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까지 한 번도 내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똑같이 하루 24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먹고 자고 일하고 사랑하고 분노하고 좌절하고... 그들의 삶 속에 광고가 끼여들 틈이라도 있는걸까. 그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사로잡는 광고가 참으로 귀하고도 드물다. 광고에 대한 세상의 찬사와 비난 속에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사람들의 위로가 될 수 있는 ‘약(藥)’같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 오늘도 많은 크리에이터들은 불면의 밤을 기꺼이 맞이하고 있다.
버블 경제의 붕괴 이후 장기적인 슬럼프를 겪고 있는 일본은 좀처럼 기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주식회사' 전체가 착 가라앉아 있는 세기말의 어느 날, 아침 신문을 펼치자 돌연 시거를 입에 문 요시다(吉田) 전 일본 수상(전후 일본 초대 수상으로 일본의 처칠이라 불릴 만큼 추앙받는 정치인 : 필자 주)의 거대한 얼굴 사진과 “일본을 칭찬하자”라는 문자가 눈에 확 들어와 박혔다. 전단 양면 사이즈의 스케일로. 순간적으로 ‘이게 무슨 광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을까? “일본을 힘내게 하자”라는 테마로 광고회사 덴츠(電通)가 기획했고 60개의 기업과 매체사가 참여한 대형 캠페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지하지 않고 불황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용기를 얻게 하자는 노림수가 있는 총 8편의 시리즈 광고 중 포문을 여는 그 첫 번째 광고를 보자.
광고1 - 요시다 전 일본 수상이 모델로 등장한, 켐페인 제 1탄 광고
헤드라인 : 일본을 칭찬하자
반성은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 나쁜 점이 있다면 곧바로 고치자. 그렇지만 최근, 생각한다. 이 나라는 필요 이상으로 자신감을 잃어버린 게 아닌지... 얼마 전까지 'JAPAN IS NO.1'이라며 으쓱해져서 붕 뜬 탓인지 아주 작은 좌절에도 바로 움츠러든다. 좀 지나치다. 이쯤에서 한 번 ‘이얍’하고 흐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불경기 속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만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먼저, 그를 칭찬하자. “독창성이 없다”는 말을 들어온 이 나라지만, 예를 들어 일본의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등을 보라. 그 크리에이티브, 대단한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쯧쯧...”하고 모두 투덜대지만 천만에. 요즘 젊은이들의 센스, 굉장한 거야.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일본을 칭찬하자’라는 거. 뭐랄까 간단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정치가 썩었고 관료가 부패하고 상사가 틀려먹었고 교육이 문제라는 등, 전범 찾는 듯이 시간 낭비하는 것은 이제 관두자. 안돼, 안돼만 외치다가는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다. 자, 여러분, ‘일본의 강함. 일본의 좋은 점’을 포지티브한 관점으로 발견해내 새롭게 시작합시다. 일본을 칭찬하자는 우리들 60개사의 기업이 발신하는 공동성명입니다<광고1>.
또 다른 시리즈를 살펴 보자. 현역 시절 일본 프로야구의 우상이었고, 지금은 요미우리 자이언츠(巨人)구단의 감독이 된 나가시마 시게오(長嶋武雄 ) 편이다. 광고2 - 현재의 일본을
격려하는 내용을 담은
나가시마 시게오 거인
감독 편 광고3 - 하와이 출신 스모 선수 코니시키 편 덴츠의 크리에이브 디렉터사시키 히로시 광고 4 - AIR DO신문광고 광고6 - 느낌편 광고7 - 道草편 광고 8, 9, 10, 11 광고 12 - 산토리맥주 몰츠
헤드라인 : 일본을 칭찬하자
4번을 칠 수있는 실력은 있다. 단지 슬럼프에 빠져 있을 뿐입니다, 일본은 일류 스포츠맨이란 자신이 절대적으로 성공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플레이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만심이 아니고 자신이 넘치는 상태를 말한다. 지금의 일본은 나라 전체가 그 반대 패턴에 빠져들지 않았나 여겨진다. 타석에 들어서서 삼진 먹을까 걱정이 앞선다든지 더블 플레이 당할까 염려한다든지 너무 걱정만 하고 있다고나 할까? 실력이 있음을 믿어라, 일본. 실력이 있기 때문에 슬럼프가 있는 것이다. 미숙한 선수에게는 슬럼프가 없다. 기술 수준에 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세계의 실력자이기 때문에 슬럼프가 있다. 큰 기대와 주목을 받기 때문에 슬럼프가 있다. 그렇지만 영원히 연속되는 부진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에 이제부터 일본은 안타를 치기 시작할 것이다. 몇루타일지는 잘 모르겠지만...(나가시마 시게오).
아무리 봐도 보기 드문 종류의 광고다. 바디 카피는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이 현재의 일본에 대해 격려하는 단어로 가득 채워져 있다<광고 2>. “원래는 일본 경제가 건강해지는 수단으로서 광고를 사용해 보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불경기 속에서 표류하는 일본 경제 한복판에서 광고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한 결과가 공동성명이라는 형태로 나타났지요. 제작에 참여한 우리들은 '공동성명보고'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밝은 호소 같은 것입니다. 의견을 강제적으로 말하는 것도 아니고 읽는 쪽에서, 즉 독자의 자유의사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지요. 제1탄 <요시다 전 수상> 편의 호평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각계의 인사 7인이 등장하는 버전으로 게재되었습니다. 반응도 호조로 캠페인 사무국에는 게재 당일부터 팩시밀리, E메일, 우편물 등을 통한 의견, 감상들이 폭발적으로 접수되고 있습니다. 생경한 형태의 캠페인이어서 어떤 반응이 있을까 불안한 면도 있었지만, ‘용기를 얻었습니다’ 등 동의하고 공감해 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던 점은 좋게 평가받을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당초 참가기업도 40개사 정도로 생각했지만, 최종 60개사로 늘어난 것도 캠페인에 대한 기업 측의 관심이 높았던 탓이었습니다. 그리고 캠페인에 등장한 8인은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봐도 옛날의 장부다운 기골을 느끼게 하는 인물, 현대의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아버지상(像)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입니다” (덴츠 홍보실).
헤드라인 : 일본을 칭찬하자
나의 ‘일본 재건책’은 우선‘가족 재건’이죠. 나는 항상 아버지로부터 어려움에 닥칠 때는 원점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으면서 열심히 해왔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도 “일본이여 원래 모습대로 돌아가자”라는 것이다. 일본인의 근본이 무엇일까 본다면 '가족'에서 시작된다고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가족이 아니어도 좋고 옆집 사람이라든지,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의 모임도 좋다. 그것은 '일본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는 너무 커다란 주제여서 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데서부터, 작은 단위부터 만들어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끔은 일찍 집에 들어가 가족과 식사하는 작은 실천 속에 자연스럽게 팀웍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두 번 넘어지고 헛발 디뎠다고 문제될 건 없다. 15번 중에 8번 이기면 되는 게 스모이다. 나는 그것을 일본에서 배웠다. 이 불황을 극복하면 일본은 좋은 나라가 되겠죠(코니시키) <광고3>
‘일본주식회사’에 활력을, 1억 일본 인구가 비평가가 되는 풍조를 멈추게 하는 것이 이 캠페인의 목적입니다. 무엇을 칭찬할까보다는 비방을 우선하는 그런 분위기를 지양하고 칭찬하는 무드를 만들어가는 'HOW' 광고로서, 이른바 문화인의 고견같은 시리즈는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언어(주장, 주견)를 갖고 있는 인사들을 섭외했지요 (덴츠, 사사키 히로시 CD). 사사키 히로시(佐 木 宏). 사사키 히로시(佐 木 宏). 그는 ‘일본을 칭찬하자’ 캠페인을 이끌어낸, 덴츠가 자랑하는 CD이다. 크리에이티브 부서가 아닌 잡지국에 입사하여 미디어를 담당한 이력이 특이하다.
"입사해서 6년간은 평범한 샐러리맨이었습니다. 그즈음 덴츠 사내에 직군을 이동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겨 테스트를 거친 후 크리에이티브 직군으로 옮기게 되었죠.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다’고 호기를 부렸지만 그 후 2년 정도는 좌우도 구분할 수 없을만큼 별 볼 일 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 게재된 작은 광고(돌출 광고)를 본 상사한테서 ‘이 카피 죽이는데’라고 칭찬을 받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점점 상승세를 타 가까스로 오늘에 이르렀지요.”
재미있게도 ‘일본을 칭찬하자’ 캠페인의 CD 그 자신이 칭찬에 고무되었던 전력을 털어놓고 있다. ‘즐겁게 광고를 만들자’라는 모토로 젊은 크리에이터들을 가르쳐주고 싶어하기보다는 함께 경쟁하고 싶어하는 사람. 그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해서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통상 광고주로부터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이 상품을 팔 수 있는 기획안을 구상해주시오’라는 말에서부터 발상이 시작됩니다. 그때 아이디어의 핵이 되는 것은 ‘뭘 이야기해야 할까(What to say),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까(How to say)’의 두가지라고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광고주는 자사 상품의 좋은 점, ‘O’부분만을 생각하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그 상품의 약한 점, 경쟁사 대비 열세에 해당되는 ‘X’부분도 파악하여 거기서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반드시 생각해야 합니다. 광고주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면 나는 언제나 맨 먼저 ‘그 상품이 이 세상에 없다면 곤란할 사람들은 누구입니까?’’그 상품이 왜 존재해야 합니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사사키 CD의 크리에이티브 방법론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나는 이런 점이 좋지 않다, 이것이 문제점이다 등의 ‘X’부분 쪽에 메시지를 녹여 담아 공감을 이끌어내는 솜씨가 그의 광고 구석구석에서 묻어나고 있다. 홋카이도(北海道) 국제공항 항공사의 ‘AIR DO’캠페인을 보자. 이 회사는 홋카이도 국제공항이란 회사명에 어울리지 않게 단 한 대의 비행기만으로 홋카이도와 도쿄를 왕복하는 작은 회사인데, 사사키 CD는 그 취항광고를 이렇게 풀어냈다.
헤드라인 : 이런 기업이 성공할지 실패할지에 일본의 장래가 결정된다고 본다
음료수 없습니다.
식사 서비스 없습니다.
물수건 서비스 없습니다.
영화상영 없습니다. 마일리지제도 없습니다.
멋진 TV광고계획,없습니다.
최신형보잉 767-300형(型)입니다.
지금은 비행기 한 대밖에 없는 회사입니다.
스튜어디스가 청소도 합니다.
유니폼도 캐주얼복이라 유니크하죠?
세계 제일의 느낌이 좋은 항공사가 되고 싶어요.
꼭 있어야 할 것 만 있습니다.
도쿄-삿포로 16,000엔.
안전하게,쾌적하게,빠르게
Simple is AIR DO<광고 4,광고 5>.
이 광고는 ‘나는 별 볼일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럼으로써 어느새 괜찮은 녀석으로 느껴지게 하는 정직한 광고. 광고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인간의 교감을 넘어서 동화의 차원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 TV에질리면후지 TV (후지 TV)
- 후지 TV를 보지않아도살아갈수는있다 (후지 TV)
- 자동차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자동차가 있어 아! 좋았다고 그 다음날 다시 생각했다 (토요타자동차)
그의 광고에서는 어설픈 포장이나 눈속임이 보이지 않는다. 메이커의 바람과 소비자의 요구 사이에서 통역을 해내고 양자의 공통어를 만들어내는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또 다른 광고를 통해 그의 크리에이티브를 느껴본다.
토요타 / 프로그레(PROGRES)( ’98)
(메이지(明治)시대의 문호, 나츠메 소세키*의 분장을 한 주인공이, 첫 느낌으로 상대를 정한다는 자기를 담당하는여성편집자에게...)
주인공: 처음에는 느낌이 팍 오지 않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야지 조금씩 천천히 좋아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남편의 오래된 사진을 보는 아내와 여편집자)
아내: 저 사람도 처음에는 느낌이 팍 오지 않았어요.
* 나츠메 소세키(夏目石, 1867~1916):일본메이지 문단의 1인자<광고 6>
토요타 /프로그레 ( ’98)
(나츠메 소세키의 분장을 한 주인공이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주인공 : 헤매고 실수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군.
부인 :헤매셨나요?
자막 :道草*
주인공 : 멀리... 돌아갔어요. 멀리 돌아가다보면 처음 발견하는 것도 있겠지... 아마도... (스윽 부인의 몸에 머리를눕힌다).
(나레이션) : 프로그레, 좋은차를 만났습니다.
* 道草 : 목적지를 가는 도중에 다른일에 시간을 보냄<광고 7>.
토요타 /프로그레 (잡지광고)
도시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자연도 좋아합니다
(차의 일부분에 천연나무를 사용한 것을소구).
- 비유한다면, 펜을 휘갈긴다라고도 합니다. (글씨체의 휜 선과 커브길을 비유한 카피)
- 천천히 좋아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차는.
- 차분한 분위기의 방이 있습니다, 이차에는.
산토리(Suntory) / 몰츠(malts)맥주 ( ’99)
(산토리 malts의 맛과 비밀에 관해 불꽃 튀는 논쟁을 계속하는 여변호사와검사.
“malts는 맛이 없다”고 주장하는 검사에게 malts를 마시게 하고서 배심원들의 판단을 기다린다.)
여 변호사 : 검사의 다음 표정이 저의 가장 큰 증거입니다.
검사 : 맛있다!앗!
(실수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산토리 캔커피 보스(BOSS)/경쟁편 광고 13 - 경쟁 편 광고 14 - 기상 편 광고 15 - 내 대신 편
야자와 : 야,너누구니?
로봇 : 전 미래입니다. 미래에 잘 오셨습니다.
야자와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난 지금만으로도 벅차단말야!
M : BG (그러니까 안아달란 말이야.)
SE :뚜두둑~~(로봇이 야자와를 추월한다)
야자와 : 어이!왜 내 앞을걷는거야?
로봇 : 미래이니까요!
야자와: 이녀석이~
로봇: 아,추월했다.
N:캔커피의 보스
산토리 캔커피 보스/기상(起床) 편
SE :후다닥~~ (침대에서일어난다.)
야자와 : 야,알람시계가 울리지않았니?
로봇 : 아~시끄러워서 부숴버렸어요~
야자와 :이녀석이~
M : BG (그러니까 안아달란말이야.)
로봇 : 괜찮아요~ 그런 장난감한테 놀아나면서 살아가지 않아도...
SE :띠리리릭~~(휴대전화가 울리는 소리)
야자와 : 아앗~ 이런 물건들은 다 니친구들이잖니?
로봇 : 전혀요~ N : 캔커피의보스*
* 캔 커피와 동격으로서의 보스, 캔커피군의 수장으로서의 보스
산토리 캔커피 보스/내 대신 편
야자와* : 일, 가기 싫은데~
로봇 : 대신 가 드릴까요? 다녀오겠습니다.
야자와 : 저 녀석이 가게되면...
M : BG (그러니까 안아달라니까.)
상상속의 상사 : 뭣~대신 왔다고? 본인은?
로봇 : 집에 있습니다.
상사 : 나~참~
야자와 : 난리가 났을 텐데 왜 연락이 없지?
자막 : 2시간경과
로봇 : 흠흠흠흠~
SE : 타닥타닥타닥(컴퓨터 키보드치는 소리)
N : 캔 커피의 보스
* 야자와(矢 , 일본의 탤런트 겸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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