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7-08 : 광고와 문화 - 당신의 광고는 쉽습니까?

최재용 차장 / CW (김창호 CD)

요즘 우리나라 이동통신서비스 광고들의 주류는 모바일(mobile) 인터넷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내용에서, 컴퓨터로 해왔던 채팅, 쇼핑, 정보검색, 할인쿠폰까지 이제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다고 난리들입니다. 아직도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도 많이 있는데, 이제는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라고 난리들입니다. 한번 유행이 되면 전국민에게 확산되는 우리의 국민성에 비추어 볼 때 곧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듯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은 서비스 이용요금이 비싸 약 5%정도의 사람들만이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디지털방식의 이동통신서비스에서 앞서 왔던 우리나라가 이제 모바일 인터넷에서도 앞서갈 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이번 광고는 노키아의 모바일 인터넷 폰 시리즈 광고입니다. 첫 번째는 이름이 인터넷이라고 쓰여진 와인병 옆에 노키아 로고가 새겨진 콜크 따개가 있는 광고입니다. 두 번째 역시 인터넷이라고 새겨진 골프공 옆에 노키아 로고가 새겨진 골프티가 있는 광고이고, 세 번째는 잘 익은 게에 인터넷이라는 태그(tag)가 붙어있고 게 껍질을 깨는 렌치같은 것에 노키아라는 로고가 역시 새겨져 있는 광고입니다.

그리고 헤드라인은 노키아가 모바일 인터넷을 쉽게 만들어 준다고 되어 있습니다. 참 쉽게 설명하는 광고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아이디어를 내기는 그렇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아이디어를 광고주가 사주기도 그렇게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소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말입니다.

우리는 광고가 쉬워야 한다면서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입장에서 쉬운 광고를 만들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냥 제품의 특징이 바로 헤드라인으로 올라오고, 제품이 메인 비주얼이 되는 광고들. 그것이 쉬운 광고이고, 그것이 제품에 관한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이고, 그것이 제품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리고 그것에 만족해 하는 광고주와 광고회사. 제품의 특징과 제품이 바로 보여지는 광고는 얼핏 보기에는 쉽게 제품에 대해 전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게 쉬운 광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에게 말입니다.

광고는 쉬워야 합니다.간단한 비주얼과 짧은 헤드라인만으로도 이 광고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전달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너무 좁은 공간, 너무 짧은 시간 속에 담으려 하지 않습니까? 좋은 광고는 멋진 광고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그리고 쉬은 광고는 좋은 광고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광고는 쉽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