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08 : 광고제작현장 -당신은 normal합니까?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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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normal합니까?
  신 용 범 대리 | CR2본부
  ybshin@lgad.lg.co.kr


 
“ 너무 노멀한 거 아니야?”
섬네일 회의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지키기 위해 꿋꿋이 버티다가도 이런 말까지 튀어 나오면 대개 꼬리를 내리게 마련(물론 어떤 화살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주 장하는 극소수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 광고하는 사람들은 ‘노멀(normal)’을 싫어한다. 하긴 ‘차별화’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 노멀하다는 말처럼 치욕적인 말이 또 있을까?

normal

- a 1. 표준의, 규격대로의, 정규의, 전형적인, 정상의, 보통의, 평균의
- a.2. (사람이 )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 a.3. 수직의, (용액이) 규정의, (실험동물이) 정상의, (면역 등) 자연의

- n 1. 상태, 전형, 표준, 평균, 평온
- n 2. 법선, 수직선, 평균량
노멀한 건 죽기보다 싫다!
카이(Khai)의 타깃이 되는 요즘 아이들도 참으로 노멀을 싫어한다. 형형색색 염색한 머리 등등의 외모는 물론이고 정신세계도 아주 자유롭다. 조금이라도 남과 다르기 위해, 남보다 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한 타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카이의 슬로건이 바로 “Why be normal?”
“상식·습관·고정관념, 왜 똑같아야 돼?”라고 자문한 프리런칭편으로 타깃에게 문제의식을 고취시키고 캠페인의 꼭지를 따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이제는 정말 “Why be normal?”이 어떤 건지를 본 캠페인에서 말해줘야 할 때.
하지만 막상 노멀하지 않은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려고 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발가벗고 거리를 달리는 것도 노멀하지 않은 것이고, 늘 마시던 찻잔의 위치만 바꾸는 것도 노멀하지 않은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백인백색, 천양지차였다. 더구나 카이 멤버십카드의 혜택이 새롭게 대폭 강화돼서 멤버십 혜택 부분도 광고에서 보여져야 했다. 즉, 타깃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멤버십 혜택도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는 스토리 보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채택된 안이 바로 ‘자전거’편.

자전거보다는 네가 더 소 중하니까!
2인용 자전거를 타며 도심의 햇살을 유유히 즐기는 남녀 커플의 행복한 모습이 보인다. 이윽고 자전거를 멈춘 곳은 편의점 LG25 앞. 남자의 주머니에서 카이 멤버십카드를 꺼낸 여자는 LG25쪽으로 걸어간다. 그렇다면 남자는? 전봇대에 꽁꽁 묶여져 있다. 자전거가 아니라 남자가 묶여져 있는 것이다. “자전거보다는 네가 더 소중하니까...”
비주얼은 하나지만 카피는 두 종류로 준비했다. 남자의 시각과 여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내레이션. 여자의 내레이션은 “친구할까? 애인할까? 상 관없어, 어쨌든 네가 필요해”, 남자 내레이션은 “길들여진다는 건 그 사람에게 특별해진다는 것”. 그리고 공통적으로 “너, 특별하니?”로 마무리된다. 물론 전체 슬로건은 “Why be normal?”

이렇듯 복잡미묘한 남녀의 심리를 과연 15초에 담을 수 있을까? 타깃은 이것이 바로 자신의 얘기라고 단번에 공감할까? 과연 이게 정말 노멀하지 않은 것일까? 이런저런 의문을 갖는 광고주를 안심시켜가며 본 격적인 촬영준비에 들어갔다.
토요일 오후 5시,
그것도 대학로에서 촬영을?
마침내 촬영 당일. 남녀 모델은 카이만의 신선한 감각을 어필하기 위해 기존 스타급 연기자들보다는 참신한 신인들 중에서 골랐다. 그 주인공이 바로 이태규와 송지효. 카이의 타깃에 딱 맞는 연령대의 두 모델은 처음 만나자마자 오빠, 동생하며 금세 친해졌다. 오래된 연인처럼 보여야 할 연기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좋 은 징조. 슈팅에 들어가자 역시 기대대로 연인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어쩜 처음 만난 남자의 볼을 만지면서 저렇게 애교를 부릴 수 있지? 어휴~ 닭살...’
대치동 자전거도로와 청계산 숲속에서 진행된 자전거 타는 장면의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실제로 모델들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보다는 대형 트럭 뒤에 자전거를 고정시키고 촬영한 장면이 더 많았는데, 그럼에도 모델들의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가 이어져 스태프들은 만족, 촬영은 일사천리!
그러나 문제는 대학로 LG25앞에서의 촬영 장면. 그곳은 전국의 LG25를 수배해본 결과 가장 그림이 괜찮다는 평가를 얻어 선정된 곳이었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 5시, 대학로에 가본 적이 있는가? 말 그대로 인산인해. 그 수많은 인파 속에서 광고 촬영을 한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On-air 일정에 쫓겨 촬영 날짜를 토요일로 잡은 것이 실 수라면 실수. 아무튼 해가 지기 전에 촬영을 마쳐야 했기에 마음은 급하기만 한데 사람들은 좋은 구 경거리를 만났다는 듯 촬영 현장으로 밀어닥치고... 으으~ 그 아비규환 같은 와중에서도 스태프와 모델들이 분투를 거듭, 저마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냄으로써 무리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일요일 아침에 보충촬영을 하긴 했지만, 그 많은 인파 속에서 촬영을 해낸 것은 사실 기적 같은 일 이었다.

쿨(cool)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흑백버전!
남은 것은 후반 작업. 타깃 연령대의 세련된 영상 감각이나 오디오 감각을 생각하면 오히려 촬영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편집, 녹음 등의 후반 작업이다.
편집은 컬러버전과 흑백버전 두 가지를 모두 시도해 본 끝에 프리런칭과 똑같이 흑백버 전을 선택했다. 카이만의 쿨(cool)한 이미지를 고려할 때 조금 눌러주는 느낌의 흑백버전이 더 어울린 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전거 타는 장면도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등, 같은 장면이라도 어떻게 하면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또한 BGM은 프리런칭 때 ‘국민체조’로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더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예의 그 ‘노멀’하지 않으면서도 한번 들으면 귀에 쏙 들 어오는 음악, 그런 음악이 어디 흔한가? 고심 끝에 고른 음악은 영국 가수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 iams)의 . 묘한 탱고풍의 리듬과 멜로디의 은 벌써부터 타깃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작년 한해 광고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타깃의 머리 속에서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던 카이. 새로 운 “Why be normal?” 캠페인으로 다시 타깃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외부 환경의 핑계를 대며 너무 쉽게 노멀쪽으로 타협하고 마는 우리 광고인들 모습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Why be normal?”.
“Why be normal?” 캠페인과 함께 카이가 다시 강력한 브랜드로 리포지셔닝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