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마케팅
- 일본에서는 우주가 광고의 주요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
소데카와 요시유키
교토가쿠엔대학 교수
전 세계적인 성장 둔화는 더 이상 특정 시기의 현상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나타나고 있는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경제상황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고 있는 광고업계는 새로운 이슈를 만들고 찾아내는 것이 그 만큼 더 어려워졌는데, 이는 더욱 새롭고 재미있는 이슈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야 할 광고회사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광고시장의 성장 한계 기조 속에서 최근 일본에서는 광고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새로운 이슈와 광고 소재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주’라는 영역이다. 우주가 광고 마케팅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사례와 향후 비즈니스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1. 우주를 마케팅하다
우주와 마케팅과의 관계는 약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최초의 사례는 미국의 아폴로 계획에서 진행된 PR 활동이다. 지금이야 우주개발에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만 아폴로 계획이 시작됐던 1950년대 미항공우주국(NASA)은 자금 사정도 열악했고,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았다.
따라서 거액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 NASA의 우려와는 달리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 이후 우주에 대해 알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은 예상 밖으로 높아졌고, 우주개발은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식됐다.
지금도 우주개발의 열기가 뜨겁다. 달 표면에 탐사기를 착륙시켜 영상을 송신하는 국제적 경쟁을 구글 기금이 주도하고 있다. 또한 일본 마에다 건설의 판타지사업부는 도미노피자의 달 표면 매장 건설 계획을 세우고, 배달용 오토바이 정비룸, 피자 재료 재배를 위한 식물공장, 운석 충돌에 대비한 돔 구조물 건설 등의 비용을 포함해 총 1조 6,700억 엔의 비용을 산출하는 등 구체적인 공사비용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이처럼 민간의 참여 영역이 확대되며 우주개발은 더 이상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그림 1>. 지금 우리들에게 우주는 그리 먼 곳도, 먼 미래도 아닌 것이다.
2. 우주로 확장하고 있는 비즈니스
우주공간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우주공간은 너무나 광범위하고 ‘여기서부터 우주공간이다’라는 명확한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항공연맹(FAI)에서는 지상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상공을 우주공간이라 정의하고 있다. 스페이스 셔틀이 도는 궤도는 지상 400km상에 있는데, 이 높이는 지구가 배구공만한 크기라고 가정했을 때 그 1cm 위에 해당하는 정도라고 한다.
비유컨대 2015년도 말 시점 일본 정부의 채무 1,045조 엔을 1만 엔짜리 지폐(100만 엔 = 두께 1cm)로 쌓아 올리면 1,045km가 되는데, 실제론 어렵겠지만 만약 그렇게 쌓아 올렸다고 가정하면 그 지폐 타워의 중간쯤에서 스페이스 셔틀이 충돌할 정도의 높이가 된다. 의외로 우주는 먼 공간은 아닌 것이다.
지금 우주여행 비즈니스는 버진그룹이 설립한 버진 갤러틱(Virgin Galatic), XCOR 에어로스페이스, 그리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Blue Origin) 등이 추진하고 있는데, 상공 100km 부근의 무중력 공간을 비행하는 탄도 우주여행을 준비중이며 요금은 수천만 엔으로 책정돼 있다.
더욱 본격적인 우주여행은 스페이스 어드벤처스 사가 제공하는 민간우주비행사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실제로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신청해 훈련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단념해 화제가 됐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러시아의 우주기지에서 훈련하고, 고도 400km를 비행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민간 우주비행사 자격으로 10일간 체류한 뒤 소유즈호로 귀환하는 것으로, 비용은 약 5,200만 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또한 엘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 사는 미래에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킨다는 장대한 계획을 위한 수송용 로켓을 개발중이다. 우주여행보다 한 차원 높은 것이 국제우주정거장 개발과 운영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소수의 인원이 좁은 공간에서 몇 달 간 지내야 하기 때문에 멤버들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에 도움을 주어 우주공간상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키로보(Kirobo)’라는 로봇을 개발했다. 키로보는 신장 34cm, 체중 약 1,000g의 사람 모습을 지닌 이족 보행형 소형로봇이다(http://kibo-robo.jp/robot/type1.html).
이러한 ‘키보 로봇 프로젝트’는 향후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로봇 개발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는데, 현재 도요타 자동차·로보가레지·도쿄대학·덴츠 등이 프로젝트팀을 꾸려 진행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특히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의 협력을 통해 지상뿐 아니라 우주공간에서도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활용돼, 2013년 로켓으로 쏘아 올린 키로보가 국제우주정거장 실험동 내에서 우주비행사와의 대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상에서 가장 높은 장소에서 대화한 로봇’과 ‘최초로 우주에 간 도우미 로봇’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처럼 우주를 대상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가 전개되는 가운데 관련 기술 또한 소비자들의 일상생활 영역으로까지 확장돼 우주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3. 우주 그리고 광고 마케팅
소비자들의 우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지금 일본에서는 우주가 광고의 주요 테마로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01년에 당시의 우주개발사업단(현 JAXA)과 덴츠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영상을 활용한 광고 제작 및 실시 프로젝트’를 추진, 오츠카제약의 포카리스웨트 TVC를 제작·방영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때 국제우주정거장 내에 포카리스웨트를 반입한 것과 하이비전 카메라로 촬영을 진행했다는 점도 획기적이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일본우주실험동을 유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했는데, 광고회사(덴츠)가 이를 2011년부터 3년간 이용해 소프트뱅크의 TVC 등 우주를 소재로 한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한편 구글이 기금을 제공하고 있는 WPRIZE 재단(WPRIZE Foundation)은 세계 최초의 민간 달 표면 탐사 레이스 ‘Google Lunar XPRIZE’ 개최를 발표하고 각국에서 참가 팀을 모집중이다. 이 콘테스트는 탐사기를 달 표면에서 500m 이상 이동시켜 촬영한 영상을 통신으로 지구에 보내는 것을 과제로 제시했다. 총 3,000만 달러의 상금도 내걸었다.
일본 기업들의 협찬도 활발한데, 아이스페이스(Ispace) 사가 중심이 되어 KDDI·IHI·Zoff·일본항공·리쿠르트 테크놀로지 등이 기업 파트너로 협찬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기업의 이미지를 높일 뿐 아니라, 통신·소재 등의 제공을 통해 타사와의 차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기업 광고 및 홍보에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4. 우주 - 광고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
우주개발은 일반기업뿐 아니라 광고회사에게도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객의 주목과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 소재를 찾고 있는 광고회사로서는 관심 있는 이슈임에 틀림없다.
물론 아직은 기존의 광고활동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이익 발생 여부에 집착하기보다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 있으면 일단 도전해 보는 것’이 바로 광고회사의 투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덴츠에서는 일찍이 국가의 우주개발 기관과 연계해 국가 프로젝트와 기업 간의 상호협력을 이루고 이를 기업광고와 PR에 활용하고 있다<그림 2>. 또 지난 6월에 악셀스페이스(Axelspace Corporation) 사와의 협업으로 초소형 위성에서 얻을 수 있는 빅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마케팅 솔루션에 활용하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악셀스페이스는 2022년까지 50기의 소형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 모든 곳의 상황을 매일 관측할 수 있는 위성관측망 ’악셀글로브(AxcelGlobe)’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 이미지 데이터 용량은 매년 수 페타바이트(PB)에 달할 전망이며, 이로써 ‘우주 빅데이터’ 해석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전 세계적 규모로 농작물 수확량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농작물의 선물거래 리스크를 낮출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유동인구를 시간별로 파악, 매장오픈 계획에 반영하거나 세계 도시의 교통정체 상황을 파악해 완화방안을 검토하고, 전 세계 삼림의 산불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북극해의 빙하가 녹는 상황을 파악해 최단거리 항로를 순차적으로 계측해 전달할 수도 있게 된다고 한다. 그러한 타이밍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데 우주의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를 활용해 새로운 이슈를 만드는 기업도 있다. 일본의 인재파견회사 리쿠르트는 ‘우주알바’를 기획했다. 우주알바란 무중력공간에서 진행하는 아르바이트로, 지상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작업을 우주에서도 할 수 있는지에 도전하는 일이다. 무중력공간에서 달걀프라이 뒤집기, 티셔츠 개기, 상품을 박스에 넣고 박스테이프를 붙이는 작업 등이었다.
2015년 2월 21일, 이 알바에 응모한 사람들 가운데 선정된 3명의 남녀가 각각의 미션에 도전하기 위해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무중력 공간까지 상승·하강, 재상승·재하강함으로써 두 번에 걸쳐 각 20초의 무중력 기회를 가졌다. 첫 번째에는 세 명 모두 보기 좋게 실패했지만, 두 번째에는 각각 아이디어를 짜내 결국 성공한 사람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끝난 후 세 사람은 무사히 지상으로 귀환해 3만 엔의 알바비를 받았다. 우주알바 기획을 통해 리쿠르트는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메시지화하여 전달할 수 있었고, 세 사람의 다큐멘터리 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돼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그 외에도 JAXA가 가지고 있는 우주기술 및 연구성과를 기업의 과제해결에 활용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미래공창회의(未來共創會議)’를 마련해 우주복을 응용한 방사선 차단 옷, 소음대책, 예방의학, 식료품 보존 등 생활에 이용 가능할 것 같은 기술과 기업을 연결시키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일본의 소비자들은 더 재미있고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광고회사는 더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야 존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우주’가 광고 소재로서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의 확대를 위한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광고회사가 우주개발을 진행하는 기관 및 산업계와의 중간에 서서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제공받는 시스템을 만들고 기술의 이용을 도모하도록 비즈니스를 모델화하는 것은 우주를 영화나 스포츠 같은 또 하나의 콘텐츠로 개발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로 연결하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우주개발은 기업에 있어서도, 광고에 있어서도 프론티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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