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룡/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나는 TV를 무척 자주 보는 편이다. 시간이 한가할 때마다 주로 ‘동물의 왕국’이나 시사 다큐멘터리에 채널을 고정하는 편인데 어쩌다 잠시 내가 TV앞을 비웠다 돌아오면 채널은 어김없이 중학교에 다니는 딸애의 몫이 되곤 한다. 그리곤 m-TV같은 뮤직채널에서 최소한 10명 이상 무대를 채우고 있는 10대 가수팀들 노래에 넋을 잃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누가 누군지도, 나로서는 도저히 구분이 안되는 떼가수(?)에 한참 빠져있는 모습이 한심해 보이기도 하지만, 요즈음의 세태가 온통 한방 터트리는 데에 - 주식, 경제, 정치판 할 것 없이 - 혈안이 되어 있는 터에 저 애도 저러다 혹시 나중에 한방 히트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게 될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감에 딸애 옆에 붙어 앉아 “저 노랑머리는 누구냐, 저 졸리게 생긴 애는 무슨 히트곡이 있느냐”고 열심히 묻곤 한다.
요즈음의 TV를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TV 프로그램 편성자들이 10대를 제외한 나머지 세대가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 어떤 고려를 하고 있는지에 너무도 궁금하다. 온통 밤이고 낮이고 드라마, 뉴스를 빼면 거의 전부가 10대를 위한 연예가 소식, 토크쇼 등으로 TV화면이 도배질되어 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얼마 전에 케이블 유선방송을 신청했다. 돈을 추가로 지불하기는 하지만 그나마 탄력적인 채널의 선택권을 확보해 내가 보고 싶은 프로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다. 이러다보니 광고도 거의 온통 10대들을 위한 것 뿐이다. 핸드폰, 음료, 옷 시장과 같은 내용들, 그것도 주로 상품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쪽으로 광고의 전략이 보편화되다보니 도대체 그런 광고가 대중들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나로서도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나 광고, 홍보효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다. 하지만 (취향 나름이겠지만) ‘좋은 광고’를 보면 마음의 울림을 받는 데 인색하지는 않다. 얼마 전 “철이 없다면”으로 멘트가 시작되는 한 기업의 기업이미지 광고에서 보았던 비주얼에 대해 깊은 감동을 받았으며, 휴대전화 서비스 광고 중에서 아버지가 언어장애 딸에게 비가 오니 데리러 가겠다는 메시지를 남겨 놓는다는 내용에서 내 딸에 대한 소홀했던 생각과 함께 마음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있다.
그 많은 휴대전화 서비스 광고들-. 그러나 광고 모델의 신선함을 내세워 독특한 비주얼 이미지를 구현한다고 해도, 천사 같은 모델의 아름다운 이미지가 휴대전화 서비스하고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즉, 광고에 별다른 식견이 없는 나에게 좋은 광고가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광고하고자 하는 대상이 서비스든 상품이든 혹은 홍보이든 간에 보는 사람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마음속에 오랜 감동이나 미소로서 남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광고의 내용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그저 센세이셔널리즘류의 시작적 플레이에 의한 광고는 결국 비주얼은 얼마간 남을지 몰라도 내용은 어느 틈엔가 우리 뇌리에서 잊혀져 버리게 될것이다.온갖 현란한 비주얼과 삭막한 말장난식 멘트가 난무하는 요즈음,뭔가 깨끗한 감동으로 남는 광고를 자주 만날수 있다면 우리딸과 함께 TV를 더욱 자주 볼 수 있을 텐데...
'Archive > Webzine 2000'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0/07-08 - 우리 모델 최고!- 심은하 - “여자라서 너무 행복해요” (0) | 2010.07.27 |
---|---|
2000/07-08 : 광고와 문화 - 당신의 광고는 쉽습니까? (0) | 2010.07.27 |
2000/07-08 - 광고와 문화 - 전복과 위반의 충동,엽기문화 (0) | 2010.07.27 |
2000/05-06 : New sightings - 상상의 눈 (0) | 2010.07.27 |
2000/05-06 : 감성 커뮤니케이션과 크리에이티브 전략 - 감성 라포르를 통한 만족의 창출 (0) | 2010.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