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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는 ‘드라마 왕국의 여왕’이요, 큰 딸 녀석은 그 왕국의 ‘공주’다. 두 모녀는 사극에서 트렌디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같은 시간대의 드라마는 재방송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섭렵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야말로 드라마 매니아이다. 그런데 둘 사이에도 부동의 원칙은 있다. 유치원 2년차인 드라마 공주의 취침시간을 10시로 정한 것. 하지만 그 원칙이 최근 깨졌으니, 바로 장나라가 21세기형 팥쥐로 나오는 밤 10시 미니시리즈 때문이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둘은 월요일, 화요일마다 지난 드라마 줄거리를 재잘재잘 복기까지 해가며 장나라의 표정 하나, 대사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덕분에 난 왕따가 되어 다른 방송국에서 하는 김두한 아저씨의 그 현란한 발길질을 팥쥐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볼 수 없었다. 이 모든 게 ‘장나라’, 그녀 때문이었다. | |||||||||||
준비된 멀티플레이어, ‘카수’, 큰 사람! | |||||||||||
지난해 모 방송국의 ‘도전 100곡’인가 하는 프로그램에 출연, 요즘 노래에서부터 흘러간 노래까지 척척 소화해내는 그녀의 노래실력을 보면서도 솔직히 난 그녀가 가수인 줄 몰랐고, 그 프로가 참 잘 짜여진 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이미 가수였고, 그건 쇼가 아니었다. 그녀는 초등학생 때 연극 ‘레미제라블’에 출연했으며 고등학교 때부터 광고에도 얼굴을 비추었고, 작년에는 가요계에 공식 데뷔한 준비된 멀티플레이어였던 것이다. ‘부끄럽지 않게 정말 열심히 살자’라는 좌우명처럼 광고·영화·드라마, 그리고 최근의 2집 앨범 발표까지 장나라는 정말 바쁘다. 여기저기 너무 많이 출연하여 식상하다는 구설에 대한 그녀의 아버지 주호성 씨의 말. “시청자는 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 장나라는 대중연예인이다. … 궁금하다가 무언가를 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곁에 있으며 대중을 즐겁게 하고, 또 어떤 때는 놀랍게 새로운 것을 들고 나와야 한다. … 관습이나 통념은 언제나 깨질 수 있는 것이다. 가수가 꼭 공백기를 가져야 하고 가수가 다른 일을 하면 안 되고….” 사실 장나라는 어설픈 가수들의 어설픈 신비주의 전략을 싫어한다. 아니 오히려 움직여 말하고 노래하는 것으로 대중에게 사랑받을 줄 아는 진정한 ‘카수’인 것이다. 실제로 그녀를 보면 화면에 비치는 모습보다 더 작아 보인다. 손바닥만한 얼굴에 가냘픈 몸매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녀는 크다. 솔직 담백한 품성이 그렇고, 가식 없는 말투와 표정이 그렇다. 스타란 모름지기 ‘재미와 새로움을 주는 사람’이라면, 장나라는 대중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아는 요즘 보기 드문 진정한 스타이다. ‘억’이라는 돈을 수재의연금으로 낸 사실이나 이주일 씨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하던 모습이 그랬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녀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2002년 여름의 화두는 단연 ‘비(雨)’. 한달 넘게 내린 비는 참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좋은상호저축은행의 인터넷 대출상품 ‘론나라’의 TV-CM 촬영 현장인 국립극장 대극장 앞. 200명이나 되는 검은 턱시도 차림의 남자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오늘의 헤로인인 장나라, 론나라 CM 기획 단계에서부터 점 찍어두었던 부동의 모델. | |||||||||||
장나라는 ‘비’도 물리쳤다 | |||||||||||
드디어 웨딩드레스를 입은 장나라가 단독으로 내레이션을 하는 첫번째 컷의 촬영 시작. 아, 그러나 요즘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도 돕지 않는다’고 했던가. 슛 들어간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후둑후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세계 최강의 ‘밀어부치기 정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광고쟁이들이 아니던가. 감독의 지시로 조명등에 비닐이 씌워지고, 장나라의 머리 위로는 비를 막을 수 있는 차양이 능숙한 솜씨로 급조되었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그리고 장나라는 당일 새벽 촬영으로 인한 피곤함도, 계속해서 흩뿌리는 비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좌중을 리드해 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 컷에서 발생했다. 리무진을 타고 떠나는 장나라를 향해 200명의 신랑들이 ‘장나라, 론나라’를 연호하는 이 CM의 백미였는데, 한달 내내 금수강산을 유린하던 그 폭탄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상 스태프 회의. 모니터에는 빗줄기가 아주 선명하게 드러났다. 결론은 촬영 중단으로 모아지는 듯했다. 그러나 장나라를 비롯, 보조 모델들의 스케줄이 만만치 않았다. 이러다가는 엄청난 비용 발생은 물론 온에어 하기에도 빠듯한, 그야말로 설상가상에 사면초가의 상황. 수백 명의 출연자 및 스태프들이 감독의 바싹 마른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긴 침묵 끝에, 드디어 감독이 고개를 들었다. “자, 갑시다!” 감독의 지시가 떨어지면서 촬영장은 활기를 띠었다. 장나라는 리무진 위로 올라가 200명의 남자들을 순식간에 하나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짓 하나에 군중들은 ‘장나라, 론나라’를 목이 터져라 연호하니 촬영장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던가. 이 CM이 잔잔하게 세상에 회자되며 광고주 매출이 소복소복 오르고 있다는 기분 좋은 얘기도 들려온다. 좋은상호저축은행의 인터넷 대출상품 ‘론나라’ TV-CM. 그야말로 좋은 광고주, 좋은 파트너들이 만들어낸 근래 경험하기 힘든 이벤트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모델, 장나라가 아니고선 불가능했던 ‘비와의 통쾌한 한판 승부’로 기억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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