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08 : Global Report 1 -미국의 '담배전쟁'과 청소년 금연캠페인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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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킹한 광고로 골리앗을 누를 수 있을 것인가?
   이 동 원 국장 I 뉴욕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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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truth.com
 
Dog Walker 잡지광고
 
암모니아 소재 잡지광고
올해 초 한국에서는 한 코미디언의 간암 투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금연운동이 확산된 적이 있다. 실제로 많은 애연가들이 담배를 끊었고, 어떤 회사는 신입사원 채용시 비흡연을 채용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개인의 건강이 가정의 행복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 발전의 바탕임을 생각할 때 사실 금연운동의 확산은 바람직한 국민적 캠페인이라고 하겠다.
‘소비자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요즘 담배를 둘러싼 공방이 한창이다. 즉, “금연광고가 오히려 청소년 흡연을 조장한다”는 쟁점을 놓고 금연재단인 미국 유산재단(American Legacy Foundation)과 담배회사 간에 맞소송이 제기되어 한판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유산재단이 ‘Truth’ 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10 여 편의 광고를 제작, 방영함으로써 담배회사의 숨겨진 사실들을 소비자들에게 알린 것이 이 ‘담배전쟁’의 신호탄이었다.
이 글에서는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 등 미국의 거대 담배회사들에게 대항하여 흡연의 해악을 알리 고 있는 미국유산재단의 광고캠페인을 살펴보기로 한다.
“비흡연광고가 도리어 흡연을 조장”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담배회사들은 흡연자들에게 숨기고 싶은 사실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5월말 미국유산재단은 필립 모리스가 전개한 비흡연광고의 중단 을 요구했다. “조사에 따르면 1억 달러를 들인 비흡연광고의 효과가 없으며, 재단이 전개하는 Truth 캠페인 노력을 훼손한다”는 이유였다. 즉, 필립 모리스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개한 ‘Think. Don’t Smoke’ 광고가 비흡연 태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오히려 광고를 본 청소년들의 흡연 의사를 증대시킨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미국유산재단의 Cheryl Healton 사장은 필립 모리스의 10대를 겨냥 한 비흡연 캠페인을 ‘양의 탈을 쓴 이리’라고 힐난하며 급기야 광고 방영 중단을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지난 2000년 봄 미국유산재단이 3만 명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흡연실태를 조사한 결과 에서도 흡연의 심각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즉, 표에서 보듯이 미국의 중·고등학생 흡연율은 증가 일로에 있는데, 특히 6~8학년사이의 흡연율은 6%에서 17%로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교시절 흡연율도 12학년 때 34%로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했다. 그런데 미국유산재단이 청소년 흡연율 증가를 더욱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흡연의 습관성으로 인해 이들 청소년들이 성인 흡연자로 바뀌어 종국에는 흡연 인구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데에 있다.
한편 담배회사의 입장 표현도 눈길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카멜(Camel), 윈스턴(Winston) 등의 담배로 유명한 레이놀즈(R. J. Reynolds)사는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파는 것이 불법일 뿐 아니라, 흡연이 본래 건강을 헤치고 더구나 청소년 들은 흡연의 위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으므로 청소년들의 흡연을 원치 않는다”며, 자사는 이러한 방침을 지키는 책임있는 기업(responsible manufacturer)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레이놀즈사에 대해 얼마 전 캘리포니아 주법원 판사는 이 회사가 잡지광고에서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2천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앞으로 더 많은 소비자 광고들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 고 밝혔다.
 
<표> 미국 10대 청소년 학년별 흡연율(2000년 기준)
[]
충격·혐오적 묘사로 눈길 붙잡아
미국 담배회사들의 연간 광고비는 약 1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에 대응하여 청소년들을 흡연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미국유산재단의 Truth 캠페인 예산은 고작 1,450억원 정도에 지나지 않아 일단 규모에 있어서는 싸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재단측이 제작, 집행한 Truth 캠페인은 흡연의 폐해에 대해 충격적으로 또는 혐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눈길 을 붙잡은 가운데 담배회사로부터 심한 반발과 소송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유산재단이 제작, 집행한 Truth 캠페인의 TV광고 몇 편을 살펴보자.

#충격적 표현들
<광고 1> Baby Alone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젊은 엄마가 유모차만 인도에 둔 채 종종 걸음으로 사라진다. 아기 울음소리에 행인들이 유모차 안을 들여다보니 붉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매년 흡연으로 인하여 1만 2,000명의 엄마가 아기를 두고 죽어 갑니다’라고 적혀 있다. 부호(*)는 일반 행인들도 담배의 해악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인데, 슬로건인 ‘Knowledge is contagious’에서 Truth 캠페인이 지속될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
<광고1>Baby Alone
 
<광고 2> Baby Invasion
수백 개의 기저귀를 찬 아기 인형들이 인도를 가득 메우며 기어 다닌다. 지나가던 행인이 쓰러진 아기 인형들을 일으켜 세운다. ‘아기들은 어떻게 간접흡연을 피할 수 있나요? 아, 그건 아기들이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피할 수 있습니다.’ 담배연기를 피해서 아기들이 기저귀를 찬 채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기어 다녀야 되겠느냐는 신랄한 풍자다. 담배회사측이 답변에 큰 실수를 한 모양이다.
<광고2>Baby Invasion
# 혐오적 표현들
<광고 3> Dog Walker
길거리에 개 여러 마리가 배설물을 여기 저기 남긴다.
뒤따르던 사람이 배설물마다 붉은색 팻말을 꽂아 둔다. 팻말에는 ‘담배 회사는 개 배설물에서 발견되는 암모니아와 동일한 암모니아를 담배에 첨가합니다’ 라고 적혀 있다. 이와 동일한 암모니아를 소재로 한 인쇄광고 안의 카피를 보면 왜 암모니아를 쓰는지 이유가 확실하다.
‘암모니아는 화장실 청소에 탁월한 효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그 암모니아가 담배의 니코틴 효능을 증진시키는 재료입니다.’
<광고3>Dog Wolker
 
<광고 4> Urinal
남자 화장실의 요란한 물내려 가는 소리를 배경으로 소변을 본 한 남성이 변기 안의 붉은 경고성 문구에 시선을 준다. ‘담배에는 요소(尿素) 성분이 들어있는데, 바로 당신 소변에 들어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광고4>Urinal
 
’ 담배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담배회사와 흡연인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흡연의 실상을 교육, 전파해야 하는 미국유산재단 과의 끈질긴 줄다리기 속에서도 최근 흡연인구가 늘고 있는 것을 보며 이를 ‘골리앗’의 승리라고 한다면 너무 성급한 판단일까?
최근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뉴욕시장은 담배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 을 대폭 올려서 뉴욕의 담뱃값을 현재 한 갑당 5달러 선에서 7.5달러 선으로 인상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담배 한 갑에 만원인 꼴이니, 이렇게 비싼 값을 지불하고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뉴욕시 재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의 한 보도는 세계적으로 1999년 한 해에 흡연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무려 400만 명에 이르며, 2030년에는 약 1,0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쨌든 담뱃값을 올리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충격적인 사실들을 알려서 흡연인구를 줄이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흡연의 습관성을 감안할 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비흡연 계도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는 측면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담배전쟁의 결과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