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또 쉬어 가자, 동해안 해변길
구 선 아 | BTL프로모션팀 대리 | koosuna@hsad.co.kr
언제부터인가 강릉 안목해변에는 온갖 커피집들이 생겨나 커피거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부터 국내 프랜차이즈, 그리고 개인이 운영하는 소소한 커피집까지 형태도 형색도 다양하다. 딱 여기부터다. 오른쪽으로는 바다를 벗 삼아, 왼쪽으로는 바닷가 사람들의 변화 된 현대의 삶을 엿보며 달리기 좋은 해안길 말이다. 이 길은 동해 여행의 필수코스, 7번 국도와는 엄연히 다르다. 이 길은 모래사장과 형형색색 사인물을 머리에 단 상점들 사이로 난 좁은 2차선 길로 해안선과 평행을 이룬다. 중앙선이 제대로그려져 있지 않은 곳도 꽤 있다. 무언가 보고 사진을 찍고 부산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이 길을 따라 쉬고 또 쉬고 또 쉬어 가보자. 다리가 튼튼하신 분은 자전거도 조심스레 추천한다.
일단 안목해변 커피거리에서 마음에 쏙 드는 커피집에 들른다. 2층 테라스에 자리 잡고 광합성을 하며 커피 한잔. 그리고 어느 커피집에 앉아서도 보이는 빨간 등대까지 두리번거리며 걸어가 어선과 여객선이 정박해 있는 강릉항까지 구경하고 출발한다. 얼마 달리지 않아 소나무 내음 가득한 송정해변과 작은 솟대공원이 있는 강문해변을 지나고, 강릉 최대 해수욕장으로 꼽히는 경포해변에 다다르게 된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여 시간이 여유 있다면 여기서 잠깐 옆길로 새어 경포호에 들르는 것도 좋다. 경포호는 경포대를 중심으로 역사적 누정이 모여 있는 곳. 밤에 들러 운이 좋으면 다섯 개의 달, ‘하나는 하늘의 달이요, 둘은 호수의 달이요, 셋은 바다의 달이요, 넷은 술잔의 달이요, 다섯은 님의 눈에 비친 달이 자리 잡는다’도 볼 수 있다. 경포해변에서는 데크로 이루어진 산책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흔들 벤치에 앉아 쉬다가,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옥색 바다 앞에 결국 돗자리를 펼치며 나지막이 음악을 켜고 한참을 빈둥거려 본다. 아직은 차가운 바닷물에 발도 한번 담가본 후에나 다시 출발한다.
거닐며…생각하며 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에 쏙 드는 친근한 민박집을 발견한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풍경이다. 담장 없는 마당에 나무의자와 나무테이블이 서너 개 놓여 있고, 툇마루를 두고 방이 여러 개 줄지어 있는 소박하고 예쁜 민박집이다. 돌아오는 어느 여름에는 꼭 이 민박집을 다시 찾으리라.예쁜 민박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을 지나면 이름은 생소하지만 작고 한적한 시근진해변·순긋해변·순포해변이 나오고, 어느새 오른쪽에서 쫓아오던 바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그럼 다시 당황하지 않고 작은 마을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면 전복물회가 “어서옵쇼” 그대를 기다리는 사천진항에 다다른다. 새콤새콤 배를 채우고 하평해변·연곡해변을 지나면, 이번엔 강릉에 오면 꼭 들른다는 주문진항이다. 오징어튀김과 새우튀김을 양 손에 쥐고 번갈아 입에 물어가며 쥐포도 한 다발사고 주문진시장을 구석구석 구경하다보니 하늘빛도 바뀌어 간다.
주문진해변과 지경리해변 바람을 뒤로 하고 양양에 들어서면 강원도 3대 미항 중 하나인 남애항에 도착.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아직도 1984년 개봉했던 <고래사냥>의 촬영지라 소개되고 있는 남애항은 30여 년 전의 영화로 설명하기엔 아까운 곳이다.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있는 모습이나, 온전히 바닷바람을 만나게 해주는 산책로나, 조그마한 조선소와 빨간 등대는 소소한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어둑해진 하루를 끝내기에 좋다.
하루 내, 많은 해변과 해변길을 지나쳐왔지만 한 곳을 노닌 듯 하고, 한 곳을 노닌듯하지만 엄청 많은 곳을 구경한 것 같기도 한 이 기분. 가끔은 이렇게 쉬고 또 쉬듯 노닐어도 좋지 아니한가. 원래 노는 건 바쁜데, 노니까 더 재미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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