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게 ‘경험’을 제공하라
포켓몬 고’ 현상과 2016 칸에서 본 디지털 기반 사용자 경험성
함 창 대
일리노이 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 조교수 /
cdham317@illinois.edu
포켓몬 고(Pok´emon Go)는 이제 하나의 사회 문화적 현상이 되고 있는 듯하다. 혹자는 <강남스타일> 이후 가장 뜨거운 디지털 현상이라 평하기도 한다.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등에서는 물론이고, 아직 공식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은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산과 들을 헤매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
이 서비스가 시작된 첫날에만 미국 안드로이드 폰 이용자의 6%가 이 앱을 다운로드했으며, 가입자가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하니 이 갑작스런 현상이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 포켓몬 고의 기반이 되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혹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이 시장에 소개된 지는 벌써 몇 년 됐다. 그런 만큼 이번 포켓몬 고 현상이 촉발된 건 기술적 진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술과 콘텐츠의 창의적 조합’이 결정적이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칸, 사용자 경험에 매료되다
2016 칸광고제 역시 이러한 점에 주목했다. 칸광고제는 재미있고 번뜩이는 광고 아이디어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시대의 광고의 역할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칸광고제는 최근 몇 년 간 사이버 부문과 모바일 부문 등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면서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올해에는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Digital Craft Lions)이 신설됐다.
이 부문에 대해 칸은 이렇게 정의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에 대한 접근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특히 모바일·가상현실·증강현실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험은 멀티태스킹이라는 미디어 이용 경향과 더불어 소비자를 향한 접근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 단순한 디지털 크리
에이티브 아이디어가 아닌, 전체적인 디지털 캠페인이 제공하는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에 대해 평가하는 카테고리이다.” 이는 곧 디지털 미디어에서의 크리에이티브 메시지를 평가하기보다는 소비자의‘ 전체적인 디지털 경험’
을 평가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새로운 카테고리는 몇 가지 하부 카테고리를 포함하는데, 전반적인 디지털 디자인, 소비자 경험과 그 구조, 콘텐츠, 그리고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하고 시각화하는가 하는 것들이다.
첫 해인 올해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 그랑프리는 프랑스 광고회사 84파리(84Paris)가 제작한‘ 비코즈 뮤직(Because Music)’이라는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업체의‘ 비코즈 리콜렉션(Because Recollection)’ 캠페인에 돌아갔다<그림 1>.
이 캠페인은 디지털 공간을 통해 지난 10년간 소비자들이 들어오고 경험해 온 다양한 음악에 대한 기억들을 한 곳에 집중시켜 소비자들이 과거의 경험들을 한 번에 다시 체험하는 느낌을 주었다. 디지털 기술만이 구현할 수 있는 화려한 사운드와 비주얼이 통합된 인터랙티비티(Interactivity)를 통해 소비자들이 음악과 함께 지난날을 회상하고 다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랑프리 외에 금상은 모두 구글 같은 회사에 돌아갔다. 구글의 ‘헬프(Help)’ 캠페인과 크롬 뮤직랩(Chrome Music Lab), 그리고 글로벌 결제
플랫폼인 브레인트리(Braintree)의‘ 코데올로기(Codeology)’ 캠페인 등이다<그림 2>.
이들은 광고 캠페인의 목적이 단기간에 전달되는 한두 가지의 크리에이티브 메시지에 의한 설득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경험의 제공을 통한 설득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늘어나는 광고 회피 현상의 돌파구
올해 칸광고제에서 주목을 끈 또 하나의 경험 기반 사례는 레오버넷에서 제작한 ‘반 고흐의 비앤비(BnB)’ 캠페인이다<그림 3>.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 in Chicago)이 광고주인 이 캠페인은 에어비앤비(AirBnB)의 컨셉트를 빌려서 매우 재미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시카고 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방을 실제 그대로 현실의 공간으로 재현한 이 캠페인은 관람객들을 에어비앤비를 통해 고흐의 방을 하룻밤 빌리는 관광객으로 설정, 실제 고흐의 방을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시카고 미술관을 방문한다는 것은 미술작품을 제 3자의 입장에서 감상하는 게 아니라 실제 그 작품 속에 들어가 고흐의 삶을 느껴보는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캠페인으로, 방문자들은 고흐의 방에 들어온 자신의 모습을 SNS로 퍼 나르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그림 4>.
디지털 경험이 반드시 ‘디지털’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건 아니라는, 어쩌면 아주 당연한 생각을 크리에이티브로 승화시킨 캠페인이다.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의 트렌드는 IAB(Internet Advertising Bureau)의 최근 조사 결과와도 맥을 같이 한다. 미국의 283명의 마케터와 미디어 대행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 향후
디지털 광고 분야에서 가장 발전해야 할 분야’라는 응답이 73%에 이르렀다<그림 5>.
이러한 흐름은 현재 미국 광고계에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광고 차단기(Ad Blocker;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의 확산과도 관계가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미미했던 광고 차단기 이용률이 최근 급격히 늘어났는데, 작년 대비 90%의 증가율을 보이며 미국에서만 4천 200만 명의 모바일 폰 사용자들이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특히 멀티스크린 사용자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멀티스크린 사용자일수록 자신의 콘텐츠 이용을 방해하는 디지털 광고들을 매우 성가시게 생각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마케터들 역시 이를 잘 인식하고 있어서‘ 광고 혼잡(Ad Clutter; 광고가 너무 많아 광고끼리 서로 방해하는 현상)이 멀티스크린 사용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그림 6>.
이러한 광고 회피 현상들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이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모든 지역을 광고상품화
그러면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이 주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광고 마케팅에서는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특히 광고인들의 입장에서는 포켓몬 고열풍이 어떻게 광고라는 형태로 구현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최근 <애드 에이지(Ad Age)>는 이와 관련해 포켓몬 고의 개발사인 나이앤틱(Niantic)에 여러 가지를 문의했으나 뚜렷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이앤틱의 CEO 존 행키(John Hanke)는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포켓몬 고의 가장 일반적인 광고 포맷은 방문자당 요금(Cost-per-visit)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포켓몬 고에서는 기본적으로 사용자들이 어떤 장소를 방문해야 하는데, 마치 클릭당 요금(Cost-per-click)처럼 사용자로 하여금 어떤 장소를 방문하게끔 유도하고-이를 ‘스폰서드 로케이션(Sponsored Locations)’이라 부른다고 한다-특정 장소(예를 들어 어떤 브랜드숍 등)를 방문한 횟수에 따라 광고 금액을 책정하는 것이다.
광고주의 스폰을 받은 포켓몬 캐릭터를 특정 장소에 가면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이미 맥도날드가 그 첫 번째 광고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있다.
이는 일정 장소를 방문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모바일 쿠폰으로 대표되는 지역기반 광고보다 한 차원 진일보한 광고가 될 수 있다.
사용자 스스로 원해서 특정 지역을 방문하기 때문에 광고에 대한 저항도 적고,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 위치한 상점에까지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위에서 언급한 광고 차단기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미국·호주·뉴질랜드에 국한된 서비스가 확장될 경우 전 세계 모든 지역(Location)에 위치한 상점들이 광고주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마치 전 세계의 모든 언어가 구글의 키워드 광고 애드워즈(AdWords)를 통해 돈으로 환산되듯이 이제 구글 맵과 연동된 포켓몬 고가 전 세계의 모든 지역을 광고상품화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사용자 경험’은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으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과 광고의 영역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포켓몬 고를 필두로 향후 사용자 경험이 광고라는 영역에 어떤 혁신을 가져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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