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ne
신 숙 자 | CD | sjshina@hsad.co.kr
광고는 정치적일 수 없습니다. 종교 편향적일 수도 없습니다. 상품을 사용해야 할 소비자는 일률적이지 않기에 그 누구를 배제 할 수도, 편들 수도 없습니다. 누구나 좋아하고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그게 광고의 태생입니다. 하지만 인간중심적일 수는 있습니다. 행복중심적일 수는 있습니다. 기업의 상품을 ‘잘’ 팔고 알리기 위해 태어난 광고이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아이디어 혹은 힌트가 될 수는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클라이언트의 의지와 광고장이의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큰 힘을 발휘하는 광고를 종종 발견할 수 있
습니다. 얼마나 효과적일지, 실제로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되고 누군가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제, 코카콜라 뚜껑도 버릴 수 없습니다
‘행복’이라는 큰 방향 아래 전 세계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계속 쌓아가는 코카콜라. 그들의 일관성과 뚝심, 크리에이티브한 메시지는 그야말로 모범입니다. 두바이에서 만든 ‘행복’ 메시지는
또 한 번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지요. 두바이에는 돈 벌러 온 남아프리카 노동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들이 두바이에 와서 일함으로써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멀리 돈 벌러 온 아빠들은 자신들의 노동이 소중하다고 하죠. 하지만 두바이와 남아프리카는 멉니다. 가족들과 매일 대화하고 얼굴을 보기에는 불가능한 거리입니다. 오직 ‘전화’만이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되죠. 아쉽게도 그들에게는 국제전화요금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루 평균 6달러를 버는 그들에게 1분에 0.91달러의 요금은 큰돈이니까요. 코카콜라는 이들을 위해 공중전화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남아프리카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캠프에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가 세워졌습니다. 빨간색의 심플하고 예쁜 부스입니다. 하지만 요금이 부담인 노동자들이 이 전화 부스를 어떻게 이용 할 수 있을까요? 답은 코카콜라 뚜껑입니다. 동전 대신 코카콜라 뚜껑으로 통화를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뚜껑 하나는 3분간
통화시간을 제공합니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그들이 통화를 시작하면 코카콜라 모양의 그래픽이 점점 줄어들며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줍니다. 부스가 들어서자 노동자들은
뚜껑을 투입하고 통화를 시작합니다. 부스를 나오는 노동자도, 줄을 선 노동자도 모두 기쁜 표정입니다. 어제 통화했는데 오늘 또 통화할 수 있었다고 기뻐하고, 자주 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합니다. 이내 줄은 길어지고, 저마다 고향과의 통화에 마음이 설렙니다.
솔직히 두바이에서는 코카콜라 한 병 값이 얼마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마저도 이들에겐 부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회의가 든다는 시각도 있을 법합니다. 하
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들은 코카콜라 한 병 값도 부담이 될 수 있기에 메인 소비자라고 볼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소외된 이들에게 눈을 돌렸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
움을 줄 수 있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어떤 노동자는 주머니에 있는 코카콜라 뚜껑 하나를 보여주며 내일도 통화할 수 있다고 기뻐합니다.
코카콜라의 따뜻함은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이들까지 생각하는 포용력에서도 온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캠페인을 묶어 책을 내면 기발하고 즐거운 동화책이 될 것 같습니다.
가까운 곳이 가장 먼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터키는 면적이 매우 큰 나라입니다. 그래서 교통이 발달한 도시도 많지만, 오지도 많습니다. 교통수단이 적은 오지는 유럽 여느 도시에 가는 것보다 더 멀 수도 있지요. 그래서 터키항공은
국제선 취항만큼 국내선 취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광고는 오지의 아이들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아이들은 비행기를 보며 꿈을 꿉니다. 하늘을 나는 그들을 보며 손을 흔들기도 하고, 자신들이 있는 쪽으로 오라고 애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행기는 날아가 버리고 황량한 들판만 남죠. 아이들은 전구를 모아 불이 켜지는 활주로까지
만듭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덕을 넘어 나타난 비행기가 아이들이 꿈꾸던대로 그들을 향해 날아옵니다. 아이들은 마치 관제센터가 하듯거수경례를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가 지나간 곳으로 뛰
어갑니다. 그리고 경외의 눈빛으로 비행기에서 내리는 조종사를 바라봅니다. 그때 터키항공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가 터키 전역으로 날아가지 못한다면, 세계 가장 많은 곳을 날아간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세계 많은 곳을 취항하는 것보다 더 많은 터키 속으로 날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답례로 아이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조종사의 모습이 따뜻해 보입니다.
기발한 IMC 아이디어이거나 SNS를 접목시킨 스마트한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오지의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국내 취항이 왜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따뜻한 광고.
마치 해피엔딩 결말이 보이지만 계속 보게 되는 따뜻한 영화 같습니다.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워지세요
영국 브랜드 더 바디숍은 철학이 확고합니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천연재료로 내추럴 뷰티를 표방합니다. 그들이 이번엔 ‘Be more than beautiful’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캠페인은 각각 여자아이들의 진솔한 목소리로 시작됩니다. 첫번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아름다움에 반대하는 내용입니다. 다섯 살의 케이리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될 거라고 합니다. 긴 다리와 잘록한 허리를 갖고, 유명 디자이너의 옷과 가방·슈즈들을 갖겠다고 합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굶을 것이고, 가슴이 작다면 수술을 해서 유명인처럼 될 거라고 합니다. 이 생각이 잘못됐다고 여긴다면,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을 멈추라고 합니다. 내가 뚱뚱하거나 작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죠. 나의 정직이나 용기, 측은지심에 더 칭찬하라고 합니다. 그게 외양적으로만 아름다운 것보다 더 소중한 사람으로 나를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의 담담한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더 강한 울림을 줍니다.
두 번째는 4살 반의 소피입니다. 나는 좋은 여자가 될 거라고 말합니다. 다리를 꼬고 꼿꼿이 앉을 것이고, 누구에게나 부드럽고 친절하며, 어둡기 전에 집에 올 거라고 합니다. 당신이 먼저
먹도록 권하며, 당신이 다 먹으면 치울 것이고, 강압적이지도 않을 것이며, 아이가 생기면 일을 그만둘 것이고, 더 적은 보수를 받더라고 불평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당신이 나를 더 강하고 독립적이며 자신감 있게 행동하도록 가르치지 않는다면요. 전형적인 여자로 살도록 강요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소피의 담담하지만 진솔한 메시지입니다.
세 번째는 4살 반의 시에라입니다. 나이 들면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합니다. 늘 예의 바르고 다른 사람을 도울 것이며, 거절을 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누구도 공격하지 않으
며, 누군가 나를 비방해도 아무 말 하지 않겠다고 하죠. 불의를 봐도 조용히 하겠다고 합니다. 이게 당신을 걱정시킨다면, 옳은것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가르쳐
달라고 합니다. 그것만이 나를 ‘More than beautiful’한 사람이 될 수 있게 할 거라고 합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만들어진 이 광고는 아이들의 목소리이기에 더 귀 기울이게 합니다. 아이들이 그리는 자신의 미래는 미처 깨닫지 못한 기성세대의 일반적인 편견을 잘 보여줍니다. 통속적
인 아름다움, 통속적인 좋은 여자,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 도브의 Real Beauty와 유사한 시도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감동과 울림을 주는 것
은 확실합니다.
광고이기에 더 쉬울 수 있습니다
광고는 더 쉽게 사람들에게 다가갑니다. TV를 켜도, 라디오를 켜도, 유튜브에 들어가도, 인터넷을 접속해도, 어디에도 광고는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이 생각해야 합니다. 매일 접하는 내용이기에, 어디서든 접하는 내용이기에 그 영향력은 더 커질수 있기 때문이죠.
멕시코의 페디그리(Pedigree) 광고는 퇴근하는 남자로 시작합니다. 남자는 커피 한잔을 따르고 반려견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말하죠.“ 너 우울함에 대해서 아니? 한동안 이 생각 이 나를 떠나지 않는구나. 인생은 쉬운 게 아니란다. 하지만 넌 이제 더 이상 어린 강아지가 아니야. 그래서 너도 알아야 해. 넌 사실… 입양되었단다.”
순간 남자와 반려견 사이에 적막이 흐릅니다. 하지만 이내 남자에게 다가와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을 표현하죠. 페디그리는 짧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입양(Adopt).” 그리고 메시지는 이어
집니다.“ 누군가의 은인(Who Saved Who).”
사람이 반려동물을 보살피는 게 아니라 동물들이 오히려 사람들을 보살핀다고 전합니다. 페디그리는 페디그리가 할 수 있는 ‘따뜻함’을 만들었습니다. 따뜻한 웃음이 납니다.
광고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광고장이의 생각만으론 바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때론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광고 사이에 이렇게 따뜻한 메시지를 접하게 되면 마음이 훈훈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Ima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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