 뮤지션입니다. 데뷔한 밴드의 시련을 딛고 일어나 만든 데 로크가 성공 가도에 오르는가 했더니,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활동을 멈추어야 했기 때문이죠. 빨리 팬데믹 사태가 진정되어 그를 비롯한 많은 뮤지션이 공연과 이벤트, 음악을 통해 자유롭게 팬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