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왕홍(网红)’이 王이다
SNS‘ 왕홍’, 광고 미디어 전략의 중요 변수로 등장
손 호 진
중국법인 IMC 사업부 국장 / sonhojin@hsadchina.com
2015년 10월 중국 언론들은 SNS 웨이보(微博)에서 파피장(papi醬)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장이레이(姜逸磊)에 관한 뉴스를 앞 다투어 보도했다. 이제 스물아홉 살인 그녀가 이렇게 유명세를 탄 건 중국 돈 3억 위안, 한화로는 자그마치 540억 원에 이르는 몸값 때문이었다. TV에 출연했던 유명 연예인도 아니고, 스포츠 스타도 아닌 그녀가 어떻게 이런 거액의 몸값을 가
지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리기 시작한 그녀의 짧은 동영상들 때문이다. 중앙희극학원(한국의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유사) 졸업생인 그녀는 나름 탄탄한 기획의 5분짜리 짧은 영상을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6개월 남짓 올렸다. 내용은 SNS에서 인기를 끌만한 연애·결혼, 연예인 관련 이야기 등 신변잡기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코믹하면서도 직설적인 화법의 영상 때문에 파피장의 웨이보 계정 팔로워들이 벌써 1천7백만 명을 넘어섰다. 휴대폰 샤오미(小米)의 창업자 레이쥔의 팔로워보다 100만 명이 더 많은 숫자이다(2016년 7월 기준).
중국에서는 이런 파피장과 비슷한 사람들을‘ 왕홍(网红)’이라고 부른다. 왕홍은 중국어로‘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뜻하는‘ 왕루어(网络)’와, ‘붉다’ 또는‘ 홍일점’을 뜻하는 홍(红)의 합성어이다. 즉‘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홍일점’을 의미하는 말이다. 한국식 표현으로 하자면‘ 파워블로거’ 정도가 무난하겠다.
사실 중국에서 왕홍이라는 개념이 최근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기존 중국 디지털 마케팅에서도 많은 1인(개인) 파워 미디어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면서 활동해 온 것이다. 하지만 왕홍은 그들만의 차별화된 특징을 지니고 있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왕홍, 인터넷 방송 플랫폼‘ 즈보(直播)’로 실시간 소통
왕홍이 예전 1인 미디어들과 비교할 때 눈에 띄는 차별점이라면 바로 영상
콘텐츠를 이용해 참여자들과 소통한다는 점이다. 초창기에는 미리 녹화·편집한 영상을 자신의 SNS인 웨이보 또는 웨이신에 게재하는 식으로 활동을시작했다. 앞서 소개한 파피장 역시 처음에는 개인이 제작한 UCC를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 하지만 불과 1년이 지난 지금‘ 즈보(直播)’라고 불리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실시간(Live Streaming)으로 참여한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방송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아프리카TV나 공중파 프로그램인 <마리텔>과 비슷한 BJ(Broadcasting Jockey) 방송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중국에는‘ 즈보 3.0’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즈보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인민일보는‘ 집계된 인터넷 방송 플랫폼만 해도 200개가 넘으며 동시간대에 개설되는 채널만 3천여 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얼마전 파피장의 인터넷 생방송에서도 동시 접속자 수가 2천만 명을 넘어서 기사화되기도 했다.
이처럼 관련 시장이 성장할수록 즈보 플랫폼들의 카테고리도 세분화·특성화되어 가고 있다. 2014년부터 온라인 게임 방송 중계로 유명해진 도우위(斗鱼)라는 즈보 플랫폼은 텐센트(Tencent)로부터 약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 외에 즈보바(直播吧)는 NBA 중계로 유명하며, YY와 잉커즈보(映客直播)는 미모와 끼를 갖춘 일반인 BJ가 직접 방송하는 플랫
폼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이런 발전들은 모두 중국의 모바일 인프라가 함께 성장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화웨이(华为)와 샤오미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브랜드들은 성능이 좋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단말기들을 꾸준히 공급해 왔다. 그 결과 현재 중국 스마트폰 소비자는 중국 인구의 절반인 약 7억 명에 이르렀다. 또한 통신 인프라에도 투자를 거듭해 중국 정부 주도로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LTE급 광대역 통신망 보급률을 85%까지 끌어 올릴 계획을 발표
했다. 이미 대도시에서는 끊김 현상 없이 실시간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4G급 환경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다(출처: iResearch Global Group).
이렇듯 인터넷 방송인 즈보 플랫폼 서비스에 있어 손색없는 시장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왕홍, 시장경제의 주류가 되다
중국 투자은행 궈타이쥔안증권(国泰君安证券)은 지난해 1월‘ 왕홍 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왕홍들이 패션 분야에서만 약 1000억 위안(한화 18조 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한 보고서는‘ 왕홍이 하나의 패션 브랜드화되어 가고 있으며, 인터넷 방송 플랫폼 즈보의 특성을 활용해 패션뿐 아니라 즉각적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색조화장 같은 패스트 코스메틱 분야에서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 대표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 패션 카테고리 상위 10개 중 5개가 왕홍 이름을 딴 브랜드숍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여행·영유아 분야로 확대되며 판매와 연계된 왕홍들의 등장이 두드러지고있다.
이런 왕홍들의 거침없는 성장은 모두 즈보, 즉 실시간 방송으로 소비자들과 투명한 소통을 하며 쌓아 올린 신뢰, 그리고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경험 마케팅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왕홍들은 패션이나 화장품 분야의 어려운 용어를 쉽게 해석해 주거나 본인이 직접 사용하면서 그 장단점을 여과 없이 전달하고 있다.
왕홍들은 기업 협찬과 PPL 광고보다 방송에 참여하는 시청자들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지불하는 가상 팁시스템 때문이다. 대부분의 즈보 플랫폼들은 시청자들이 왕홍에게 가상의 돈을 줄 수 있는 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 예로, 텐센트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는 시청자들이 한 번에 1위안에서 256위안(한화 약 5만 원)까지 왕홍에게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기업광고는 일회성이지만, 시청자들이 지불하는 이러한 팁은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왕홍들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왕홍, 1인 기업으로 거듭나다
지난 6월, 마윈 알리바바 계열의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Tmall)에서는‘ 즈보 판매’라는 카테고리가 신설됐다. 기존 이미지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왕홍이 직접 홈쇼핑 포맷으로 생방송을 진행하며 제품을 판매하는 형
식이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즈보를 통한 판매는 패션과 화장품 분야의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여성전용 패션 쇼핑몰 모구지에(蘑菇街)가‘ 한국과 일본의 왕홍’들을 중국으로 초청해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 중국 화장품 전문
몰 쥐메이요우핀(聚美优品)이 즈보 방식을 도입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스타성을 검증 받은 왕홍들은 아예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1인 브랜드, 1인 창업에 도전하고 있는데, 자본은 있지만 독특한 판매 아이템이 없었던 기업들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관련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 모델 출신 장다이(张大奕)의 성공은 왕홍의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녀는 440만 명의 SNS 팔로워를 보유한 왕홍으로, 자신의 특기인 패션 분야로 진출해 즈보를 통해 팬들과 소통한다. 자신이 앞으로 제작하게 될 패션 제품에 대해 공유하고, 방송에 참여한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의논하며 때에 따라서는 제품의 컨셉트를 수정·보완하면서 완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즉 소비자들의 요구를 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직접 반영하는 셈이다. 기존 대기업 제품들이 시장 조사나 소비자 연구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어떤 면에서는‘ 완벽하게 타깃팅된’ 제품을 한정 생산하는 방식과 같다.
패션 제품의 제작비용은 사전 판매를 통해 조달하는데(이른바 소셜클라우드 펀딩 방식), 이렇게 선보이는 신상품은 출시 때마다 평균 1억 위안(한화 1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이 정도면 한국의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액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외에 음식이나 부동산 분야에서도 왕홍과 즈보를 결합한 1인 브랜드 판매 방식이 속속 생겨나면서‘ 왕홍 경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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