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신 숙 자
CD / sjshina@hsad.co.kr
반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유주얼 서스펙트>의 엔딩일 겁니다. 가장 소심하고 어수룩해 의심 받지 않았던 이가 치밀한 범죄자였다는 것. 보는 이를 모두 속인 놀라운 엔딩이었죠.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또한 여러 가지 단서로 살인자를 추적합니다. 결국 범인은 가장 힘없는 노인이었죠. 예상하지 못한 일을 엔딩으로 만드는 일. 치밀한 추리 소설일수록 치밀한 미스터리일수록 허를 찌릅니다.
미스터리의 거장 엘러리 퀸은 기존의 주류였던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탈피, 독자에게도 단서를 제공합니다. 소설 속 탐정과 함께 고민하도록 만드는 거죠. ‘독자에의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이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지, 수수께기를 내는 겁니다. 결국 가장 범인 같지 않았던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지죠. 물론 작가는 처음부터 그가 범인이라는 단서를 끊임없이 숨겨 놓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늘 예상과 다릅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더 강한 여운을 남기죠.
반전은 미스터리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기억되기 위해, 재미를 주기 위해, 인상을 남기기 위해 수많은 반전들을 만들어 냅니다.
아무도 그 ‘충격’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화목한 여느 가정의 풍경입니다. 아빠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풀장으로 향합니다. 아이들은 신이 났죠. 그 시간 집에 있던 엄마는 대문이 열려 있고 키우는 강아지가 밖으로 나간 걸 알게 되죠. 놀란 엄마는 아빠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아빠는 딸을 셋이나 태우고 운전하는 중이기에 문자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안전하게 풀장에 도착한 아이들은 차에서 내리고, 아빠는 오후에 데리러 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하죠. 가는 도중 차를 세운 뒤, 엄마와 통화를 합니다. 강아지가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되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에게서 계속 문자가 옵니다. 하지만 우편함을 확인하러 길에 나온 이웃을 보고는 운전에 집중합니다. 그때 뒷자석에서 갑자기 남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혼자인 줄 알았던 차 안. 아빠는 낯선 아이에 등장에 놀랍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편하게 대화를 나눕니다. 학교와 축구 얘기, 포지션에 대해 묻고 자기도 그 나이 때는 축구를 매우 좋아했다고 하죠. 순간 또 다시 문자 알림음이 들립니다. 아이는 묻습니다.
“문자를 확인하고 싶나요?”
아빠는 아이가 차에 타고 있을 땐 확인하지 않는다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남자 아이는 ‘나는 여기에 없으니 확인해도 괜찮다’고 얘기한 후, 홀연히 사라집니다. 아빠는 또 한 번 놀라지만, 이번엔 문자를 확인합니다. 그 때 아이는 말합니다.
“나는 거기에 있어요.”
뒷자석에 나타났다 사라진 아이가 갑자기 도로에 나타난 거죠. 바로 아빠가 운전에 집중하지 않은 그곳에 있었던 겁니다. 축구공을 주우러 길로 뛰어든 아이.
문자를 확인하던 아빠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아이를 향해 돌진합니다. 그때 광고는 얘기합니다. “당신은 길 위에선 혼자가 아닙니다.”
AT&T의 ‘It can wait’캠페인입니다.
부모들은 대개 아이들이 차에 타고 있을 땐 안전을 위해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혼자 운전할 땐 부주의해져, 누군가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하죠. 그래서 AT&T는 충격적인 반전으로 부주의한 운전의 위험성을 얘기하고자 했습니다. 아이가 차 안에 있을 때도 조심해야 하지만, 당신 혼자 운전할 때도 길 위에선 혼자가 아니니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다소 충격적인 엔딩은 안전 운전에 대한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예상하지 못한 유머가 있습니다
많은 이에게 친숙한 브랜드, KFC와 맥도날드는 예기치 못한 즐거움을 주고자 했습니다. 9월 첫 번째 월요일은 미국의 노동절입니다. KFC는 이 날을 기념해서 선물을 마련했죠. 자외선 차단제입니다. 재미라고는 없어 보이는 선물입니다. 사실 뿌려보기 전엔 이 선물의 특별함을 알 수 없습니다. 놀랍게도, 프라이드 치킨 냄새가 나는 자외선 차단제이니까요. 더 날씬하고 까맣게 태닝한 샌더스 할아버지가 소개하는 치킨 냄새 자외선 차단제. 써 본 사람들은 만족감을 나타냅니다. 한 남자는 인기가 더 많아졌다고 말하고, 여자는 그 제품 덕에 10년은 더 젊어진 기분이라고 말하죠. 할아버지는 말합니다. 프라이드 치킨 냄새가 나지만, 맛은 자외선 차단제 맛이 나기에 먹지 말라고. 이름은 ‘엑스트라 크리스피 선스크린’입니다.
한편, 맥도날드는 영화 촬영장을 찾아갑니다. 첫 번째 영화는 죠스입니다. 누군가 죠스의 희생자가 된 듯, 배우는 죠스를 향해 실감나게 울부짖습니다. 촬영장엔 기자가 찾아와 그 배우를 인터뷰합니다. 자연스러운 연기의 비결이 뭐냐고 묻죠. 배우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합니다. 타고난 재능이라고. 두 번째는 바닷가에서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입니다. 남자는 더 없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죠. 기자는 연기에 비밀이 있느냐고 묻자, 배우는 없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난파된 배의 조각을 부여잡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모습입니다. 헬기가 그를 발견하지 못하고 떠나는 듯하자 남자는 헬기를 향하여 절규합니다. 역시 메소드 연기입니다. 하지만 이 남자에겐 연기의 비밀이 있었습니다. 바로 맥도날드 여름 메뉴였습니다. 촬영 스탭이 햄버거를 먹으려고 하자 남자는 마치 죠스를 향해 울부짖듯 스탭을 향해 포효했던 거죠. 연기 재능이 아니라 버거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그의 연기를 만든 겁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보던 눈빛 역시 버거를 보던 눈빛이었습니다. 로맨틱한 옷차림을 한 스탭이 햄버거를 눈으로 가져가자 그곳을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바라봅니다. 심지어 스탭은 여자 옷을 입은 남자입니다. 마지막엔 스탭이 공중에 떠 있습니다. 마치 날아가는 헬기를 보듯 그 남자의 머리 위에서 버거를 먹기 시작하죠. 남자는 자신의 버거를 빼앗기는 좌절에 빠져 짐승처럼 울부짖죠. 맥도날드 프랑스에서 만든 여름 메뉴 광고입니다.
치킨도 버거도 고객에게 주고자 하는 본질은 ‘행복’이기에, 작은 재미를 준비한 듯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뿌리는 순간 퍼지는 치킨 냄새, 메소드 연기인 듯하지만 맥도날드를 향한 남자의 열정. 예상 외의 웃음입니다.
VR은 예상하지 못한 얘기를 만듭니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포켓몬고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캐릭터를 잡으러 야외를 돌아다녀야 하고 그들은 갑자기 나타나기에, 예상치 못한 사고 또한 초래됐죠. 특히 운전을 하다 포켓몬을 잡은 이들에겐 그만큼의 대가가 따랐습니다. 캐릭터를 잡는 기쁨을 누렸지만 동시에 그들의 차는 소화전을 들이받거나, 핫도그 수레로 돌진하거나, 쓰레기통을 동시에 잡거나, 다른 차를 들이받은 거죠. 사고 난 차 옆에서 그들은 그들이 잡은 캐릭터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찌그러진 차를 보고 한숨을 짓죠. 자동차 보험 브랜드인 Esurance가 펼치는 <Don’t catch and drive> 캠페인입니다.
나아가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사고를 재현하기도 했습니다. 시카고 광장, 핫도그 수레를 들이받은 찌그러진 차와 난감해하는 운전자, 그리고 황당해하는 핫도그 장수가 있습니다. 그들 옆에는 운전자가 잡은 포켓몬 캐릭터가 있죠. 지나가는 사람들은 진짜 사고 장면인 줄 알고 그들을 주목합니다. 하지만 ‘Don’t catch and drive 메시지를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사진으로 남깁니다. 포켓몬고 게임의 등장도 새롭지만 그로 인해 또 하나의 예기치 못한 주의 사항이 생겼습니다.
반면 게임 회사인 Ubisoft는 게임의 재미를 위해 VR을 이용했습니다. 가상 현실을 보는 게 아니라 맡는 걸로 만들었죠.
방귀를 뀌면서 파워를 얻는 게임인 South Park. 그들은 이 게임의 재미를 더하고자 코에 쓰는 마스크를 개발했습니다. 이 마스크를 코에 쓰고 게임을 하면, 캐릭터가 방귀 뀌는 소리를 낼 때마다 실제 방귀 냄새를 내뿜게 고안한 겁니다.
게임을 하던 사람들은 냄새가 풍기자 얼굴을 찡그립니다. 이 냄새를 만들기 위해 조향사를 만나 미팅을 하고, 1,000번이 넘게 실제 방귀 냄새를 맡고 분석했다고 합니다. 그리 반가운 기술은 아닙니다. 과연 게임이 더 재미있어질까 의문도 들죠. 하지만 VR의 세계는 예상을 넘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예상 못했지만 누구나 납득할 수 있게
반전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예상 못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스페인의 네 번째 도시 빌바오는 철광 광산으로 호황을 누린 도시입니다.
하지만 철강산업이 쇠퇴하자 도시는 초라해졌습니다. 실업률도 높아졌고, 도시는 낙후해갔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관광객을 끌어 모을 만한 반전을 고안해냈죠. 철강을 연상시키는 엄청난 미술관을 짓는 겁니다.
결과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기대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빌바오를 찾았고, 10명 중 8명이 관광객일 만큼 성공적이었습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얘기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과였죠. 미술관은 마치 호수에 피어있는 꽃과 같았고, 각도에 따라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여러
조각의 티타늄은 해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빛을 자아냈고요. 게다가 빌바오 시민들은 도시를 예술적으로 만들기 위해, 다리 하나 기차역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누구나 빌바오의 새로운 아름다움에 공감하기에 직접 찾아오게 된 거죠.
미술관이 도시를 바꿀 거라고 예상치 못했습니다. 멋진 반전이었죠. 하지만 유연하게 흐르는 듯한 건축은 더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아이디어를 누군가 예상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좋은 아이디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Archive > Webzine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09-10 : “大膽細心의 자세로 계속 정진하십시오” (0) | 2016.09.27 |
---|---|
2016/09-10 : “그대들의 어깨에 대한민국 광고의 미래가!” (0) | 2016.09.27 |
2016/09-10 : 우주와 마케팅 (0) | 2016.09.27 |
2016/09-10 : DMP(Data Management Platform)는 어디에서 왔나 (0) | 2016.09.27 |
2016/09-10 : 소비자 접점 극대화 시대의 미디어 플래닝과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0) | 2016.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