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접점 극대화 시대의 미디어 플래닝과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 ‘Award Winning’ 캠페인으로 본 디지털 시대 미디어 플래닝의 중요성
함 창 대
일리노이 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 조교수 /
cdham317@illinois.edu
“모든 최고의 광고 크리에이티브들은 그것들이 적확한 시간과 공간에서 관련된 맥락(Context)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면 그 의미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것이 미디어 플래닝이 마케팅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 <애드위크(Ad Week)>.
광고를 과학과 예술의 조합이라고 본다면, 그 과학적 측면의 중요한 한 축은 미디어 플래닝일 것이다. 수많은 소비자들의 미디어 이용 데이터를 해석해 가장 적확한 미디어에 최적 횟수의 메시지를 노출하는 플래닝의 중요한 역할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소비자 접점(Touchpoints)의 극대화는 미디어 플래닝의 또 다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래매틱 같은 다양한 데이터 기반 광고라면, 또 다른 하나의 측면은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라는, 좀 더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측면에서의 미디어 플래닝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미디어 크리에이티브(Media Creative)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한건 이미 오래됐지만, 데이터 기반 광고의 가능성이 주목 받으면서 그 중요성이 조금은 간과되고 있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다양한 소비자 접점 기반 광고 크리에이티브들을 보면 미디어 플래닝에서 창의적인 소비자 접점의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다.
<House of Card>의 정치광고
-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방송의 ‘진짜 승자’
트럼프가 출마를 선언한 이번 미국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초반부터 대중의 관심을 끌어 왔는데, 그 시작은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토론회였다. 지난 2015년 12월에 열린 CNN 대선 토론회는 역대 토론방송 시청률 3위를 기록하며 1,80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시청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방송을 보던 미국의 시청자들은 유료채널인 넷플릭스(Netflix)의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의 광고를 보고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간광고가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대선 토론방송 중간에도 상업광고가 허용되는데, 수많은 시청자들은 후보들의 심각한 토론 중간 중간 방송되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대통령 역인 프랭크 언더우드(Frank Underwood: 케빈 스페이시 분)의 대선출마 광고를 볼 수 있었다<그림 1>.
이 TV광고는 기존의 대선 광고를 패러디했는데, 비슷한 구성 및 등장인물(예: 아이들이 미국 국기를 흔드는 모습), 음악(애국가 비슷한), 슬로건(‘Anything for America’), 그리고 마지막의 ‘이 메시지는 프랭크 언더우드가 보증합니다’ 라는 메시지까지 재구성해 시청자들에게 마치 미국 대선 후보의 광고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가장 정확한 시간과 맥락에서 노출된 미디어 플래닝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캠페인에서는 단지 방송광고뿐 아니라 극 중 후보인 프랭크 언더우드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실제 대선 캠프를 만들고, 뉴욕과 워싱턴 DC 등의 대도시에서 진짜 대선 때 그러하듯이 대대적인 대선 광고를 집행하기도 했다<그림 2: FU 2016 캠페인 미디어 플랜>. 극 중의 프랭크 언더우드는 아주 독특한 성격의 인물로 실제 대선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특정후보와도 비교되며(이름 이니셜을 딴 FU 2016도 다른 중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캠페인의 미디어 플랜은 <애드위크>에서 수여하는 ‘2015 올해의 미디어 플랜(Year of the Media Plan)’ 그랑프리로 선정됐다.
록히드 마틴의 ‘화성으로의 현장학습’ 캠페인
- 최초의 Glass없는 가상현실 캠페인
록히드 마틴은 전투기를 주력으로 다양한 비행기를 제작하는 회사다. 그러나 이 회사가 달이나 화성, 멀리는 토성에 이르는 우주선 제작에 있어서도 꽤 오랫동안 깊이 관여해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그런데 최근 전기차 테슬라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나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조스가 민간 우주여행회사 스페이스 엑스 블루 오리진(Space X, Blue Origin)을 설립하면서 이들 회사들이 우주여행에 관한 모든 인식들을 선점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록히드 마틴은 머지않은 미래에 펼쳐질 민간 우주비행 시장에서의 잠재적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우주비행 회사’로서의 인식을 제고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록히드 마틴이 선택한 매체는 스쿨버스였다. 워싱턴 DC에서 과학에 특화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수 제작한 스쿨버스를 현장학습을 위해 제공하기로 했던 것이다<그림 3>. 일반 스쿨버스와 똑같이 생긴 이 버스의 다른 점은 모든 창문이 특수 제작된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얇은 특수 영상 스크린으로 제작됐다는 점이었다. 스쿨버스가 실제로는 워싱턴 DC 시내를 달리지만, 버스에 탑승한 학생들은 가상현실이 투영되는 유리창을 통해 마치 화성을 달리는 것 같은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그림 4>.
영상은 버스의 움직임과 연동되도록 정밀하게 제작됐다. 버스의 실제 속도와 유리창으로 비치는 영상의 속도가 똑같이 보이게 함으로써 버스가 빨리 달리면 영상도 빨리 지나가고 버스가 멈추면 영상도 멈춤 화면(버스 밖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버스가 회전하면 영상 또한 회전하는 것 같은 효과를 주어 버스가 진짜 화성의 표면을 달리는 것 같은 실제감을 구현해냈다.
이미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탑승해 가상 화성여행을 경험한 이 캠페인은 조만간 미 전역으로 확대 실시된다고 한다. 캠페인 초기 록히드 마틴은 스냅챗으로 프로모션을 시작했는데,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돼 당시 가장 많이 본 뉴스로 기록됐고, ABC·NBC 및 50개국의 주요 방송사에서 뉴스로 다루는 등의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 캠페인은 그래비티 어워드(Gravity Award) 및 칸광고제에서 수상했다.
액티브휠 ‘Lo Kar Lo Baat’ 캠페인
- 성공적인 미디어 플랜은 디지털 기술을 꼭 필요로 하진 않는다
캠페인의 성공은 디지털 기술을 잘 이용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미디어 플래너가 타깃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행태와 인사이트를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와 얼마나 잘 연결하는가에 달려있다. 인도의 세제 회사인 액티브휠(Active Wheel)의 캠페인은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인도의 젊은 남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은 배우자 혹은 가족과의 통화.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거리에 따라 책정되는 전화요금 체계상 비용문제로 인해 통화가 쉽지 않다고 한다.
액티브휠은 통신회사, 그리고 광고회사인 PHD 뭄바이(PHD Mumbai)와 함께 이러한 사람들에게 3분간의 공짜 통화를 제공하는 ‘우리 통화합시다(Lo Kar Lo Baat)’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런데 많은 타깃 소비자들이 TV도 잘 나오지 않는 오지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그런 만큼 어떠한 매스미디어 광고도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됐고, 이에 이들은 세제 패키지에 직접 캠페인 메시지를 삽입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광고매체로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캠페인 런칭 이후 하루에 2만 건이 넘는 통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8,0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한다. 세제를 다 써도 그 패키지는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니, TV광고는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니베아 선블록 크림의 ‘Nivea Doll’ 캠페인
- 아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매체는 무엇일까?
앞서 말한 인도의 사례와 비슷한 사례로 브라질의 니베아 선블록 크림 캠페인이 있다. 니베아가 시장조사 결과 발견한 것은 아이들이 끈적끈적한 선블록 크림 바르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여름철 회상의 위험에 대해 아는 부모들은 아이들만 좋아한다면 선블록 크림의 브랜드를 바꿀 의도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선블록 크림 자체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게 어렵다는 것. 니베아는 이러한 도전에 직면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을 그 소비자 접점으로 활용키로 했다. 귀여운 캐릭터 인형을 특수 제작하고 자사의 선블록 크림과 함께 여름철 해변에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그림 5>.
특수 제작된 이 인형은 햇볕에 일정시간 노출되면 겉면이 마치 피부가 햇볕에 탄 것처럼 붉게 변하는데<그림 6>, 이때 아이들이 니베아 선블록 크림을 인형에게 발라주면 그 부위는 색이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자신이 가지고 노는 인형에게 선블록 크림을 발라주면서 (마치 엄마가 자신들을 돌보듯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햇볕 아래서는 선블록 크림을 발라야 한다는 것을 체득하게 된다.
일종의 역할 놀이를 통해 선블록 크림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과정을 제공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었고, 아이디어가 제안된 브라질은 물론 다른 국가들에서도 캠페인으로 확장됐다고 한다.
위의 사례들 외에도 최근 <애드위크>에서 발표한 ‘올해의 미디어 플랜’을보면 다양한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광고의 과학적측면에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이지만, 역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는 것은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인 듯싶다. 그리고 그곳에 디지털 시대 미디어 플래닝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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