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칸으로 가는 승객이 많아졌지만 직항은 아직도 생기지 않았고, 독일에서의 트랜스를 포함한 13시간의 비행은 여전히 힘들었다. 비행기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루프탄자의 이코노미 좌석은 여전히 비좁았고 7시간의 시차는 몸과 마음을 녹초로 만들었다. 성인이 된 동성에게 한 방을 나눠 쓰라는 2인 1실의 방 배정은 유럽인들에게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며, 왜 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내면서 처음 보는 아저씨와 화장실에 샤워실까지 함께 써야 하는지도 여전히 의문이었다.
메인 행사장은 변함없이 팔레 드 페스티벌 홀(The Palais des Festivals)이었다. 97개 국가에서 17개 부문 총 37,427편을 출품한 61번째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의 명성은 여전했으며, 한국은 300편을 출품하며 칸에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열리는 세미나와 포럼, 워크숍은 여전히 비영어권 국가 참관인들의 언어에 대한 배려가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영어 짧은 아시아인들 대다수가 열정적으로 출석부를 찍었다. 세미나 도중 터지는 서양식 농담에 영어권 참관인들은 즉각 반응했지만, 우리는 2, 3초 정도가 지난 후에야 어색하게 따라 웃는, 웃을 수 없는 과정들도 똑같이 반복됐다.
수상으로 보자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소기의 성과만 챙겼으며 아직도 주요 부문에서의 수상은 요원해 보였다. 아시아 국가 중 탁월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일본은 아시아의 자존심이기보다는 탈아시아를 꿈꾸는 모습이 역력했다. 동의가 안 되는 수상작들도 많았지만 로컬적인 정서를 초월한 몇몇의 주옥같은 작품들은 여전히 4~5개의 카테고리를 망라하며 칸의 트로피를 휩쓸었고, 다양한 국가의 참관인들로부터 아낌없는 호평을 받았다.
하루의 일정이 끝나면 하루도 빠짐없이 글로벌 대행사와 유럽의 프로덕션들이 주최하는 파티가 열렸고 대한민국의 대행사가 주최한 오프닝과 갈라파티는 그 중에서도 단연 화려했다. 서양의 참관인들은 글로벌 광고인들과의 인맥 쌓기에 열중했고, 우리는 다 마신 술잔을 쌓아 올리는 데 열중하는 듯했다. 해장국 집은 따로 없었고, 칸의 해산물은 여전히 혀가 쓰릴 정도로 짰다. 내가 경험했던 2008년의 칸과 2014년의 칸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의 목적은 올해의 칸을 돌아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아이디어 트렌드의 변화를 감지해 다음해의 칸을 준비하고 승리의 공식을 짜 맞추는 척후 보고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디어 테크놀로지’나 ‘광고의 미래’ 같은 주제를 정하고 페스티벌 내내 새로운 매체나 신기한 테크놀로지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