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일관성(consistency), 둘째도 일관성, 셋째도 일관성 |
세계에서 광고비를 가장 많이 쓰기로 유명한 P&G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
<광고 1>은 비달 사순(VIDAL SASSOON)의 ‘VS’캠페인을 알리는 광고다. 브랜드 네임 비달 사순의 이니셜인 ‘VS’를 이용하여 경쟁 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VS’는 비달 사순의 이니셜이면서 또한 ‘versus’의 축약어로 이 캠페인의 성격을 눈치채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단지 크리에이티브의 소재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인 비달 사순을 연상하게 하면서 제품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느끼게 하고 있다. 즉 제품을 중심으로 ‘LEADER VS FOLLOWER’가 임팩트 있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접지형 4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캠페인은 모든 광고가 시작되는 왼쪽 페이지에 컨셉트를 알리는 비주얼과 카피가 대구(對句)형으로 들어가 있고, 가운데에는 제품이 크게 부각되어 있으며 용기를 이용하여 제품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하고 있다. 그리고 날개형 접지 타입으로 되어 있는 3, 4페이지에는 만족스러워 하는 사용자들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다만 <광고 1>은 런칭편으로 멀티 3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카피를 읽어 보면 스타일과 기술의 리더인 비달 사순이 연구소와 미용실에서 축적한 경험으로 개발되었으며, 모든 제품은 국제 스타일리스트팀의 엄격한 기준에 부합되는 제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료 샘플이나 온라인 상담을 원한다면 홈페이지(www.vs-sassoon.com)를 방문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
<광고 2>는 머릿결 때문에 고심한 여자라면 누구나 시선이 멈출 수밖에 없는 광고다. 먼저 제일 앞 페이지를 열면 끊어지려는 밧줄이 보이는데, 밧줄이 끊어지는 바로 그 곳에 카피 ‘WEAK VS STRONG’이 자리잡고 있다. 아마도 머릿결을 강화시켜주는 ‘STRENGTH-ENING COMPLEX’이기 때문에 이런 비유로 어프로치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타깃들에게 stopping power가 일어날 수 있는 장치를 통해 수많은 광고 속에서 눈에 띄게 만들었다. 이렇게 패키지를 이용하여 제품의 특장점과 사용법을 정확히 제안하고 모델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
* 효과 (YOU WANT): 머리결은 더욱 빛나고 관리는 더욱 편리해졌으며 머리카락의 부러짐과 끝 갈라짐을 |
<광고 3>은 보습제인 ‘moisture’ 제품으로, 제품의 특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FRAZZLED VS REFRESHED’라는 헤드라인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그러면서 말라 비틀어지는 꽃과 생생한 꽃을 비교하여 ‘시들다 VS 생생하다’로 소구하고 있다. 어느 여자가 자기 머리 결이 시든 꽃처럼 되길 원하겠는가? 언제나 촉촉한 느낌, 부드러우며 찰랑찰랑한 머릿결을 갈망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FRAZZLED VS REFRESHED.’ 일종의 위협 소구인데, 광고의 주목도만 높이는 전략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들의 행동이 일어나게 하고 있다. 패키지를 이용해 전하는 카피를 읽어보면 마르고 건조하며 손상된 머리카락에 사용하면 효과적이라고 되어 있다. 또한 촉촉한 머릿결을 유지하려면 매일 ‘moisturizing hair wash’와 ‘moisturizing daily therapy’를 사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
<광고 4>는 컬러 보존 스프레이 제품을 알리는 광고로서, ‘DULL VS DAZZLING’로 알기 쉽게 소구하고 있다. 여기서는 칙칙한 느낌과 빛나는 컬러 느낌을 비교하여 제품의 특장점을 알리고 있는데, 모델의 모습도 머릿결 컬러를 잘 살려 보여줌으로써 광고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용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고 있다. 또한 머리를 감기 전에 뿌려주기만 하면 감을 때 바래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사용법이 간단함을 강력한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헤어 컬러에 보호막을 형성하여 물로 씻을 때 바래지는 것을 방지해주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
<광고 5>는 기타 줄[弦]에서 아이디어 모티브를 찾고 있다. 음을 만들어 내는 팽팽하게 조여져 있는 줄과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여분의 줄을 비교하고 있는데, 아이디어 모티브가 절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기타 줄이 마치 자기 머리카락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부시시하다면 아마도 못 견디지 않을까. ‘SPRINGY VS SHAPELY.’ 헤드라인도 기타 줄을 그대로 설명하고 있지만 내심은 머리카락으로 전이되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가늘고 힘없는 머리카락을 숱이 많아 보이게 하고 풍성한 머릿결의 멋진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과 그 사용법을 예시하고 있는데, 모델 역시 풍성한 머릿결을 보여주기 위해서 웨이브진 모습을 연출해 구매를 자극하고 있다. |
<광고 6>은 자동차 표지판을 이용하여 ‘ULTRA FIRM HAIR SPRAY’를 소구하고 있다. 자동차를 운전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겠지만 차가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면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헤어스타일 역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원하는 스타일대로 있지 않고 쏟아지거나 흩날린다면 엉망이 될 것이다. 지난 월드컵 때 잉글랜드의 베컴 선수가 특유의 헤어 스타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닭 벼슬처럼 세운 앞머리와 바람에 날린 듯 올라간 뒷머리, 그 독특한 스타일로 소녀 팬들을 설레게 했고 청소년들은 미용실 거울 앞에 앉아 “베컴 스타일로 해주세요”라는 주문에 바빴다. 비록 내 눈에는 90분 내내 운동장을 뛰는 선수가 그런 헤어 스타일을 유지한다는 자체가 신기해 보였지만. ‘OUT OF CONTROL VS IN CONTROL.’ 패키지에 기술되어 있는 효과를 보면 얼마나 강력한 스프레이인지 짐작이 간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력을 무시한 채 헤어 스타일을 단단히 고정시켜줍니다.’ 시연하고 있는 모델의 모습도 소위 ‘바람머리’처럼 독특하다. 저런 헤어 스타일이면 금방이라도 뭉개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잘 유지된다니 얼마나 강력한 것이겠는가? |
<광고 7>은 헤드라인이 강력하다. ‘EXHAUSTED VS REVIVED.’ 그리고 다 타서 꺼진 초가 헤드라인과 잘 매치되고 있다. 손상된 머릿결을 관리해주는 ‘DEEP TREATMENT THERAPY’ 제품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하면 임팩트 있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데, 광고는 아마도 다 탄 초를 보면서 저렇게 죽어가게 놔둘 것인가 아니면 재생시킬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서게 할 것이다. 패키지 컬러와 초의 컬러, 그리고 모델의 립스틱이 모두 통일된 컬러로 연출되어 자연스럽게 제품에 시선이 멈추도록 하고 있다. |
느림의 미학을 배우자 |
‘빨리빨리’가 ‘열심히 산다’와 동의어처럼 받아들여지는 우리 사회에 프랑스 사회철학자 피에르 쌍소(Pierre Sansot)의 좥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좦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잔잔한 감동을 받았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던 이 책에서 그는 “진정한 행복은 고요와 느림의 미학에서 시작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느림은 게으름이나 민첩성이 결여된 둔감한 행동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부드럽고 우아하고 사려 깊은 삶의 방식을 말한다. ‘빠름’이 미덕인 인터넷 세상에 사는 우리들에게 정반대로 천천히 즐기며 사는 인생이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광고가 배워야 할 덕목 중에 하나도 바로 ‘느림의 미학’ 아닐까? 한두 번 해 보고 갈아치우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기업과 브랜드의 사활을 결정하는 광고안을 결코 ‘빨리빨리’를 명분으로 망쳐버리지 않는 풍토가 되었으면 한다. 처음 캠페인을 개발한 그 마음으로 1년, 2년 아니 10년 정도 해 보는 뚝심을 발휘해보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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