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초안에 표현하라”
-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동영상 브랜딩 도구‘, Vine’
함 창 대 | 일리노이 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 조교수 | cdham317@illinois.edu
LG애드에서 10년간 온오프라인 AE로서 다양한 어카운트를 담당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광고학 석사, 미주리대학교 저널리즘(광고학 전공) 박사학위 후 현재 일리노이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에서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광고 미디어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짧게는 15초, 길어야 30초 내에 표현되는 TV광고. 그 함축성이 가진 힘은 오디오 혹은 텍스트의 전달력을 훨씬 능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제는 바야흐로 멀티미디어의 시대이다. 소비자들이 하나의 미디어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개의 미디어를 동시에 이용하고, 여러 정보를 동시에 습득하는 ‘미디어 멀티태스킹’의 행태가 일반화되고 있다. 미디어에 관련된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즉 사람의 인지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두 개 이상의 미디어를 동시에 이용하는 동안 주의력
과 기억력은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실험의 결과, 미디어 이용자들은 스스로 인지적 한계를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미디어 이용 후 질문에 대한 정답률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즉 각각의 미디어에 기울이는 주의와 인지력의 정도가 매우 한정적임을 보여준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평소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주로 하는 소비자들은 어느 순간 하나의 미디어만을 소비하더라도 주의력은 이미 현저히 약화돼 있어 하나의 미디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평소에 여러 미디어를 동시에 이용하는 행태가 이미 인지적 대처능력에 내재화돼 있어 비록 하나의 미디어만 소비하더라도 집중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광고효과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하나의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집중과 기억이 분산된다면 그에 따른 메시지 설득효과, 즉 광고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소비자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가 멀티미디어 시대의 광고목표로 새롭게 조명된다.
바인, 6초의 미학
문제는 소비자 인게이지먼트를 목표로 한 메시지와 캠페인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한정돼 있는 소비자들의 인지적 능력을 고려할 때 그들의 주의를 빼앗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광고 캠페인을 통해 ‘참여’라는 행동까지 이끌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인(Vine)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는 소셜미디어 시대 광고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바인은 6초짜리 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 주로 스마트폰에서 작동되는 앱이다. 2012년 6월에 창업돼 10월에 트위터가 인수한 이 새로운 서비스는 사실 아주 단순하다. 그러나 이 ‘단순함’이 수도 없이 런칭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바인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함의 대명사로, 텍스트 서비스에는 트위터가 있고 사진 서비스에는 인스타그램이 있다면 동영상에는 바인이 자리한 것이다.
바인은 2013년 1월 23일 트위터에 의해 런칭됐다. 1월에 iOS용 앱을, 6월에 안드로이드 버전의 앱을 런칭했
는데, 불과 몇 달만에 전세계의 젊은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하나가 됐다. 2013년 6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인스타그램의 트래픽을 추월했으며, 2014년 초 전세계 4천만의 유저가 이용하고 있다<그림 1-1, 1-2>. 그렇다면 단지 ‘6초짜리 동영상을 쉽게 찍어 공유할 수 있다’는 기능만 가지고 어떻게 성공했을까? 사실 초기엔 6초라는 제약 때문에 바인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6초가 갖는 단순성이 곧 성공의 비결이었다.
바인이 유명해진 계기중 하나는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가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베이의 다리에 오르면서 연속으로 찍은 동영상이다. 그는 쇠줄로 연결된 다리에 오르면서 10여 개의 6초짜리 바인 동영상을 찍어 바로 포스팅했다. 두 손으로 문자를 찍을 여유조자 없는 등반중에 찍은 6초짜리 동영상들은 그 어떤 메시지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과 아찔함을 생생하게 전달해주었다<그림 2>. 이후 많은 사람들이 6초 동영상이 갖는 매력에 빠져들었고, 트위터의 파급력까지 등에 업은 바인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발 빠른 기업들, 바인을 마케팅에 이용
2013년에 가장 성공한 소셜 앱서비스라 할 만한 바인에 기업들이 눈을 돌리지 않을 리 없다. 바인을 마케팅에 활용한 첫 시도는 바인 런칭 바로 다음날 어반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라는 패션 브랜드에 의해 이루어졌다. ‘당신이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가장 중요한 바인(The most important Vine you’ll ever see)’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신의 브랜드와는 별 상관없는 작은 강아지들의 귀여운 움직임들을 바인에 담은 것이다<그림 3>.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의 하나인 강아지들의 짧은 움직임을 찍은 이 6초짜리 동영상들은 어반아웃피터스라는 젊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기여한 것은 물론, 바인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파급시키는 데에도 일조했다. 어반아웃피터스는 당시 콜라보래이션을 진행하고 있던 팹스트(Pabst)라는 맥주 브랜드와도 바인 동영상을 런칭했다. 다른 맥주들이 팹스트맥주 및 어반아웃피터스와 공동 마케팅을 펼친 맥주향 나는 비누에게 경의를 표하는 유머러스한 내용의 동영상이다. 어반아웃피터스는 이후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바인을 이용해 패션 브랜드의 성격을 표현해오고 있다<그림 4>.
6초라는 시간은 자신의 매력을 짧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기는 하다. 반대로 많은 것을 표현하고자 할 때에는 도움이 되지 못 한다. 패션 브랜드 아메리카어패럴(America Apparel)은 자신들의 오피스 투어 영상을 바인으로 제작해 브랜드 개성을 알리려 했다. 하지만 6초라는 시간은 많은 이미지들을 담아내기엔 너무 짧다는 것을 간과했다. 6초 동안 8개가 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직원들이 입고 있는 아메리카어패럴이라는 브
랜드조차 인지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기존 UCC 캠페인의 가장 큰 걸림돌은 동영상 제작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이었는데, 바인은 이러한 장벽을 아주 간단히 해소시켜주는 툴이다. 런던에 위치한 카벤디시(Cavendish) 호텔은 이러한 바인의 장점을 UCC 콘테스트에 활용했다. ‘모스트 로맨틱Most romantic(#ValentineVine)이라는 주제 아래 가장 로맨틱한 바인 동영상을 찍어서 공유한 이용자들에게 호텔 숙식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그림 5>. 패션 브랜드인 컨버스(Converse)와 어반아웃피터스는 바인 콘테스트를 활용한 공동 마케팅을 펼쳤다. 이들은 자신의 고객들에게 ‘컨버스 스니커즈와 함께한 어느날(A day in the life of your converse sneakers(#YourChuck))’이라는 주제로 컨버스 및 어반아웃피터스와 관련된 비디오 클립을 손쉽게 제작·공유하도록 유도해 호응을 얻었다<그림 6>. 바인의 ’단순한‘ 기능이 많은 소비자들을 브랜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바인 활용한 소셜미디어마케팅 증가
소셜미디어마케팅의 기초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와 상호작용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때 바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빵에 발라먹는 잼으로 유명한 마마이트(Marmite)는 소비자들이 바인 동영상을 통해 자신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제이슨 스틸(Jason Steele)이라는 캐릭터가 마마이트에게 ‘사랑하는지 미워하는지(love or hate)’를 묻고, 즉시 마마이트로부터 키스로 대답 받는 장면을 바인 동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음악잡지 <롤링스톤(Rolling Stone)>은 이달의 표지인물이 누구인지를 바인 동영상을 통해 티저 방식으로 노출해 화제를 모았다. 존 햄이라는 인물이 담배를 물고 있는 표지사진을 담배로 가리고 있다가 하나씩 치워지는 장면을 6초간 고속으로 촬영한 것이다<그림 7>.
바인은 이미지 광고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다. 간단한 화장법이나 코디 정보를 알려주거나(캘빈 클라인), 보드카 믹싱법을 알려주고(바카디), DIY 가구 조립법이나 정원관리 방법을 소개(Lowes: DIY 공구 등을 파는 미국의 대형 소매점)하기도 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은 자사의 인기 온라인게임인 MLB13을 프로모션하기 위해 메이저리그의 유명 선수 카드를 바인 동영상으로 제작했다<그림 8~10>. 한편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영화제에 ‘바인 필름컴페티션‘ 분야를 신설하는 등(Vine Film Making Competition in Tribeca Film Festival: #6SecFilms) 바인은 상업적 브랜딩 도구로서의 역할을 뛰어넘어 하나의 예술 장르로까지 나아가고 있다<그림 11>.
바인에 대한 폭발적 호응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적절히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이용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과 관련해 한 광고회사는 바인을 소셜미디어마케팅에 잘 이용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먼저, 바인에 있는 타임랩스(Time Lapse) 기능을 잘 이용하면 긴 줄거리를 마치 컷 편집을 한 듯이 짧게 짧게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인은 길이가 짧기 때문에 줄거리가 있는 내용보다는 브랜드의 성격을 나타내는 짧고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유리한 도구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USA투데이는 각 페이지의 이미지를 비디오처럼 편집해 그래프가 화려한 페이지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바인의 동영상은 이렇게 짧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동영상을 보는 데 큰 주의를 기울이거나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즉 트위터의 140자 단문처럼 아주 가볍게 유통·소비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트위터를 이용해 아주 손쉽게 전달될 수 있으며, 해시태그는 바인 동영상의 확산에 아주 유용한 도구로 이용된다.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 것인가?
바인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이러한 회의에 대해 근본적인 답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사실이다. 복잡한 미디어 이용환경에서 바인이 제공하는 극도의 단순성은 순간적으로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물론 그 단순한 형식을 크리에이티브하게 이용하는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즉 주의`⇨`인지`⇨`기억`⇨`태도변화`⇨`행동으로 이어지는 전통적 설득의 모형이 아니라, 주의에서 바로 행동(콘텐츠 공유)으로 이어진다는 설명도 가능해보인다. 6초짜리 바인 동영상을 보고 그 내용을 장기간 기억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보는 순간 느낀 재미나 흥미가 바로 ‘공유’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니까 말이다. 아직 바인과 같은 아주 단순한 동영상 미디어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멀티미디어 환경, 다시 말해 소비자의 주의를 끌기가 매우 어려워진 미디어 환경에서 바인 같은 미디어가 어떠한 광고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주목해 볼 만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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