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8 : 그들이 남긴 이야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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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남긴 이야기

신 숙 자 | CD | sjshina@hsad.co.kr

 

 

 

 

 

 

7월 14일 결승전을 끝으로, 세계의 축제 월드컵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죠. 우승 후보로 예측되던 브라질은 네이마르의 부상으로 힘없이 무너져, ‘새드 엔딩 드라마’를 남겼고, 로드리게스라는 차세대 스타를 선보인 콜롬비아는 ‘넥스트 슈퍼스타’를 남겼습니다. 세계적인 골키퍼로 주목을 받던 카시야스는 연이은 실수로 역시 ‘새드 무비 스타’가 되었고, 16강 진출에 실패한 잉글랜드는 ‘루니의 사과’를, 상대 선수를 물어뜯어 화제가 된 우루과이 선수 수아레스는 ‘핵이빨 수아레스’라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등장만으로 상대 선수를 제압해 주목을 받은 드록바는 ‘검은 예수 디디에 드록바’라는 속편을 통해 그의 나라 사랑 이야기로 다시 한번 감동을 줬고요. 이렇듯, 월드컵은 세계적인 축제인 만큼 세계가 공유하는 여러 이야기를 남깁니다. 세계 마케터들은 이런 순간을 놓치지 않지요.    

 

짧지만 굵은 이야기
독일의 슈퍼마켓 체인, REWE는 단 11초만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깔끔하게 끝냅니다. 결승전이 열리기 하루 전, REWE는 ‘Steak VS Potato Salad’라는 영상을 선보입니다. 화면은 심플하게 시작합니다. 잘 구워진 스테이크가 보이고, 작은 아르헨티나 국기가 꽂혀 있죠. 하지만 분위기는 곧 ‘messy’, 지저분해집니다. 스테이크는 쏟아내듯 얹어지는 감자 샐러드로 범벅이 되고 스테이크의 자취는 사라지고 맙니다. 박수치며 통쾌하게 웃는 소리도 들리죠. 마지막으로 조롱하듯 산처럼 쌓인 샐러드 위에 독일의 상징인 굵은 소시지를 얹습니다. 슈퍼마켓 광고인만큼 좌측엔 제품 패키지를 살짝 보여주죠. 그리고 끝입니다. 아르헨티나를 보기 좋게 이겨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11초 메시지. 산뜻한 광고는 아니나 짧은 시간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시원하게 보여줍니다. 아르헨티나 대표 선수 Messi의 세상을 Messy하게 끝내주겠다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앞서 독일의 라디오 방송국인 Bayern3 또한 비슷한 광고를 내보인 바 있습니다. 이번엔 흥겨운 음악 소리와 브라질 국기를 꽂은 칵테일이 보입니다. 브라질의 월드컵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순식간에 분위기는 바뀝니다. 맥주가 가득 든 묵직한 컵이 칵테일 잔을 흔적도 없이 없애 버린 거죠. 브라질과 독일의 경기를 앞두고 만든 응원 영상이지만, 마치 7대 1이라는 큰 점수차를 예견한 듯 파격적입니다. 독일의 두 브랜드는 10초 남짓의 짧고 굵은 메시지로 자국의 팀을 응원했습니다. REWE는 경기가 있을 때마다 매장에서도 아기자기한 응원을 선보였습니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과일과 채소로 상대팀과 자국의 국기를 만들어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이처럼 월드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슈퍼마켓 브랜드는 없었을 겁니다.

 

“Risk Everything” VS “all in or nothing”
스포츠 축제엔 나이키와 아디다스 두 브랜드를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될 겁니다. 스포츠 게임뿐 아니라 여러 스포츠 스타를 후원하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아디다스는 월드컵 공식 후원 브

랜드이지만 나이키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마케팅 결과도 아디다스의 승리일까요? 물론 공식 스폰서인 만큼 TV광고는 아디다스가 훨씬 많은 노출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다릅니다. 오히려 나이키가 월드컵 관련 콘텐츠 중 가장 많은 뷰를 기록한 거죠. 아디다스의 세 배에 가까운 기록입니다. ‘Risk Everything’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월드컵 캠페인을 펼친 나이키. 그들이 만든 ‘The Last Game’은 한편의 애니메이션 영화 같습니다. 루니·호날두·즐라탄·네이마르…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은 어느 날 외면을 받습니다. 냉혈한으로 보이는 ‘퍼펙트’회사 대표는 선수들의 실패율이 너무 높다고 말하죠. 무모한 경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실패율을 제로로 만들 축구의 미래를 소개합니다. 기계인간 클론입니다. 축구하는 기계로 만들어진 클론은 차례차례 선수들과 교체되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모든 경기를 클론만의 경기로 이끌어 갑니다. 그때 관중석에 있던 한 남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니다. 실패율이 적어진 대신 경기가 너무 재미없어진 거죠. 결국 그는 사라진 선수들을 찾으러 다닙니다. 어부로 살고 있는 루니, 책 노점상이 된 즐라탄, 쇼윈도 모델로 서고 있는 호날두… 그들을 불러 모아 클론과의 마지막 경기를 제안합니다. 5분 30초간 이어지는 이야기는 디즈니·픽사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의 완성도와 스토리를 이어갑니다. 이 영상은 1억 2천만 뷰를 기록한 나이키의 ‘Risk Everything’에 이어 9천만 뷰가 넘는 기록으로 2위에 올랐습니다. 두 숫자를 합치면 나이키 캠페인을 본 노출도는 엄청난 기록이 되죠.반면 아디다스는 메시를 등장시킨 ‘Dream’편으로 4천 500만 뷰를 기록, 4위에 올랐습니다. 메시와 외질·반 페르시·수아레스의 자신 있는 경기를 빠른 속도로 연출한 영상입니다. 미국 유명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가 음악을 맡고 <시티 오브 갓>으로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스토리에서도 완성도에서도 나이키를 이기지 못한 느낌입니다. 공식 스폰서는 아디다스이지만, 마케팅 게임은 나이키가 이긴 듯합니다.

 

브라질의 참패가 남긴 이야기

브라질이 독일에게 7대 1이란 엄청난 숫자로 대패한 다음 날, 브라질에선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리우 데 자네이루의 예수상이 사라진 거죠. 마치 브라질의 참패를 슬퍼하기라도 하듯, 브라질을 떠났습니다. 이태리의 통신사 FastWeb은 브라질의 참패를 이용,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사라진 예수상을 보도하는 뉴스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이어 나폴리 광장에 나타난 예수상도 함께 보여줬습니다. 마치 경기를 본 예수상이 바로 코르코바도 언덕을 떠나 나폴리 Nike로 온 듯합니다. FastWeb은 광장의 큰 예수상 아래, ‘이렇게 큰 파일도 더 빨리 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나폴리 광장에선 예수상을 환영하듯 춤추고 연주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브라질의 ‘아픔’을 이용하긴 했으나 재치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예수상은 광고뿐 아니라 SNS나 뉴스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대부분은 슬퍼하거나 절망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위트는 넘칩니다.
메트로 브라질은 경기 후 출간한 에디션 표지에, 브라질의 어두운 분위기를 표현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 아래 경기장 불빛이 작게 보일 뿐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코너에 작은 글씨로 ‘우리는 7대1로 끝난 어제의 경기를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썼습니다. 브라질이 참패한 건 안타까운 일이나, 이렇게 세련된 모습으로 그날의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찾아서


구글은 늘 재치가 넘칩니다. 이번 월드컵에선 시의 적절하게 프런트 페이지를 바꿉니다. 우승자를 알아 맞혔던 문어, 파울을 등장시켜 고민하는 모습으로 꾸몄습니다. 그날 게임에 따라 국기도 그때그때 교체했다고 합니다. 구글다운 ‘월드컵 캠페인’입니다. 뭔가 새롭고 위트가 넘치는 구글의 성격을, 잊지 않고 짧고 간결하게 표현한 아이디어입니다. 이야깃거리를 참 잘 만드는 구글입니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이야기를 낳습니다. 여행은 물론이고, 출근길에서의 일, 점심 먹으면서 생긴 일, 클라이언트와의 만남, 저녁에 먹은 야식… 모든 게 이야기를 남기지만, 우리가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건 남다르지 않아서이지요. 우리가 여행을 가고,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나고, 책을 보는 일도 기억하고 싶은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싶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생길수록 그 시간은 풍요로워지고, 사람간의 관계는 더 깊어지니까요. 영화 <노킹온 헤븐스 도어>는 시한부인 두 주인공이 바다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이 바다를 찾아가는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천국에 대한 얘기를 못 들었니? 그곳엔 별다른 얘깃거리가 없어. 바다의 아름다움과 바다에서 바라본 석양을 얘기할 뿐이야… 넌 별로 할 말이 없겠다… 천국에서는 바다 얘기만 해. 바다를 보러 가자!”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