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12 : Creator@Clipping - 화제거리를 만드는 기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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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천 번 만 번 변해도 광고의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화제거리를 만드는 기술, 다니야마 마사카즈(谷山雅計)
 
정 해 원 CD | CR2본부
hwjung@lgad.lg.co.kr
 

노래는 음표가 아닙니다. 느낌이에요.
칼로 찌르는 느낌이 나와야 해요.
관객은 적입니다.
이겨내야 해요.
그들에게 호의를 구걸하지 마세요.
그들을 감동으로 몰아세워야 합니다.
협동과 지배에요…
상상을 해야 해요.
그가 되어야 하고,
그녀가 되어야 합니다.

- 마리아 칼라스 -

 
광고는 소비자와 벌이는 고도의 심리전이라 했던가?
광고 안 봐도 별 탈 없이 잘 살아가는 소비자들에게 말을 걸어보는 고독한 작업이다. “날 좀 보소오 보소오~ 날 좀 보소오~ 날 좀 보~~소 오오오”
때로는 애절하게, 또 어느 때는 간곡하게, 경우에 따라서는 위협적인 언사도 서슴지 않는다. 한마디로 ‘내 편 만들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소비자들은 귀를 닫고 눈을 감아버린다. 오호~통재라~
확실히 현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피동적이지 않다. 필요한 정보는 얼마든지 지척에 널려 있다. 그것은, 광고가 단순히 기능을 설명하거나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어림없다는 반증이다. 그들의 생활감각·가치관 등에 부합되어야만 겨우 상면(相面)을 허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고인의 삶은 그래서 고달픈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뒤흔들고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캠페인 또한 끊임없이 창출되는 걸 보면 거기엔 뭔가 변하지 않는 원칙 같은 게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오사카(大阪)의 게(蟹)가 사라졌다!

JR도카이(東海)의 ‘사라진 게 道樂’ 캠페인은 오사카에서만 집행된 광고 캠페인입니다. ‘오사카에서 신칸센(新幹線)으로 전국 곳곳으로 여행하자’는 테마로, 주인공은 ‘게 道樂’이라는 가게의 간판에 붙어있는 거대한 ‘게(움직이는 상징물)’입니다. 다시 말해 이 커다란 게 상징물이 바로 신칸센을 타고 오사카를 떠나 전국여행을 하는 것이 캠페인의 스토리입니다. ‘게 道樂’이라는 이름의 게 전문 요리집은 일본 전역에 걸쳐 많은 지점을 갖고 있는 대형 체인 요리집입니다. 그 중 본점이 바로 오사카에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본점 간판에 걸려진 게 상징물은 오사카라는 도시와 오사카 사람들을 대표하는 심벌과 같은 존재입니다.
 
 
광고 캠페인의 전개는 우선, 티저 개념으로 “게가 사라졌다”라는 소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오사카 사람들로 하여금 “저게 무슨 소리지?”라는 정도의 관심만 기대한 겁니다. 그 다음 단계로 “게가 이즈(伊豆)온천에 갔다” “도쿄에 유람선 타러 갔다” 등의 ‘답’을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신문광고도 같은 방법으로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광고에서만 ‘게’가 사라지는 것은 재미가 없다는 판단 아래, 광고 캠페인이 전개되는 약 한달간 ‘게 道樂’의 간판에서 거대한 실제 게 상징물을 떼어내버린 것입니다. 게가 신칸센을 타고 여행을 떠났으니 당연히 그 게가 있던 자리는 비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그 대신 ‘JR東海 CM 출연 중’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습니다(실제로는 창고에 잘 보관했지요)<광고 1~6>.
 
결과적으로 실제 게 상징물을 없앤 것이 굉장히 큰 효과로 나타났습니다. 오사카의 거의 모든 신문·잡지·TV와이드 쇼 등에서 ‘정말로 사라졌다!’고 떠드는 등 연일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오사카 지역에서만의 집행임에도 불구하고 아사히(朝日)신문을 포함한 전국의 약 45개 신문에서 이 사건을 취급, 보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화제의 물결은 이 정도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일본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듯 오사카 사람들의 기질은 보통이 아닙니다.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는 전형적인 상인기질이 강합니다. 마침내 오사카 사람들 스스로 분위기를 살려내어 오사카를 대표하는 두 번째 상징물인 ‘쿠이타오레인형’을 사라지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젊은 여자와 같이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는 쿠이타오레인형을 사진으로 합성해 각 언론사로 보낸 겁니다.
여기서 한술 더 떠 오사카를 대표하는 세 번째 상징물인 ‘구리꼬의 네온’이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대표 성화주자로 선발되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문까지 나돌게 했습니다. 오사카 사람들과 오사카 언론들은 이런 사건(?)을 자기네끼리 북치고 장구치는 식으로 즐거워한 것입니다.
 
이 캠페인은 대단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캠페인에 투자했던 비용에 비해 효과가 엄청났기 때문입니다. 캠페인의 전체 비용은 제작비·매체비 포함 1억엔입니다. 이는 매우 적은 예산으로, 잘 나가는 탤런트 한번 쓰면 그만인 정도인 것입니다. 게다가 언론에 보도된 것을 매체비로 환산하면 10억엔 정도에 달합니다. 다시 말해 1억엔으로 10억엔의 효과를 본 것입니다. 간판에서 게를 떼었다가 다시 붙이는 데는 200만엔이 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결국 200만엔으로 수백만엔의 효과를 낸 셈이지요. 그럼 이 광고가 왜 그토록 성공할 수 있었나를 생각해 봅시다.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면 화제가 된다
첫째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만 오사카 사람들은 이런 광고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희소성의 원칙입니다. 물론 광고만을 본다면 이와 비슷한 형식의 광고가 또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 CM과 같이 게가 사라졌다는 픽션과 논픽션을 믹스시킨 사례는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처음 것, 새로운 것은 분명 화제를 불러일으킵니다.
둘째 오사카 사람들이 마음속에 두고 있던,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해줬기 때문입니다. 바로 ‘공감대’를 형성한 겁니다. 일본에서 도쿄와 오사카는 영원한 라이벌입니다. 정치·경제·사회·스포츠·과학·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경쟁자 관계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광고 캠페인이 나가고 나서 오사카 사람들의 입에서 대뜸 나온 말이 “도쿄 좀팽이들은 이런 광고 못할 거야. 아니, 이해하지도 못할 거야” “고지식한 도쿄 계집애들이 이런 재미를 이해나 하겠어?” 등입니다. 라이벌이면서 틈만 있으면 한방 먹여주고 싶었던 도쿄사람들에게 으스댈 수 있는 자랑거리가 생겼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사카 사람들이 놀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 준 것입니다. 참여를 유도할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습니다. 광고란 완벽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무언가 틈이 있어 사람들이 광고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면 좋지 않을까요? 사람으로 치면 아무리 잘생겨도 말걸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상대가 있는가 하면, 생긴 건 별로지만 어딘가 접근이 쉬울 것 같아서 여러 사람에게 인기가 있는 사람도 있듯 말이죠.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완벽하고 흠잡을 데 없어서 보는 사람이 “음~ 훌륭해”하고 거기서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대단하지 않게 만들어졌지만 조금씩 가지고 놀다보면 무언가 말하고 싶어지는 그런 광고가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게 道樂’ 광고 캠페인이 집행될 당시 오사카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절대 이 광고 이야기들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신이 나서 오버하며 다음 스토리를 만들고 소문을 퍼뜨리며 흥겨워했습니다. 그 결과 언론에 보도되고 코미디 프로에 소재로 쓰이는 등 화제가 만발했던 것입니다.
 

화제거리를 만드는 기술

매사 그렇지 않는 게 뭐 있을까마는 광고 역시 태생적으로 핸디캡을 극복해야만 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난다.
하나의 광고물이 세상사람들과 첫 대면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부터가 그리 녹록치 않다. 몇몇 후보들이 선별되어지고 그때부터는 미스코리아 후보 합숙훈련하듯 혹독한 담금질을 이겨내야만 한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마침내 세상과 조우하는 광고 앞에 주어진 운명은 너무나 가혹하다. ‘광고는 읽히지 않는다’는 대전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제약을 뛰어넘어 소비자의 품에 안기는 광고만이 생명을 부지할 뿐이다.
그렇지 못한 광고는 한줌의 재가 되어 스러져간다. 무정하기 짝이 없는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고 그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사람의 마음이란 실로 단순합니다. 사람은 화제가 되기 쉬운 것은 화제로 삼고, 화제 삼기 어려운 것은 회피해 버린다는 매우 간단한 사실을 이용하는 겁니다. 실제로 TV앞에서 CM을 보면서 “음~저 CM은 어떻군...음...”이라고 느꼈을 때, 그 “어떻군...음...”을 쉽게 말할 수 있으면 그건 화제 삼기 쉬운 것입니다. 반대로, 봐서는 재미있는데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어렵다면 그건 더 이상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간다고 아우성들이다. 미처 현실에 적응하기도 전에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볼멘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과연 세상은 그토록 급변하고 있는 것일까? 하찮은 습관 하나를 바꾸려해도 그리 쉽지 않음을 우리는 절감한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우리를 둘러싼 외부환경은 늘 바뀌고 변해가지만 내면까지 송두리째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을… 수백 년을 이어온 인간의 기본 욕구는 변함없이 오늘도 꿈틀거리고 있음을… 따라서 광고의 기본 또한 여전히 유효하다고!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