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 확인한, 크리에이터가 만든 기회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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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칸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이 끝났습니다. 첨단 테크놀로지들이 다양하게 등장했고, 지난 시간 뉴스와 SNS를 장악했던 캠페인들이 다시 부각됐습니다. 고전적 광고부터 A.I를 비롯해 데이터, AR, VR 등, 칸은 갈수록 넘치는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통해서 ‘가능해진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을 확인해 줬으며, 더욱더 다양한 분야, 새로운 분야와 협업해 힘 있는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칸은 처음 보는 ‘가능성’과, 새롭게 실행된 ‘만남’의 장이었습니다.


Siri가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전 세계 학생들이 참여해 경쟁을 벌이는 Future lions. 올해는 대부분 A.I와 데이터를 접목한 아이디어가 주를 이뤘다고 합니다.


▲MASE_Future Lions 2018 winner Hush for Apple (출처 : Miami Ad School Europe 유튜브)

그중 그랑프리를 받은 마이애미 애드 스쿨 학생들의 아이디어는 A.I가 가진 가능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사람이 다치면 119, 강도나 침입자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땐 112. 누구나 알고 있는 번호입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닥치면 얼마나 침착하게 번호를 누르고, 자세하게 신고할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전화기를 붙들고 신고하는 걸 가만히 놔둘 침입자는 없겠죠. 학생들은 그래서 Siri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스마트폰에 자신만의 ‘safe word’를 설정합니다. 개인화된 코드로 Siri를 활성화하는 거죠. 활성화된 Siri는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소유주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얘기하죠. 경찰은 구체적인 상황을 묻습니다. Siri는 몇 명의 남녀 목소리가 들리는지 분석하고, 유리 깨지는 소리 등 위협적인 분위기까지 분석해 전달합니다. 마이크를 켜달라는 소리에 현장의 위험한 상황을 그대로 들려주죠. 나아가 정확한 위치까지 전달합니다. 디지털 딥러닝을 활용한 방법입니다. 언제 상용화될지 알 수 없는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A.I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하나의 길을 찾아냈습니다. 이 외에도 Future lions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부분 현실의 ‘문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A.I를 만나 새로운 해결점을 만나게 되는 거죠. 앞으로 테크놀로지가 얼마나 우리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지,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도 크리에이터의 몫이겠죠.


스마트폰이 후보의 자격을 탐지해낼 수 있다면

브라질은 전 세계적으로 정치인의 부패 정도가 매우 큰 나라에 속합니다. 선거철이면 많은 후보들이 거리로 나와 유세를 하며, 친근한 모습, 믿음직한 모습을 선보이지만 그들이 얼마나 청렴한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는지는 일일이 검색해 보고, 연구해야만 알 수 있을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들의 ‘자격’을 가늠해 보는 사람은 드물죠.


▲ReclameAQUI, The Colour Of Corruption - Case (출처 : ReclameAQUI 유튜브)

Reclame Aqui는 이 점에 착안해 ‘부패 탐지기’를 개발했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포스팅하는 사이트인 이 회사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국민의 ‘권리’로 확장하기로 했습니다. 정치인의 얼굴에 스마트폰을 대면 그들의 과거 부패 기록이 적나라하게 나오는 앱을 개발한 겁니다.

이 앱은 실제 얼굴이든 TV 속 얼굴이든 신문의 얼굴이든 가리지 않고 분석합니다. 별도의 노력 없이 앱만 실행해서 후보의 얼굴에 대면 그들의 과거 행적을 낱낱이 알게 되는 거죠. 앱을 실행하는 노력만으로 올바른 곳에 투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겁니다. 이 탐지기는 브라질의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제대로 된 정치인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칸은 이 아이디어를 모바일 부문 그랑프리로 선정했습니다. 단순한 아이디어나 구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앱.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나라별 버전이 생긴다면, 부패한 정치인이 당선되는 가능성도 적어지겠죠.


깜빡임만으로 새로운 언어를 만들 수 있다면

‘잠수종과 나비’라는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던 중, 뇌졸중으로 한쪽 눈꺼풀 외엔 모든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남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영화적인 완성도도 높았지만, 실제로 하루에 몇천 번 눈을 깜빡여 소통하는 방법으로 책을 낸 주인공의 끈기와 열정은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눈을 깜빡이는 부단한 노력과 또 그의 움직임을 글로 받아 적는 파트너의 노력. 영화는 이런 과정들이 만드는 감동의 연속이었죠.


▲Blink To Speak, 'Blink To Speak'(출처 : Blink To Speak 유튜브)

이 감동을 인도가 실제로 만들었습니다. 이름하여 “Blink to speak.” 이 새로운 언어는 눈의 깜빡임 수와 눈의 방향 등 세세한 움직임에 의미를 붙여놓았습니다. 눈꺼풀과 눈동자의 힘만으로 의사를 전달하게 된 거죠. 세계 최초의 ‘Eye language’라고도 합니다. 언어일 뿐만 아니라 소통이 절실한 이들을 위한 치료법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죠. 그래서 제약업계에게 주는 라이온 부문에서 골드를 차지했습니다.

신경관련 질병을 다루는 비영리 재단, 그리고 뉴로진 병원이 협업해 만든 이 언어는 사고로 혹은 병으로 의사표현을 못하게 된 사람들에게 절실한 “기회”를 선물한 거죠. 누구나 인터넷에 검색해 무료로 다운받아 볼 수도 있습니다.첨단 테크놀로지와 접목된 건 아니지만, 따뜻한 시선과 세심한 연구가 이뤄낸 훌륭한 캠페인. 칸이 확인해준 또 하나의 다양성입니다.


새로운 기회가 된다면

▲HostHavas, 'World-first eco-pledge stamped in all visitor’s passports - Palau Pledge'(출처 : HostHavas 유튜브)

이번 칸에서 가장 많은 시선을 받은 건 팔라우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늘어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자연 유산이 훼손되고 있는 팔라우. 그들은 여행자들로 하여금 약속을 하게 했습니다. 입국 시 여권에 찍힌 “팔라우와의 약속”에 직접 서명하도록 함으로써 팔라우의 자연 보호 캠페인을 환기시켰고, 방문자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인 거죠. 그 결과 다이렉트 부문 그랑프리와 티타늄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LADbible, 'Trash Isles: LADbible Claims The World’s First Country Made Of Trash With Ross Kemp'(출처 : LADbible 유튜브)

디자인과 PR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쓰레기 섬(Trash Isles)”도 지구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입니다. 바다를 떠다니는 엄청난 플라스틱에 착안해 플라스틱 섬을 고안하고 실제로 국기와 돈, 여권, 도장 등을 만들었죠. 앨고어를 비롯한 셀레브리티를 이 섬의 명예시민으로 선정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전통적인 방법으로 울림을 준 아이디어도 있었습니다. 필름 크래프트 그랑프리를 차지한 적십자의 광고는 강했습니다.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ICRC), 'Why we can't save her life'(출처 : ICRC 유튜브)

전쟁터에서 사고를 당한 딸을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하는 아빠. 아빠는 어린 딸에게 끊임없이 희망을 주고 안심시키며 병원으로 달립니다. 하지만 병원이 있어야 할 곳엔 병원이 없습니다. 이미 전쟁으로 폐허가 된 뒤죠. 아빠는 죽어가는 딸을 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적십자는 ‘전쟁에도 룰이 있다’고 말합니다. 병원은 전쟁의 타깃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하죠.


칸엔 수많은 다양성들이 공존했지만 결국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더 좋은 세상.’

발전된 테크놀로지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한 기회가 되고, 크리에이터는 테크놀로지와 여러 분야를 접목해 새로운 세상을 가능하게 하죠. 상업에서 머물던 칸의 아이디어가 점점 더 생활 속으로, 철학 속으로, 미래 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칸이 확인해준 건 크리에이터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능성입니다. 점점 칸은 세상이 가야 할 길을 고민하는 아이디어의 시발점이 되고 있으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각축전이 되고 있습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