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7-08 - 우리 모델 최고!- 심은하 - “여자라서 너무 행복해요”

추명하 대리 / CW (윤웅진 본부장 겸임팀)

“심은하의 열렬한 팬이신가보죠?”
“아, 예~”

비디오가게를 나서는 내 손에 들려진 심은하 주연의 영화들... 이 정도 되면 비디오가게 주인 아저씨가 나를 팬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그것도 ‘열렬’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면서 나를 알아주는 게 어찌보면 당연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신문에서 심은하가 ‘팜므파탈’(famme fatale : 치명적으로 매력적인 여인)이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여배우를 찾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이름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차가운 미모와 냉정한 기운, 매스컴을 꺼려하는 자기관리방식... 잠시 후, 내가 보게 될 영화에서 등장하게 될 엽기적이면서도 이지적인 분위기의 이미지 때문일까? 아무튼, 새 천년 냉장고의 개념을 송두리째 뒤흔들게 될 LG전자의 최첨단 디지털 냉장고 ‘디오스’의 모델이자 신비로운 매력의 여배우 심은하를 내일 코앞에서 보게된다.

그것도 한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심은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것을 제쳐두고라도 이 만남은 감히 역사적인(?) 만남이라 할 수 있기에, 난 오늘밤 내 손에 든 이 영화들을 통해 그녀를 심층 분석할 생각이다.

모든 촬영장의 모습이 그렇듯이 LG전자 디오스의 촬영장 또한 엄청나게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스태프들과 감독, 스타일리스트, 광고회사 관계자들... 누구 하나 놀고 있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최고의 제품, 최고의 모델, 대한민국 광고계 최고의 고수들이 어우러져 만드는 이번 디오스 TV 광고는, 모델 심은하가 디오스를 통해 여자의 행복에 눈을 뜬다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고 담당 CM Planner가 귀띔해 주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넋을 놓고 있던 내 시야에 이번 광고 모델인 심은하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를 본 내 첫 느낌은, ‘우와~ 정말 예쁜데~.’

“안녕하세요, LG애드 카피라이터추명하입니다.”
“예~안녕하세요.”

내 앞에 있는 심은하는 매스컴을 통해 쌓인 그녀에 대한 내 고정관념을 무참히 깨버렸다. 천진난만한 모습과 따뜻한 표정, 그리고 해맑은 웃음은 다름아닌 우리 생활 속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답고 친근한 숙녀의 모습이었다. 난 그녀의 이런 모습에 용기백배되어 어느새 그녀에 대한 내 기본 지식을 조금씩 대화의 화제거리로 풀어놓고 있었다.

“이번 영화(<인터뷰>)는 어느 때보다 힘드셨겠어요? 직접 춤을추셨다고들었는데...”
“전문가 역이라 처음에는 좀 힘들었어요. 하지만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전 그 역에 완벽하게 몰두하려고 노력하죠. 그런 제 모습이 바로 팬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심은하라고 항상 생각하니까요.”

나이는 나보다 분명 어리다고 알고 있는데 생각하는 것, 다시 말해서 자신의 일에 대한 생각은 나보다 훨씬 성숙한 프로의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 정도 되니까 그 나이에 우리나라를 뒤흔드는 톱스타의 자리에 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함께.

“그래서 이번에도 연기할 때 제 자신 발레리나라는 생각에서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어요.”
“과연 프리마돈나라는 말을 들을 만한 자격이 있네요.”
“제가 프리마돈나라고요? 누가그래요?”
“다들 난리던데요~” “호호호...”

워낙 바쁜 스케줄 속에 사는 그녀이기에, 아쉽지만 그녀와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내 휴대전화 번호도 전하지 못한 채, 신비로운 그녀와 참 잘 어울리는 잘 짜여진 촬영장 세트 속으로 사라지는 그녀를 보고 있었다. 감독의 결코 쉽지 않은 주문까지도 척척 받아 넘기며 디오스와의 아름다운 만남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그녀를 뒤로 한 채, 촬영장을 나오면서 느낀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녀는 프로구나’, ‘프로는 아름답구나’라는 것이다. 맡겨진 자신의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그 일에 한없이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녀가 자신의 일을 끔찍히 사랑하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모습이 나를 비롯한 그녀를 사랑하는 팬들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는 ‘프로 심은하’의 진정한 모습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