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즈 2`: TV가 빅데이터를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박 형 렬 | 마케팅 컨설턴트 | catfish61@hanmail.net
부산외대 일본어과 졸업 후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마케팅 이론을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일본광고학회 정회원.
지난해부터 일본 광고 마케팅 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핵심 키워드는 단연 ‘빅데이터’이다. 유통 분야를 중심으로 일던 빅데이터 열풍이 식을 줄 모르더니 올해에는 그 영역을 확장하면서 거센 세력몰이를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TV광고계에도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불씨를 만들어 가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인터넷의 세력 확장과 더불어 어느 정도는 실현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콘텐츠의 일방적 제공일 뿐 항상 뭔가 부족해 보이는 관계였고, 보다 발전된 형태에 대한 모색은 계속돼 왔다. 이 관계를 완벽한 형태로 구현해 주는 역할을 빅데이터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차츰 높아지고 구체화되고 있다.
TV(On-air)→인터넷(On-line)→점포(Off-line)의‘ O2O2O’ 신개념 도입
2013년 11월 니혼TV는 바스쿨(Bascule)ㆍ비맵(BeMap)ㆍ일본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Japan) 등의 3개 회사와 공동으로 새로운 광고ㆍ판촉모델인‘ O2O2O(On-air to On-line to Off-line)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리고 2014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업계의 국제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에서는 O2O2O의 플랫폼을 공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일본의 TV업계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니혼TV 미디어디자인센터의 안도 씨는 “O2O2O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TV를 시청한 사람들이 상품구매에 이르기까지의 전 움직임을 데이터로 파악ㆍ관리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정보를 창출해 광고주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야구중계를 예로 들어 보다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TV로 야구중계를 보면서 간단하게 참가할 수 있는 기획을 만들어 내어(예컨대 순간순간의 투수와 타자와의 승패 여부를 맞추는 등)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참가를 유도한다. 이렇게 되면 야구중계(TV 콘텐츠)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지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정답자에게는 포인트가 쌓이게 되고, 중계가 끝났을 때 쌓인 포인트에 따라 프로그램
스폰서 기업의 쿠폰이 인터넷(모바일)을 통해 발송된다. 시청자가 그 쿠폰을 쓸 수 있는 점포(주로 편의점)에 가깝게 가면 그 쿠폰이 사용가능하다는 문자가 자동적으로 보내져 사용을 촉진한다고 한다.
TV프로그램의 이벤트에 참여해 쿠폰을 받았다고 바로 점포로 달려가 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세스라면 쿠폰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해도 사용 가능한 점포에서 문자가 발송되기 때문에 사용빈도와 점포 방문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이런 사이클이 완성되면 각 프로그램에서의 쿠폰별 사용비율, 참가자의 성별과 연령, 주거지역 및 쿠폰 사용지역 등에 관한 상세한 데이터가 분석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직장여성에게는 어떤 프로그램이 쿠폰 사용빈도를 높이는가, 어떤 쿠폰이 10대에게 인기 있는가, A점포를 찾은 방문자들의 내역은 어떠한가, 어떤 쿠폰이 쿠폰 외의 구매로도 이어졌는가’ 하는 식으로 구매를 촉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기획ㆍ제작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 모든 데이터를 취득ㆍ관리ㆍ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이러한 비전 아래 TV의 새로운 활용가치를 부각시키겠다는 것은 분명하다.
빅데이터는 TV광고계를 격변시킬 것인가?
니혼TV의 이 같은 계획은 TV광고계에 잠재해 있던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 타 방송국은 물론, 광고회사들에서도 단연 빅데이터가 화두가 된 것이다.
광고업계의 리더인 덴츠는 벌써 빅데이터를 활용한 야심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편의점이나 대형 쇼핑몰 같은 소매업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 도요타 자동차, 코카콜라 등의 기업도 경쟁사에 앞서 빅데이터 기업 이미지 제고 및 판매촉진에 활용하고 있으며, 빅데이터 활용 광고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강화에도 앞 다퉈 나서고 있다. TV를 비롯한 종래 매스 미디어의 최대 약점은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따른 불필요한 비용 발생 및 효과에 대한 불투
명한 검증’이었다. 그러나 이 O2O2O라는 매력적인 플랫폼은 ‘불특정 시청자’가 ‘타깃 상품의 소비자가 되는’ 과정을 밝혀 TV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미디어 운용의 기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덴츠의 비즈니스 플랫폼 부서의 커뮤니케이션 플래너인 사토 씨는 “TV광고의 본래 역할은 브랜드의 인지는 물론, 소비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높이는 스토리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이것은 효과 측정과는 별개의 축에서 생각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연계해 볼 때도 그렇다. ‘이 TV광고를 본 시청자는 이러한 스토리로 인해 점포를 방문하는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점포에서는 이러한 진열 코너로 유도해야 한다’는 식의 맥락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광고회사들은 특히 스마트폰과 연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광고주들에게 제공하려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단지 광고매체로서의 스마트폰의 역할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디지털 환경 속에서 오히려 TV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는 평가도 나온다.
타 광고매체로의 활용 주목
일본 광고업계의 TV 사랑은 대단하다. TV의 힘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사실 그렇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케이블TV가 발달해 여러 채널을 넘나드는 시청자들이 많지만, 일본은 지상파 방송채널이 TV를 지배하고 있다. 3,000여 개의 전파중계탑을 보유한 미국에 비해 일본은 무려 5배가 넘는 15,000여 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회 인프라적인 측면에서도 지상파TV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 독자적이고 독특한 시장환경인 것은 틀림없지만, 일본의 광고업계에서 구상하고 있는 빅데이터 기반의 O2O2O 프로젝트는 TV 이외의 타 광고매체에의 활용 등을 감안하면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크다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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