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7-08 : production sketch - DDR, Drum, Dance... DO YOU YAHOO!?
2010. 8. 3.얼마 전 대한민국 최고의 벤처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테헤란 밸리에 ‘닷컴’이라는 이름의 한 단란주점이 오픈했다. 그 단란주점의 입구에는 이름 석자만 대도 누구든지 다 알만한 인터넷 기업(?)들의 화환이 즐비했다. “야후!’, ‘아마존’, ‘라이코스’ 등등... 알고 보니 이 기업들 역시 이미 그 부근에서 영업중인 단란주점들이었다고 한다. 그래선가 요즘 벤처기업의 회식 날에는 2차, 3차를 어떤 ‘닷컴’에서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다는 우스개 소리까지도생겨났다.
그렇다면 과연 인터넷은 새 천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눈만 뜨면 새로 생겨나는 인터넷 브랜드와 광고들은 생명 연장의 꿈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선을 보인 ‘DDR편’과 현재 집행중인 ‘드럼편’으로 더욱 친숙해진 ㈜야후!코리아의 ‘야후! 쇼핑 TV-CF 캠페인’을 통해 살펴보도록하자.
왜 대한민국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인가?
이른 봄, 흙 냄새 폴폴 나는 옛 모습 그대로 정감 넘치는 시골 마을. 골목길에서 동네 아이들이 신나게 팔방놀이를 하고 있다. 담 너머로 아이들의 모습을 보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어린 시절에의 향수를 느낀다. ‘우리도 저런 때가 있었지.’ 노부부는 마주보다 뭔가를 교감한 듯 PC 앞에 앉는다. 키보드를 두드려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는 야후!쇼핑. 손쉽게 원하는 상품을 찾은 후 주문 버튼을 클릭한다. 즉시 배달되어온 상품은 놀랍게도 DDR! 노부부는 젊은이들보다도 더 유연한 몸 동작을 보이며 흥겹게 게임에 몰입한다.그리고, ‘DO YOU YAHOO!?야후~’
참으로 ‘살 맛 나는(Buying & Living) 세상’이다. 고희에 가까운 할아버지 할머니와, ‘못하면 왕따’라는 DDR과의 만남. 최첨단 놀이 기구와 너무나 한국적인 시골 노부부의 일상 생활의 연결. 야후!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이 두 가지 요소의 조화를 통하여 간단하고 강렬하게 인터넷 쇼핑의 편리성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보여준다. 만약 그저 모델과 소재의 특이성만으로 승부수를 던졌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광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광고를 보면서 미소 지을 수 있는 이유는 이 광고가 바로 인터넷 기업 광고, 그것도 세계 최고, 최대의 포털 사이트 야후! 광고라는것이다.
소위 N세대들이 판을 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려하게 치장을 한 대부분의 인터넷 광고들에 반해, 야후!는 인터넷의 본질이며 미래인 ‘사람’을 아이디어 축의 중심에 둔것이다.
뿐만 아니라 야후!코리아는 이번 광고에서 야후!쇼핑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와 기업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점을 굳이 내세우지 않았다. 절제된 비주얼과 카피만으로 사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빠르고 쉽게,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빅 모델 대신 진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평범한 노인들을 모델로 기용, 야후!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인터넷’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야후!의 글로벌 슬로건인 ‘DO YOU YAHOO!?’(‘아직도 야후! 안 하시고 뭐하세요?’)는 야후!∼ 요들과 함께 브랜드의 성격을 역설적으로 규정짓는 캠페인의 백미라하겠다.
헤로인과 히어로, 김복순 할머니와 김종운 할아버지.
고생 끝에 굴러온(?) 행운
최근 불어닥친 DDR열풍과 더불어 맥주, 음료, 과자 등 DDR을 소재로 한 광고는 숱하게 많다. 그러나 유독 야후! TV-CF가 같은 DDR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돋보이는 이유는 DDR 을 팔방놀이라는 전통 놀이와 접목시켰다는 데 있다. 그리고 팔방놀이라는 신선한 모티브만큼이나 야후! CF는 진한 사람 냄새를 풍기는 광고 뒷얘기 또한 많이남겼다.
애초는 촬영 장소로 가장 한국적인 전통과 역사의 숨결이 남아 있으며, 때묻지 않은 ‘사람’을 표현할 수 있는 지리산 청학동을 고려하였다. 그러나 헌팅차 내려간 청학동에서는 콘티에 그려졌던 기와집이나 시골 골목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첫 번째 난관이었다. 그러나 ‘꼭 청학동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더 좋은 장소를 찾아보라’는 ‘훌륭한’ 광고주의 격려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용기백배한 제작팀은 영상미를 감안하여 안동 하회마을, 서울 남산의 한옥마을, 그리고 서울 종합영상촬영소의 운당여관으로 촬영 장소를 정했다. 촬영 기간 내내 스태프들은 봄 풍경을 연출하고자 수북이 쌓인 눈을 쓸어내느라 정신 없었고, 또 혹독한 겨울날씨 때문에 고희에 가까운 두 어르신들의 고생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후! E-메일 주소를 이용할만큼 N세대적인 할아버지, 할머니의 테크노 댄스는 촬영팀 모두들 즐겁게 해주는 데 부족함이없었다.
또 처음에는 팔방놀이를 이해 못하고 고리타분하게 여기던 아이들이 연습을 거듭하면서 놀이의 재미에 푹 빠져 나중엔 서로 먼저 하겠다고 나서 제작진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기억에 남는 것 또 하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캐스팅하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특히 할아버지는 제작진이 각고의 노력 끝에 찾아낸 모델이었다.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탑골공원 등지로 헌팅 나가기를 여러 날, 다들 지치고 포기하고픈 마음만 커져 갈 즈음..., 정말 콘티에 딱 맞는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모델 캐스팅 작업 마지막 날, 101번째 카메라 테스트였다. 그야말로 굴러온(?) 행운이랄 수밖에! 또한 할머니는 모 방송국 전문 리포터인데, 노인 대상의 방송프로에서 숨김없이 끼를 발휘하시는 분답게 카메라 테스트 때도 제작진이 혀를 내둘렀다는 평이다. 공개 오디션 현장에서 두 분 모두 어찌나 열심히 하셨는지 모델비 전부를 춤 오디션을 받으시면서 무리한 허리 치료비로 다 써버렸다는, 웃음을 금치 못할 후문도 있었다. 두 분 모두 이번 광고에 적극 출연하신 직접적인 이유가 순전히 스토리의 재미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엉뚱하고 기발한 이야기의 반전에 너무너무 해보고 싶으셨다는얘기다.
애초의 콘티상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키스 신(?)도 있었으나 이 문제의(?) 장면은 결국 편집과정에서 삭제돼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프로였다. NG가 날 때마다 화면을 몇 번씩 확인하면서 더 나은 포즈를 취하려고 애쓰셨으며, 당신들의 열정을 동작 하나 하나에 세세히 담아 표현하시고자 한컷 한컷 정성을 기울이셨다. 결과는 할머니의 리듬감 넘치는 손가락춤.
사실, 광고에서 환상적인 DDR 솜씨를 보인 두 남녀는 고등학생으로서 DDR경연대회의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의 연기에의 순수한 열정은 오히려 현란한 DDR 춤 솜씨보다 더욱 진한 매력을자아냈다.
<터미네이터 2>를 능가하는 2탄을!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영화 <터미네이터>. 작품성과 아이디어에서 과연 1, 2편중 어느 쪽이 나을까? 물론 흥행에서는 2편이 성공을 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 1>은 SF영화의 새 장을 열었고, 2편 또한 영화사에 영원히 기록될 공전의 히트를 쳤다. 야후! 제작진의 고민은, 그것은 곧 이 <터미네이터 2>를 만드는 심정과 같았다. 일단 1차 광고는 어느 정도 성공작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데.... DDR편의 집행과 동시에 떨어진 2차 광고 제작 특명! 1차보다 더 끝내주는 2차 광고를만들어라!
첫 번째가 히트를 치고 나면 두 번째가 더 어렵다. 버려진 아이디어만 수십여 편. Fun, Human, Simple, Trustworthy라는 야후!의 브랜드 이미지와 문제 제기 쭭 야후! 방문 쭭문제해결이라는, 야후! 광고의 글로벌 포맷을 충족하면서도 15초 짧은 시간 안에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절묘하게 표현할 수있는 2차광고는무엇일까?
야후!코리아의 선택은 ‘드럼’이었다. 시골 노부부의 일상에 던져진 ‘드럼’과 ‘브레이크 댄스’라는 젊은이들의 문화코드가 바로 상상력의 시작인 것이다. 그럼 이제 광고를살펴보자.
달도 잠든 듯 조용한 밤하늘에 멀리서 다듬이 소리가 울려 퍼진다. 카메라가 줌인하면 한옥 집 마루에서 다듬이질을 하고 계신 할머니. 반복되는 다듬이질의 단조로움에 피곤해진 할머니는 다듬이질을 멈추고 어깨를 두드린다. 이 때 물끄러미 할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야후!쇼핑에 들어가 무언가를 주문한다. 곧바로 배달되어 온 상품은 드럼! 할머니는 피곤함을 떨쳐버리고 신나게 드럼을 두드리고, 할아버지는 마이클 잭슨의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인다. 할아버지의 문 워킹(Moon-Walking) 기술은 어색한 듯하지만 2차 CF의 하이라이트. 그리고, ‘DO YOU YAHOO!?야후~’.
이 2차 CF에서도 야후!쇼핑이 대한민국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점을 내세우지 않았다. 비주얼만으로도 원하는 것은 뭐든지 살 수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친근감 풍기는 촬영장소, 평범한 모델의 등장은 곧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비주얼은 광고의 내용을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차와 동일한 모델을 출연시켜 야후!라는 브랜드에 대한 일관된 이미지를형성하였다.
이번 CF 역시 서울 종합영상촬영소의 운당여관에서 촬영되었다. 초여름이 배경이라서 출연자는 모두 얇은 옷을 입었지만, 밤 촬영이었 으므로 쌀쌀한 기온에 출연자는 몹시 떨어야 했다. 또 실제로, 할아버지는 브레이크 댄스를 추셨고 할머니는 드럼을 연주하셨는데, 그 연습기간에만 보름이 소요되었다. 이는 1차 CF에서 DDR 동작을 대역이 연기한 것을 두고 네티즌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있었기 때문인데, 다행스럽게도 할머니는 탁월한 감각으로 드럼 연주를 익히셨다. 반면, 엄청난 댄스실력의 할아버지는 무리한 연습으로 관절에 통증이 생겨 병원으로 급히 모셔야 했던 아찔한 순간도있었다.
한편,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느 정도 야후! 광고의 분위기에 익숙해지셨는지 NG가 날 때마다 화면을 몇 번씩 확인하면서 더 나은 포즈를 잡으려고 애쓰셨다. 할아버지는 평생을 공무원으로 살아와 주위 분들에게 항상 점잖은 모습만 보여 주시다가 야후!쇼핑 광고를 통해 드러난 ‘끼’ 덕분에 친구들로부터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소리를 들으신다면서 너털 웃음을터뜨리기도.
인터넷 컴퍼니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 컴퍼니로
결과적으로 두 편의 야후! TV-CF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활용, 15초라는 짧은 시간에 브랜드 이미지를 절묘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사이버 세계의 이미지를 막연하고 신비롭게만 전달하는 대다수 인터넷 사이트 광고와는 달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 친근하게 접근한 것이 주효했던 것같다.
야후!코리아 광고는 인터넷의 미래를 좀더 인간적으로 해석하여, 인터넷과 함께 하는 따뜻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어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또한 손자, 손녀들만큼이나 즐겁게 DDR을 하고 드럼을 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통해 누구나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인터넷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야후!의 미래는 더 이상 검색 엔진, 혹은 단순한 포털 사이트가 아니다. 공기중의 산소처럼, 끼니때마다 나오는 김치처럼 우리 가까이에서 함께 생활하는 브랜드가 되기를원한다.
닷컴 기업들이 최근 광고에서 그려내는 인터넷의 미래는 차갑고 신비스럽고 또 기계적인 세상이다. 야후!코리아는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기보다 인터넷에 대한 소비자의 근본적인 욕구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다. 현재의 인간적인 삶을 그대로 간직한 채 보다 편리하고 행복한 삶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 인간과 인터넷이 공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있다.
또 가장 한국적인 문화와 정서를 대변하는 소재를 사용, 야후!쇼핑이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장년은 물론 감각적인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광고, 사람 냄새, 한국 냄새 물씬 풍기는 광고. 자, 야후!코리아의 3차 CF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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